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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희의 수류운재(13) ... 구남마을과 게리멘더링

1812년 미국 메사추세츠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은 50,164표, 민주당은 이보다 1602표 많은 51,766표를 얻었다. 그러나 공화당에서는 29명의 당선자를 낸데 비해, 민주당은 11명의 당선자 밖에 내지 못했다.

 

공화당 소속 주지사 게리(Elbridge Gerry)가 공화당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획정했기 때문이다. 이때 선거구는 자연적인 형태나 문화·관습 등을 무시하고 이상한 모양을 하게 됐다.

 

이것이 도마뱀(salamander)과 닮았다. 이에 비유하여 이 지역 신문기자가 게리의 이름과 도마뱀을 합성, 게리멘더(Gerrymander)라고 불렀다. 샐러멘더는 도마뱀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원래는 전설에 나오는 ‘불속에서 사는 불도마뱀’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괴물'이라는 말이다.

 

이때부터 선거구를 특정 정당이나 개인에게 인위적으로 확정하는 것을 ‘게리멘더링’이라고 하게 됐다.

 

게리멘더라는 말을 처음 만든 기자가 이 ‘괴물도마뱀’이라는 의미까지 착안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문화와 생활·관습을 외면해 선거구를 획정한다면, 그 선거구는 괴물과 같은 모습을 하게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 괴물도마뱀이 100년이 지나서 제주도에 등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아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8년 전 등장했다.

 

2006년 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선거구가 전면 조정됐다. 제주시의회가 없어지고 대신 도의원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이때 이도2동 갑과 을은 중앙로(5.16도로)를 기준으로 나뉘었다. 동쪽은 갑이고 서쪽은 을이다. 나누고 보니 갑 지역이 을 지역보다 4천 명 정도 적었다.

 

이를 이유로 중앙로 서쪽에 있는 구남마을을 갑 지역에 붙여버린 것이다. 그러나 인구 등가성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선구구는 생활권과 다르게 획정되는 결과가 빚어진 것이다.

 

당시 도의원과 이 지역에 출마하려는 현역  구남마을 출신 시의원은 이 덕분에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됐다. 지역구를 사이좋게 나눠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06년 선거에서는  사람이 모두 당선됐다. 이 선거구는 2010년 선거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2010년에는 두 사람 모두 낙선의 쓴 잔을 마셔야 했다.

 

이제는 이해관계를 가진 권력자가 없는 듯 했다. 지난해 구성된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구남마을을 생활권에 맞게 조정하는 안을 만들었다.

 

그사이 여건도 많이 변했다. 이 지역 택지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4만1,413명이던 이 지역의 인구가 4만9402명으로 증가했다. 갑 지역구는 7,518명, 을 지역구는 471명이 증가했다. 현행 조례대로 하면 갑지역이 2,568명 많게 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을 지역이 2,562명 많게 된다. 

 

갑 지역의 인구가 을 지역보다 오히려 많아진 것이다. 게다가 이 지역의 인구는 이런 추세로 앞으로 1만명 정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이에 따라 문제가 됐던 구남마을 지역을 생활권에 맞게 을 지역에 편입시키는 안을 만들었다.

 

그런데 의회권력에서 다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지난 2010년 선거에서 낙선한 이 지역 출신 인사가 구남마을의 향방에 따라 출마지역이 달라질 것으로 소문이 났다. 구남마을이 을에 포함되면 을 지역으로, 갑에 포함되면 갑 지역으로 출마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을 지역 현역의원 쪽에서 비상이 걸렸음직 하다. 상대하기가 껄끄러운 강자이기 때문이다. 이 현역의원이 소속된 민주당에서 동료구하기에 나섰다. 결국 선거구 획정위가 제출한 안이 부결되는 사태까지 발전했다.

 

새누리당, 시민단체,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구남마을 주민들도 현수막을 내거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합리적이 조정안을 왜 거부하느냐는 것이다. 대부분 언론들도 민주당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의회의 부결에 합리적인 근거도 없다. 선거구 획정위에는 의회에서 추천한 위원도 포함돼 있다. 새누리당에선 본회의에 부의할 것을 요구할 태세다. 새누리당으로선 정치적 호재다.

 

민주당에선 이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까지 와버린 것이다. 도민들의 비판적인 시각이 따갑다. 그대로 어물쩍 넘어가자니 그렇고, 부결된 조정안을 다시 받아들이자니 그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동료를 구하려다 민주당 전체가 위험에 빠질 지경에 이른 것이다.

 

권력은 유한하다. 오죽하면 권불십년이라고 했을까.  의회권력을 쥐고 있는 민주당은 곱씹어봐야 한다.

 

이제 이도동 선거구획정 문제는 점점 더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 수류운재=수류심불경(水流心不競) 운재의구지(雲在意俱遲), 흐르는 물은 다투지 않고 구름은 서둘지 않노니. 두보(杜甫)의 시 강정(江亭)에 나오는 시구에서 따온 말이다.<편집자 주>

 

김대희는?

= 취재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언론인이다. 제주신문, 제민일보를 거쳐 서귀포신문 사장을 역임했다. 김태환 지사 시절 공직에 입문해 제주도 공보관과 문예진흥부장을 지내기도 했다. 현역 기자 시절에는 항상 소외된 이웃을, 사회의 어두운 곳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해온 휴머니스트이기도 하다. 한 때 '자청비'라는 막걸리 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풀코스를 30회 넘게 완주한 마라토너다. 과유불급이라는 단어를 사랑하는 울트라 마라토너다. 2012년에는 강화도에서 강릉까지 달리는 한반도 횡단마라톤을 62시간에 완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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