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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맥주 명가 브루클린 브루어리 로빈 오타웨이 사장

 

 

[Joins=중앙선데이] 기자들은 안다. 마감 후 맥주 한잔의 달콤함을. 1970년대 AP통신 기자였던 스티브 힌디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78년 중동 특파원으로 부임하며 고민이 생겼다. 이슬람 국가에서 ‘마감 후 맥주 한잔’은 특종만큼 어려웠기 때문이다. 맥주 애호가 힌디는 결심한다. “사먹지 못한다면 만들어 마시자.” 그렇게 취미로 시작한 홈 브루잉(home brewingㆍ자가양조 맥주)은 곧 그의 ‘인생의 특종’이 된다.

 

힌디는 취재현장을 누비는 틈틈이 홈 브루잉 실력도 키워갔다. 84년 미국 뉴욕으로 돌아와서는 자신이 기사를 쓰는 것보다 홉·보리 비율을 맞추는 데 더 재미를 느낀다는 걸 깨닫는다. 직장을 그만둔 힌디는 86년 작은 맥주 양조장을 차린다. 오늘날 미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 10위권 내에 드는 맥주의 명가, 브루클린 브루어리는 이렇게 시작됐다.

 

‘I♥NY’ 디자이너가 로고 디자인

 

이 회사는 대표작 ‘브루클린 라거’를 비롯해 30여 종의 맥주를 만들어낸다. 맛있다는 입소문만으로 뉴욕시 일대에서만 1만5000여 개 술집에 생맥주를 공급한다. 뉴욕타임스는 ‘브루클린에서 없어서는 안 될 맥주’라고 극찬했고, 회사 로고는 ‘아이 러브 뉴욕(I♥NY)’을 디자인한 밀턴 글레이저가 무료로 해줬다. 디자인 비용 대신 ‘브루클린 브루어리 맥주 평생 시음권’을 달라는 게 글레이저의 요구였다.

 

맛에는 국경이 없다. 브루클린 브루어리는 뉴욕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생산량의 25%를 수출하는데 그중 최대 시장인 스웨덴에선 아예 현지의 세계적 맥주 브랜드 칼스버그의 요청으로 맥주 공장을 공동 설립 중이다. 한국 시장 진출에는 독특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수출에 그치는 게 아니라 아예 제주도개발공사와 손잡고 제주의 물과 보리로 빚은 ‘제주 맥주’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브루클린 브루어리 코리아 주식회사까지 설립했다. 국내 맥주 시장의 성장세를 알아본 뉴욕 크래프트 맥주 명가의 한국 진출 선언이다.

 

이 회사 사장인 로빈 오타웨이(39)는 중앙SUNDAY와 만나 “세계적으로 파워풀한 ‘제주’라는 브랜드에다 화산 암반수 맑은 물과 훌륭한 풍미의 보리가 만나면 멋진 크래프트 맥주가 탄생할 것”이라 장담했다.

 

오타웨이의 아버지는 워싱턴포스트 이집트 특파원 출신으로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창업 투자자였다. 그 인연으로 “법적 나이보다 조금 이른 때부터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는 오타웨이는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목표는‘맥주도 그 자체로 맛있는 술’이라는 걸 알리는 것”이라고 했다. “맛을 위해서라면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환영한다는 게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창업 정신이고, 그 철학 하에 제주 맥주 프로젝트도 가동했다”는 것이다.

 

프로젝트는 착착 진행 중이다. 11월 중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 허가를 받아 12월 중에 공장을 착공한 뒤 내년 여름 초 ‘제주 맥주(가칭)’를 라거·에일 및 밀 맥주 등 4가지 종류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아시아ㆍ미국으로의 수출도 추진 예정이다.

 

오타웨이 사장이 한국 진출을 결심한 건 지난해 여름 서울에 관광차 들렀을 때다. 우연하게 이태원 인근의 1세대 크래프트 맥주집인 크래프트웍스에 갔다가 고객층이 외국인 일변도에서 젊은 한국인들로 다변화하고 있다는 데서 힌트를 얻었다. 크래프트 맥주란 중소규모 양조장에서 독특한 레시피로 만들어낸 맥주다. 그는 “한국 맥주 시장엔 중년 남성 소비자만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여성 손님은 물론 직접 만든 맥주를 시음하는 한국인들까지 있었다”고 했다.

 

국내 맥주는 청량감을 유지시키기 위해 여과·살균을 강하게 하는 라거 타입이라 시원한 맛은 있지만 풍미는 약한 게 흠이다. 반면 크래프트 맥주는 효모를 가라앉혀 저온에서 발효시키기 때문에 다양한 풍미가 살아 있다.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맥주 중엔 병입 후에도 발효가 계속되기 때문에 와인처럼 코르크 마개를 씌운 제품도 있다. 홈 브루잉 전문가 모임인 비어포럼 이상원 대표는 “미국 크래프트 맥주 선구자인 브루클린 브루어리가 제주 맥주를 만드는 건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오타웨이 사장은 “카스·하이트 같은 제품은 잘 만든 라거 맥주지만 이제 한국 맥주 시장에도 다양성이 필요하다. 와인은 샤도네이만 있고 독주는 보드카만 마시고 음식은 햄버거만 먹는다면 말이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주류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맥주 시장의 96.4%(지난 2월 기준)는 OB(53.6%)·하이트(42.8%)가 양분하고 있다. 크래프트 맥주는 수입맥주(3.3%)에 이어 0.3%에 불과하지만 최근 다양한 맛을 찾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오타웨이 사장은 “한국 맥주 시장은 20여 년 전의 미국을 연상케 한다”며 “버드와이저ㆍ쿠어스 같은 라거 일색이었던 미국도 소비자들이 다양한 맛을 찾으며 크래프트 맥주 붐이 일었다”고 말했다.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맥주를 수출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한국의 재료로 ‘제주 맥주’를 만들겠다고 나선 배경은 뭘까. 오타웨이는 “맥주의 기본인 보리와 물이 훌륭하다는 데서 새로운 맥주를 만들어보고 싶은 호기심이 발동했다”며 “발음도 쉬운 데다 아시아 전역에 알려진 ‘제주’라는 곳의 매력이 컸다”고 했다. 지난 4월엔 제주도에도 직접 다녀갔다. 그는 이어 “제주도 공장에도 한국인을 고용해 우리의 노하우를 공유할 예정”이라며 “우리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싶어 하는 예비 창업자들을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보호주의 주세법이 중소업체 진출 막아”

 

제주도에서 이미 개발 중인 제주 맥주 ‘제스피(Jespi)’ 이야기를 꺼내자 오타웨이 사장은 “경쟁자들이 많아진다는 건 맥주 시장이 커진다는 청신호”라며 오히려 반겼다. 그러면서 “한국 주세법을 보면 강한 보호주의가 느껴진다”며 “이 법이 한국 맥주 중소업계를 옥죄고 있고, 천편일률적인 맥주 맛으로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주세법을 보면 제조원가와 이윤을 더해 과세표준액을 산정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에 불리하다. 중소기업은 원료 등을 대량구매해 원가를 낮추기가 어려워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대기업 맥주에 393원(335mL 기준)의 세금이 매겨지는 데 반해 국내 중소기업엔 같은 용량에 710원의 세금이 붙는다.

 

오타웨이 사장은 “한국 맥주 시장은 라거에 의해 지배돼 왔지만 이제는 아니다. 인생은 짧고, 즐겨야 할 맥주는 많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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