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성산일출봉에서 낙석 사고가 발생해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16일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8시 43분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에서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소방당국이 출동해 현장 확인 결과, 등산로 서측 약 1㎞ 지점 진진동굴 인근 접근금지 구역에서 70~80㎝ 크기의 암반 2개와 나무 3그루가 상부 약 3m 지점에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즉시 현장을 통제하고 안전선을 설치했다. 서귀포 재난상황실에도 통보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세계자연유산이자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성산일출봉에서 낙석이 발생하면서 방문객 안전 대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16일 오전부터 현장 점검에 나섰다"며 "현재 관계자들이 현장을 확인하고 있어 구체적인 원인과 추가 안전조치 여부는 더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고무보트를 타고 제주로 밀입국한 중국인 가운데 마지막 1명이 추가로 검거됐다. 이로써 밀입국한 중국인 6명이 모두 붙잡혔다. 제주해양경찰청은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30대 중국인 남성 A씨를 긴급체포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7일 오후 중국 남동부 장쑤성 난퉁시에서 다른 중국인과 함께 90마력 엔진이 달린 고무보트를 타고 이튿날 새벽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안을 통해 밀입국한 혐의를 받는다. 해경은 추적 수사 중 A씨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것을 확인하고 소재지를 파악해 이날 오후 1시께 충북 청주시에서 A씨를 검거했다. 현재 해경은 A씨를 제주로 이송하고 있다. 해경 조사 결과 A씨는 제주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화물선에 적재한 화물차에 숨어 배편을 통해 제주를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은 화물차 운전자인 50대 한국인 남성도 이날 오전 6시 40분께 제주항에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이날 붙잡힌 A씨와 함께 밀입국한 다른 중국인 5명(남성 4명·여성 1명)은 앞서 검거됐다. 제주에서 이들을 도운 중국인 여성 조력자 2명도 붙잡혔다. 검거된 중국인 남성 5명 중 3명은 구속됐다. 해경은 조사 과정에서 "중국인 6명이 함께 고무보트를 타고 밀입국했으며, 서로 모르는 사이로 중국인 브로커를 통해 돈을 주고 밀입국한 뒤 뿔뿔이 흩어졌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앞서 제주 해경은 지난 8일 오전 7시 56분께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녀탈의장 인근에서 미확인 고무보트가 있다는 주민 신고를 접수했다. 제주해양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의 현장 조사 결과 90마력 엔진이 설치된 고무보트에서 용량이 다른 유류통 12개와 구명조끼 6벌, 포장지에 중국어가 표기된 빵을 비롯한 비상식량, 낚싯대 등이 확인됐다. 해경과 경찰, 군 당국이 함께 조사한 결과 간첩 활동 등 대공 용의점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 연안 지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소비 규모가 지난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숙박 중심의 소비 구조가 뚜렷해지면서 제주가 외국인 해양관광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발표한 '외국인 해양관광 소비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 연안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쓴 금액은 전체 외국인 해양관광 소비의 24.7%를 차지했다. 이는 부산(42.1%)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이다. 특히 제주도에서 서귀포 지역은 숙박 중심(67.9%), 제주시 지역은 소매·유통 중심(48.2%)으로 소비 구조가 이원화된 것이 특징이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이 서귀포에서는 체류형 관광을, 제주시에서는 쇼핑과 유통 소비를 주로 즐긴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해양관광 소비는 1조258억원으로 2023년보다 42.3% 증가했다. 이 중 제주가 약 4분의 1을 차지한 셈이다. KMI는 외국인들이 체류와 숙박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제주 역시 성수기 편중을 완화하고 동절기 보완형 콘텐츠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정희 KMI 원장은 "제주 연안은 외국인 관광객의 숙박·쇼핑 수요가 뚜렷이 구분되는 만큼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며 "K-컬처와 연계한 체류형 콘텐츠를 확대해 제주가 글로벌 해양관광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지난 12일 마감된 민생회복 소비쿠폰 1차 지급에서 99%의 제주도민이 신청을 완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도는 지난 12일 오후 6시 기준 지급 대상 인원 66만1200명 중 65만4847명(99%)이 소비쿠폰 1차 신청을 완료해 총 1280억원의 소비쿠폰이 지급됐다고 15일 밝혔다. 지류를 제외한 소비쿠폰 사용액은 1019억원으로, 총 지급액 대비 79.6%의 사용률을 보였다. 이는 전국 평균인 64.1%보다 15.5%포인트 높다. 소비쿠폰을 지역화폐로 신청한 비율은 39.7%로 전국 평균 18.5% 대비 21.2%p 높았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 신청은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가능하다. 2차 지급대상은 건강보험료 기준 소득 하위 90%다. 2차 소비쿠폰 소득 하위 90% 선정은 2025년 6월 부과된 건강보험료 본인 부담금 가구별 합산액을 기준으로 한다. 이 합산액이 가구원 수별 선정기준 이하면 지급대상자가 된다. 1인 가구는 직장가입자 기준 연소득 약 7500만원 수준을 선정기준으로 설정했다. 소득원이 2인 이상인 맞벌이 등 다소득원 가구는 가구원 수를 1명 추가한 선정기준을 적용한다. 신청 첫 주에는 출생 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요일제가 적용된다. 2차 지급 시에는 지류형 소비쿠폰은 발급하지 않는다. 다만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와 장애인 등을 위한 '찾아가는 신청' 서비스에 한해 제한적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 전역에 강한 비가 쏟아져 도로와 건물 곳곳이 침수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15일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갑자기 내린 폭우로 인해 이날 오전 11시 53분께 제주시 용담삼동의 한 도로에 균열이 발생했고, 오전 11시 58분께 오라이동 도로에는 땅꺼짐 현상이 발생해 경찰과 소방당국이 안전조치했다. 또 낮 12시 2분께 제주시 용담일동과 용담이동 등에 있는 건물과 주택에 침수가 발생, 소방당국이 배수 지원 활동을 벌였다. 이외에도 제주시 연동과 오라삼동, 애월읍 광령리 등에 도로 침수가 속출하는 등 이날 오전 11시부터 낮 12시 30분까지 14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제주지방기상청이 낮 12시 20분을 기해 제주도 동부와 제주도 북부중산간에 호우주의보를 호우경보로 강화하는 등 제주 곳곳에 시간당 30㎜ 안팎의 강한 비가 쏟아졌다. 지난 밤사이에도 제주 곳곳에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쏟아지면서 침수 피해와 정전으로 인한 엘리베이터 갇힘 사고, 낙뢰에 의한 화재 등 각종 피해가 잇따랐다. 현재까지 이들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20분 기준 지점별 일강수량을 보면 와산 48.0㎜, 제주금악 41.0㎜, 유수암 31.5㎜, 고산 27.4㎜, 제주김녕 26.0㎜ 등을 기록했다. 기상청은 이날 제주에 천둥, 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 안팎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며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제주도가 오는 17일 제주도청에서 내년도 예산 협의를 위한 '예산정책협의회'를 갖는다. 15일 제주도에 따르면 이번 협의회는 도가 내년도 예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회 차원에서 반영이 필요한 국비 사업을 공유하고 협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가 지난 달 29일 국무회의를 통해 확정한 2026년도 정부예산안에 반영된 제주도 국비 규모는 2조301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6.7% 늘었다. 도는 이번 협의회에서 반영이 미흡하거나 제외된 사업을 집중 건의할 방침이다. 특히 내년 제주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장애인체전 대회의 시설 및 운영비 지원을 비롯해 행정체제 개편 협조, 포괄적 권한이양 등 제도 개선 요구도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협의회에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한정애 정책위의장, 최고위원 등 15명 내외가 참석할 예정이다. 앞서 2023년과 지난해 열린 협의회에는 당시 이재명 대표가 단식과 재판 일정으로 불참한 바 있다. 도는 이미 지난 달 25일 제주지역 국회의원들과의 당정협의회를 통해 ▲전국체전·장애인체전 운영 및 시설 개보수 ▲제주수산물 활어차 운송비 지원 ▲제주형 공공배달앱 지원 ▲그린수소 글로벌 포럼 개최 ▲제주농수산물가공센터 구축 ▲생활 속 에너지 전환 사업 ▲제주해녀 문화유산센터 조성 ▲평화 거점형 지역발전사업 ▲서귀포권 위판장 현대화 등 10개 사업을 제안한 바 있다. 전체 규모는 653억5000만원이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이날 주간회의에서 "협의회의 핵심은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와 부합하는 제주 정책을 설명하는 것"이라며 "각 실국은 제출 자료에 이를 충실히 반영해 준비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철저한 준비가 예산 확보와 정책 반영의 지름길"이라며 "주요 정책들이 중앙정부 계획에 반영돼 도민 체감 성과로 이어지도록 만전을 기하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 지도부의 제주 방문과 별개로 이재명 대통령이 각 지역을 직접 찾는 타운홀 미팅이 조만간 제주에서도 열릴 것으로 예상돼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당초 지난 7월 열릴 예정이었지만 미국과의 관세 협상 등 대외 외교 현안으로 제주일정이 연기돼 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국무조정실이 추진하는 '2025년도 청년친화도시' 공모 대상에 포함되면서 최종 지정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정 시 국비와 행정적 지원을 확보해 청년 정책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국무조정실은 16일 내달 27일까지 청년친화도시 공모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청년친화도시는 청년정책을 우수하게 운영하는 지역을 선정해 정부가 재정과 행정을 집중 지원하는 제도다. 지정되면 5년간 청년친화도시 지위를 갖게 된다. 특히 첫 2년간은 매년 2억5000만원씩 모두 5억원의 국비가 지원된다. 아울러 사업 추진을 위한 전문 컨설팅과 중앙정부 연계 정책 자문, 청년정책 담당자 교육, 각종 행정적 지원도 함께 제공돼 지자체의 정책 실행력을 높이는 장치로 작동한다. 공모 신청 대상은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와 세종특별자치시, 제주도다. 지정 희망 기초자치단체는 내달 15일까지 광역지자체에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고, 광역지자체는 이를 취합해 27일까지 국무조정실에 추천한다. 평가를 거쳐 오는 12월 최종 3곳이 선정된다. 지난해에는 서울 관악구, 부산 부산진구, 경남 거창군이 첫 청년친화도시로 지정됐다. 제주도 역시 이번 공모 참여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 지정될 경우 청년정책 추진에 필요한 국비 확보는 물론 제도적 기반 강화에도 탄력이 붙게 된다. 한편, 같은 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속성장과 발전을 위해 국가균형발전은 선택이 아닌 운명"이라며 "수도권 1극이 아닌 지방 5개 발전 축과 강원·전북·제주 등 3개 특별자치도를 육성하는 '5극 3특' 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이어 "고용률은 역대 최고치지만 청년 취업자는 16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청년 일자리 확대 정책과 청년친화도시를 세심히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에도 "청년고용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 달라"며 "청년 신규 일자리 창출을 통해 국가와 기업 모두가 '윈윈'하는 경제성장의 새 물꼬를 트자"고 당부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정부의 1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이 12일 오후 6시 마감된다. 신청을 놓친 국민은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이날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시작된 1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접수에는 전체 지급 대상자 약 5061만명 중 98.8%인 5002만여 명이 신청했다. 제주 지역은 지난 7일 기준 98.5%가 접수를 마친 것으로 집계됐다. 1차 쿠폰은 국민 1인당 15만원이 지급된다. 차상위계층과 한부모가족은 30만원, 기초생활수급자는 40만원을 지원받는다. 여기에 비수도권 주민에게는 3만원이 추가돼 도민은 최대 43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날 오전 브리핑을 열고 오는 22일부터 시작되는 2차 소비쿠폰 지급 기준도 확정·발표했다. 지급 대상은 국민의 약 90%다. 1인당 10만원씩 지급될 예정이다. 기준은 올해 6월 부과된 본인부담 건강보험료 가구별 합산액이다. 직장가입자 기준 4인 가구는 51만원, 지역가입자는 50만원, 직장·지역 혼합가구는 52만원 이하일 경우 지급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지난해 재산세 과세표준 합계액이 12억원을 넘거나 금융소득 합계액이 2000만원을 초과한 고액자산가 가구는 제외된다. 1인 가구는 청년과 고령층 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해 직장가입자 기준 연소득 약 7500만원(건보료 22만원)을 별도 기준으로 적용한다. 맞벌이 등 다소득원 가구는 '가구원 수+1명' 기준을 적용해 대상 범위를 넓혔다. 정부는 신청 과정에서 혼인·이혼, 출생·사망 등 가족관계 변동이 있거나 실직·휴폐업 등으로 소득이 줄어든 경우 이의신청을 통해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역 군인은 주소지가 아닌 복무지 주민센터에서 신청이 가능하다. 제주도민은 1차에서 이미 높은 접수율을 기록했다. 2차에서도 도민의 90%가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일부 고소득·고액자산가 가구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도민들의 생활 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길 기대한다"며 "특히 소멸위기 농어촌 지역 주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돌아가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프로축구 K리그1 제주SK FC가 바이에른 뮌헨(독일)과 로스앤젤레스FC(LAFC·미국)가 합작한 조인트 벤처 'R&G'(Red & Gold Football)와 손잡고 유소년 육성에 나선다. 제주SK는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코리아에서 '제주SK-R&G 파트너 조인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구창용 제주SK 대표이사와 요헨 자우어 R&G 대표이사, 구자철 제주SK 유소년 어드바이저 등이 참석했다. 뮌헨과 LAFC가 합작 설립한 R&G는 유망주 발굴부터 프로 무대 데뷔까지 지원하는 글로벌 플랫폼이다. 남미와 아프리카 클럽들과 협력해 유소년 발굴과 육성에 힘써왔다. 이번 협약으로 제주SK는 유소년 훈련과 대회 개최, 지도자 교류 등 다양한 협력 프로그램을 펼칠 예정이다. 요헨 자우어 R&G 대표이사 겸 뮌헨 유스 아카데미 총괄대표는 "정우영, 이현주, 김민재 등을 영입하며 이미 한국 선수들의 재능을 확인했다"며 "제주와 협력해 발굴한 선수들을 뮌헨과 LAFC로 초청해 훈련하는 것이 첫 단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창용 제주SK 대표이사는 "유소년 육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이번 파트너십으로 국내 유망주들이 해외 선진 축구를 경험하도록 하겠다. 올해 말부터 유럽 현지 경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체계적인 인프라 구축과 국내외 지도자 교류를 통해 유소년 선수들이 제주에서 성장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덧붙였다. 구자철 제주SK 유소년 어드바이저는 "한국에는 재능 있는 선수가 많지만 성장 과정에서 한계가 지적돼왔다"며 "이번 파트너십이 유소년 선수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한국 축구와 제주 구단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해안에서 또 포탄이 발견돼 군 당국이 수거했다. 15일 해군 기동함대사령부와 서귀포경찰서,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3시 서귀포시 성산읍 광치기해변에서 "폭발물로 보이는 물체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해군 폭발물처리반(EOD)은 해당 물체를 확인한 결과 오래된 불발탄으로 식별했다. 폭발 위험은 낮다고 판단해 오후 7시 안전하게 수거해 부대로 옮겼다. 현재까지 폭발 징후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5월 30일에도 서귀포시 월평동 월평포구 인근에서 포탄이 발견됐다. 당시에는 포탄에서 연기가 발생하자 EOD가 현장 안전 통제를 실시한 뒤 폭파 처리한 바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20년 넘게 지지부진한 묘산봉 관광단지 개발사업에 대해 제주도가 또 사업기간 연장 검토에 들어갔다. 일부 부지와 시설 매각 계획까지 더해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12일 '묘산봉 관광단지 조성사업 개발사업시행 변경승인' 서류 열람을 공고했다. 당초 내년 12월 31일까지였던 사업기간을 2031년 12월 31일까지 5년 연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상가 부지에 전원플라자를 신설하고, 오수처리장을 분리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이번 변경안에는 콘도, 호텔 등 일부 숙박시설 매각 방침도 포함돼 있다. 사업자인 제이제이한라는 매각 대금을 인프라 조성에 재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480억원을 투입해 16만6452㎡ 부지에 세계 각국의 식물을 전시하는 대규모 식물원과 정원, 박물관, 공연장 등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도내에서는 이번 매각 계획이 과거 '공유지 분리매각'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묘산봉 관광단지의 대다수 부지는 1997년 첫 사업자인 라인건설이 당시 북제주군으로부터 평당 2만9000원에 매입한 공유지다. 이후 한라그룹이 사업 부지를 인수하면서 2006년 세인트포CC(36홀 골프장)와 52실 규모 휴양콘도를 조성했으나 나머지 시설은 수십 년째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도는 지난 2021년과 2022년 사업기한을 연장해주면서 매각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제출받았지만, 이번 계획 발표로 ‘먹튀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도는 오는 27일 개발사업심의위원회를 열어 사업자의 변경 계획을 심의할 예정이다. 사업자 측은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매각 대금을 인프라 조성에 재투자할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묘산봉 관광단지 사업은 총사업비 9826억원 규모로 제주시 구좌읍 422만1984㎡ 부지에 골프장과 콘도, 관광시설 등을 조성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하지만 1997년 사업 승인 이후 시행사 변경과 재정난으로 장기간 표류하며 현재까지 일부 시설만 완공된 상태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오영훈 제주도정의 10대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을 둘러싼 찬반 갈등이 이번 주 정점을 맞을 전망이다. 제주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15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과 배제를 넘어서는 제주평화인권헌장을 지금 당장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연대는 "제주평화인권헌장은 세계인권선언과 대한민국 헌법 등 국내외 인권 규범을 토대로 도민 참여와 토론을 통해 완성된 약속"이라며 "지난해 위원회 구성과 도민참여단 운영, 공청회, 제정위원회 최종회의까지 절차를 모두 마쳤다. 이제 남은 것은 오 지사의 결단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혐오와 차별, 극우 세력의 방해 앞에서도 헌장은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 제주도당도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제주평화인권헌장이 일부 세력의 반발로 선포되지 못하고 있다"며 즉각 제정을 요구했다. 정의당은 "제주4·3 정신을 바로 세우는 것은 단순한 당위가 아니라 공동체 회복과 인권 보장으로 이어져야 할 과제"라며 "인권위원회 임기 만료 시점을 넘기기 전에 오영훈 지사가 즉각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헌장안은 제주도 인권위원회 심의·권고 절차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위원회 4기 활동 기한이 이달 말 종료되기 때문에 시한 내 결론이 나지 않으면 차기 위원회로 넘어가 사실상 원점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최종 제정·발표 권한은 제주지사에게 있다. 한편, 헌장안에는 4·3과 평화, 참여와 소통, 건강과 안전, 문화와 예술, 자연과 환경 등 도민 생활과 밀접한 권리와 제주도의 이행 원칙이 담겼다. 다만 성별·장애·출신지역·종교·성적지향·성별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한 조항과 4·3 폄훼 세력에 대응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반대 측은 역차별 가능성과 표현의 자유 침해를 문제 삼고 있다. 찬반 대립은 이번 주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6일 오전 보수·종교 단체가 도청 앞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예고했고, 같은 날 오후 제주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제정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에 나설 예정이다. 한 종교단체 관계자는 <제이누리>와의 통화에서 "제주평화인권헌장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또 다른 이름인 가짜 평화, 가짜 인권이라 절대 반대한다"며 완전한 폐기만이 제주도민을 살리는 정답이다"고 주장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오영훈 제주지사가 동조했다는 주장에 대해 허위사실이라며 경찰에 고발했다. 15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12일 법무법인을 통해 A씨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했다. A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오 지사가 계엄 당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오히려 동조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퍼뜨려 지사와 도청 공직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강재병 제주도 대변인은 "이는 명백한 허위 주장으로 공직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라 판단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며 "고발 대상은 개인 1명이며 언론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지난 3일 긴급 브리핑에서 "악의적 허위사실 유포에는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예고했다. 12일 만에 실제 법적 대응에 나선 셈이다. 앞서 도는 지난 4일 출입기자 간담회 등을 통해 오 지사의 계엄 당시 행적을 설명한 바 있다. 도에 따르면 오 지사는 지난해 12월 3일 수도권 일정을 마친 뒤 오후 10시가 넘어 제주에 도착했고, 자택에서 오후 10시 23분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계엄 발표 소식을 접했다. 이후 4일 0시 50분 SNS를 통해 입장을 밝히고, 오전 1시 30분 도청에서 긴급 영상회의를 주재했다. 강 대변인은 "3일 오후 11시 17분 행정안전부 당직실 지시에 따라 청사 출입문 폐쇄와 출입자 통제를 시행했으나 이는 평상시 야간 통제와 동일한 수준이었다"며 "계엄 동조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도는 당시 보도자료에 적시된 '청사 출입문 폐쇄' 표현은 행정안전부 당직실에서 전달된 내용을 그대로 정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도는 "허위사실 유포가 도지사 개인뿐 아니라 도청 공직자 전체의 명예를 훼손한 만큼 악의적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전역에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면서 각종 피해가 잇따랐다. 15일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9시 20분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한 주택 1층 주차장이 침수돼 소방당국이 배수 작업을 벌였다. 같은 날 오후 10시 35분에는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에서 정전으로 엘리베이터에 승객이 갇히는 사고가 일어났다. 15일 0시 26분에는 제주시 조천읍 대흘리의 야외 바비큐 시설과 인근 비닐하우스 간이창고에서 동시에 화재가 일어났고, 오전 2시 12분에는 서귀포시 토평동 폐타이어·폐배터리 보관 창고에서도 불이 났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소방당국은 조천읍 비닐하우스 화재 원인으로 낙뢰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으며 나머지 사고들도 집중호우와 낙뢰로 인한 정전·화재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날 오전 6시 10분 기준 누적 강수량은 고산 114.2㎜, 낙천 112.0㎜, 새별오름 100.5㎜, 서귀포 80.9㎜, 금악 70.0㎜ 등으로 집계됐다. 이날 제주의 예상 강수량은 10∼15㎜다. 제주지방기상청은 "이날도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릴 수 있다"며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 예방에 유의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최근 제주에서 열린 복싱대회에서 중학생 선수가 쓰러져 의식불명에 빠진 사고와 관련해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선수 부모 측은 대회 운영 전반에 대한 점검을 요청했다. 유 회장은 지난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두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 부모님의 심정을 떠올리면 가슴이 저리다"며 "무엇보다 사고로 의식을 찾지 못하는 선수의 빠른 회복을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 이후 대처에서 미흡한 점이 있다면 철저히 조사하고 검토하겠다"며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책도 찾겠다"고 덧붙였다. 또 "운동장은 아이들이 꿈을 키우는 곳이지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공간이 돼서는 안 된다"며 "경기 운영과 안전관리, 응급 대응 체계를 철저히 살펴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A군의 부모는 사고 이후 대처뿐 아니라 대회 준비와 운영 전반도 조사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A군 부모는 "사고 이전 대회를 준비하면서 안전 매뉴얼 점검과 심판·지도자 교육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살펴야 한다"며 "사고 후 대처만 본다면 사전에 막을 기회를 또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A군은 지난 3일 서귀포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제55회 대통령배 전국시도복싱대회에서 경기 중 상대 선수의 펀치를 맞고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져 뇌 수술을 받았지만 열흘 가까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현재 A군의 부모는 대회 운영과 응급조치, 소속 복싱 클럽 측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서귀포경찰서는 부모가 제출한 진정서를 토대로 대회 진행 과정과 응급 이송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 내사에 나섰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30일에 이어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했다. 이날 회견은 당초 예정한 1시간 30분보다 1시간을 더 넘겨 2시간32분 동안 진행됐다.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기자들과의 질문 답변을 통해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기회를 많이 가진 것은 바람직하다. 이 대통령 취임 100일이자 선물ㆍ옵션 만기가 겹쳐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네 마녀의 날’인 이날 코스피지수는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갔다. 전날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코스피는 이날 종가 기준 최고치도 뛰어넘어 3344.20으로 마감했다. 대선에서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약한 이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도 자본시장 활성화 및 증시 부양 의지를 재확인했다.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정부의 세법 개정안대로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할지에 대해 “주식시장 활성화가 장애를 받을 정도면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라고 해서 경제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당장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1%대 후반’으로 주저앉은 잠재성장률뿐만 아니라 1.0%에도 못 미치는 0.9%로 예상된다.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영화 ‘헤이트풀8(Hateful Eight)’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8번째 작품이다. 타란티노는 클래식 음악 대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순서대로 Op.(Opusㆍ걸작)라는 접두어로 작품번호를 명기하듯 자신의 작품에 일련의 작품번호를 붙인다. 헤이트풀8은 타란티노의 ‘작품번호(Op.) 8’인 셈이다. 영화 ‘장인’이라면 자신의 작품에 대한 그만한 자부심은 가져도 좋을 듯하다. 이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1877년이고, 공간적 배경은 미국 중서부 와이오밍주(州) 허허벌판이다. 지금도 한반도보다 조금 넓은 면적에 인구는 경기도 평택시 인구에 해당하는 50여만명이이니 1877년에는 거의 황무지라고 해도 무방한 곳이다. 그곳에 미국 북서부의 악명 높은 눈폭풍 ‘블리자드(Blizzard)’가 몰아치는 어느 날 영화가 시작된다. 남북전쟁이 1865년에 끝났으니 전쟁이 끝나고도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시점. 하지만 남북전쟁의 상흔이 여전한 혼란기 속 와이오밍은 미국의 주로 편입되기 이전의 무법천지 구역이다. 그런 위험한 황무지에 ‘미니(Minnie) 잡화점’이 있다. 사막 여행자들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영화의 주인공 중 하나인 존 루스(John Ruthㆍ커트 러셀 분)는 내로
밤새 소나기와 숨바꼭질을 하였다. 텁텁해도 에어컨 바람이 싫은 어머니와 그러면 잠을 설치는 내가 벌인 전쟁이다. 초저녁에는 에어컨을 켰다가도 밤 중이 되면 꺼드려야 단잠을 주무시는 어머니 때문에 벌어진 일. 아니, 잠자리에 들면서 에어컨을 끄는 대신 열어 놓은 거실의 통창으로 소나기가 쳐들어 온 탓이 더 크다. 부리나케 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니, 얼마 없어 어머니가 뒤척이며 불편해하시는 눈치다. 어떻게 알았는지 때마침 소나기가 그쳐 주길래, 다시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었다. 올여름 동안 실종됐던 시원해진 밤공기가 창틈으로 스며들어 왔다. 그 사이를 뚫고 풀벌레 소린지, 매미 소린지가 귓가를 간질인다. 문득 어린 시절의 여름밤이 떠오른다. 아버지는 쇠막을 개량해서 지붕을 콘크리트로 발랐다. 70평 터에 집, 창고, 변소, 수도, 화단, 눌(마소의 꼴을 저장하는 낫가리), 쇠막까지 꽉 들어찬 집에 새로 생긴 공간이었다. 그 시멘트 지붕에는 필요에 따라 곡식이나 빼때기(고구마를 썰어서 말린 절간)를 널기도 했다. 가장 기억나는 것은 아버지가 어촌계장 하시던 시절에 일본 수출용으로 말리던 염장 전복이다. 해녀들이 잡아 온 전복을 어촌계가 수매해서 내장은 게우젓으로
2026년도 정부 예산안은 여러 신기록을 보유한다. 우선 역대 최대 규모 증액 예산이다. 이재명 정부가 7월 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내년 예산안 총지출은 728조원. 올해 본예산(673조3000억원)보다 54조7000억원 많다. 증가율이 8.1%에 이르는 팽창예산이다. 본예산 기준 처음으로 700조원 시대를 개막한다. 문제는 급증하는 지출만큼 세금 징수 등 수입이 떠받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내년 총수입은 올해(651조6000억원) 대비 22조6000억원(3.5%) 늘어나는 데 그친다. 대규모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다. 정부안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에만 110조원의 국채를 추가로 발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내년 국가채무는 올해보다 113조원 불어나 1415조원에 이르게 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51.6%로 사상 처음 50%를 넘어선다. 필요한 분야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미국의 무차별 관세 부과로 인한 수출 감소와 내수침체 장기화로 내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1%대 후반)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정지출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도
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다. 5개월여 전인 지난해 12월3일 느닷없이 계엄이 선포됐다. 계엄과 쿠테타가 간헐적으로 등장하던 대한민국의 과거도 아니고, 그것도 45년 전이 마지막이었던 기억인데도 다시 등장한 것부터 이상했다. 남미와 아프리카도 아니고,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상했다. 그런데 그 계엄은 당일 밤 10시23분 선포돼 다음날 새벽 1시1분에 국회의원들의 결의로 해제 의결됐다. 2시간 38분만에 무효가 된 계엄령이었다. 이건 이상하다기 보단 좀 놀랍다. 그런데 그 이후로 이상함의 연속이다. 계엄이 무효가 되고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불려 다녔지만 그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그동안 공식적 사과는 한 적이 없다. 거꾸로 ‘내란몰이’라며 야당(이제는 야당이 아니다)과 국민 대다수를 오히려 겁박했다. 일부 기독교와 극우 세력은 지난 4월4일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만장일치 결정으로 대통령직 파면결정이 난 이후에도 여전히 ‘탄핵 무효’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그 집회현장엔 태극기·성조기와 더불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휘날린다. 어느 나라 국민인지 참 이상하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탄핵반대’를 외치며 그렇게
고교시절의 일이다. 40년 전이다. 그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생님의 얼굴은 퍽이나 상기돼 있었다. 고전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온화한 분이었다. 늘 학생들을 따뜻한 말로 대했다. 화내거나 꾸짖는 법이 없었다. 그날 선생님은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칠판에 백묵으로 한글자 한글자를 채워갔다. ‘가운데 중(中)’. 칠판을 가득메운 그 글자는 어떤 글자는 크게, 어느 글자는 작게, 그리고 어떤 글자는 비뚤어지게, 또 어떤 글자는 좌우 균형이 안맞게 ···. 그런 식이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5분이 넘도록 칠판 전체를 빼곡하게 그 글자로 메꿨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여러분 여기에 쓰인 가운데 중(中) 글자 중에서 어느 게 진짜 가운데 중(中)인가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뒤 하나 둘 손을 들었다. 각기 모양과 균형, 칠판에 적힌 위치 등을 근거로 ‘진짜 가운데 중(中)은 이겁니다’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선생님이 내놓은 의외의 답. “여러분! 정확하게 자로 잰 듯 꼭 들어맞는 중(中)이란 글자는 여기에 없습니다. 중립이란 그런 기계적 잣대가 아닙니다.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칩니다.” 한동안 멍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답은 지금으로선 이것 하나뿐이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갔으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그나마 그에게 투표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규정과 법을 따지고 할 필요도 없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그는 이제 ‘내란 혐의 피의자’ 신세다. 방조와 동조도 아니다. 이미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그는 ‘내란의 주역’이다. 대다수의 국민 상식으로도 그가 현재 대통령 관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 말이 안되는 지경이다. 당장 현행범으로 체포돼야 마땅한 정황과 사실관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도 검·경이 시간을 끌고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2024년 12월3일 한밤 10시 23분. 그는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운운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한술 더 떠 그의 상황판단은 이랬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내린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지난해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로 전국은 요동쳤다. 17개 시·도가 일제히 비상 체제로 흔들렸다. 비상계엄령이 발동되던 그 때 제주에서는 도청 본관 출입문이 닫혔다. 밤 11시 17분부터 다음 날 새벽 2시 13분까지다. 이 조치가 단순한 '출입문 통제'였는지, 아니면 '청사 폐쇄'였는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며 제주도정은 곧바로 '불법 계엄 동조' 의혹에 휘말렸다. 논란의 중심에는 오영훈 제주지사의 '부재'가 있었다. 오 지사는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불법 계엄 사태에 대한 여러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는 "그날 저녁 저는 제주에 없었다. 서울에서 기업인들과 면담을 마친 뒤 오산에서 식사를 했고, 오후 9시 5분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10시가 넘었다"고 말했다. 이후 자택으로 이동해 비서실장과 특보들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으며 지시를 내렸고, 새벽 1시 30분 도청 회의를 소집해 "군·경은 상부 지시가 있더라도 따르지 말라"는 불복 지침을 명확히 내렸다고 해명했다. 그는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역할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자단의 질문은 한 가지로 모였다. "
이쯤되면 거의 여론조작이라 말하는게 나을 듯 싶다. 제주에 기초자치단체를 다시 세우자는 논의가 막바지에 다다르는 시점에서다. 연이어 쏟아지는 '여론조사'라는 이름의 수치가 오히려 도민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도와 도의회, 정당과 연구기관, 나아가 언론사까지 앞다퉈 민심을 계량화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제각각이고 질문은 자의적이다. 불과 며칠 간격으로 나온 조사조차 상반된 결론을 내놓으니 도민의 눈에는 이 과정이 '정치적 셈법에 맞춘 각본'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지난 20일 발표된 제주연구원 조사에서는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 찬성 46.3%, 반대 34.9%라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찬성 응답자의 63%는 내년 민선 9기 출범과 동시에 도입을 원한다고 답했다. 표면적으로는 찬성이 우세했다. 그러나 불과 열흘 전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이 공개한 여론조사는 정반대였다. 도당 조사에서는 3개 구역안 반대가 43.1%, 찬성이 35.9%로 반대가 더 많았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정반대 결론이 도출된 셈이다. 도의회는 다시 별도의 여론조사를 추진 중이다. 이번 조사는 1500명을 대상으로 ▲행정체제개편위원회 권고안 인지도 ▲기초자치단체 설치 법률안 인지도 ▲선호 구역(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지난달 3일 새벽 5시. 초여름의 선선한 공기 속 제주시 삼도2동 제2투표소(제주남초)에 하나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본투표가 시작되기 직전의 풍경이었다. 정당 참관인과 투표 사무원,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속속 도착했다. 오전 5시 30분, 개시 준비가 본격화되자 사무원은 참관인을 상대로 투표지와 도장, 봉인 스티커를 하나하나 들어 보이며 설명했다. 봉인작업은 군더더기 없이 진행됐고, 투표소는 긴장감 속에서도 질서를 유지했다. 하지만 평온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전 6시 35분. 한 50대 남성이 조용히 투표소에 들어섰다. 신분증을 내민 그에게 여성 사무원이 선거인명부를 대조하던 순간, 전산 시스템에는 이미 '사전투표 완료'로 명시돼 있었다. "혹시 사전투표 하지 않으셨어요?" 사무원의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안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사무원은 옆 동료와 눈짓을 주고받고는 다시 물었다. 그리고 재차 "29일에 혹시 사전투표하지 않으셨어요?"라고 물었다. 남성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신분증을 챙겨 빠르게 투표소를 빠져나갔다. 현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참관인과 사무원들
"학생을 지키려다 제가 무너졌습니다." 제주시 한 고등학교 교사 A씨가 남긴 말이다. 그가 마주한 상황은 한마디로 무방비였다. 신체 접촉 피해를 입고도 아무런 보호 조치 없이 가해 학생과 수학여행을 떠나야 했고, 신고를 했지만 돌아온 건 "화해하라"는 말과 "수행평가 때문에 복귀해달라"는 요구뿐이었다. 결국 A씨는 병가와 특별휴가를 연달아 사용한 끝에 교단을 떠났다. 학교는 침묵했고, 교사는 끝내 혼자였다. 사건은 지난 5월 수업 중 발생했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던 학생을 제지하자 학생은 갑자기 A씨를 껴안으려 했고, 뿌리쳐도 다시 강하게 팔을 붙잡았다. 이후에도 새벽 시간에 문자가 왔고, 복도에서 위협적인 접근이 반복됐다. A씨는 학교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분리 조치는 없었다. "교권보호위원회에 신고되기 전까진 어렵다"는 설명이 전부였고, 보호 매뉴얼도 없었다.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조차 A씨가 직접 확보해야 했다. 가장 충격적인 건 닷새 뒤 그 학생과 함께 수학여행에 인솔 교사로 떠나야 했다는 사실이다. "도저히 함께할 수 없다"는 A씨의 호소에도 학교는 묵묵부답이었다. 그 뒤로 이뤄진 분리 조치는 고작 5일. 병가에 들어간 A씨에게는 "수행평가 문제
역사 속 인류사회는 방대하면서도 끝이 없는 풍속화이다. 다른 역사의 단면, 다른 자리나 모퉁이, 다각적인 생활공간은 모두 다양한 인류의 활동무대다. 변화하고 발전하는 멈추지 않는 무대에서 단장하거나 발가벗은 채로 다른 사회 층면, 다른 직업, 다른 연령, 다른 성별의 사람들의 양태를 표현하고 있다. 역사의 풍속화에 들어간 후, 정지된 스틸 속에 여러 양태가 매 시간 매 장소마다 언어, 행위, 사상, 심리상태를 묘사하지 않은 경우가 없다. 예부터 지금까지 거지가 구걸하는 수단과 방식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하층 사회 단체의, 하위문화의 여러 군상의 양태를 분명하게 드러내 보인다. 진짜도 있고 가짜도 있으며 눈물도 있고 웃음도 있다. 각양각색인 다양성도 있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여러 가지 가식적인 면사를 벗겨내면 대부분 희극적 형식의 추태를 연출해 내면서 울 수도 웃을 수도 없게 만든다. 아주 오래 전에 거지는, 참고삼아 이용할 만한 여러 가지 구걸 방식을 채용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수단(예나 지금이나 거의 비슷한 구걸 예술)을 이루었다. 독특한 하위문화 전승 형태로, 구걸 습속과 관례를 형성하였다. 당대에 기괴하고도 다양한 구걸 수단과 방식은 대부분 예전의 선례나 역사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은 감탄할 만한 기적이며 실재다. 보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인 뉴욕에 전문적으로 거지를 훈련시키는 ‘거지 학교’가 있다고 한다. 학교는 뉴욕의 외진 지역에 위치해 있다. 입학신청하려면 학비 100달러를 내야하고 졸업하면 증서까지 발급한다. 그 학교는 6일 과정이며 야간에 공부한다. 교실에서 이론을 강의한다. 마지막 이틀 저녁에는 거리에 나가 실습한다. 강사가 나누어 강의한 내용을 길가는 사람에게 구걸하는 기술을 실연해 보인다. 그때 교장은 곁에서 실습하는 상황을 지켜보고 그중의 오류를 찾아내어 다시 구체적으로 지도하여서 졸업생 모두를 구걸하는 데에 합격할 수 있도록 완벽하게 학습시킨다. 그중 가장 성공적인 기술은 병원이나 약국을 가기 위하여 급히 돈이 필요하다고 가장하여 구걸하는 것이었다. 목석간장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아픈 사람에게는 동정심을 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사람들의 그런 선량한 본능을 십분 이용했다. 성공한 거지가 될 수 있는 비결은 이렇다 : 말솜씨가 유창하고 기민하게 반응하며 인내심이 있고 얼굴이 두꺼워야 한다. 그리고 너무 가난하고 초라하게 분장해서는 안 된다. 중산층 인물로 분장해 갑자기 곤경에 빠져서 급히 타인의 도움을 필요한 것처럼 가장하는 것이 쉽게 구걸할 수 있는 비결이었다. 거지 학교를 세운 사람은 40세인 오마(Omar)로 제약공장에서 여러 해 동안 근무하였다. 학교를 설립한 주지를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공공사업이다. 나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살아갈 방도를 찾지 못하는 사람을 구하려고 세웠다. 우리 학생은 절대로 부도덕한 일은 하지 않는다. 도둑질도 강도짓도 하지 않는다. 단지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선량한 마음을 내게 한 후 보잘것없는 돈 몇 푼을 받을 따름이다.” 그런데 도둑질이나 강도질을 가르치지 않는다하여도 세상 사람들의 아름다운 착한 마음에 사기를 치는 것을 가르친다면 ‘도덕적인 일’이라고는 할 수는 없지 않는가! 하물며 그 ‘학생’들이 거지가 된 후, "도둑질도 안 하고 강도질도 안 한다"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절대 부도덕한 일을 하지 않는다”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사기란, 일정한 조건 아래 법률이 정하지 않은 ‘도덕’ 범주에 속한다하더라도 직접 사기를 치는 수법으로 타인에게 재물을 얻는다면 다른 차원의 범죄행위가 된다. 중국에는 아직까지 거지 기법을 가르치는 전문 훈련 기관은 없다. 그러나 구걸 기술은 역사상 하위문화 내부에서, 민간에서 전승되어 온 궤적이 분명하게 남아있다. 종적을 찾아 근원을 찾아내면, 많고도 어지러운 세상사 속의 하층사회 단체의 여러 군상을 명확히 알 수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민간 비밀 사회단체는 각자 일련의 규정과 직업 은어를 가지고 있었다. 하위문화에서 전승된 기본적인 상징이며 내용 중의 한 가지다. 거지 단체도 그렇다. 당대 미국학자 래리 A. 사모바, 리처드 E. 포터의 공저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 사람들이 주로 이상 행위에서 구성된 하위문하로 생각하는 것 중에서, 해당 문화의 언어 유형이 은어(argot)로 발전한다. 유랑자와 거지는 여러 가지 표준에 따르면 범죄자는 아니지만, 그들은 주류문화와 도무지 맞지 않는다. 모종 은어가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은어는 특정 하위문화와 그 단체 내부에 한해서 사용하는 언어이고, 구성원은 주류문화 밖에 있다. 하위문화와 문화 단체를 이해하려면 은어를 이해하여야 한다. “은어 언어의 특정 형식일 뿐만 아니라 특정 생활방식을 반영하고……심리상태, 사람과 사회에 대한 평가, 사유방식, 사회조직과 기술능력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 관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어는 언어와 행위가 서로 결함된 방식이다. 하위문화는 특수한 언어 코드를 사용하여 요구를 만족시키기에 은어는 중요하다. 그러한 기능은 첫째, 은어로 표현하면서 반주류문화를 돕기에 자위의 수단이 된다. 둘째, 공동으로 습득한 언어 코드를 통하여 하위문화 단체 내에서 일치성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셋째, 진정으로 생존에 적합한 사회적 실체의 단체를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된다. 일정한 하위문화 혹은 하위단체는 구체적인 환경 속에서 어떤 특정한 사람들에 대한 태도도 그들의 직업 언어 중에 반영된다. 여러 거지 단체의 은어(속어)는 강호 흑사회의 하위 언어문화 형태를 이룬다. 그렇기에 강호 여러 부류와 깊은 본질적 관계를 직관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명나라, 청나라 이래로 보이는 은어는 다음과 같다. 구걸을 괘한(掛熯, 걸어 말리다), 쇄산(碎山, 산을 부수다) ; 앉은뱅이 거지를 피가(披街, 거리를 나누다) ; 곤경에 빠졌다고 가장해 구걸하는 것을 탑상(搽相, 얼굴을 바르다), 목후(沐猴, 원숭이를 씻기다) ; 편지로 사정을 써서 구걸하는 것을 마가당(磨街黨, 길을 가는 무리) ; 여성을 데리고 다니면서 구걸하는 것을 관음당(觀音黨), 소개장을 가지고 돈을 구걸하는 것을 칭고상(稱古相, 예스럽고 수수한 상을 칭하다), 부모를 데리고 다니면서 구걸하는 것을 상문당(喪門黨), 읍하면서 구걸하는 것을 주권당(丢圈黨, 원을 던지는 무리), 울며불며 하소연하면서 구걸하는 것을 소원당(訴寃黨), 신의 이름을 빙자해 구걸하는 것을 동자당(童子黨), 뱀을 가지고 공연하면서 구걸하는 것을 차류(扯溜, 손으로 들다, 임분(臨汾)지역 방언) ; 원숭이를 부리며 공연하면서 구걸하는 것을 사노자(耍老子, 노자를 가지고 놀다) 등으로 불렀다. 이런 언어 코드는 비단 거지에게만 유행한 것이 아니라 강호 비밀 사회에서는 대부분 통용되었다. 단지 거지의 직업 특성에 국한된 언어일 뿐이다. 이 사이에 본업에 대한 은어들이 섞여있다. 예를 들어 보자. 돈을 구걸하는 것을 정파(釘把, 못 잡이) ; 사리에 어두운 것, 좋고 나쁨을 알지 못하는 것을 소렵등(小臘燈, 작은 초) ; 미인을 찰백(擦白, 닦아 하얗다) ; 이 사람을 격당마자(格檔碼子, 막아내는 놈) ; 눈을 파내는 것을 차조자(借照子, 동경을 빌리다) ; 좋지 않은 물건을 좋은 물건이라며 사기 치는 것을 매야인두(賣野人頭, 야인의 머리를 팔다) ; 재미삼아 사람을 희롱하는 것을 타붕(打棚, 막을 짓다) ; 돈을 빌리고 트집 잡아 빚을 갚지 않는 것을 도수흉(到手凶, 불행을 손에 넣다) ; 남편을 잃었다느니 처가 죽었다느니 하면서 구걸하는 것을 타단자(打單子) ; 거짓으로 친척을 방문했으나 만나지 못했다고 말하며 구걸하는 것을 탈축두(脫軸頭, 권축을 벗어나다) ; 재난을 피해서 왔다고 거짓말하며 구걸하는 것을 심반자(尋伴子, 짝을 찾다) ; 병이 들었다고 거짓부렁 하는 것을 묘황(描黃, 황색을 묘사하다) ; 벙어리를 사칭하는 것을 화지(畵指, 손가락을 그리다) 등으로 불렀다. 현대에 와서는 여자와 노는 것을 괘마자(掛馬子, 변기를 걸다) ; 소매치기가 지갑이나 호주머니를 터는 것을 발전(撥栓, 여닫개를 밀어내다) ; 내의 주머니를 터는 것을 번판자(飜板子, 판을 뒤집다) ; 상의 주머니를 터는 것을 개천창(開天窓, 천창을 열다) ; 장기간 한 지역을 불법 점유해 구걸하는 것을 궤점(跪點, 무릎 꿇다) ; 근거지를 산두(山頭) ; 소매치기 하는 것을 양협(兩夾, 양쪽에 끼다) ; 장물을 파는 것을 매교(賣巧)1) ; 장물을 사는 것을 흘교(吃巧)2) ; 남의 약점을 이용하거나 구실을 빌어 바가지를 씌우거나 재물을 뜯어내는 것을 흘이만(吃二饅, 만두 두 개 먹다) ; 철로를 쌍조(雙條) ; 버스를 단조(單條) ; 피를 파는 것을 도선(挑線, 선을 고르다) ; 백 원을 일간자(一杆子) ; 천 원을 조(槽) ; 만 원을 감(坎) 등으로 부른다. 이런 여러 가지는 거지의 수법(재주), 해당 비밀스런 작업, 심리상태를 충분히 드러내고 있는 동시에 공교롭게도 그 단체의 본 모습을 증명하고 있다. 즉 대단히 복잡하면서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유랑자, 무뢰배 등 다른 흑사회 단체와 본질적으로 일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모두 사회조직에 기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하위문화 범주에 속한 비정상적인 문화 시스템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매교(賣巧)는 한어(漢語) 어휘로 발음은 ‘mài qiǎo’로, 총명을 뽐내며 남의 의향에 영합하다 뜻이다. 능숙한 솜씨를 보이다 뜻도 가지고 있다. 2) 흘교(吃巧)는 한어(漢語) 어휘로 발음은 ‘chī qiǎo’로, 옛날 절강 지역의 풍속이다. 칠석 때 문 앞에 모여서 술을 마셨는데 그를 ‘吃巧’ 또는 ‘끽교(喫巧)’라 하였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간의 생명은 기(氣), 즉 에너지의 작용으로 유지되며 기의 조화와 부조화로 건강이 좌우된다. 지구는 자전과 공전을 반복하면서 기의 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곧 우리 인간이 호흡하는 원리와 같으면서 기적(氣的)인 호흡을 하는 지구상의 생채환경도 매한가지다. 천지 대자연을 바탕으로 시간과 공간의 영향권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자연생태계에서 발산하는 기운, 즉 자연에너지를 활용하여 인생의 번영과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힐링풍수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라 할 수 있으며, 자연에서 발산하는 좋은 에너지를 교감하여 보다 건강하고 심리적으로 안정된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함이다. 힐링풍수를 통한 다양한 치유 활동은 자연, 경관, 생태, 인문, 예술에 이르기까지 대상에 제한이 없으며, 풍수와 산림을 결합한 치유의 숲 명상 프로그램 조성은 국민의 건강 증진과 인성 회복 차원에서 필요하다. 산업화와 도시 문명, 각종 공해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힐링 풍수는 지속 가능한 생활환경 개선과 미래 건강 증진 프로그램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치유적 개념에서 힐링풍수는 입지론을 중심으로 지리적 환경과 기후적 조건에서 오는 기(氣)의 특성을 치유라는 개념에서 바라보고 있다. 풍수가 적용될 수 있는 영역은 크게 두 분야로 나눌 수 있는데, 돌아가신 조상을 모시는 음택 분야가 있고, 살아 있는 사람들의 삶의 공간을 풍수의 법에 맞추어 응용하는 양택 분야가 있다. 양택은 우리가 사는 공간인 개인의 주거 형태나 한 나라의 수도 또는 도시의 입지나 형태까지 모두를 포함하는 삶의 공간을 말한다. 이는 생동하는 기운이 잘 모이는 좋은 땅에 대지를 정해 건강과 행운의 복력을 구하고 삶을 윤택하게 하는 풍수법을 의미하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 자면, 주택의 형태나 방위적인 위치, 실내 구조, 색상의 분위기, 주변 환경 등에 이르기까지 모두 풍수의 이치에 맞추어 좀 더 안정적이고 쾌적한 주거 공간을 이루고자 함이다. 본 코너에서는 주로 생활 속 양택풍수를 중심으로 기(氣) 즉, 주택이나 건물을 중심으로 에너지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치유적 개념의 힐링 풍수를 다루고 필요에 따라 현대의 장묘문화, 조상의 음택풍수도 살펴보려고한다. 기(氣)는 우주공간에 작용하는 전파와 같은 생명력의 근원으로서 눈에 보이지 않는 근본 미립자와 같은 존재이자 삼라만상을 움직이는 근본 생명체이다.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사물이다. 보이지 않는 어떤 작용은 ‘기’인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다. 또한, 냄새도 없고 귀에 들리지도 않지만, 반드시 공간에는 어떤 유형의 ‘기’가 순행 유통하고 있다. 산천의 기운이 잘 응결된 풍수적 국세도 중요하지만, 어떤 상황을 막론하고 쾌적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부족한 지형과 구조를 풍수 이치에 맞게 보완하고 개선해 가는 일련의 과정이다. 천혜의 조건을 갖춘 완벽한 명당은 극히 드물다. 명당은 만들어가는 것이며 영원한 명당도 흉당(凶堂)도 존재하지 않는다. 풍수의 이치를 응용하고 활용하여 주거의 조건을 좋은 환경으로 보완하고 개선해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풍수적으로 조화로운 자연의 생태환경을 통해 심신을 건강하게 하는 주택이나 생활공간의 장소로 활용할 때 힐링풍수는 치유의 생활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살 터를 정할 때는 ‘생기(生氣)’, 즉 좋은 에너지가 모이는 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풍(風)’은 공기가 유동하는 현상이며, ‘수(水)’는 물의 흐름을 말한다. ‘기(氣)’는 육안으로는 식별할 수 없는 무형의 지기(地氣)와 공간에 존재하는 미립자인 에너지를 가리킨다. ‘기’는 중국 동양철학의 중요한 개념으로써 풍수를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그 이론과 방법은 모두 산천 대지의 기운이 요긴하게 모이는 곳의 문제를 가지고 전개한 것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신영대는? = 대한풍수연구학회 편집위원장, 한국역술인협회 공인 역학연구원이다. 중문학 박사와 풍수학자로서 ‘제주의 오름과 풍수’, ‘명리학원리대전’, ‘풍수지리학 원리’, ‘전원시인 도연명 시선', ‘흰 구름 벗을 삼아 읽어보는 당시선’ 등 다수의 저서를 냈다. '한라산 총서'의 구비전승·지명·풍수 분야와 ‘세계자연유산지구 마을일지 보고서’ 중 풍수 분야 공동 집필자로도 참여한 바 있다. 또 제주도 각 마을 '향토지' 풍수 부문에 공동 집필자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제주관광대 관광중국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부랑자, 무뢰배와 거지의 자연적 관계 불량배, 무뢰배라는 뜻을 가진 중국어는 ‘유맹(流氓)’이다. ‘맹(氓)’자는 원래 글자 뜻대로 고찰하면 거지와 연대관계가 깊다. 당나라 공영달(孔穎達)은 『모시정의』에서 말했다. “맹민(氓民)의 명칭은 문장 중의 뜻이 다르다.……맹(氓)은 몽(懵)이다. 몽(懵)은 무지한 모양(안 : 사리에 어둡다, 흐리멍덩하다)이다.” 원나라 유근(劉瑾)은 『시전통석(詩傳通釋)』에서 제기하였다. “맹(氓)은 모호하고 무지함을 이르는 말이다.” 청나라 단옥재(段玉裁)는 『설문해자』 주(注)에서 풀이하였다. “다른 지역에서 온 백성을 맹(氓)이라 한다. 그래서 민(民)과 망(亡)을 따랐다.” 근대에 어떤 학자는 단옥재의 설명에 대하여 『시·위풍·맹(氓)』의 맹(氓)은 ‘다른 지역에서 온 백성’에 부합한다고 하였다.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이주하거나 이 마을에서 저 마을도 옮긴 사람을 모두 맹(氓)이라 하였다. 그래서 청나라 훈고학자 주준성(朱駿聲)은 ‘맹(氓)’을 ‘저기에서 여기로 온 백성’이라 하였고 위원(魏源)은 ‘맹(氓)’을 ‘유랑하는 백성’이라 하였다. 현재 통속적인 표현으로 ‘맹(氓)’은 바로 ‘타지인’, ‘외래인’의 뜻을 가진다.(『신화문적(新華文摘)』) 이 해석을 빌면 불량배 뜻인 ‘유맹’은 우매하고 무지하며 정상적인 일을 하지 않으면서 도처로 옮겨 다니고, 심지어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는 사람을 가리킨다. 물론 이미 ‘맹(氓)’자의 본래 뜻에서는 벗어났다. 거지와 같은 부류는 그런 종류의 사람들이다. 거지가 사회에 커다란 해악을 끼친다는 것은 사실로 증명되었다. 그들은 단체를 결성하고 흑사회 집단으로 전락하였다. 미국의 인류학자 복(P. K. Bock)은 주장하였다. “사회에서 정당한 단체가 연속적으로 제기되는 사회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을 때는 사회에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단체의 중요성이 두드러진다.” “자발적 단체의 기능은 그 구성원에게 분명하게 행동하게 하거나 다른 형식으로 자아를 표현할 기회를 부여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거지는 떳떳하게 정당한 사회단체에 진입하기 어렵다. 거지 개인도 왕왕 사회에 발붙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공동의 사회 지위와 운명은 구성이 복잡한 하층 사회 구성원과 연계하여 한 사회 층면에 속한, 특수한 내부 질서를 갖춘 여러 가지 단체를 구성하였다. 자발적이면서 강압적인 성격을 가지는 단체 속에서 그 구성원은 생존해 나가는 데에서, 의지할 수 있는 곳과 자아를 표현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았다. 민국 초기, 상해 거지의 사회조직 상황 본세기 30년대 상해에 있던 거지의 집거지를 조사한 결과 조막에서 거주하던 거지도 파별로 나뉘어져 있었다. 향토(고향)에 따라 산동방(幇), 강북방, 안휘방 등, 각 방파 사이에 자체적인 계통이 있었다. 각 방파에는 우두머리가 있었다. 거지 두목으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두목은 소굴 내부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장악하고 있었다. 모든 일은 두목의 허락을 받고서야 진행할 수 있었다. 각 방파는 촌락과 같았다. 두목이 곧 촌장이었다. 거지의 방파란 ‘개방(丐幇)’을 말한다. 각 개방의 두목은 봉건시대의 제후와 같았다. 당시에 상해의 거지를 이끌던 두목은 육(陸), 주(周), 종(鍾), 왕(王)과 2심(沈), 2조(趙)인 8명의 방주였다. 육 씨가 제일 위에 있었고 다음으로 조 씨가 있었다. 합쳐 8형제라 불렀다. 전체 상해의 거지는 향토(고향)를 근거로 봉양(鳳陽), 회양(淮陽), 산동(山東), 강북(江北), 현지 방파를 합쳐 5대 개방으로 나뉘었다. 방파가 공동으로 제일 높은 우두머리인, 큰형님 ‘노대(老大)’를 추천했다. 두목들을 절충한 전권 대표였다. 두목은 지방의 상인대표와 지보(地保)가 본바닥 깡패 중에서 업무 능력을 인정받은 자를 추천하여 임무를 맡겼다. 부자세습이었다. 그들은 근거지 상해를 동서남북 4지역으로 분할하여, 8형제 중 2사람씩 나누어 각각 한 지역씩 관리하였다. 평상시에 거지 두목들은 내부의 질서를 유지하고 협력하는 책임을 졌고 갈등을 해결하였다. 연말연시가 되면 상점에서 헌납금을 받아다가 일부분을 여러 거지에게 나누어 주었다. 거지들이 평상시에 구걸한 수입도 일부분을 두목에게 납부하면 각계각층에 진공하였다. 만약 개방의 ‘가법’을 복종하지 않거나, 두목이 벽보를 붙인 상점에서 강제로 재물을 요구하거나, 개방에 반대해 다른 단체에 가입하거나, 다른 근거지에 침입하거나, 음란한 행위를 하거나 하면 상황에 따라 처벌하였다. 그들의 처벌 방식은 주로 형구를 쓰는 고문 형태였다. 예를 들어 ‘찰혼돈(扎餛飩)’은 손발을 묶어 하루 동안 밥을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이고 ‘판유배(扳油裵)’는 수 촌 넓이 목판을 등뼈에 끼워 넣는 형벌이었다. ‘판입액(板入額)’은 1촌 정도의 판을 이마에서 피부 안으로 끼워 넣는 것이었다. 더 센 것은 죽을 때까지 때리거나 경외로 추방하였다. 이러한 강력한 관리와 여러 겹으로 겹쳐 있는 조직 계통이 있기 때문에, 거지 두목은 십여 분이면 전 시내의 거지를 불러 모을 수 있었다고 한다. 범위가 그렇게 큰 상해시에서 오토바이 부대도 아닌데 어찌 그리 신속하게 모일 수 있었을까. 그런데 이 말에서 개방 조직의 힘을 엿볼 수 있다. 개방에서 가장 제일 작은 두목이 ‘야숙(爺叔, 숙부 뜻을 가진 상해 방언)’이라 불렀다. 직접 자기 관내에서 여러 거지를 관리하였다. 야숙도 거지이기는 했으나 모두에게서 ‘효경(孝敬)’을 받을 뿐 직접 구걸하지는 않았다. 거지 두목들은 조직 내에서 확고한 자리매김하기 위하여 왕왕 사회에 명망 있는 인물을 후원자로 삼아 도움을 받았다. 보스 즉 ‘노두자(老頭子)’로 모셨다. 상해 거지의 ‘노두자’는 대부분 흑사회의 중심인물이었다. 이렇듯 거지 조직은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흑사회 조직과 안팎으로 결탁하여 서로 이용하였다. 그러면서 거지 조직인 개방도 자연스레 흑사회 일원이 되었다. 내부적으로는 강권 통치를 실행하고 외부적으로는 온갖 나쁜 짓을 저질렀다. 이것이 바로 강호의 여러 유랑자, 깡패, 무뢰배 조직의 공통적인 특징이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