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으로 몰려 옥고를 치른 70대 노인이 37년만에 누명을 벗었다.
대법원 3부(재판장 민일영 대법관)는 24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던 양모(77)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양씨는 유신정권 시절인 1976년 12월 제주도 북제주군(당시) 한경면 자택에서 영장 없이 찾아 온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 의해 연행됐다. 서울 남산 중앙정보부로 끌려가 폭행과 고문, 가혹행위 등을 당했다.
'황당'(?)한 이유였다. 그의 이복 형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소속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무고를 주장하던 양씨는 모진 고문에 못 이겨 스스로 간첩이라고 거짓 자백했다.
1978년 기소된 양씨는 간첩 혐의로 징역 10년형과 자격정지 10년을 선고받았다.
만기 복역 후 출소한 그는 34년 후인 2010년 누명을 벗기 위해 재심을 청구했다. 오랜 기간의 법정 투쟁 끝에 그는 지난 8월 서울고등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간첩 혐의를 벗었다.
대법원 재판부는 재심에 대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양씨의 자백진술은 불법연행과 고문 및 가혹행위 등을 통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인정한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에 범죄의 증거가 없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무죄선고 이유를 밝혔다. [제이누리=강남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