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술을 마시고 바둑을 둔 이웃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60대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은 1심보다 더 무거운 형을 요청한 반면 피고인 측은 여전히 무죄를 주장했다. 광주고법 제주 형사1부(재판장 이재신 부장판사)는 8일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69)씨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이자 결심 공판을 열었다. 앞서 원심 재판부는 직접증거가 없고 피고인 본인도 부인하고 있지만, 간접증거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된다며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은 사실 오인과 양형 부당 등을 이유로, 검찰 측은 양형 부당을 이유로 각각 항소했다. 이날 열린 항소심에서 검찰 측은 "여러 증거 등을 종합했을 때 유죄가 인정되나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원심 구형과 같이 징역 20년 선고를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피고인 측은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며 재판부에 "이 사건을 면밀히 다시 한번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원심에서는 상해치사 전력을 근거로 피고인을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으로 단정했으나 그건 50년 전 일이다. 2007년 이후로는 어떤 처벌 전력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피해자 사망 추정 시각의 근거가 된 참고인 진술이 일관적이지 않아 신빙성이 떨어지며, 당시 피고인이 만취한 상태로 살인 후 혈흔 정리까지 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제출된 CCTV 영상 만으로는 제3자 침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점 등을 지적했다. 선고 공판은 오는 22일 열릴 예정이다. A씨는 지난해 7월 8일 밤 서귀포시 자신의 주거지에서 60대 B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건물에서 각각 홀로 지냈던 두 사람은 사건 당일 처음 만나 식당에서 소주 3병을 나눠 마시고, A씨 주거지로 옮겨 술자리를 이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A씨가 자신의 주거지에서 B씨와 술을 마시고 바둑을 두다 B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른 것으로 판단했다. 부검 결과 B씨는 가슴과 목 등 9곳을 찔린 상태였다. 혈중알코올농도는 항거 불능 상태로 볼 수 있는 0.421%로 알려졌다. [제이누리=문도연 기자]
수십차례에 걸쳐 공금 등 9억원을 멋대로 빼돌려 쓴 수협 직원이 구속됐다. 제주경찰청은 8일 업무상 횡령과 사문서위조 행사 등의 혐의로 제주지역 모 수협 직원 30대 A씨를 구속했다. A씨는 예산 관리 부서에 근무했던 2020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70여 차례에 걸쳐 수협 계좌에서 9억여 원을 빼내 쓴 혐의를 받는다. 앞서 해당 수협은 올해 초 인사 때 A씨 범행 정황을 포착하고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하는 한편 자체 감사를 벌였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옥돔 등 가공품을 판매한 돈을 계좌에서 빼내서 쓰거나 보조금 사업을 진행한 업체 대금을 일부 빼돌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A씨가 업체 대금 영수증을 위조해 수협에 제출한 정황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공금을 임의로 사용하고 여윳돈이 생길 때 채워 넣는 방식으로 범행을 이어왔다. 임의로 사용한 9억원 중 2억원은 변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빼돌린 돈을 도박과 생활비에 탕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이누리=문도연 기자]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 미군정 하에서 일어난 제주4·3과 관련해 미국 현지에 추념비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의 책임론이 더불어 제기되고 있다. 재미 제주4·3기념사업회·유족회에 따르면 재미 4·3유족회 주도로 미국 보스턴에서 4·3희생자 추념비 건립 서명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서명은 제76주년 4·3희생자 미주 추념회가 열린 지난달 27일부터 시작됐다. 올해에는 학술적 성격이 강했던 추념식에서 벗어나 미국 현지 추념비 건립을 목표로 추념회 행사가 열렸다. 제주시 출신인 양수연 재미4·3기념사업회·유족회장은 추모사에서 "제주4·3은 세계 냉전의 시작을 알린 사건이며 제2차 대전 이후 아시아에서 발생한 최초의 대량 학살 사건"이라며 "미국을 사랑하고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제주4·3 사건이라는 렌즈를 통해 미국에 4·3 당시의 대외정책에 대해 질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이자 보수학자로 알려진 이성윤 우드로윌슨센터 선임 연구원은 특별 강연에서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G7의 지도자들이 기시다 일본 총리와 함께 히로시마 평화공원에서 원폭 피해자를 추모한 것을 언급하며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하게 되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제주4·3평화공원을 참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연구원은 또 "1908년 중국 '의화단의 난'으로 미국이 받은 배상금 미화 2500만 달러의 절반가량인 1400만 달러를 재미 중국 학생을 위한 교육 펀드 조성에 쓰도록 하는 법안을 미국 의회가 통과시켰다"며 "그 선례에 따라 미국에서 공부하기를 원하는 제주 대학살 희생자 가족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미 4·3기념사업회·유족회는 제주4·3의 완전 해결을 위해 미국 정부를 상대로 캠페인, 학술회의 등을 펼치기 위해 2021년 7월 출범했다. 이 단체는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제주 출신 4·3희생자 유족 및 후손을 발굴해왔다. 또한 4·3 학술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월든코리아와 연계해 후대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출범 당시 미국 내 제주 출신 4·3유족은 104명이다. 제주4·3특별법에 의하면 제주4·3은 미군정 때인 1947년 3월 1일 제28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경찰 발포에 의한 민간인 사망사건을 계기로 시작됐다. 그에 이은 저항과 탄압, 1948년 4월 3일의 봉기,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령 해제 때까지 군경 토벌대와 무장대간 충돌과정에서 민간인이 집단으로 희생된 사건 전체를 말한다. 정부 진상조사보고서에는 제주4·3 당시 적게는 1만4000명, 많게는 3만명이 희생당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제이누리=문도연 기자]
제주항공이 2022년 4분기부터 6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매출 5392억원과 영업이익 751억원을 기록해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7일 밝혔다. 제주항공이 공시한 2024년 1분기 잠정실적에 따르면 별도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4223억원 대비 27.7% 증가한 539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분기 3913억원 대비 37.8% 증가한 수치다. 또 영업이익은 751억원으로 전년 동기 707억원 대비 6.2%, 2019년 1분기 578억원 대비 29.9% 증가했다. 제주항공은 최대 실적의 주요 요인으로 견고한 중·단거리 여행 수요를 꼽았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일본, 중화권, 베트남, 필리핀, 괌/사이판 등 제주항공이 취항하는 중·단거리 국제선의 올해 1분기 수송객 수는 1813만4351명으로 같은 기간 전체 국제선 수송객 2160만7700명 중 83.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항공은 견고한 중·단거리 여행 수요에 맞춰 선제적이고 탄력적인 노선 운영을 통해 비교적 회복이 더딘 중국본토 노선의 영향을 최소화 했다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은 또 효율적인 기재 운영 전략이 이번 1분기 호실적에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올해 1분기 보유 항공기의 운용 효율을 극대화한 결과 기재수가 동일했던 2019년 3913억원 대비 37.8%, 3대 적었던 지난해 4223억원 대비 27.7% 증가한 5392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제주항공은 올해에도 안정적인 차세대 항공기 구매 도입을 통해 원가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견고한 중·단거리 여행 수요에 맞춘 선제적이고 탄력적인 노선 운영을 통해 중국노선 회복 지연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며 “중국 노선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흑자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 소방안전본부는 수난사고가 발생했을 때 구조대상자의 위치를 보다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수난인명구조장비함에 위치번호를 부여해 운영한다고 8일 밝혔다. 제주소방은 수난사고 특성상 신고자의 위치 파악이 어려운 점을 해결하기 위해 도내 주요 항·포구 등 물놀이 사고 위험지역 107곳에 설치된 수난인명구조장비함(구명조끼, 구명환, 구명줄 구비)에 119신고 시 신속하게 위치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위치번호를 부여해 활용할 방침이다. 위치 번호는 '제주-1∼42', '서귀-1∼18', '서부-1∼21', '동부-1∼25' 형식으로 부여돼 각 수난인명구조장비함 외부 상단에 표기됐다. 노란색 반사띠를 사용해 야간에도 볼 수 있게 했다. 수난인명구조장비함 인근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신고자가 119 신고 시 위치번호를 알려주면 119종합상황실에서 지리정보시스템에 사전 등록된 위치정보를 통해 신속하게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제주소방은 지난달부터 곶자왈과 오름 등 주요 길잃음 사고 우려지역에 설치된 길잃음 주의 안내표지판 23개와 119구급함 50개에도 위치번호를 부여해 운영하고 있다. 길잃음 주의 안내표지판은 고사리 채취 시 길잃음 사고에 주의하도록 설치됐다. 위치번호는 표지판 상단에 ‘안내표지판-1~23’ 형식으로 부착돼 있다. 119구급함은 올레길, 오름 등 안전사고 발생 우려 지역에 마련됐다. 응급처치가 가능한 부목, 붕대, 거즈 및 반창고 등을 비치했다. 위치번호는 구급함 상단에 ‘구급함-1~50’ 형식으로 부착돼 있다. 고민자 제주소방안전본부장은 "수난사고와 길잃음 사고 등 긴급 상황에 처한 도민을 신속하게 구조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위치 파악을 통한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사고 대응 체계를 마련해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7일 오후 3시 24분께 제주시 도두동 사수포구에서 1t 트럭이 포구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났다. 운전자 50대 A씨는 자력으로 탈출했다. 건강 상태에 이상이 없어서 병원에 이송되지는 않았다. 경찰은 이날 이 일대에서 열린 제주하수처리장 현대화사업 규탄 시위에 참여했던 A씨가 흥분 상태에서 사고를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주하수처리장 현대화사업은 제주시 도두동에 있는 하수처리장을 증설해 1일 하수 처리용량을 현 13만t에서 22만t으로 늘리는 사업이다. 오는 2028년 1월 준공이 목표다. 도두동 신사수마을 주민들은 이와 관련해 '생존권 사수 투쟁위원회'를 결성해 악취 배출 굴뚝 공사 강행 중단, 공사 피해 저감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전국 의대 교수들의 집단 휴진에 제주대학교병원 교수들도 가세한다. 제주대 의과대학·제주대병원 교수협의회는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결의에 따라 오는 10일 평일 휴진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제주대 교수협의회는 "이번 휴진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촉발됐다"면서 "교수들의 과로를 줄이기 위한 결정으로, 자발적 참여 의사가 있는 교수에 한해 휴진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제주대 교수협의회는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은 '필수진료 과목 위기' 원인에 대한 명백한 오진에서 비롯됐다"며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밀어붙이며 전공의들 사직이 이어졌고, 교수들은 심각한 과로 상태에 빠지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와 같은 비상진료 체계가 장기화할 시 응급환자와 중환자 진료마저도 위태롭게 된다"고 주장했다. [제이누리=문도연 기자]
지난 4월 제주도 평균기온이 16.2도로 나타났다. 50여년 이래 관측사상 역대 최고다. 7일 제주지방기상청이 발표한 '2024년 4월 제주도 기후특성'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도(제주·서귀포·성산·고산의 평균값) 평균기온이 16.2도로 평년보다 2.1도 높았다. 이는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평균기온이다. 1998년이 16.1도로 2위, 2018이년 15.5도로 3위다. 지난달 평균 최고기온은 19.5도, 평균 최저기온은 13.2도로 역시 각각 역대 1위를 기록했다. 기상청은 "지난달 상대적으로 찬 대륙고기압 강도가 약하고, 이동성 고기압 영향을 자주 받아 평년보다 기온이 높았다"며 "이동성 고기압이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동안 맑은 날씨를 보였고, 동쪽으로 빠져나가면서 따뜻한 남풍계열 바람이 불어 기온을 높여줬다"고 설명했다. 4월 제주도 강수량은 174.1㎜로 평년(91.5∼151.1㎜)보다 많았다. 강수일수는 14.3일(평년 9.5일)이었다. 중국 남부지방에서 발생한 저기압이 주로 우리나라 남쪽 해상으로 통과하면서 비가 자주 내렸고, 강수량도 많았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또한 4월 황사일수는 4일로 평년(2일)보다 많았다. 지난달 17∼20일 내몽골 지역에서 발생한 저기압 후면으로 모래 먼지가 북풍 계열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로 유입돼 황사가 관측됐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어린이날인 5일 제주에 비바람이 치면서 제주국제공항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현재 제주공항 출발·도착 항공편 63편(출발 34, 도착 29)이 결항했다. 지연 운항한 항공편도 186편에 달한다. 제주공항 측은 제주공항과 김해 등 다른 지역 공항 기상악화로 인해 결항이 빚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공항에는 현재 강풍경보와 급변풍 경보가 발효 중이다. 각 항공사 발권 창구 앞은 다른 항공편을 구하거나 환불 절차를 알아보려는 결항편 승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며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연휴인 탓에 6일 항공편도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 결항편 승객들은 저마다 휴대전화를 들어 항공사나 여행사 앱을 켜고 항공편을 알아보는 등 초조한 모습이었다. 현재 각 항공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확인해보면 제주 출발 국내선은 6일은 물론 7일 항공편도 예약이 어려운 상황이다. 기상청은 "6일 새벽까지 강풍과 급변풍으로 인한 제주공항 항공기 연결편의 비정상 운항 가능성이 있겠으니 공항 이용객들은 사전에 운항 정보를 확인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제이누리=문도연 기자]
지난해 서귀포시가 공들였던 케이팝(K-POP) 콘서트 '글로컬 페스타'가 파행상황을 빚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행사 선정과 협찬금 운용과정 등 총체적 문제투성이었다는 감사결과가 나왔다. 제주도 감사위원회는 3일 서귀포시에 대한 종합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서귀포시가 열었던 '글로컬 페스타'는 사실상 엉망이었다. 우선 협찬금 모금부터 문제였다. 제주시나 서귀포시 주최·주관 행사에서 협찬을 받게 될 경우 제주도 기부심사위원회를 통해 사전 심의를 받거나, 직접 사용에 대해 행안부와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 행사와 관련해 모집된 협찬금은 이같은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또한 협찬금은 서귀포시가 직접 입·출금 관리를 했어야 했지만 실제 입·출금 관리는 A 업체가 맡았다. 대행사 선정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귀포시는 대행사 선정 과정에서 협찬금 유치 규모를 정략적 평가 기준으로 정하기도 했다. 법령 위반임은 물론 이행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협찬금 유치항목을 평가 기준에 포함시키면서 다른 입찰자와의 형평성을 훼손하고 특혜 논란을 초래했다. 또한 대행사의 과업변경에도 서귀포시는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대행사는 당초 부대행사장에 컨테이너부스를 조성하기로 제안했지만, 도내 물량수급이 어렵다는 이유로 몽골천막과 목공부스로 변경했다. 과업에 없던 홍보물 등을 별도의 입찰을 거치지 않고 설계변경을 통해 대행사 과업에 포함했다. 콘서트 출연진도 대행사가 임의로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행사는 제안서 평가 당시에는 출연진으로 '싸이'급 공연진을 구성하겠다고 했다. 당초 '싸이, 플라이투더스카이 브라이언, 오마이걸 승희, 비니, DJ KOO+젝스키스, 에일리, 마마무, sontong' 등으로 출연진을 구성하겠다던 대행사는 '스텔라장, 존박, 인피니트, CIX, 비오, 하이키, 오마이걸'로 출연진을 변경했다. 그럼에도 서귀포시에는 이 부분에 대해 계약금액에서 감액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 감사위원회는 "서귀포시는 회계 질서를 문란하게 운영하는 한편, 대행사 선정 과정에서 형평성을 훼손하는 등 계약업무를 부적정하게 처리했다"며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엄중 경고 조치하기 바란다"고 도지사에게 요구했다. 서귀포시는 지난해 10월 지역 문화산업 발전 등을 위해 10억원 가량의 예산을 들여 K-Pop콘서트를 개최했다. 이 행사를 두고 같은해 11월 도의회에서 글로컬페스타 예산 10억원을 편성하느라 노인과 장애인 등 관련 소액 예산을 삭감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서귀포시는 올해에도 이 콘서트를 열겠다며 20억원의 예산안을 도의회에 제출했지만, 의회에서 전액 삭감됐다. [제이누리=문도연 기자]
강기탁 제주도 감사위원장의 취임과 더불어 감사위원회의 위원 인적 구성에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위원장 취임에 맞춰 감사위원 2인이 사퇴하거나 임기만료를 목전에 두고 있고, 나머지 위원들 역시 임기 종반에 이르렀다. 3일 제주도 감사위원회에 따르면 강기탁 제7대 감사위원장 취임에 맞춰 정대권 변호사가 감사위원 사직 의사를 밝혀 후속 인선 절차를 밟고 있다. 정 변호사는 2021년 11월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위촉했다. 제주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정 변호사는 같은 고교와 대학 후배인 강 변호사가 감사위원장으로 취임하자 사퇴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오영훈 제주지사는 정 변호사의 뒤를 이을 후임으로 정치권 인사를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 지사가 해당 인사를 추천하면 제주도 감사위원 선정·추천위원회의 심사와 신원조회를 거쳐 정식 위촉될 예정이다. 아울러 김용균 감사위원의 경우 오는 9일 임기가 만료된다. 김 위원의 뒤를 이을 후임 인선도 함께 이뤄질 전망이다. 김 위원은 제11대 제주도의회 좌남수 의장의 추천을 받고 임명된 바 있다. 현 김경학 의장은 김 위원의 후임으로 언론인 출신 인사를 지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해당 인사에 대해 제주도의회 감사위원 선정·추천위원회 심의가 진행되고 있다. 감사위원은 감사정책과 자치감사 계획, 신분상 처분 요구 등 사안에 대해 심의 및 의결 권한을 갖고 있다. 업무의 특성상 전문성과 독립성이 수반돼야 하는 합의제 기구로, 감사위원은 위원장을 포함해 7명으로 구성돼 있다. 3명은 도의회, 1명은 도교육감, 나머지 2명과 위원장 1명은 도지사가 추천한다. 2021년 감사위원 임명 당시 제주도의회에서는 강관보 전 도의회 사무처장과 김선홍 전 제주도 미래전략과장 등 전원 공직자를 추천했다. 도교육청에서는 강시영 전 도교육청 정책기획실장을, 도는 정대권 변호사와 공직자 출신인 양술생 전 제주시 사회복지위생국장을 추천했다. 감사위원에 '퇴직 공무원'이 대거 추천되면서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오는 11월에 임기가 끝나는 감사위원은 강관보 전 도의회 사무처장, 김선홍 전 제주도 미래전략과장, 양술생 전 제주시 사회복지위생국장, 강시영 전 제주도교육청 정책기획실장이다. 이들 4명 중 강관보·김선홍 위원의 후임은 7월 취임하는 차기 도의회 의장이, 양술생 위원의 후임은 오 지사가 추천하게 된다. 강시영 위원의 경우 김광수 교육감이 후임을 결정한다. [제이누리=문도연 기자]
어린이날이 낀 연휴 기간(3~6일)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당초 예상치인 17만여명에 근접한 16만7000여명으로 집계됐다. 7일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연휴 기간 4일동안 16만7461명이 제주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2023년 5월 4∼7일) 4일간 11만42명의 관광객이 찾은 것과 비교해 5만7419명(52.18%)이 늘었다. 하지만 제주도관광협회의 예상치에는 미치지 못한 수치다. 관광협회는 어린이날이 낀 연휴 기간 국내외 관광객이 17만2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어린이날 당일 강한 바람과 많이 비가 내리면서 항공기 결항과 지연이 속출해 관광객이 제주를 찾지 못한 탓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 날짜별 관광객 입도현황을 보면 4일간의 연휴 중 관광객은 대부분 예상치를 웃돌았다. 하지만 어린이날인 5일은 제주 입도객이 예상치(3만6000명)보다 적은 2만9679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어린이날 연휴에도 궂은 날씨로 인해 5월 4∼5일 이틀간 항공기 149편, 선박 6편이 결항해 입도 관광객이 크게 줄어든 바 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7일 오후 1시 15분께 제주시 우도면 연평리 주흥동방파제 인근에서 삼륜 전기 오토바이가 약 2m 아래 해안 갯바위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A씨(40·충남)씨와 A씨의 딸(7)이 다쳐 119구급대에 의해 제주시의 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제이누리=문도연 기자]
올해 이상기후 현상으로 '벌마늘' 피해를 입은 제주 마늘 농가들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제주산 마늘의 2차 생장 피해가 농업재해로 인정된 것이다. 제주도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마늘 2차 생장 피해를 입은 것을 농업재해로 인정함에 따라 마늘 농가들의 피해접수를 받는다고 3일 밝혔다. 제주지역의 경우 마늘 인편 분화기인 지난 2월부터 3월 사이에 잦은 강우와 평년대비 높은 기온, 일조량 부족으로 인해 2차 생장인 '벌마늘' 발생율이 평년과 대비해 급증했다. 벌마늘은 하나의 줄기(대)가 나와야 하는 마늘 한 쪽에서 여러 개의 줄기가 나와 마늘 쪽이 벌어져 버리는 생리장애 현상이다. 이 때문에 통상 6~10알 정도가 생성돼야 할 마늘 한 쪽에서 최대 20여 개 정도의 마늘 알이 불규칙하게 자리잡아 상품성이 크게 떨어진다. 농업기술원이 지난달 16일부터 이틀간 도내 마늘 재배포장을 중심으로 2차 생장 발생율 표본을 조사한 결과 피해율은 5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년 발생율이 5%인 것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도는 농림축산식품부에 제주산 마늘에 대한 피해 지원을 요청했고, 결국 농업재해로 인정됐다. 이에 따라 도는 오는 10일까지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마늘 피해 신고 접수를 받는다. 마늘 2차 생장 피해를 입은 농가는 마늘재배지 지번과 피해상황 등을 확인한 후 농지 소재지 읍면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피해신고서를 작성하면 된다. 도는 피해신고 접수가 마무리되면 13일까지 신고된 필지에 대한 현장 확인을 거칠 계획이다. 이후 피해 복구 계획을 수립하고, 농식품부에 국비 지원을 요청할 방침이다. 피해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원 기준은 ha당 농약대 250만원, 대파대 550만원이다. 강재섭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장은 "마늘 2차 생장 피해가 농업재해로 인정돼 피해농가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피해 농가들이 적극 신고할 수 있도록 신청 안내와 복구계획 수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9일 전국마늘생산자협회 제주도지부는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늘 2차 생장 피해를 자연재해로 인정하고 전수 조사를 실시, 피해 마늘을 전량 수매하는 등 농가 보상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제이누리=문도연 기자]
어린이날 제주국제공항에 내려졌던 강풍경보와 급변풍경보가 모두 해제돼 6일 항공편 운항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에 따르면 대만 타오위안발 이스타항공 ZE886편이 이날 오전 6시 제주공항에 도착한 데 이어 현재까지 모든 항공편이 순조롭게 운항하고 있다. 이날 국내선과 국제선 왕복 511편이 운항할 예정이다. 전날 제주공항에 강풍경보와 급변풍경보가 발효되고 많은 비가 내리면서 운항이 예정됐던 왕복 500편 가운데 국내선 왕복 71편과 국제선 왕복 2편이 결항했다. 또 김포, 부산, 광주, 대구 등 대부분 국내 노선의 왕복 318편이 지연 운항했다. 강풍경보와 급변풍경보는 5일 오후 10시 55분과 58분에 각각 해제됐다. 6일 새벽까지 내리던 비도 모두 그쳐 현재 맑은 날씨를 보이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5일부터 이날 새벽까지 한라산에 폭우가 쏟아져 삼각봉 951.5㎜, 진달래밭 937.5㎜, 영실 756.5㎜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그 외 주요 지점 강수량은 서귀포 98.1㎜, 고산 83.3㎜, 성산 75.6㎜, 제주시 21.6㎜다. 전날 강풍을 동반한 폭우로 고립 사고와 전봇대가 쓰러지는 등 각종 피해가 발생했다. 제주시 용강동 별숲공원 용강목장 인근에서 하천이 불어나 고립됐던 70대 여성 A씨가 소방대원들에 의해 구조됐다.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에서 전봇대가 쓰러졌고, 노형동에서 신호등이 꺾이고, 해안동에서 하수가 역류하는 등 총 14건의 피해가 잇따랐다. [제이누리=문도연 기자]
총선이 끝난 지 거의 한 달이 되는데도 의대입학정원 증원 계획에 따른 의료대란이 계속되고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속담처럼 애꿎은 국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모든 싸움의 시작은 착각에서 시작된다는 말도 있듯이, 이번 사태도 그런 모양새다. 정부에서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필수의료 붕괴사태가 의사의 부족 때문이라고 여기고 있으나, 의사회에서는 정부의 실책 때문이어서 의사 수를 늘려도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우리나라 의료를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위험이 크다고 항변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국민들 대부분이 의사가 부족해서 그런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국민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으니 어려움이 있어도 강력히 추진하여야 한다고 여기고 있으나, 의사회에서는 의료의 특수성을 모르는 국민들의 여론에 따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도 예수님이나 소크라테스도 여론재판으로 죽음을 맞았고, 나치정권도 국민의 투표에 의해 탄생했으니, 여론이 아무리 우세하더라도 옳지 않은 결정에는 항거하는 것이 지식인의 도리다. 정부에서는 여론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니 의사들이 그렇게 강력히 저항하리라 예상하지 못 했고, 의사들은 정부가 사태의 원인과 이 정책으로
민심이 매섭게 회초리를 든 총선이 끝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새 ‘선거 효과’는 사라져가는 모습이다.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자세를 낮추더니만, 22대 국회 출범을 앞두고 국회의장과 여야 정당 원내대표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면면과 출사표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이른바 ‘찐명(진짜 친이재명)’계가,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찐윤(진짜 친윤석열)’계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새로 시작하는 국회의 주요 포스트가 계파색 짙은 강경파 인사로 채워지면 당내 갈등은 물론 여야 관계가 삐걱대며 국정 현안과 개혁 과제들이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민주당 몫 국회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기계적 중립은 없다”며 선명성 경쟁을 하고 있다. 국회법은 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한다. 대한민국 입법부를 상징하는 대표성, 국가 의전 서열 2위의 위상, 비중이 큰 의원외교 업무 등에 합당한 품격을 갖춘 의장을 기대해서다. 중립성 원칙을 무시하면서 소수 정당을 배려하는 초당적 국회 운영 의지와 정치적 균형추 역할을 팽개쳐선 곤란하다. 게다가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는 강성 친명계 인사로 교통정리가 되는 분위기다.
타일러 더든의 ‘파이트 클럽’에 하나둘 모여든 회원들은 각자의 기구한 사연들은 밝히지 않지만 모두 사회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소외된 대중이다. 이들은 ‘파이트 클럽’에서 자기들끼리 맨몸, 맨주먹 격투를 통해 그동안 쌓이고 응어리진 울분을 쏟아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파이트 클럽’의 운영자 더든은 어느날 회원들에게 기존과는 전혀 다른 ‘파이트’ 방향을 제시한다. 지금까지는 자기들끼리 파이트를 했다면 지금부터는 똘똘 뭉쳐서 세상을 상대로 파이트하라고 한다. 더든은 세상과의 파이트에선 폭탄의 사용도 허용한다. 지방흡입 시술을 하는 병원 폐기물 처리장에서 훔쳐온 인간들의 지방으로 제조한 폭탄이다. 철저하게 1대1 싸움으로 제한했던 격투 방식에도 변화를 준다. 이젠 집단을 공격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데 더든은 왜 폭탄을 들고 세상과 싸워야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는다. 회원들 역시 더든에게 왜 그래야 하는지 묻지 않는다. 이의를 제기하거나 클럽을 탈퇴하는 이들도 없다. 오히려 그들의 눈빛이 용암처럼 이글거린다. 사회에서 소외된 자신들의 설움을 ‘세상’을 향해 토해내기 시작한다. 더든에겐 ‘자본주의사회의 모순’을 해결하거나 혹은 아예 파괴해 버리겠다는 자기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상황이 ‘더 심각하게,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경제의 ‘홀로 호황’에 따른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중동 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들썩이고, 4·10 총선 전에 억제됐던 식품·외식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잇따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6일 장중 한때 1400원을 넘어섰다. 이튿날 한국과 일본 재무장관이 공동 구두 개입에 나서자 1380원대로 내려갔지만, 고환율 추세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1400원대 환율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미국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고 레고랜드 사태가 터진 2022년 등 세차례뿐이었다. 고금리 상황도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뜩이나 끈적한(sticky) 물가가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에 따른 중동지역의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동반 상승하면서 상방 압력을 받고 있다. 고금리에도 탄탄한 미국 경제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신중해지면서 금리인하 시점은 더 늦어질 전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6일 “물가상승률 2.0%에 대한 확신을 얻기까지 예상보다 오래 걸릴 것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서북청년단이 온 이후 섬주민들과 육지에서 온 사람들간의 감정은 격화되었다. ··· 주민들이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고무되었을 수는 있다. 그러나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총칼에 개의치 않고 떨쳐 일어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원인 없이는 행동도 있을 수 없다.”(동아일보 1948년 11월11일자) 세상이 미친 듯이 돌아갈지라도 역사는 기록으로 남아있다. 신문은 그래서 기록으로 전하는 역사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더욱 그 역사를 다시 짚어야 한다.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지 모를 일이 지금 횡행하기에 그렇다. 느닷없이 제주4·3 75주기를 맞아 제주란 무대에 등장하겠다는 ‘서북청년단’의 소식을 접하고 나오는 소리다. 무수한 양민들이 하루 아침에 제주란 공간에서 사라져버린 그 참혹한 비극을 추념하겠다는 시기에 나오는 황당무계다. 추념공간 어귀에서 그들이 집회를 열겠다고 한다. 그들은 누구인가? 지금 현존하는 서북청년단(西北靑年團)은 2014년 9월 결성된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의 성과다. 그해 11월 28일 서울청소년수련관에서 서북청년단을 재건했다. "김구는 김일성의 꼭두각시였고 건국을 방해했다. 반공단체인 서북청년단원 안두희가 김구를
『사기(史記)』는 중국 고대 왕국으로부터 전한(前漢) 시기까지 중국 1000년 역사를 다룬 책이다.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司馬遷)이 기술했다. 총 130권 52만6500자에 이른다. 방대한 분량도 그렇지만 『사기』가 빛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천하 이치를 깨닫게 하는 역사서의 귀감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사마천은 『사기』 마지막 편 ‘화식열전’(貨殖列傳)에서 정치 지도자의 통치 형태를 5개 등급으로 나눈다. “고선자인지(故善者因之), 기차이도지(其次利道之), 기차교회지(其次敎誨之), 기차정제지(其次整齊之), 최하자여지쟁(最下者與之爭)!” 풀이하면 이렇다. “가장 좋은 것은 자연스러움을 따르는 순리(順理)의 정치며, 그 다음은 백성을 이익으로 이끄는 정치다. 그 다음은 백성을 가르치고 깨우치는 정치며, 그 다음은 백성들을 단속하여 가지런히 하는 정치다. 가장 못난 정치는 백성들과 더불어 다투는 것이다." 백성을 이해시키고, 스스로 따르게 할 일을 놓아두고, 오히려 백성과 갈등을 일으켜 고통스럽게 하는 통치 행태가 최악이라는 것이다. 그렇게도 자신이 없나? 무에 두려울 게 있다고 이리 호들갑을 떨어야 하는가? 이게 우리 존립의 근거인지 도무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
‘위대한 제주시대를 연다.’ 1995년 6·27 지방선거에서 승리, 민선 1기 제주도지사에 오른 신구범 도정의 출발은 이 슬로건 하나로 함축됐다. ‘경쟁과 자존, 그리고 번영’이란 ‘서브 타이틀’이 붙은 그 슬로건이 던진 화두는 사실 위력적이었다. ‘변방사고’에 머물렀던 제주인들에게 무한한 자긍심을 고취했다. 게다가 그 시절 등장한 다른 민선 지방정부가 내세우는 ‘늘푸른~’·‘맑고 아름다운~’·‘행복한 ○○ 건설’ 등의 천편일률적인 구호와는 아예 수준을 달리했다. 관선 지사를 거쳐 53세의 나이에 민선 1기 제주도백으로 오른 신 전 지사의 발상과 구상은 사실 그 시절엔 획기적이었다. 삼다수란 브랜드로 먹는샘물 국내시장에 진출해 현재까지 부동의 1위 상품으로 키워냈고, 지금으로선 금자탑으로 불리는 제주국제컨벤선센터를 만들어냈다. 제주만의 대표축제이자 세계인의 축제로 기획된 ‘세계섬문화축제’ 역시 신구범 지사시절 작품이다. 제주도가 매해 1천억원에 가까운 로또복권 배당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 역시 그가 지자체로선 처음으로 관광복권을 발행하는 기관의 지위를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998년 민선 2기 제주지사로 우근민 도정이 출범하자 슬로건은 바뀌었다. ‘
새해를 맞아 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고광표 작가의 '돌하르방이 전하는 말'입니다. 제주의 상징이자 제주문화의 대표격이나 다름 없는 석상 '돌하르방'을 통해 '오늘 하루의 단상(斷想)'을 전합니다. 쉼 없이 달려가는 일상이지만 잠시나마 생각에 잠기는 순간이기를 원합니다. 매주 1~2회에 걸쳐 얼굴을 달리하는 돌하르방은 무슨 말을 할까요? 독자 여러분의 성원을 기다립니다./ 편집자 주 "경허믄, 이거 호나에 얼마우꽈?" (그럼, 이거 하나에 얼마입니까?) "So, how much would one of these cost?" ☞ 고광표는? = 제주제일고, 홍익대 건축학과를 나와 미국 시라큐스대 건축대학원과 이탈리아 플로렌스(Pre-Arch)에서 도시/건축디자인을 전공했다. 건축, 설치미술, 회화, 조각, 공공시설디자인, 전시기획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하는 건축가이며 예술가다. 그의 작업들은 우리가 생활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감정에 익숙한 ‘무의식과 의식’ 그리고 ‘Shame and Guilt’ 등 현 시대적인 사회의 표현과 감정의 본질을 전달하려 하고 있다.
“바로 걷는 자는 잘 넘어지지 않는다. 비열한 자를 칭찬하는 것은 선한 자를 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이다. 우리가 평소에 운동을 하는 것은 무언가에 대비하고자 함이며, 생명은 움직임에 의해서 존속된다. 살아있는 것은 부드럽고, 죽은 것은 굳어버린다. 생명활동은 부단하게 움직여 열에너지를 만들며 굳지 않게 살아가려는 것이다. 만사가 그렇듯 하나 이상의 대상과 접촉하면서 부딪치민서 살아가는 것이다. 우주 만물과 자연은 우리를 에워싸고 있으며 공동체 사회도 생명체 개인들이 살아가려고 모여든 인간종의 무리일 뿐 자연적 존재이면서 사회적 존재인 우리는 부딪치며 나아가다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2024년 지금 우리 사회는 매우 정치가 탁해서 당장 눈앞의 내일이 불안할 지경이다. 민의와 반대로 가는 지도자가 연일 국민과 다투고 있는 하수의 리더쉽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버티다가 포기한 시민들은 최후의 결단처럼 마치 적자생존에 내몰린 생물마냥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가고 있다. 민주주의 앞에서 해서는 안 될 행위 ‘각자도생'(各自圖生, 스스로 살 길을 모색한다), 참 기가 막힌 일이다. 풍경화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하는 지금,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는 풍경 앞에서 조난당한 꼴이다. 기대했던 아름다운 풍경은 보이지 않고, 메마른 내천과 밭, 황량해진 숲에는 비비대는 벌레도 재잘되는 새소리도 그친 지 오래고, 도시의 거리는 한숨 소리와 분노, 통탄만 가득하다. 21세기 한국의 사회적 풍경에는 시커먼 먹구름만 잔뜩 끼어있다. 우리는 폭풍우를 몰고 오는 풍경 앞에 서 있다. ◇ 풍경의 3가지 의미 풍경(風景), 혹은 경관(景觀)은 한 마디로 말하면 ‘자연의 모습’이다. 영어 ‘랜드스케이프(landscape)’라고 한다. 1590년대에 네덜란드어 ‘란츠합(landschap)’ 또는 ‘란츠킵(landskip)’에서 차용되다가 1605년에야 영어에 ‘landscape’라는 철자가 도래했다고 기록돼 있다. 여기에서 풍경이라는 말은 세 가지 의미로 확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으로서 ‘풍경화’, 토지로서 풍경(경관), 그것의 인간적 확장으로서의 ‘문화풍경(경관)’이 그것이다. 1) 그림으로서의 풍경 16세기 풍경이라는 단어는 네덜란드에서 '세련된 판에 그림을 덧붙인다'라는 의미로써 회화에 특화된 전문 용어에 불과했다. 그러나 풍경화(landscape painting, landscape art)라는 회화 장르의 용어가 나오기 전에, 풍경을 그린 그림의 태동은 B.C 15세기 미노스 문명에서 풍경의 요소들을 찾을 수 있으며, 또 B.C 30~20년경 리비아의 저택에 그려진 프레스코 벽화의 정원 풍경은 오늘날의 현대회화처럼 경쾌하고 발랄한 색채로 가득하다. 그리고 완벽한 풍경화의 모습은 A.D 1세기 로마 알바니 별장 벽화에 아름다운 전원(田園)의 풍경으로 나타난다. 서양에서 풍경을 그린 그림들은 세계 곳곳에 있으나 독립적인 회화 장르로서 풍경화는 르네상스 시대에 처음 등장했다. 2) 풍경은 경작지 풍경이라는 말의 의미는 크리스토퍼 말로(1564~1593)가 ‘계곡과 언덕과 들판’을 분명하게 독자적인 땅의 모습으로 묘사한 적이 있다. 또 1630년대 존 밀턴(1608~1674)의 시에, 주변의 풍경((landskip)을 살피는 사이에, 황갈색 잔디밭, 회색 휴경지, 새 떼가 모이를 쪼며 돌아다니는 곳. 이라고 하여 눈앞에 펼쳐진 풍경(경관)을 노래하고 있다. 이때 풍경(landscape)은 땅(土地), 또는 경작지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landscape는 ‘land’와 ‘–scape’라는 접미사를 모아 만든 말이다. 이때 land는 용도가 있고 경계선이 그어진 소유권 있는 토지를 가리키는 말이고, –scape는 어떤 단위가 모여서 ‘한 덩어리를 이루는 상황’을 말하는 자격을 뜻하는 접미사이다. 그러므로 원래 풍경의 의미가 회화에서 토지로 바뀌면서, 그것도 ‘농촌의 경작지’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내용적으로 보면 사실상 경치보다는 환경이라는 말에 더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지리학에서는 풍경(경관)을 어떤 물리적, 문화적 특징이 한 곳에 모여 있는 한 덩어리의 토지, 또는 지역이라고 여기므로 이것으로 볼 때 환경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한다(황기원, '토지에서 경관으로', 1999년). 3) 문화풍경(경관) 문화경관(cultural landscape)이라는 말은 20세기 초 인류학자 크레뵈스의 영향을 받은 지리학자 칼 사우어가 주창한 말이다. 사우어는 경관의 형태학을 말하면서, 자연경관(natural landscape)과 문화경관의 상관관계를 말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자연환경이란 시간이 변화함에 따라 특정 문화를 지닌 인간이 매개체가 되어 인간에 의해 변화되며, 결국 인간에 의해 변화된 자연경관은 문화경관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때의 자연 경관은 인간에 의해 전혀 고쳐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경관으로, 토양, 기후, 지하자원, 해안, 하계망(河系網), 식생 등이다. 이러한 자연경관은 특정 문화를 지닌 집단이 그 지역을 어떻게 경영하는가에 따라 가시적으로 나타나며, 경관은 처음의 자연경관과는 다르게 표현되는데, 바로 이렇게 인간에 의해 달라진 경관을 문화경관이라고 한다. 문화경관은 토지이용, 가옥, 인구분포, 도로망 등 인간이 만들고 인간에 의해 이용되며 경영되는 모든 요소들의 총체적 집합이며 그 지역을 점거하고 있는 인간 집단의 사고, 문화를 그대로 반영한다. 자연경관이 변하는 요소란 다름 아닌 인간의 행위에 달린 것이다. 그것이 원시적 자연이 아닌 인간의 출입이 시작되는 순간 문화경관으로 변해버린다. 제주도 대개의 풍경이 문화경관임을 알 수가 있다. 영국의 역사가 사이먼 샤마(Simon Michael Schama, 1945~)는 “풍경은 자연이기 이전에 문화이며, 숲과 물과 바위에 투사된 심상(心象)의 산물이다”라고 하여 자연을 문화적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풍경에 인간 개인의 마음이 투영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프리드리히 니체가 “미에는 관능이 깊숙하게 숨겨져 있다"고 말한 것처럼 인간은 사물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 있어, 대상이 아름다우면 여러 가지 욕망이 생긴다. 이제 풍경은 자연으로서의 풍경이 아니라 인간과 관계된 문화풍경(경관, cultural landscape)에 다양한 집단들의 경쟁이 일어난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거지와 마의(馬醫) 전국시대 때에 제(齊)나라에 있었던 일이다. 가난 때문에 곤경에 빠지자 마을을 돌아다니며 걸식하는 거지가 미움을 샀다. 사람들은 그를 싫어하여 먹을 것을 나누어주지 않았다. 어쩔 수 없게 되자 거지는 전(田) 씨의 마구간에서 말을 돌보는 마의(馬醫, 수의사)의 조수 일을 하면서 연명해 나갔다. 마을 사람들이 거지를 비웃으며 말했다. “마의를 쫓아다니면서 먹을 것을 얻어먹는 게 부끄럽지도 않느냐?” 거지가 답했다. “천하에 거지보다 더 부끄러운 것이 어디 있겠소? 내가 마의를 쫓아다니면서 먹을 것을 구하는 것이 어찌 거지보다 못하다는 말이오?” 당시에 마의의 지위는 비천하였다. 봉건사회에서는 역대로 비천한 직업군에 속했다. 마을 사람들이 거지를 싫어해서 먹을 것을 얻지 못하게 되자 마의를 도와 노동하며 입에 풀칠하면서라도 살아가는 것은 원래 훌륭한 일이다. 그런데도 비웃음을 받고 조롱을 받았으니. 그렇다면 그 거지를 다시 길거리로 내몰아 비럭질하며 살아가라는 말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거지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가. 세속의 편견은 가난해 마의를 도우며 살 수밖에 없는 거지를 어찌할 바를 모르게 만들었다. 『열선전』 속 거지, 한음생 위진(魏晉)시기에 장안(長安) 위교(渭橋) 아래에 거지 한음생(漢陰生)이 살았다. 늘 거리에 나가 걸식하였다. 시장사람들은 거지를 매우 싫어해서 그에게 똥을 뿌리기도 하였지만 이튿날 한음생이 걸식할 때면 의복은 예전처럼 어떤 오물도 찾아볼 수 없었다. 관리가 그를 붙잡아다 형벌을 가했지만 한음생은 여전히 시장에서 걸식하였다. 다시 잡아다가 사형을 내리려고 할 때에서야 한음생은 시장을 떠나 어디로 갔는지 종적이 묘연하였다. 그런데 이전에 한음생에게 똥을 뿌렸던 사람의 집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허물어졌고 10여 명이 죽임을 당했다. 그래서 장안에는 일시에 통속적이 말이 떠돌았다. “거지를 만나거들랑 미주를 주시구려, 집이 망하는 흉사를 피하시게.” 무슨 말인가? 거지를 만나거들랑 먹을 것을 나주어 주라는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재앙을 당한다는 협박(?)까지 하였다. 이 이야기는 『열선전(列仙傳)』에도 보이고 불교 경전인 『법원주림(法苑珠林)』에도 보인다. 민간고사다. 인과응보설을 이용해 세상 사람에게 거지를 무시하지 말라고 경계하고 있다. 어쩌면 정말로 한음생이 암암리에 자기에게 해악을 끼친 사람에게 복수해 살해까지 했을 수도 있을 터이고. 상서령(尙書令), 어린 시절에 구걸했다가 모욕당하다 남북조(南北朝)시기 남조 양(梁)에 유명한 문학가 심약(沈約, 441~513)은 상서령이라는 높은 관직을 역임하였다. 그러나 그의 어린 시절은 가난하였다. 살길이 막막해지자 친구에게 부탁해 쌀 백 곡(斛)을 얻었다. 그러자 집안어른이 모욕을 주었다. 심약은 화내며 얻어온 쌀을 쏟아버리고는 집을 나가버렸다. 심약이 입신출세한 후에는 그 일에 개의치 않았다. 당시 친속에게 먹을 것을 구했을 뿐 길거리를 떠돌아다니는 지경에 이르지도 않았던 심약이 그런 경멸과 치욕을 받은 것을 보면, 가난해 어쩔 수 없이 길거리에서 구걸할 수밖에 없게 된 거지들이 받았을 냉담과 치욕의 정도를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세속관념은 그랬다. 이와 반대로, 역대로 의롭지 못한 부자를 죽여 빈민을 구제한 많은 의협의 거사가 기록되어 있다. 부자가 되기를 빌고 가난을 없애려는 여러 가지 풍속습관이 형성되었다. 어느 날엔가는 빌어먹어야 되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두려워했다. 동시에 사람들은 그런 음험하고 악랄하게 사람을 해치는, 편견의 족쇄에 얽매이게 되었다. 그러한 심리는 본래 천성적으로 가지고 있는 가련히 여기는 마음, 측은지심을 이끌어내어 거지에게 즐거이 베풀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세속관념에 순응해 거지를 부끄러워하고 욕되게 하면서 경멸하는 것이 능사로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거지는 슬퍼하기도 하고 탄식하기도 했던 대상으로, 이중 심리의 표상이었다. 중국 민족문화 전통 중 그런 모순된 심리 현상, 모순된 논리 관념은 실제 많고도 많다. 중국의 민족문화는 그러한 기묘하고 특이하게 보이는 모순 상태에서 발생하였고 발전했으며 오랫동안 누적되어 형성되었다. 장(張) 씨 거지, 교묘하게 농짓거리하다 오대시기 후량(後梁)의 마지막 황제 주진(朱瑱)이 권력을 누리던 용덕(龍德) 연간(921~923)에 장함광(張咸光)이라는 거지가 걸식하며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당시에 유월명(劉月明)이라는 거지도 있었다. 그 둘은 걸식하면서 많은 젓가락과 숟가락을 들고 다니는 공통적이 특징이 있었다. 권세가 집에 가서 걸식할 때에 식기를 뺏기게 되면 재빨리 소매에서 다른 것을 꺼내곤 하였다. 부마인 간의(諫議) 온적(溫積)이 개봉부사를 맡고 있을 때 장함광이 부호 가문을 한 집도 빠짐없이 돌아다니면서 자신은 온적에게 의탁하러 간다며 하직인사 하였다. 이상하게 생각한 사람이 누구 소개로 가는 것이냐고 묻자 장함광이 답했다. “기록을 보자면 이번 거행은 분명 후한 대우를 받을 것이요. 대간에서 만든 『갈산잠룡궁상량문(碣山潛龍宮上梁文)』를 보면 ‘만두는 그릇과 같고 빵은 채와 같다. 제멋대로 유월명 주부를 죽였고 기뻐하며 장함광 수재를 죽였다’라고 하였으니 이와 같다면 분명 환영을 받을 것이다.” 이 말을 듣고는 주변 사람 모두 배꼽 잡고 쓰러졌다. 이것을 보면 당시 거지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구걸하면서 모욕을 당했지만 대부분은 법도를 벗어나는 나쁜 짓은 저지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간혹 이판사판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있기는 했지만 상점이나 마을에 해를 끼치지는 않았다. 물론 한음생처럼 그렇게 집을 부숴버리고 사람을 죽여 보복을 했다는 혐의를 받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또한 절박한 상황에서 스스로 지키려고 한 행동이었을 뿐, 구걸하면서 나쁜 길로 빠진 무리는 아니며 불량배나 악한이 참여하지도 않았다. 당시에는 건달이나 불량배도 부끄러움 없이 거지 무리에 끼어들기도 했지만 극소수였다. 실제로 거지의 도리를 지키는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총괄적으로 말해, 당시의 역사기록을 살펴보면 나쁜 짓을 저지르며 해악을 끼친 거지의 사례는 극히 적었다. 이 점이 나중에 거지〔걸(乞)〕와 의협〔협(俠)〕을 서로 연결시켜 받들며 지키는 덕의(德義)의 바탕이 되었다. 그리고 더 나중에 거지 구성원이 불량배 범죄 집단으로 전락해, 깃발을 세우고 단체를 결성해 이용하는 조건을 제공하였다. 그런데 이후에는 거지 이름을 빈 집단은 나날이 타락해갔다. 사회 문명 속에서 끊임없이 전이하면서 만연되었다. 떼어 내야 하는 악성 종양으로 변질되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오랜 역사를 가진, 빈곤의 역사와 내재적 모순이 가득한 중국민족의 문화전통을 감안해보면 거지라는 그러한 공적으로 해악을 끼치는 현상, 즉 거지를 없애기에는 손바닥 뒤집듯 하루 이틀에 쉽게 이루어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사회를 개조하고 사회가 끊임없이 문명으로 향해나갈 수 있도록 촉진하면서, 발전 과정 속에서 총체적으로 고쳐나가야 하는 중대하면서도 종합적인 숙제였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인공인 ‘화자(話者)’는 타인의 고통을 ‘눈팅’하면서 자신의 고통을 잠시라도 잊는 ‘부끄러운 짓’을 하던 중, 자신과 마찬가지의 ‘고통 눈팅족’인 말라(Marla)를 발견하고 심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치부’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 치부를 남들에게 들키기 전까지는 부끄럽지 않다. 그런데 말라는 주인공에게 치부를 들키고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말라의 등장으로 느꼈던 수치심은 당연히 말라가 사라지면 같이 사라져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다. 주인공 ‘화자’는 그제야 남들에게 들키지 않은 치부도 부끄럽기는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영혼까지 갈아 넣는 노동의 대가로 장만한 ‘이케아’ 가구로 채워 넣은 작은 아파트가 얼마나 부끄러운 것이었는지를 절실하게 느낀다. 남들에게 들키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낀다. 부끄러울 ‘치(恥)’는 누구에게 들켜서가 아니라 ‘자기 마음(心)’에 ‘귀(耳)’ 기울이면 스스로 알 수 있는 부끄러움이다. 남미 오지로 선교하러 간 사제들은 남미 원주민들이 벌거벗고 산다고 같이 벌거벗지 못한다. 주인공은 결국 이케아로 채워 넣은 안락한 아파트로 상징되는 ‘물질’에 얽매여 살았던 자신의 삶에 수치심을 느낀다. 그는 아파트를 불 질러버리고 모든 물질적 욕망과 단절된 타일러 더든의 ‘파이트 클럽’에 합류한다. 파이트 클럽에서 매일 밤 누군가에게 얻어맞아 얼굴이 으깨지고 피투성이가 되도록 자신을 학대하면서 부끄럽게 살아온 자신의 ‘참회록’을 쓰는 것 같다. 그곳에서 자신이 정말 욕망해야 하는 것이 ‘이케아 가구’가 아니라 다른 무엇이었다는 것을 알아간다. 성 아우구스티누스(St. Augustine), 톨스토이(Tolstoy), 그리고 루소(JJ. Rousseau)의 참회록은 세계의 3대 참회록이라고 불린다. 모두 자신의 치부를 스스로 낱낱이 들추고 고백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하느님을 배반했던 부끄러움을 고백한다. 톨스토이는 “나는 신을 믿었다기보다는 신을 부정하지 않았을 뿐이며, 신을 믿지 않는 자들이 오히려 나보다 더 지혜롭고, 정직하고 솔직하고 도덕적이었다”며 “나는 그들보다 더 잔인하고, 비도덕적이고 교만했다”고 고백한다. 루소의 참회록은 압권이다. 루소는 거룩한 교육사상을 설파하면서 정작 자신은 변태적인 ‘바바리맨’ 짓을 되풀이하고, 동거녀와 낳은 다섯 아이들을 모두 고아원에 내던져버렸던 치부를 숨김없이 고백한다. 루소는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수치심이 죽음보다, 범죄보다, 그 무엇보다 두려웠다. 땅속으로 들어가 질식해 죽고만 싶었다. 억누를 길 없는 수치심이 모든 것을 압도했고, 그 수치심이 나를 뻔뻔하게 만들었다.” 아우구스티누스, 톨스토이, 루소 모두 ‘뻔뻔함’으로 수치심을 감추기를 거부하고 용기를 내어 ‘참회’를 통한 새로운 사람이 되는 길을 택했다. 프랑스 철학자 프레데릭 그로(Frédéric Gros)는 신간 「수치심은 혁명적 감정」에서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꼬집는다. “권력을 쥔 소수 기득권자들의 뻔뻔함과 몰염치, 무례가 이 세계를 점령하며 곳곳에서 ‘수치도 모르는 것들’이란 분노의 외침이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들은 수치심을 알지 못하기도 하지만, 성장하지 못한 정신적 유아에 머물러 광적인 자기애로 자기의 무가치함을 자각하지 못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그런 저열함을 타인의 탓으로 쏟아내기에 수치심이 이들의 내면에서 어떤 조심성이나 신중함을 만들어내지도 못한다.” 이는 권력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다. 수치심을 아예 못 느끼거나 그 수치심을 ‘뻔뻔함’으로 뭉개는 개인이나 사회는 질곡에 빠져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윤동주가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부득이 창씨개명을 신청하기 5일 전에 썼다는 ‘참회록’은 아우구스티누스나 톨스토이, 루소의 참회록보다 더 절절하다.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 이십사년 일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창씨개명을 한 수많은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거나, 느껴도 뻔뻔하게 뭉개는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소망하고,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윤동주는 혼자 죽도록 괴로워하고 참회한다. 그들의 그런 수치심과 참회가 있었기에 우리에게 독립이라는 혁명이 가능했을 것이다. 영화 속 말라처럼 수치스러운 모습을 들켜도 수치심을 느끼지도 못하든지, 뻔뻔함으로 뭉개는 사람들이 ‘별종’이 아닌 ‘정상인’처럼 보이는 세상이다. 말라도 ‘사치스럽게’ 수치심을 느끼는 주인공을 별종 보듯이 한다. 지극히 당연한 참회록을 쓴 아우구스티누스나 톨스토이, 루소, 그리고 윤동주 모두 별종처럼 보이는 세상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온갖 부끄러운 모습을 이미 모두 들켜버린 정치인들이 국회의원 선거에 너무도 당당히 나선다. 그들에게는 수치심이라는 것이 아예 없었든지 아니면 수치심을 뻔뻔함으로 뭉개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들에게 열광하고 지지하는 사람들도 수치심을 느끼지 못하거나 뻔뻔함으로 뭉개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혹시 목욕탕에서 다 같이 발가벗은 것처럼 수치심을 느낄 필요가 없는지도 모르겠다. 프레데릭 그로의 말처럼 ‘수치심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는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게 맞다면 참으로 우울한 일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는 윤동주의 ‘서시(序詩)’가 국민 최애(最愛) 애송시(愛誦詩)라는 것이 왠지 민망한 오늘이다. [본사 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