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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림 교수···"제도밖 경고, 안철수 현상에 대한 인식부재의 결과"

향후 대한민국 5년을 이끌 대결전이 끝났다. 아니 향후 수십 년 한국과 한반도의 미래를 좌우할지도 모를 일대 갈림길이 막 방향을 잡았다. 승자에겐 축하를, 패자에겐 위로를 드린다. 얼마간의, 또는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돌아보았을 때 한국민들은 오늘의 자신들의 선택이 얼마나 결정적인 갈림길이었는지를 깨닫고는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하거나 또는 크게 후회하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번 선거 결과는 누군가에겐 큰 기쁨이고, 누군가에겐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일 것이다. 우리 사회는 멀어진 이 두 마음을 하나로 갈무리할 수 있을 것인가? 실제로 금번 대선은 민주화 이후 가장 중요한 선거의 하나였다.

 

 먼저 박근혜, 문재인 두 사람의 용호상박의 결전은 기실 민주화 이후 한 세대를 경과한 보수와 진보 두 세력의 건곤일척의 대혈전이었다. 즉 진검승부였다. 모든 자유-개혁-민주-진보진영이 하나로 합쳤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87년 이후 역시 처음으로 하나로 합쳐진 보수에게 패배했다. 대패였다. 이제 민주개혁 진영은 전면적으로 재구성되고 거듭나야만 한다. 이명박 정부의 온갖 실정으로 인해 결코 질 수 없는 총선과 대선에서 연속 패배한 그들에게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둘째 안철수 현상 때문이었다. 민주화 이후에도 계속돼 온 정치파행과 보수 압도의 한국 정치지형에서 허약한 민주개혁 진영의 제도정당에 안철수 현상은 하나의 축복이자 엄중 경고였다. 즉 양날의 칼이었다. 그러나 노사모-촛불시위-안철수 현상-박원순 당선으로 계속되는 제도정치 밖의 연속 경고에도 불구하고 민주파 정당들은 자기 부정에 가까운 혁명적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 결과 안철수와 민주파, 안철수 현상과 제도정당의 결합은 강력하지 않았다.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특별히 안철수의 양보와 백의종군에도 불구하고 기존 야권 내의 작은 패권에 집착한 세력들의 책임은 가장 무겁고도 가장 컸다. 소리(小利)를 탐해 대의(大義)를 그르친 죄과가 관도대전이나 홍문의 연회를 넘고도 남는다 할 것이다.

 

 ‘노사모’-‘무브온’-‘자스민혁명’-‘해적당’-‘월가를 점령하라’-‘하시모토 현상’과 비교되는, 세계 민주주의의 주목할 만한 한 흐름이었던 안철수 현상은 보수파의 선거 승리 앞에 일단 좌절하고 말았다. ‘안철수로 인한’ ‘안철수에 의한’ 박근혜 대세론 붕괴에 따른 한국 보수와 제도정치의 위기는 대선 승리를 계기로 다시 원상회복되며 보수 우위와 단기적 정치 안정을 회복할 것이다. 그럴 때 안철수 현상은 이제 제도의 안과 밖, 어디에 정치적 거처를 마련할 것인가? 또 안철수 현상에 열광했던 청년들과 탈이념 중도계층은 보수의 집권 앞에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셋째로 동아시아 국가들의 정치지형과 한국 민주주의의 세계적 선도성에 비추어 볼 때 문제는 더욱 착잡하다. 일찍이 헤겔은 『역사철학강의』에서 “동양인은 인간이 그 자체로 자유라는 것을 모른다. 자유를 모르기 때문에 (그들은) 자유롭지 않다. 그들은 단지 한 사람[전제군주]만이 자유롭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다”라고 독설한 바 있다. 이후 독재, 파시즘, 쿠데타, 군사통치에 시달려 온 동아시아의 시민적 자유, 인권, 민주주의, 정의는 오랫동안 세계의 놀림감이었다. 이른바 오리엔탈리즘이라는 것이었다.

 

  21세기 들어 2011~2012년에 계속된 북한의 김정은, 중국의 시진핑, 일본의 아베 신조의 집권이 하나같이 2~3세의 세습, 또는 가산국가 유형의 정권 창출로 이어지자 세계는 한국을 특별히 주목했다. 재선된 아베는 세계 문명을 조롱하듯 총리를 지낸 A급 전범 기시 노부스케 가문의 3세였다. 박근혜의 당선으로 이제 동아시아 국가들은 모든 나라가 2세, 또는 3세들이 통치하게 되었다. 동아시아 최초의 자생적 민주혁명이었던 4월혁명을 필두로, 부마항쟁과 광주항쟁, 6월항쟁을 통해 한국은 세계에 자유와 정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향한 가장 자랑스러운 역사를 보여왔다. 동아시아 민주주의와 평화의 보루여야 할 한국마저 이제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지도자의 2세 통치를 맞게 되며, 세계는 동아시아와 한국을 어떻게 볼지 두려움이 앞선다.

 

 민주사회에서 모든 개인은 시대의 자식이다. 지도자 역시 물론이다. 금번 선거로 인해 보수는 이명박 정부 이래 두 번 연속 대통령과 의회를 모두 장악하는 일대 승리를 구가했다. 한국 보수의 원숙한 국가경영 능력을 간절히 기대한다. 자유의사에 따른 국민들의 집합적 선택은 분명 한 사람 한 사람의 희망·열정·분노·울분·의지의 총합이지만, 그 모두를 관통하는 어떤 시대적 의미를 담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것을 ‘이성의 간지(奸智)’라고 부르든, 안 부르든 오늘의 우리는 이 선거 결과가 우리 모두에게 주는 그러한 개별적 집합적 의미를 깊이 새기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Joins=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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