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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마을, 제주인]한경면 조수1리, 자연생태마을…무인 마켓 "천원의 행복"

“시골은 시골답게 가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마을로 만들고 싶습니다”

 

제주시 한경면 조수1리는 일주도로와 중산간 마을을 연결하는 교통의 중심지다. 400년 전에 전주 이씨가 용선달리(龍先達里) 일대에 들어와 살면서 설촌됐다고 한다. 예로부터 물이 귀해 오랜 기간 돗곳물(연못)을 파고 습지를 보존하여 물을 만들었던 유래에 따라 조수리라 부르게 되었다. 돗곳물(연못)에는 300년이 넘는 팽나무가 조수리 역사만큼이나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다.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주민들의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조수1리는 자연생태우수마을로 잘 자리 잡은 대표적인 곳이다. 2007년 환경부로부터 신규 지정되어 2010년 재지정 심사를 통과한 제주도의 대표적인 자연생태우수마을이다.

 

 

일반적인 시골과는 다르게 마을 곳곳에서 예술적인 느낌이 물씬 났다. 마을 약도 하나도 예술작품으로 만들려는 의지가 보였다. 여기에는 마을 청년을 대표해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김병철(44)씨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마을 약도는 보기 쉬우면서 정감이 가게 직접 만들었는데 관광객들에게 반응이 좋았다. 마을 수확기 방범활동을 위해 만든 중동방범초소 로고도 한경면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미술가에게 부탁했다.

 

어찌 보면 작은 글자 하나지만 사소한 차이가 관광객에게 주는 느낌은 크다고 생각한다.”

 

김씨는 서울에서 살다가 고향인 제주로 내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는 도시에서는 잊고 살았던 사람간의 정을 몸소 느낀다며 미소를 지었다.

 

조수1리장 김대유(46)씨는 요즘 마을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마을 이미지를 만드는데 성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하면 떠오르는 게 올레길 아닙니까? 조수리도 올레길이 있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고 정비도 완벽하지 않다. 이런 문제를 제주도에서 해결해줄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다.”

 

그는 한경면과 지역예술가와의 협의를 통해 돗곳물(연못)에는 잠자리와 모형배를 설치 제작했다. 마을 곳곳에는 제주의 상징인 물, 바람, 감귤을 형상화한 예술우체통으로 정겨움을 더했다.

 

-조수1리를 위해 봉사하는 이유는?

 

“거창하게 시작한 게 아니라 동네 선후배 4명이 힘을 합쳐 조수1리를 한번 바꿔보자고 다짐했다. 순수한 마음에서 마을을 위해 봉사한다면 조금씩 변화가 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처음엔 도로 옆에 꽃길을 가꾸면서 환경을 정비하는데 힘을 썼다. 사비로 포클레인을 사서 밭을 고르고 꽃씨를 뿌렸다. 때가 되면 유채꽃과 해바라기가 아름답게 피어 주민뿐 아니라 관광객도 미소를 짓게 되었다.”

 

-자연생태마을 사업을 하면서 힘들지는 않았나?

 

“처음 생태마을로 지정되고 마을을 위한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동의해준 사람은 없었다. 직접 주민들 찾아다니면서 설득했다. 청년회장을 3년 하면서 쌓아온 신뢰가 결국 큰 힘이 되었고 이장으로써 많은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분열되었던 마을이 이젠 어떤 마을보다 화합도 잘되고 정이 넘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고령화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조수1리에 청년들의 귀농 현상으로 이어졌다. 제주도에서 실시한 제주형 커뮤니티비즈니스마을 육성사업을 기반으로 마을 살리기 운동에 앞장선 주민들의 노력이 가장 컸다.

 

마을 주민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었던 계기는?

 

“주민들과 직접 소통하며 생활에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조사하기 시작했다. 우선 조수1리의 모든 집을 방문해 방충망을 교체해주고 전기·수도를 점검해주었다. 어르신들이 도시처럼 편하게 살 수는 없지만 적어도 불편함은 없도록 해주고 싶었다.”

 

김 이장의 마을 자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조수1리 청년들이 스스로 마을을 지키겠다는 뜻에서 방범초소도 만들었다. 동에서 시작한 게 이젠 한경면 전체가 다하게 되었다. 경찰청장님도 방문했을 정도로 좋은 사례로 남았다. 최근에는 다른 마을 청년회에서 벤치마킹하러 온다.”

 

 

올레 13코스에 위치한 무인카페와 무인농산물장터는 '천원의 행복'이라는 문구로 시선을 끌었다. 매일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여는데 조수리에서 재배되는 제철 과일과 채소를 한봉지 가득 채워 천원에 판매한다. 브로콜리, 유채나물, 호박고구마, 고추, 찰보리쌀, 양배추, 무, 콜라비, 감귤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 ‘천원의 행복은’ 어떤 의미?

 

“‘천원의 행복’은 거창한 행복이 아니라 작은 행복이다. 하지만 나눌수록 커지는 행복이니 정말 보람을 많이 느낀다. 천원의 행복으로 거둬들인 수익금은 전액 소년소녀가장에게 지원한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교육에서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고 느꼈다. 초등학교 1학년생을 선정해 6학년까지 장학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장학금 지원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추진 중이다.”

 

 

 

“무인카페는 올레꾼에게 단순한 커피 한잔이 아니다. 무료로 커피 한잔을 마시며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면 이는 행복이기 때문이다. 무인농산물코너는 무인카페의 연장선이다. 농산물은 지역 주민이 기증하는 경우도 있고 마을 청년 4명이서 공동 생산을 해 팔고 있다. 신선한 농산물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 옆 마을에서도 많이 찾는다. 주말엔 아침·점심·저녁마다 새로 채워 넣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이장으로써 앞으로 더 하고 싶은 일은?

 

“생태호수마을로 지정되었고 이름에 걸 맞는 마을을 만들고자 지금까지 달려왔다. 시골이 도시를 따라하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현재 마을에 크고 작은 연못이 26개 있고 이중 절반은 방치되고 있는데 이를 생태환경의 장으로 만들고 싶다. 예전에는 연못을 매립해서 밭으로 쓰이는 경우도 많았다. 게다가 육지 사람이 소유한 토지에 속해있는 경우도 많아 보존하기 어렵다. 어려움이 많지만 매입을 하는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연못을 조수1리의 상징처럼 만들고 싶다.”

 

마을 청년들의 작은 행복에서 시작된 조수1리의 유쾌한 변화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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