제주에서 다시 한 번 '비계 삼겹살' 논란이 불거지며 관광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관광 회복세 속에서도 바가지·불친절 문제가 반복되면서 지역 이미지 훼손 우려가 제기된다. 20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따르면 커뮤니티에는 "제주도 안 바뀝니다. 화딱지 나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서귀포시 올레시장 인근 흑돼지 전문점을 방문해 목살 1인분, 오겹살 1인분, 소주 한 병을 주문했지만 "목살과 비계가 반반으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직원에게 항의하자 '원래 목살에 붙어 있는 비계이며 중량에 맞춰 나온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며 "기분이 나빠 비계를 불판 밖으로 던져놨다"고 말했다. 이어 "2년에 한 번씩 제주를 찾았지만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토로했다. A씨가 공개한 사진에는 붉은 살코기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계가 가득한 고기 덩어리가 담겨 있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저건 고기가 아니라 비계', '제주는 안 바뀐다', '더 말하기도 입 아프다', '관광객 등치는 건 전국 1등'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고기에 문제는 없어 보인다'거나 '원래 지방이 포함돼 나오는 것'이라며 옹호했지만 전반적인 여론은 비판에 무게가 실렸다. 이 같은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에도 서귀포의 한 유명 흑돼지집에서 '98%가 비계인 삼겹살'을 15만원에 제공했다는 폭로가 나왔고, 또 다른 관광객은 "1100g에 11만원을 냈는데 살코기가 거의 없었다"며 "돼지가 아닌 장어를 굽는 줄 알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 도내 소고기 전문점에서도 "10만원짜리 등심 절반이 비계였다"는 항의가 이어졌고, 업주가 "비계까지 매입한다. 빼면 손해"라고 응답한 사례까지 공개됐다. 도는 반복되는 논란에 지난해 '관광혁신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관광협회 내 '불편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관광 불만 민원은 287건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33% 줄었지만 현장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올해 1월부터 지난 9일까지 제주 방문객은 1061만318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감소했으나 6월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추석 연휴 동안 34만명이 제주를 찾았다. 크루즈 관광객은 64만명을 넘겨 지난해 전체 실적을 이미 초과했다. 제주연구원 관계자는 "음식 가격과 품질이 합리적으로 관리되지 않으면 재방문율 하락과 지역 이미지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속적인 점검과 가격 투명성 확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항공이 7번째 B737-8 구매기를 도입해 총 43대의 여객기를 보유하게 됐다고 20일 밝혔다. 제주항공은 지난 2023년 차세대 항공기 B737-8 2대 구매 도입을 시작으로 올해 7월까지 같은 기종 4대를 도입했다. 이어 지난 17일 오후 7번째 B737-8 구매기 도입을 완료했다. 제주항공이 보유한 여객기 중 차세대 항공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16%로 늘었다. 구매기 비중도 늘어나 기존 B737-800NG 기종 5대와 차세대 항공기 B737-8 7대 등 여객기 43대 중 12대의 구매기를 보유하게 돼 전체 여객기 중 28%를 구매 항공기로 전환했다. 여객기 평균기령도 13.1년으로, 지난해 말 기준 여객기 평균기령 14년보다 낮아졌다. 제주항공은 연말까지 동일 기종 1대를 추가로 구매 도입하고, 경년 항공기를 반납하는 등 2030년까지 기단 현대화 프로젝트를 진행해 평균 기령을 5년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기단 현대화를 통한 체질개선으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운항 안정성을 강화하는 등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안전운항 체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이 독립영화 '건국전쟁2'를 옹호하며 제주4·3의 역사적 의미를 왜곡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허위사실 유포 처벌 강화와 유가족 지원 확대를 골자로 한 4·3특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8일 "협치를 내던진 제1야당 국민의힘이 제주4·3의 진실을 왜곡하고 모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위원장은 이날 오전 제주도당에서 열린 당원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국민의힘이 '건국전쟁2'와 같은 왜곡된 영화에 박수를 보내며 다양한 관점이라는 이름으로 희생을 조롱하고 있다"며 "이는 3만명의 제주4·3 희생자를 두 번 죽이는 행위이자 10만명의 유가족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국혁신당은 단호히 맞서 제주4·3을 모욕하는 국민의힘을 제로(Zero)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 "정춘생 의원이 발의한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4·3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행위를 처벌하겠다"며 "국가의 책임을 강화해 유가족 지원 체계를 확립하고, 제주의 아픔이 왜곡과 정쟁의 재료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조 위원장은 제주4·3평화공원을 참배한 뒤에도 "장동혁 국민의힘 당 대표와 주진우 의원이 제주4·3 민간인 학살 책임자를 찬양하는 내용의 영화 '건국전쟁2'를 보고 이를 찬양하는 발언을 했다"며 "제2당의 대표와 국회의원이 그런 영화를 칭송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진보·보수를 넘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인권, 보편적 상식에 대한 배신"이라며 "장동혁 대표는 제주4·3 희생자 앞에서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장동혁 대표 등 국힘 지도부는 최근 해방정국에서 정부 수립을 둘러싼 좌우 갈등을 다룬 독립영화 '건국전쟁2'를 관람했다. 오영훈 제주지사와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 등 4·3 관련 단체장들은 이에 대해 일제히 규탄 입장을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항이 무역항으로 지정된 지 57년 만에 처음으로 국제 상선을 맞이했다. 제주도는 지난 18일 제주항 10부두에서 '신 해양 실크로드 제주의 새로운 미래를 열다'를 주제로 제주~중국 칭다오 신규 항로 개설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중국 칭다오항에서 출발한 파나마 선적 국제 화물선 'SMC 르자오호'가 제주항에 입항했다. 생활용품과 기계 장비 등을 실은 20피트 크기 컨테이너 40개(40TEU)를 싣고 온 르자오호는 제주에서 제주산 먹는물 삼다수와 냉동수산물 등 6TEU를 선적해 다시 출항한다. 기념식에는 오영훈 제주지사와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 도의원, 자오보 산둥원양해운그룹 회장, 첸지안쥔 주제주중국총영사 등이 참석해 첫 수입 화물 하역과 첫 수출 화물 선적 과정을 함께 지켜봤다. 이번에 개설된 제주~칭다오 항로는 매주 월요일 칭다오에서 출발해 수요일 제주에 도착하고, 토요일 제주항에서 다시 출항해 금요일 복귀하는 일정으로 운영된다. 제주도는 이번 항로 개설로 약 62.3%의 물류비 절감과 운송 기간 단축 효과가 기대돼 수출입 물류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 지사는 환영사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제주 삼다수가 교래리 공장에서 컨테이너에 실려 제주항을 거쳐 칭다오로 간 뒤 중앙아시아, 몽골, 러시아, 유럽까지 수출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부산항을 통해 수출할 때 컨테이너 1개당 204만원이 들지만 칭다오 항로를 이용하면 77만원으로 60% 이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제주의 평균 건설 단가가 25% 이상 비싼데 건축 자재를 직접 수입함으로써 이를 낮출 수 있고 물가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오보 산둥원양해운그룹 회장은 "국제 컨테이너 항로 개설은 물류뿐만 아니라 양 지역의 경제·문화 발전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제주도와 함께 여러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며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오 지사는 지난 16일 칭다오항에서 열린 신규 항로 취항식에도 참석해 물류 및 관광 교류 확대를 약속했다. 현재 산둥원양해운그룹은 70여 척의 선박을 운항하며 전 세계 40여 개 항로를 운영하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를 여는 창! 제이누리>가 창간 14주년을 맞아 도민과 독자 여러분을 콘서트 무대로 모신다. '제주의 가을, 소리와 선율에 빠져들다' 가을콘서트다. 대중음악, 국악, 클래식 등 세 개의 장르를 조화롭게 아울러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무대에 제주도민과 독자를 모신다. 도민의 평범한 일상에 새로운 삶의 활력을 불어넣고자 준비한 무대다. 기타와 함께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정온달, 국립전통예술고와 중앙대 예술대학을 나온 소리꾼 조은별, 제주대 예술디자인대학 음악학부 출신인 피아니스트 이지연 등이 다양한 장르의 곡을 연주하며 개성 넘치는 무대를 펼진다. 다음달 8일 토요일 오후 4시 30분 제주시 동문로 김만덕기념관 만덕홀이 콘서트 무대다. <제이누리>가 주최하고, 제주도와 제주개발공사가 후원한다. 정온달은 때로는 감미롭게, 때로는 호소력있게 우리의 일상 속 반짝이는 순간을 기타와 함께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다. 2020년 제10회 전국오월창작가요제에서 입상했다. 2024·2025년 삼다공원 야간콘서트, 2024년 JIBS 문화광장 콘서트, 2025년 들불축제 마당스탁, 서귀포 유채꽃축제 등에서 공연을 펼쳤다. 현재 원뮤직스튜디오 대표로 활동중이다. 소리꾼 조은별은 2011년 기산국악제전 전국학생국악경영대회 고등부 은상, 2015년 대한민국 대학국악제 동상, 2022년 대한민국 예술축전 국악부문 제주예선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2022년 컬러풀산지·탐라문화제, 2023년 제주예술문화축전·삼다공원 야간콘서트 등 다수의 공연을 펼쳤다. 현재 국악밴드 이강 대표, 원뮤직스튜디오 대표, 함덕고 음악과 판소리전공 실기강사로 재직중이다. 피아니스트 이지연은 서울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 콩쿠르 1위, 한국피아노학회 콩쿠르 금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음악협회 제주지부 우수신인에 선정 및 협연, 오스트리아 CMS체임버오케스트라 협연 등을 펼쳤다. 현재 제주건반예술학회 회원, 클래지팝콘, 조이가락 피아니스트로 활동중이다. 입장료는 무료다. 이번 콘서트는 초대 공연으로 관람석이 모두 초대석이다. 공연 시작 30분 전에 오면 현장에서도 초대권을 받을 수 있다. 초대권 배부 등 자세한 문의는 제이누리(064-748-3883)로 하면 된다. <제이누리>는 지난해 창간 13주년 기념 초청 음악회로 제주통기타 동호회가 펼치는 가을콘서트를 선보였다. 창간 12주년 기념 초청 음악회로는 통기타 싱어 서현민과 정은선이 펼치는 콘서트가 마련됐다. 2022년에는 창간 11주년 기념 초청 음악회로 해바라기 강성운과 행복한밴드가 만나는 가을콘서트를 선보였다. 2021년에는 창간 10주년 기념 초청 음학회로 '앙상블 블루'의 '가을의 향연' 콘서트가 펼쳐졌다. 2020년 창간 9주년 기념 초청 음악회는 코로나19 사태로 처음 치르지 못했다. ▲2019년엔 창간 8주년 기념 초정 음악회로 여성퓨전국악밴드 '이미지(iMaGe)'의 '퓨전국악의 향기, 가을을 품다' 콘서트 ▲2018년엔 창간 7주년 기념 초정 음악회로 토마토밴드와 주니어화음플루트 오케스트라의 '가을의 꿈, 가을의 추억' 콘서트 ▲창간 6주년엔 제주출신이면서 오스트리아에 거주하고 있는 성악가 '소프라노 유소영.CMS 앙상블 콘서트' ▲창간 5주년엔 한국 대중음악 포크계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불리는 가수 '김희진 콘서트' ▲창간 4주년엔 국악 앙상블 ‘뒷돌’의 퓨전 국악 무대 ▲창간 3주년인 2014년 10월에는 '트리오 비옹' 콘서트를 제주도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연 데 이어 11월에는 러시안 챔버 오케스트라 '브라이트 보우'의 무대를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선보였다. 매 공연 500여명의 독자·관객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됐던 제주 녹지국제병원이 각종 소송과 경영 악화 끝에 결국 경매 시장에 나왔다. 개원 허가를 받은 지 10년 가까이 지났지만 문을 열지 못한 채 흉물로 방치된 건물은 현재 절반 수준의 가격으로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다. 17일 제주지방법원에 따르면 디아나서울이 소유한 녹지국제병원(현 우리들녹지국제병원) 부지와 건물에 대해 임의경매 절차가 이뤄지고 있다. 매각 대상은 서귀포시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부지 19개 필지(2만8000㎡)와 지하 1층·지상 3층, 연면적 1만8252㎡ 규모의 병원 건물이다. 감정평가액은 596억5568만원이다. 지난 1월 경매 개시 이후 세 차례 매각기일이 지정됐지만 모두 유찰됐다. 현재 최저 매각가는 감정가의 절반 이하인 204억6190만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녹지국제병원은 중국 녹지그룹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제주헬스케어타운 내에 조성한 국내 첫 영리병원이다. 2015년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받고 2017년 건물을 완공했다. 하지만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을 둘러싼 소송이 이어지면서 개원이 지연됐다.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심 과정에서 소송이 취하되면서 개설은 사실상 무산됐다. 이후 디아나서울이 2021년 8월 병원 부지와 건물을 매입하며 소유권이 이전됐다. 당시 취득가는 건물 146억5457만원, 토지 7억6236만원이었다. 이 과정에서 약 180억원을 차입했다. 하지만 상환이 지연되면서 가압류 절차가 진행됐고, 현재 4개 금융기관의 근저당 설정액은 216억원, 채권자의 청구액은 189억원에 이른다. 디아나서울은 외국 VIP를 겨냥한 줄기세포 치료와 건강검진 등 비영리병원 전환 계획을 내세웠으나 사업이 좌초됐다. 경매 절차가 이어지면서 병원 건물은 여전히 방치 상태다. 주변 경관을 해치는 '흉물'로 전락했다. 한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헬스케어타운 내 공사가 중단된 녹지사업장 인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녹지국제병원은 제외한 상태다. JDC는 해당 부지를 재시공하거나 일부 부지를 택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한 세부 계획 수립 용역도 이어가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최근 여론조사에서 오영훈 제주지사의 지지도가 낮게 나타난 것을 두고 같은 당 소속 제주도의원이 행정사무감사 자리에서 공직자들을 탓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제주도의회에서 열린 제443회 임시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현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보건복지안전위원장·조천읍)은 진명기 제주도 행정부지사를 상대로 질의하며 "지사 지지도는 공직자 능력과도 관계 있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앞서 KBS제주가 지난 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제주지사 후보 지지도에서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시을)이 19%로 1위를 기록했고, 오 지사는 이보다 8%포인트 낮은 11%로 뒤를 이었다. 현 의원은 "지사의 리더십 하나만으로 지지율 하락을 설명할 수 없다"며 "도정이 무능하다는 평가는 실국장들도 무능하다는 평가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난 2일 열린 오 지사와 제주도청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탈당 후 무소속 출마 가능성' 관련 질문이 나온 것을 문제 삼으며 "정당 소속 단체장에게 납득하기 어려운 질문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질문을 사전에 검열하자는 뜻은 아니지만 간담회 자리에서 나올 수 없는 질문이었다"며 "이런 점을 대변인실이 점검해야 한다"고 주문해 언론 통제 논란까지 빚었다. 진 부지사는 이에 대해 "지사 지지율이나 당 문제에 대해선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공직자들은 중립을 지키며 도민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현 의원의 발언이 계속되자 이정엽 국민의힘 의원(대륜동)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부지사에게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현 의원은 "도정 전반에 대한 업무 질의였다"고 답하며 질의를 마무리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의 한 해안 마을에 용오름(수상 소용돌이)이 몰아치며 큰 피해를 남겼다. 17일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5시 55분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리 앞바다에서 용오름 현상이 관측됐다. 통상 바다에서 발생해 소멸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용오름은 육상으로 이동해 마을을 덮치면서 피해를 키웠다. 주민들에 따르면 약 30분간 이어진 소용돌이로 비닐하우스와 창고 시설이 파손되고, 일부 감나무는 뿌리째 뽑혀나갔다. 소방당국이 피해 복구에 나섰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 농가는 10곳 안팎이다. 당국은 추가 조사를 통해 피해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는 지난달 24일에도 같은 지역에서 용오름 현상이 관측된 데 이어 불과 3주 만에 다시 발생한 것이다. 기상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용오름은 하늘과 바다 표면에서 부는 바람의 방향이 달라질 때 발생하는 강한 소용돌이다. 하늘로 치솟는 용의 형상을 닮아 붙은 이름이다. 일반적으로 해상에서만 나타나지만 이번처럼 육상까지 이동한 사례는 이례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올해 제주시의 상하수도 사용료와 지하수 원수대금 체납액이 33억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제주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시 관할 상하수도 사용료와 지하수 원수대금 체납 건수는 모두 1만8927건, 체납액은 33억5267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3회 이상, 100만원 이상 상습·고액 체납 건수는 264건이다. 체납액만 14억4706만원으로 전체 체납액의 43%를 차지한다. 시는 체납액 해소를 위해 읍면동별로 징수 대책반을 구성하고 방문 독려, 전화 독촉, 예고장 발부 등 적극적인 징수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특히 상습·고액 체납자에 대해서는 정수 처분(단수 조치)과 부동산 압류 등 강력한 행정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우승호 제주시 상하수도과장은 "상하수도 요금 체납으로 인한 단수 등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자진 납부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에서 공공기관이 발주한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임금 체불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해결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행정기관의 관리·감독 부실이 도마에 올랐다. 16일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비례대표)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 공공기관에서 건설기계노동자 임금 체불이 949건 발생했다. 체불액은 모두 187억원에 달했다. 이 중 제주에서는 모두 7건(4200만원)이 접수됐고, 이 중 5건(3780만원)이 아직도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해결률은 94%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체불 금액 자체는 적지만 건수 대비 미지급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공공기관의 사후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적으로도 공공기관의 임금 체불 문제는 심각하다. 광역·기초 지자체가 체불한 사례는 475건으로 전체의 50.1%를 차지했고, 체불액도 89억7000만원(48.1%)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107건(1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인천(77건), 부산(55건), 서울(52건)이 뒤를 이었다. 반면 울산은 단 한 건의 체불도 없었다. 정 의원은 "지게차·굴착기 조종사에게 임대료나 운송료는 임금이자 곧 생계수단"이라며 "공공기관이 정당한 노동 대가를 제때 지급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책임 회피"라며 "정부가 임금 체불 50% 감축을 국정과제로 내세웠지만 정작 공공기관조차 이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가 공공 발주 공사의 계약·예산 집행 과정을 꼼꼼히 점검하고, 특수고용노동자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기계노동자는 대부분 특수고용 형태로 일하고 있어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체불이 발생하더라도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려운 구조다. 도내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민간기업도 아닌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이들의 정당한 노동 대가를 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공항에서 항공기 사고를 가정한 재난대응 훈련이 실시돼 사고 시점부터 응급복구까지 전 과정을 점검하며 대응 역량을 강화한다. 제주도는 오는 28일 제주공항 화물청사 계류장 일원에서 '2025년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을 실시한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훈련은 항공기 사고를 가정해 사고 상황 전파부터 상황판단회의, 위기대응기구 가동, 응급복구까지 재난 대응 전 과정을 점검하고 실제 사고 상황에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훈련에는 제주도와 제주시, 제주소방서를 비롯해 제주지방항공청, 한국공항공사, 항공사, 조업사, 공항 상주기관 등 다수의 기관과 민간단체가 참여한다.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공항확충지원과를 포함한 13개 협업부서와 유관기관이 함께 상황판단회의를 열어 조치사항을 논의하는 토론훈련에 나선다. 현장에서는 한국공항공사 관제 인력, 공항소방구조센터, 제주소방서, 제주시, 공항경찰대, 항공사, 항공조업사 등이 항공기 사고를 가정한 수습훈련에 참여한다. 이번 훈련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국가기관, 한국공항공사 등 재난관리책임기관의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매년 시행되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의 대표 역사문화축제인 '탐라문화제'가 운영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내용물이 부실한 김밥을 고가에 판매했다는 지적에 이어 행사 부스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새로 포장한 도로에 대못을 박아 훼손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15일 열린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박두화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탐라문화제 행사장에 몽골 천막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새로 깐 친환경 아스콘 도로에 대못을 박았다"고 지적했다. 행사 주최 측이 축제장인 제주시 산지천 일대에 천막을 설치하면서 도로와 인도 곳곳에 못을 박았고, 이 때문에 최근 사괴석을 철거하고 새로 포장한 산지로 도로가 일부 훼손됐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유관 부서와 사전 협의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구멍 난 부분에 대한 철저한 사후 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축제에서는 무료로 제공하는 페이스페인팅·풍선 만들기 프로그램을 탐라문화제에서는 유료로 운영했다"며 "도민 세금이 투입된 행사인 만큼 무료 제공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류일순 제주도 문화체육교육국장은 이에 대해 "천막 설치를 위한 도로 점용 허가는 받은 상태"라면서도 "못을 박은 부분에 대해서는 현장 점검을 통해 조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실 김밥 논란도 도마에 올랐다. 김대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귀포시 동홍동)은 "제주를 대표하는 축제에서 내용물도 부실한 김밥을 한 줄에 4000원에 판매했다"며 "비계 삼겹살, 순대 등 바가지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 국장은 이에 대해 "제주도를 대표해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축제 운영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사전 모니터링을 강화해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탐라문화제는 제주 지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 축제로 매년 가을 제주시 산지천 일대에서 열리고 있으나 올해는 축제 운영 전반에서 잇따른 논란으로 신뢰성 논란에 직면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시가 노형오거리 교통난 해소를 위해 추진 중인 공중보행로(육교) 설치 계획을 둘러싸고 '엉터리 행정'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핵심 통계가 실제보다 10배 이상 과장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회전교차로 검토 과정에서도 법적 기준을 벗어났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15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는 제주시 연동·노형동 일대 상습 정체 해소를 위해 전체 사업비 약 470억원을 들여 공중보행로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높이 5.5m의 육교를 설치해 보행 흐름을 입체화하고, 기존 횡단보도를 없애 차량 신호를 최대한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 계획의 기초가 된 용역 데이터의 신뢰성부터 도마에 올랐다. 제주도 제3차 보행편의 증진 기본계획에서 용역사는 노형오거리 일대 보행자 수를 하루 2만명, 대중교통 이용객을 3만명으로 산출했다. 하지만 노형동 전체 인구가 약 5만명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제주연구원이 교통카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노형오거리 주변 6개 버스정류장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2000명(평균 1894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용역 자료와 실제 통계 간 차이는 약 15배에 달한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교통시설 기본계획은 정확한 이용객 통계를 바탕으로 수립돼야 한다"며 "기초 데이터가 실제와 크게 다를 경우 사업 효과 분석과 정책 판단에도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전교차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노형오거리 일대의 하루 교통량은 약 8만5000대지만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과 한국교통연구원의 '회전교차로 설계 지침'에 따르면 회전교차로는 일 교통량 3만2000대(시간당 3200대) 이하에서만 설치가 가능하다. 이 기준을 초과할 경우 교통 혼잡과 사고 위험이 오히려 증가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회전교차로는 교통량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차량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교차 충돌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특히 하루 8만대 이상이 통과하는 교차로라면 기존 신호체계 개선이나 입체화와 같은 대안적 해법을 우선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제주도 건설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노형오거리 보행환경개선지구 사업비에는 회전교차로 설치가 포함돼 있지 않다"며 "일부 언론에서 회전교차로 계획을 언급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이런 논란이 제주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 종로 일대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는 약 1100억원을 투입해 조성됐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실제 이용률이 극히 낮아 철거 논의까지 나온 바 있다. 서울시는 하루 약 10만 5440건의 보행량을 예상했지만 실제 이용은 1만 1731건 수준으로 예측치의 11%에도 못 미쳤다. 공중보행로 설치 이후 지상부 보행량이 오히려 설치 전보다 약 40%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보행로 구조물 기둥이 지상 보도 폭을 좁게 만들어 일부 구간에서 보도 폭이 1m 이하로 줄어든 사례도 보고됐다. 유지관리 과정에서는 누수·결빙, 일조권 침해 등 다양한 민원이 잇따르며 사업 효용성에 대한 회의론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례를 들어 "공중보행로가 항상 교통 문제의 해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이지은 대한건축학회 연구위원은 "입체 보행공간의 활성화는 단순한 구조물 설치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며 "도심의 중심 구조, 주변 시설, 인접 건물과의 연계성이 함께 고려될 때 이용률과 효용성이 극대화된다"고 말했다. 대한교통학회가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보행 및 자전거 관련 교통시설 투자평가방안 연구'에는 "보행 인프라 사업은 신뢰성 있는 기초 통계 확보와 효과 검증 절차를 전제로 해야 한다"며 "데이터의 정확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정책 판단 자체가 왜곡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의 책임론도 거세다. 서귀포 관광극장 철거, 문화재 협의 없이 추진된 제주성지 도로 개설 등 반복되는 행정 실패를 거론하며 "행정시장이 최종 결재만 하는 '허수아비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행정시를 관리·감독해야 할 제주도청에 대해서는 "국가공모 실패 시 중앙정부 탓만 하는 D급 행정"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홍명환 전 제주도시재생센터장은 "엉터리 용역과 왜곡된 데이터가 정책을 왜곡시키고 결국 도민 세금을 낭비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도의회와 언론이 제대로 된 감시와 견제를 하지 않는다면 행정의 무능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중국인 무비자 입국 정책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무비자 입국한 중국인이 제주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건이 발생하면서 도민과 관광객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송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지난 15일 무비자로 입국한 중국인 3명이 제주 금은방에서 귀금속을 훔쳤다가 공항에서 체포되는 사건이 있었다"며 "국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인 관광객 유치 효과보다 내국인 관광객 감소에 따른 역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여행업계의 우려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무비자 입국 조치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송 원내대표는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지금 필요한 정책은 서울에서 바로 체감되는 공급 확대"라며 "부동산 정책의 중심을 서울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의 아파트는 이미 희소자원이 됐다"며 "단순한 공급 숫자가 아니라 실제 입주 가능한 주택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원내대표는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여야 정치권과 정부, 서울시가 참여하는 4자 부동산 협의체 구성을 재차 촉구하며 "혁신적이고 과감한 규제 완화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지난해 12월 29일 일어난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낡은 시스템이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유가족 측 법률대리인인 미국 로펌 허만 로그룹(Herrmann Law Group)은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법원에 제출한 소장을 공개했다. 소장에는 사고 항공기의 전기·유압 구조가 1958년에 설계된 낡은 시스템이어서 착륙 과정에서 치명적인 결함이 드러나 조종사들이 항공기를 정상적으로 제어하지 못했다고 명시됐다. 유가족 측은 특히 사고 직전 발생한 조류 충돌 이후 랜딩기어를 비롯한 감속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은 점을 들어 "노후화된 시스템에서 비롯된 기체 결함"이라고 지적했다. 또 보잉사가 1968년 첫 737 기종을 생산한 이후 사고기 인도 시점인 2009년까지 핵심 안전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찰스 허만 수석 변호사는 "보잉은 책임을 회피하며 사고를 조종사 실수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유족들은 한국에서 진실을 밝히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 법정에서 정의를 추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태국 방콕을 출발한 제주항공 7C2216편은 무안공항에 동체 착륙한 뒤 방위각시설물(로컬라이저)과 충돌했다. 그 결과 탑승객 179명이 숨졌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이재명 정부가 출범 넉달 만에 세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6ㆍ27 대출 규제, 9ㆍ7 공급 대책에 이어 금융회사 대출에 기대어 집을 사려는 수요에 대한 초강력 억제책을 총동원한 10ㆍ15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서울 전역과 과천ㆍ광명 등 경기도 12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규제지역으로 묶었다. 이들 지역에서 아파트를 사려면 허가를 받고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도 집값이 15억원을 넘으면 4억원, 25억원을 넘으면 2억원으로 줄어든다. 집값 상승세가 인근 지역으로 번지는 ‘풍선효과’와 전세를 끼고 집을 사들이는 ‘갭투자’를 차단하겠다는 초강수다. 개발 예정지의 투기를 막기 위해 도입한 토지거래허가제를 서울 전역에 적용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최근 집값 상승세가 심상찮다는 방증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28차례 반복된 땜질 대책이 시장 불안을 키웠다는 학습효과도 작용한 모양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축소, 상환 능력을 따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때 적용하는 스트레스 금리 인상 등을 통해 돈줄을 더 세게 조였다. 대출 한도 축소로 타격을 받는 계층은 중산층 이하 실수요자다. 연소득 5000만원인 근로자는 DSR 규제로 2
영화 ‘헤이트풀8(The Hateful Eight)’은 ‘오프닝 크레디트’가 흘러가는 배경화면이 무척이나 강렬하면서도 인상적이다. 1877년 눈 폭풍 몰아치는 와이오밍주州의 황량한 벌판에 십자가에 매달린 처참한 예수상을 배경으로 마차 하나가 힘겹게 길을 재촉한다. 꼭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다양한 ‘십자가 예수상’은 익숙하다. 대개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모습은 비록 벌거벗고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지만 범접 못 할 위엄이 느껴진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이 영화에서 길게 보여주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은 앙상한 갈비뼈가 모두 드러나고 얼굴은 고통에 일그러지고 초라하고 비참하기만 하다. 예수를 새긴 나무도 들판에 버려진 시신처럼 썩어가는 느낌이다. 그 처참한 십자가상이 눈까지 뒤집어쓰고 있다. 굳이 신자가 아니어도 시각적으로 무척 당혹스럽고 민망하다. 타란티노 감독이 굳이 이렇게 흔치 않은 비참한 십자가상을 어렵게 구해 등장시킨 이유가 있을 법하다. 그렇게 십자가에 못 박혀 비참하게 죽어버린 예수상을 존 루스(커트 러셀 분)의 마차가 무심하게 지나친다. 마치 벌판에 버려진 죽은 개 한마리를 지나치듯 지나간다. 죽어버린 ‘신’을 너무나 당연한 듯 눈길 한번 안 주
한가위 보름달이 두둥실 떴지만, 우리네 삶 곳곳이 어둡고 힘들다. 내수ㆍ수출이 부진하며 경제가 기진맥진인데 서울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아파트 값이 오른다. 민생과 직결되는 농산물과 식료품ㆍ외식 물가가 비싼 가운데 40대 사망 원인 가운데 자살이 1위라는 통계가 나왔다. 이런 민생을 살피고 맞춤 정책을 제시해야 할 국회와 여야 정당은 허구한 날 쌈질이다. 8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7월에 반짝(2.7%) 했던 소매판매가 마이너스(-2.4%)로 꺾였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약발이 한 달 만에 사라진 것이다. 국민 1인당 15만원씩 주어지니 일시적으로 지갑이 두둑해져 썼는데, 이게 끊기니 허전해하며 움츠러든 모습이다. 9월 수출이 1년 전과 비교해 두자릿수(12.7%)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추석 연휴가 9월이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10월이어서 조업일수가 4일 많았기 때문이었다. 이를 감안한 하루 평균 수출액은 6.1% 감소했다. 더구나 올해 추석 연휴는 예년보다 길기 때문에 10월 수출은 더 큰 폭의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9월 수출도 사상 최대인 166억 달러의 반도체 수출을 걷어내면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식어가는 징후가 뚜렷하다.
2명의 베테랑 현상금 사냥꾼 존 루스(커트 러셀 분)와 워런 소령(새뮤얼 잭슨 분)은 그 직업상 의심도 많고 촉(觸)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 인물들이다. 눈 폭풍을 피해 ‘미니의 잡화점’에 들어서는 순간 선참자들에게서 확실치는 않지만 뭔가 수상한 냄새를 맡는다. 워런의 촉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선참자들은 루스가 호송 중인 현상수배범 데이지를 구하러 온 갱단 조직원들이다. 루스는 ‘내가 호송하는 1만 달러짜리 현상수배범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며 선참자 중에서 가장 인상 고약한 존 게이지(마이클 매드슨 분)에게 총구를 겨누고 총을 내놓으라고 한다. 순순히 응할 리 없는 존 게이지 등 뒤로 어느새 소리 없이 다가온 워런 소령이 게이지의 목에 칼을 들이댄다. 그렇게 선참자들은 무장해제된다. 루스와 워런 소령이 합작한 쿠데타의 성공이다. 그러나 얼마 안 지나서 안심하고 커피를 마시던 루스와 루스를 태우고 온 마부가 갑자기 분수처럼 피를 토하고 고꾸라진다. 워런 소령은 거의 반사적으로 대포만 한 장총을 뽑아 들고 나머지 사람들의 총기도 모두 압수한다. 일거에 물리적 강제력을 독점한 워런은 미니의 잡화점에서 ‘가장 힘센’ 지존에 등극한다. 마오쩌둥(毛澤東)이 정
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다. 5개월여 전인 지난해 12월3일 느닷없이 계엄이 선포됐다. 계엄과 쿠테타가 간헐적으로 등장하던 대한민국의 과거도 아니고, 그것도 45년 전이 마지막이었던 기억인데도 다시 등장한 것부터 이상했다. 남미와 아프리카도 아니고,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상했다. 그런데 그 계엄은 당일 밤 10시23분 선포돼 다음날 새벽 1시1분에 국회의원들의 결의로 해제 의결됐다. 2시간 38분만에 무효가 된 계엄령이었다. 이건 이상하다기 보단 좀 놀랍다. 그런데 그 이후로 이상함의 연속이다. 계엄이 무효가 되고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불려 다녔지만 그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그동안 공식적 사과는 한 적이 없다. 거꾸로 ‘내란몰이’라며 야당(이제는 야당이 아니다)과 국민 대다수를 오히려 겁박했다. 일부 기독교와 극우 세력은 지난 4월4일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만장일치 결정으로 대통령직 파면결정이 난 이후에도 여전히 ‘탄핵 무효’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그 집회현장엔 태극기·성조기와 더불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휘날린다. 어느 나라 국민인지 참 이상하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탄핵반대’를 외치며 그렇게
고교시절의 일이다. 40년 전이다. 그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생님의 얼굴은 퍽이나 상기돼 있었다. 고전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온화한 분이었다. 늘 학생들을 따뜻한 말로 대했다. 화내거나 꾸짖는 법이 없었다. 그날 선생님은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칠판에 백묵으로 한글자 한글자를 채워갔다. ‘가운데 중(中)’. 칠판을 가득메운 그 글자는 어떤 글자는 크게, 어느 글자는 작게, 그리고 어떤 글자는 비뚤어지게, 또 어떤 글자는 좌우 균형이 안맞게 ···. 그런 식이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5분이 넘도록 칠판 전체를 빼곡하게 그 글자로 메꿨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여러분 여기에 쓰인 가운데 중(中) 글자 중에서 어느 게 진짜 가운데 중(中)인가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뒤 하나 둘 손을 들었다. 각기 모양과 균형, 칠판에 적힌 위치 등을 근거로 ‘진짜 가운데 중(中)은 이겁니다’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선생님이 내놓은 의외의 답. “여러분! 정확하게 자로 잰 듯 꼭 들어맞는 중(中)이란 글자는 여기에 없습니다. 중립이란 그런 기계적 잣대가 아닙니다.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칩니다.” 한동안 멍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답은 지금으로선 이것 하나뿐이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갔으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그나마 그에게 투표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규정과 법을 따지고 할 필요도 없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그는 이제 ‘내란 혐의 피의자’ 신세다. 방조와 동조도 아니다. 이미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그는 ‘내란의 주역’이다. 대다수의 국민 상식으로도 그가 현재 대통령 관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 말이 안되는 지경이다. 당장 현행범으로 체포돼야 마땅한 정황과 사실관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도 검·경이 시간을 끌고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2024년 12월3일 한밤 10시 23분. 그는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운운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한술 더 떠 그의 상황판단은 이랬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내린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담쟁이가 뒤덮인 돌벽 한쪽이 덩그러니 서 있다. 초록색 방수포가 뒤덮은 객석 바닥은 이미 원형을 잃었고, 공연을 품던 무대는 무너진 채 흉터처럼 갈라진 흔적만 남았다. 한때는 웃음과 박수로 가득했던 자리에 이제는 공사 차량 자국과 철거 상흔만이 흩어져 있다. 오래도록 서귀포 시민들의 추억을 품어온 서귀포 관광극장은 이제 잔해와 철거의 상처로만 존재한다. 청춘의 기억을 간직한 무대, 가족과 함께한 영화 관람, 동네 아이들이 뛰놀던 객석의 풍경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허물어진 건축물과 그것을 지켜보는 허탈한 눈빛뿐이다. 현장을 찾은 건축가와 시민들은 잇따라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라면 보강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함께 "무대를 배경으로 보낸 낭만의 시간이 이렇게 허망하게 사라졌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누군가 벽체를 손으로 짚으며 "아직 숨 쉬는 건물인데 왜 이렇게 급히 없애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30일 오후 이중섭 거리를 찾은 어린이와 시민, 외국인 관광객들마저 발걸음을 멈췄다. 회색빛 공사판 가벽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고, 일부는 휴대폰을 꺼내 무너진 흔적을 사진으로 남겼다. 다른 이는 "관광지에 왔더니 왜 철거 현장만 남았느냐"며 의아해했다.
지난해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로 전국은 요동쳤다. 17개 시·도가 일제히 비상 체제로 흔들렸다. 비상계엄령이 발동되던 그 때 제주에서는 도청 본관 출입문이 닫혔다. 밤 11시 17분부터 다음 날 새벽 2시 13분까지다. 이 조치가 단순한 '출입문 통제'였는지, 아니면 '청사 폐쇄'였는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며 제주도정은 곧바로 '불법 계엄 동조' 의혹에 휘말렸다. 논란의 중심에는 오영훈 제주지사의 '부재'가 있었다. 오 지사는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불법 계엄 사태에 대한 여러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는 "그날 저녁 저는 제주에 없었다. 서울에서 기업인들과 면담을 마친 뒤 오산에서 식사를 했고, 오후 9시 5분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10시가 넘었다"고 말했다. 이후 자택으로 이동해 비서실장과 특보들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으며 지시를 내렸고, 새벽 1시 30분 도청 회의를 소집해 "군·경은 상부 지시가 있더라도 따르지 말라"는 불복 지침을 명확히 내렸다고 해명했다. 그는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역할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자단의 질문은 한 가지로 모였다. "
이쯤되면 거의 여론조작이라 말하는게 나을 듯 싶다. 제주에 기초자치단체를 다시 세우자는 논의가 막바지에 다다르는 시점에서다. 연이어 쏟아지는 '여론조사'라는 이름의 수치가 오히려 도민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도와 도의회, 정당과 연구기관, 나아가 언론사까지 앞다퉈 민심을 계량화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제각각이고 질문은 자의적이다. 불과 며칠 간격으로 나온 조사조차 상반된 결론을 내놓으니 도민의 눈에는 이 과정이 '정치적 셈법에 맞춘 각본'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지난 20일 발표된 제주연구원 조사에서는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 찬성 46.3%, 반대 34.9%라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찬성 응답자의 63%는 내년 민선 9기 출범과 동시에 도입을 원한다고 답했다. 표면적으로는 찬성이 우세했다. 그러나 불과 열흘 전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이 공개한 여론조사는 정반대였다. 도당 조사에서는 3개 구역안 반대가 43.1%, 찬성이 35.9%로 반대가 더 많았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정반대 결론이 도출된 셈이다. 도의회는 다시 별도의 여론조사를 추진 중이다. 이번 조사는 1500명을 대상으로 ▲행정체제개편위원회 권고안 인지도 ▲기초자치단체 설치 법률안 인지도 ▲선호 구역(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지난달 3일 새벽 5시. 초여름의 선선한 공기 속 제주시 삼도2동 제2투표소(제주남초)에 하나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본투표가 시작되기 직전의 풍경이었다. 정당 참관인과 투표 사무원,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속속 도착했다. 오전 5시 30분, 개시 준비가 본격화되자 사무원은 참관인을 상대로 투표지와 도장, 봉인 스티커를 하나하나 들어 보이며 설명했다. 봉인작업은 군더더기 없이 진행됐고, 투표소는 긴장감 속에서도 질서를 유지했다. 하지만 평온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전 6시 35분. 한 50대 남성이 조용히 투표소에 들어섰다. 신분증을 내민 그에게 여성 사무원이 선거인명부를 대조하던 순간, 전산 시스템에는 이미 '사전투표 완료'로 명시돼 있었다. "혹시 사전투표 하지 않으셨어요?" 사무원의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안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사무원은 옆 동료와 눈짓을 주고받고는 다시 물었다. 그리고 재차 "29일에 혹시 사전투표하지 않으셨어요?"라고 물었다. 남성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신분증을 챙겨 빠르게 투표소를 빠져나갔다. 현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참관인과 사무원들
의례에는 삶과 죽음이라는 갈림길에서 개인 중심으로 펼쳐지는 통과의례와 사회적 통합의 이데올로기를 작동시키는 사회적 의례인 세시 의례가 있다. 이 통과의례와 세시 의례 모두가 사회적 통합을 위한 하나의 이데올로기 국가 장치로서 임무를 수행한다. 의례를 사회의 모든 영역으로 확대해보면 무수한 제도 속에는 의례가 변형됐거나 의례의 본질을 내포하고 있는 의례적 요소들이 산재해 있다. 예를 들면 제사, 기념식, 졸업식, 마라톤 대회, 스포츠 대회, 기획된 축제, 열병식 등이 있다. 전통사회의 윤리나 가치들이 자본주의적으로 변형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래도 근본적으로 의례의 기능은 소멸하지 않는다. 오늘날 성인식과 다를 바 없는 과거의 관례(冠禮)나 계례(髻禮) 형식은 주민등록증으로 대체되었지만, 여전히 통과 의례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성인식과 같이 주민등록증을 받는 순간 미성년자가 아니라는 것, 그 즉시 사회적인 효력(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고 미성년자 금지구역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것은 통과의례가 제도화된 것일 뿐이다. 예전에는 개인의 생일 즉 왕이나, 대비, 왕세자의 생일(탄신)들은 국가의 대사(大事)로 생각하여,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과거를 치르거나 죄인을 사면해 주기도 하고, 공로자를 포상하는 등 국가 차원의 기념행사를 치렀다. 이러한 예는 오늘날에도(대통령 생일은 국가 의례에서 생략) 다른 형태로(광복절, 현충일) 여전히 존재한다. 반대로 오늘날은 민주주의라는 진보적 이념 때문에 개인의 가치가 존중되고 있는데 특히 개인의 생일은 작은 의례들의 현재 스타일로 변형된 의례이다. 통과의례의 한 형식인 생일축하식은 과거처럼 크게 의례에 규정을 받지는 않지만, 대체로 그 유형이 규정돼 있다. 친구들을 만나 생맥주를 마시고, 케이크를 자르며, 영화를 보러 가는 식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어떤 형태로든지 기념해야 될 것과 기념하는 방식의 차이는 있어도 의례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기념성’이라는 것은 사라지지 않았다. 또 전통시대의 학교인 향교의 기능은 의례의 기능을 설명하는데 매우 적절하다. 향교는 유교의 학문을 전파하는 이데올로기 국가기구로서 그곳에서 행해지는 의례는 유교의 사상을 실천하고 증명하고 세습하게 만드는 현장인 셈이다. 그러기 때문에 의례공간에 모셔진 훌륭한 조상들과 그것을 기리는 후손들은 제례를 통해 정신적으로 교감하며, 이 법통은 지역 공동체 사회의 입지를 구현할 수 있는 토대를 생산하는 혈연 이데올로기로 기능한다. 나아가 향교가 이념화화고 전파시키는 지배체제의 관념은 가문과 혈통의 이데올로기를 통합하는 가묘와 묘지라는 의례공간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향교가 구축하는 이데올로기 국가장치의 역할을 포기하지 않는 한 향교의 의례공간은 ‘정치적 장식’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남송 때 임안(臨安, 현 항주)의 와사(瓦舍) 구란(句欄) 중의 기악(妓樂)은 노래를 팔며 구걸하는 거지가 전업화된 형태에 속한다. 송나라 때 오자목(吳自牧)의 『몽양록(夢粱錄)』 19권 『와사(瓦舍)』의 기록이다. “와사(瓦舍)라는 것은, 올 때는 깨진 기와를 서로 맞추는 것처럼 몰려오고 떠날 때는 기와 무너지듯 사라진다는 의미다. 쉽게 모이고 쉽게 흩어진다. 언제 시작됐는지는 모른다. 요즈음 경사는 사대부와 서민이 걷잡을 수 없이 방탕하게 노는 곳이 되었고, 자제들이 유락에 빠져 자신을 무너뜨리는 장소가 되었다. 항주와 소흥 사이에 제왕이 나들이 도중에 잠시 머무르는 곳이 있다. 전암양(殿岩楊)과 왕인(王因)의 군사 대부분은 서북사람이다. 성 내외에 왕사를 창립해 기악을 모으고 군졸에게 휴가 때 즐기는 장소로 제공하였다. 이후 명문자제 귀공자들이 그곳에서 방탕하게 놀면서 자신을 파괴하니 변도(汴都)보다도 심하다. 항주의 와사는 성 내외에 17곳에 이른다.” 같은 책 20권 『기악(妓樂)』의 기록은 이렇다. “시가에 음악가 서너너덧 명이 팀을 이루어, 여자아이 한두 명을 들어 올려 춤추고 사(詞)를 노래하면서, 길거리를 따라 재주 부리며 장사한다. 설날에 등불을 밝히고, 봄 석 달 동안은 회관에서 즐기며 구경한다. 호수를 거닐며 조수를 구경할 때 주루나 유흥가, 기녀 집에서 응대하지만 받는 돈은 많지 않다. 이를 황고판(荒鼓板)이라 한다.” 모두 노래를 팔며 구걸하는 부류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길거리나 객점에서 노래를 파는 것과 비교하면 내용이나 방식이 복잡하고 복장 등이 화려했다. 여색을 팔기도 하였다. 기록에 따르면 노래를 팔며 구걸하다가 부자가 된 경우도 있었다. 청나라 말기에 오회(吳會)가 고향인 거지가 있었다. 육칠 세에 부친을 잃고 모친을 따라 바느질하며 살아갔으나,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어 오래지 않아 거지가 되었다. 사람이 총명하여, 은은하며 구성진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구걸하였다. 이후 세월이 쌓이니 점차 부유해지기 시작했다. 거상보다도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었다. 성인이 된 후 부친의 유업을 이어받아 신발가게를 차렸다. 청나라 말기 민국 초기에, 노래를 팔면서 구걸하는 거지가 비교적 많았다. 길거리와 골목을 돌아다니며 노래하면서 구걸하였다. 심지어 저택에 불려가 노래하기도 했다. 당시 유행하던 은어 중에 몇 가지를 보면 전체 흐름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 민가를 부르면서 구걸하는 것을 소리(響子)를 부르다 ; 소라를 울림, 징을 소리판 ; 점포를 높은 가게 ; 주인을 점포 두목 ; 구걸하는 것을 기와처마에 가까이 가다 ; 노래 부르는 소곡을 편자(片子) ; 향촌을 개 소굴 ; 주택을 가마 구멍 ; 호화주택을 높은 개 소굴 등등으로 불렀다. 이런 은어 코드로 구성된 언어의 뜻을 보면 노래를 팔며 구걸하는 거지들의 처지와 심리, 감정을 쉬이 감득할 수 있다. 옛날 북경 거리에는 남녀 맹인이 맹인용 지팡이를 짚고 악기를 가지고 연주하면서 구걸하였다. 북을 치며 구걸하는 걸인도 있었다. 모두 노래를 팔며 구걸하는 부류다. 어떤 사람들은 피서 하거나 대소사가 생겼을 때 맹인 예인을 불러 공연하였다. 노래 한 단락마다 2,3각, 혹은 몇 시간에 얼마를 주는 포천(包天)으로 계산해 줬다. 노래하는 소곡은 북경의 일이 대부분이었다. 예를 들면, 『탐청수하(探淸水河)』, 『왕우전(王友全)을 총살하다』 등, 『고금기관』 중 한 단락, 즉 『두십낭(杜十娘)이 격노해 백보상을 물에 가라앉히다』, 『교(喬)태수가 제멋대로 남녀 혼사를 맺어주다』, 『김옥노(金玉奴)가 박정한 남편을 때리다』 등이다. 서하대고(西河大鼓, 서하 지역의 곡(曲)으로 큰 북을 치면서 노래하는 민간 예술의 하나), 낙정대고(樂亭大鼓, 북방 지역의 곡(曲)으로 북을 치면서 노래하는 민간 예술의 하나), 매화대고(梅花大鼓)1), 고음연탄(五音聯彈, 4명의 악사들이 나와 서로의 손을 교차해 옆 사람의 악기를 켜면서 5개의 현악기를 연주) 등으로 생동하며 다채롭다. 살 길을 찾아 걸식하는 것이 목적이기에 노래를 팔면서 구걸할 때에는 때때로 노래에 국한되지만은 않는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희곡 곡예까지 겸하기도 하였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매화대고(梅花大鼓), 곡예(曲藝, 중국 설창 문예)의 하나로, 한 사람이 박자판을 치며 노래하고 두세 사람이 반주를 넣는다. 악기에는 ‘삼현(三弦)’, ‘비파(琵琶)’, ‘사호(四胡)’ 등이 있다. 노래 가사는 보통 일곱 자구와 열 자구로 되어 있다. 청(淸)나라 말기에 북경에서 생겨나 화북 일대에서 유행하였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땅에는 기운이 잘 모이는 땅과 기운이 잘 모이지 않는 땅이 있다. 명당은 용맥(龍脈), 즉 산줄기를 타고 흐르는 지맥이 이어져 생명력이 가득한 산천의 기운이 모인 곳으로 이러한 자리는 건강과 복을 얻을 수 있다. 명당의 입지와 환경은 지세가 포근하고 물이 잘 감싸 흐르는 양지가 바르고 사람이 살기에 아늑한 장소를 말하는 것이다. 풍수에서 용(龍)이라고 하는 것은 산의 능선이 상하로 높고 낮게 기복을 이루고 좌우로 구불구불하게 흘러 내려온 모습이 마치 꿈틀거리는 용의 모습과 같음을 의미하는 것인데, 그 변화무쌍한 형세로 이어진 산맥이 마치 풍운 조화를 일으키는 용의 모습에 비교한 것이다. 지맥(地脈), 즉 용맥이란 풍수지리에서 땅속에 있는 산천의 정기가 순환하는 토맥(土脈)을 말하며 지리적으로 말해 땅속 지층이 이어진 기맥(氣脈)을 가리키며 인체의 기혈(氣血)에 비교된다. 맥(脈)이란 본래 시각적으로 보이는 일반적인 산줄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용맥을 타고 땅속으로 흘러 통하는 기(氣)의 통로를 말한다. 산세를 타고 온 지맥을 기운이 흐르지 않거나 약한 사맥(死脈)과 기운이 잘 흐르고 생동하는 생맥(生脈)으로 구분하는데, 생기를 타는 용맥 중에서 기운이 가장 집중되어 모이는 곳을 풍수지리에서는 혈(穴)이라고 하는 것이다. 풍수에서 보통 지세에 따라 음양의 생기가 유동하는 것이 마치 인체의 맥락에서 기혈이 흐르는 것과 같으므로 생기의 운행이란 측면에서 ‘맥’이라고 한 것이다. 사람의 인상을 관찰하는 것이 관상이라면 풍수지리는 땅을 살피고 음양의 허실을 관찰하는 지리 분야이므로 땅의 관상, 즉 상지술(相地術)이라고도 부른다. 혈(穴)이 맑으면 귀한 인품이 나고 혈이 흐리면 천한 인품이 난다고 여겼으며 지맥을 받아 기운이 모이고 산세가 맑고 아늑한 곳을 일명 명당(明堂)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청룡, 백호, 주작, 현무가 잘 이루어지고 물길이 잘 감싸고 도는 포근하고 아늑한 지세의 적당한 곳을 말하는 것이다. 명당을 이루는 지맥의 흐름도는 다음과 같다. 집의 뒤쪽을 받치고 있는 주산(主山)이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수려하며 단정한 곳이며 주위 사방에서 호위하는 산들이 있고 산맥이 평지 쪽으로 유유히 뻗어 내리흐르는 물가에서 그쳐 평평한 들판에 집터가 이루어진 곳을 말한다. 가장 좋은 곳은 일조량이 적당하고 통풍이 잘되며 적당한 거리를 두고 전후좌우로 동산이나 산이 감싸주는 포근하고 아늑한 곳이 이상적인 명당이라 말할 수 있다. ☞ 명당은 심신을 건강하게 하는 치유의 장소이다! 예로부터 배산임수(背山臨水), 즉 뒤로 산을 의지하고 앞으로 물을 맞이하면 건강장수(健康長壽)하고, 전저후고(前低後高), 즉 앞이 낮은 듯하고 뒤가 높으면 세출영웅(世出英雄)하고, 전착후관(前窄後寬), 즉 앞이 좁은 듯하고 뒤가 넓으면 부귀여산(富貴如山)이라고 했다. 밝은 기운이 모이는 명당은 혈(穴)과 사(砂)가 합한 곳으로써, 양택이든 음택이든 산천의 기운이 흩어지지 않고 한 곳으로 조화롭게 모인 취합국세(聚合局勢)를 이룬 것을 말한다. 산천의 기운이 잘 모이는 장소들을 활용하여 관광과 연계한 명당의 기운 받기라는 치유코스를 개발하여 지역의 발전을 도모함과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활기찬 마을로 만들어갈 수도 있다. 전통적인 풍수 이론에서는 바람을 음기(陰氣), 물은 양기(陽氣)로 여겼으며, 이 두 가지는 모두 기(氣)가 돌아다니는 물질이다. 기(氣)의 양(陽)이라는 것은 바람으로 유행하는 것이고, 기(氣)의 음(陰)이라는 것은 물로부터 움직이는 것이다. 따라서 이 ‘기(氣)’는 특유의 겸성(兼性)을 가지고 있는데 즉 바람을 타면 흩어지고 물의 경계를 만나면 그친다.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바로 이 기(氣)가 모이면 살고 기(氣)가 흩어지면 죽는다. 이 때문에 “바람을 감추고 물을 얻는다. (藏風得水)”는 곧 풍수학설(風水學說)에서 말하는 ‘취기(聚氣)’의 근본이다. 이 가운데서 알 수 있는 것은 《역경》과 풍수학은 실제로 원(源)과 류(流)의 관계이다. 즉 근원과 파생의 관계이다. 한의학의 근본은 역시 음양오행의 이론을 바탕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음양오행의 전체적인 기틀과 이론 위에서 건립된 것이다. 변별로써 인체의 음양가 허실(虛實), 표리(表裏), 한열(寒熱) 등을 주요 임무이며 따라서 인체 내부와 사람과 환경의 협조 관계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신영대는? = 대한풍수연구학회 편집위원장, 한국역술인협회 공인 역학연구원이다. 중문학 박사와 풍수학자로서 ‘제주의 오름과 풍수’, ‘명리학원리대전’, ‘풍수지리학 원리’, ‘전원시인 도연명 시선', ‘흰 구름 벗을 삼아 읽어보는 당시선’ 등 다수의 저서를 냈다. '한라산 총서'의 구비전승·지명·풍수 분야와 ‘세계자연유산지구 마을일지 보고서’ 중 풍수 분야 공동 집필자로도 참여한 바 있다. 또 제주도 각 마을 '향토지' 풍수 부문에 공동 집필자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제주관광대 관광중국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른바 ‘매예형(賣藝型)’ 거지는 본인의 특기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기예를 자본으로 삼아, 관중을 불러 모으고 환심을 사면서 동냥하는 거지를 가리킨다. 옛날에 길거리에서 잡기, 무술, 곡예 따위의 기예를 팔아 생활하는 거지를 말한다. 강호에 나아가 기예를 파는 자의 개인 출신 성분, 사회배경, 처지 모두 대단히 복잡했다. 그중 거지는 항방(行幇)인 개방(丐幇)의 일원이 됐거나 흑사회(黑社會)에서 활약하기도 하여, 좋은 사람과 악한 사람이 섞여 있었다. ‘원시형’ 방식으로 구걸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훔칠 수 있으면 훔치고 사기 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사기를 쳐서, ‘순수견양(順手牽羊)’1) 식에 버릇이 들었거나 다른 법도에 벗어난 수단을 쓰는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매예형’ 거지는 사람을 모으는 방식과 동냥하는 방식이 천태만상이었다. 별의 별 것이 다 있었다. 그것들을 한꺼번에 모으면 ‘강호 예술단’이라고 부를 만했다. 퉁소를 불며 걸식하는 방법이 있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춘추시대에 ‘오자서(伍子胥)가 퉁소를 불며 구걸해 시정에서 밥을 빌어먹었다.’ 그래서 많은 거지들이 자기 직업의 조사(祖師)로 오자서를 모시어 공양했다. 현대에도 퉁소를 불며 구걸하는 거지들이 있다. 맹인이 대부분이다. 길거리나 시장 바닥에서 애절하면서도 원망하는 듯, 완곡하면서도 구성진 악곡을 불면서 구걸한다. 당나라 때에 서양에서 하모니카가 전래되어 하모니카를 불면서 구걸하는 거지도 생겨났다. 역시 맹인이 다수를 차지한다. 중국 내지와 홍콩에서 모두 볼 수 있다. 오자서가 퉁소를 불면서 구걸한 때부터 당대에 하모니카를 불면서 구걸하는 방식까지, 구걸 방식의 변화와 교체를 반영하고 있다. 하모니카가 유행하자 사람들이 즐거이 받아들였다. 오래되고 예스러운 퉁소는 거지 손에서도 시대에 맞춰 자리를 양보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오랜 역사 속에서 ‘길거리에서 퉁소를 불다’는 말은 구걸한다는 대명사가 되었다. 노래를 부르며 구걸하는 방식 강호에서는 ‘매춘(賣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역사가 유구하고 예나 지금이나 자주 보이는 구걸 방식이다. 가장 이른 시기는 전국시대에서 진(秦)나라 때까지 올라간다고 전한다. 노래를 아주 잘 부르는 한아(韓娥)라는 여인이 있었다. 노래를 팔며 구걸해 오늘날까지 ‘요량삼일(繞梁三日)’2)이라는 성어를 남겼다. 이야기는 『열자(列子)·탕문(湯問)』에 자세히 보인다. 한아가 먹을 쌀이 다 떨어지자 옹문(雍門)에서 노래하며 걸식하였다. 그녀가 지나간 지역에는 3일 후에도 여음이 남아 사람들이 그녀가 아직 주변에 머물고 있다고 여길 정도였다. 어느 날, 객점에 갔는데 객점에 있던 사람이 모욕을 주자 그녀는 소리 높여 구슬프게 울었다. 부근의 남녀노소가 그 울음소리를 따라 애처롭게 울면서 3일 동안 밥조차 먹지 못했다. 그런 지경이 되자 한아를 쫓아가 다시 노래를 불러달라고 간청하니, 노래를 불렀다. 사람들이 기쁨을 억누르지 못하여 함께 노래하면서 슬픔을 잊었다. 현지인들이 한아에게 후하게 보답하였다. 이후에 옹문 지역 사람 대부분이 노래를 잘하고 곡도 잘 지었는데 모두 한아의 여음이라 전한다. 이 이야기를 통해 노래를 팔며 구걸하는 거지는 오래전부터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길거리에서 노래하며 구걸하였을 뿐 아니라 객점에 들어가 여행객에게 노래를 들려주며 구걸했음도 알 수 있다. 후세에 창기로 생계를 유지하는 가녀(歌女)나, 소녀와 함께 다니며 주점이나 찻집에서 연주하며 구걸하는 맹인 예인이나, 객점에서 여행객에서 노래하며 입에 풀칠하는 사람들 모두 한아를 조사로 섬겼다. 노래와 함께 자태나 몸까지 파는 사람은 한아의 운명보다도 더 비참해졌으니. 구걸하며 다니는 거지 부류에서 노래를 팔며 구걸하는 거지는 일찍부터 존재했던 유형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