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0 (월)

  • 흐림동두천 18.2℃
  • 흐림강릉 15.2℃
  • 구름많음서울 19.7℃
  • 흐림대전 17.6℃
  • 맑음대구 22.7℃
  • 맑음울산 23.3℃
  • 맑음광주 19.9℃
  • 맑음부산 23.7℃
  • 구름조금고창 ℃
  • 구름많음제주 23.4℃
  • 구름많음강화 17.8℃
  • 흐림보은 16.1℃
  • 구름많음금산 17.8℃
  • 맑음강진군 21.9℃
  • 구름조금경주시 22.9℃
  • 맑음거제 23.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김대희의 수류운재 (12) ... 도지사의 읍.면.동 방문과 행정시 기능 강화

 

 

며칠 전 제주도에서 언론사에 보낸 보도자료를 보다가 어색한 모습의 사진 하나를 발견했다.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이호·도두동을 방문한 사진이었다. 우 지사는 가운데 앉아서 주민들에게 얘기를 하고 있다. 그 옆에는 김상오 제주시장이 고개를 숙이고 우 지사가 하는 얘기를 받아 적고 있다. 또 있다. 도지사가 환하게 웃으며 주민들과 악수하는 뒤에 시장이 서 있는 모습.

 

그러고 보면 이런 장면은 이제 낯설지 않다. 우 지사가 행정시 방문대신 읍·면·동 방문을 하기 시작하면서 많이 봐온 터이다.

 

지난달 14일 추자면 방문이 시작이었다. 그러나 이 방문은 도지사의 연두방문이라기 보다는 선거에 출마한 후보에 가까웠다는 것이 취재기자들의 후일담이다.

 

우 지사는 이날 오전 11시 추자면 대서리에 발을 디딘 후 오후 4시 돌아오는 배에 오를 깨까지 5시간 30분 동안 경로당, 다문화가정 한글교실, 조기가공공장 등 11곳을 방문했다.

 

여기서 나온 얘기는 그렇고 그런 사안들이었다. ‘경로당 확장’, ‘도로포장’, 화장실 수리‘ 등 단순민원이 대부분이었다. 시장이 방문해도 충분이 소화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당장 선거법 위반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우 지사는 계획대로 다음 일정을 착실하게 소화했다. 우도면‧성산읍, 안덕면‧대정읍, 조천읍‧구좌읍, 한경면‧표선면, 표선면‧남원읍 방문 등을 하루씩 배려(?)하는 성의를 보였다.

 

‘생활도지사’라는  말도 등장했다. 아마도 도민의 생활을 도지사가 직접 챙기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절묘한 타이밍에 절묘한 조어(造語)가 아닐 수 없다.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봐줄만 했다. 관선.민선을 합쳐 다섯 번째 도지사를 하고 있는 분이 아닌가. 현직의 잇점 쯤으로 치부해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이 즈음 김상오 제주시장이 건입동 자생단체장들에게 식사대접을 하는 장면이 언론에 발각된 것도 마찬가지다. 정상적인 업무라고 하면 그만이니까. 사실 선거운동과 주민과의 대화는 양면성이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우 지사는 이에 대해서도 간부회의에서 “선거법 논란은 깔아 뭉개라”는 다소 거친 표현으로 일축했다. 일만 잘하면 된다는 뜻일 터다. 일면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지난주 ‘행정시 권한강화’ 발표에 이르면 생각의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제주도는 12일 행정시 기능강화를 위한 ‘5대 핵심과제·58개 일반과제’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행정시장직선제 논의가 유보되면서 도민들에게 약속한 권한강화 후속조치다.

 

5대 핵심과제로 ▲행정시의 실질적인 재정권 확보 ▲조직.인사권 확대 ▲자치법류 발의 요청권 ▲각종 위원회 설치 ▲행정시 권한강화 및 기능개선 법적근거 마련 등 제시됐다.

 

도지사의 읍.면.동 방문과 행정시 권한강화. 이 두 사안은 따로 떼어놓고 보면 별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사안은 별개가 아니다. 하나의 묶음인 것이다.

 

우 지사는 지난 선거에서 행정시장 직선제를 공약했다. 알 만한 사람들은 이 공약이 지켜지지 않을 것으로 짐작했다. 자치단체 통합으로 가는 중앙 정부의 큰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이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우 지사 임기 내내 토론만 하다가 ‘불가능’으로 결론이 났다.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행정시 권한 강화다.

 

그런데 공약파기 대신 행정시 기능강화를 제시하면서, 실제로는 행정시장의 기능을 무력화 시키는 행보를 거침 없이 하고 있는 것이다. 말은 ‘생활도지사’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제왕도지사’의 위용을 뽐내고 있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제왕도지사’라고 쓰고 ‘생활도지사’로 읽고 있는 것이다.

 

지도자의 언행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하다.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물론 제주도 당국은 도지사의 읍.면.동 방문과 행정시 강화조치는 별개라고 주장할 것이다.

 

러나 시장은 도지사가 임명한다. 시장이 도지사의 의중을 거스를 수 없다. 아무리 문서로 권한을 줘도 실제는 그렇지가 못하다. 오히려 권한은 없고 책임만 가중될 뿐이다.

 

참외밭을 지나는 사람이 신발 끈을 고쳐매면서 “나는 참외를 훔치지 않았다“고 외치고 있다. 신발끈을 고쳐 매지 않으면 그만인 것을. 지나가는 사람은 하필 참외밭에서 신발끈이 풀어졌다고 변명을 한다.

 

참외밭을 지날 때만 되면 꼭 신발 끈을 고쳐 매는 사람들에겐 어쩔 수 없이 이런 꼬리표가 붙는다. 그건 '도둑'이다.

 

그 소리를 듣지 않을 방법이 있다. 그건 웬만한 도민들 모두가 알고 있다. 순수성을 보여주면 되기 때문이다. 오해 받을 행동은 피하면 된다.

 

'깔아 뭉개면서'까지 굳이 오해를 받겠다면 할 수 없는 노릇이다. 

 

※ 수류운재=수류심불경(水流心不競) 운재의구지(雲在意俱遲), 흐르는 물은 다투지 않고 구름은 서둘지 않노니. 두보(杜甫)의 시 강정(江亭)에 나오는 시구에서 따온 말이다.<편집자 주>

 

김대희는?

= 취재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언론인이다. 제주신문, 제민일보를 거쳐 서귀포신문 사장을 역임했다. 김태환 지사 시절 공직에 입문해 제주도 공보관과 문예진흥부장을 지내기도 했다. 현역 기자 시절에는 항상 소외된 이웃을, 사회의 어두운 곳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해온 휴머니스트이기도 하다. 한 때 '자청비'라는 막걸리 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풀코스를 30회 넘게 완주한 마라토너다. 과유불급이라는 단어를 사랑하는 울트라 마라토너다. 2012년에는 강화도에서 강릉까지 달리는 한반도 횡단마라톤을 62시간에 완주하기도 했다.
 

 


 

 

추천 반대
추천
0명
0%
반대
0명
0%

총 0명 참여


배너

배너
배너

제이누리 데스크칼럼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댓글


제이누리 칼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