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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필의 세상훑기(19) ··· 그의 애국혼과 삶, 그리고 키?

“3월 하늘 가만히 우러러보며, 유관순 누나를 생각합니다. 옥 속에 갇혀서도 만세 부르다….” 3ㆍ1절이면 항상 떠오르는 노래다.

유관순 열사(1902~1920)는 3ㆍ1만세운동의 상징이다. 그런 유 열사의 키를 놓고 요즘 작냐, 크냐로 ‘작지만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6일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월례발표회장. 한 천안의 향토사학자에 의해 지난해 11월 발표된 ‘단신(당시 표준 키)설’에 대해 반론이 제기됐다. 이 자리에 단신설 주장 학자도 토론자로 참석해 열띤 논쟁을 벌였다.
 
유 열사 수형기록표의 명확하지 않은 신장 표기 숫자와 사진이 주요 쟁점이었다. 단신설, 장신설 측이 각자의 주장을 펴기 위해 1919년 만세운동에 참여했다가 수감된 다른 애국지사들의 수형기록표를 제시됐다.
 
그 중 종묘 앞 시위를 벌였던 유 열사 동갑내기 간호사들이 있었다. 노순경(애국지사 노백린의 딸), 이신도도 1902년생으로 당시 18세였다. ‘낭랑 18세’노래에 나오듯 꽃다운 나이의 소녀들이 서대문감옥에 갇혀 차가운 벽을 배경으로 수형표 사진을 찍었다. 수형번호는 이신도 367번, 노순경 368번, 유 열사는 두 번호 건너뛰어 371번.
 

 

봄기운이 찾아드는 3월, 이들은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는 독립시위에 나섰다. 무력한 조선의 마지막 왕(고종)의 죽음이 기폭제가 되긴 했으나 그 때문은 아니었다. 일제강점기 민초들은 더이상 봉건왕조의 신민(臣民)이 아니었다. 그들이 꿈꾸는 나라는 국민이 주인되는 나라였다. 봉건왕조로 되돌아가자는 것이 아니었다. 어린 그들의 얼굴은 긴장감이 흐르지만 당당해 보였다.
 
“키가 작으면 어떻고, 크면 어떻단 말인가?” “만세운동하는데 키가 무슨 상관이냐?”
 유 열사의 ‘신장(身長)문제’가 거론되자 아우내시위가 벌어진 천안 병천면 주민들은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28일 저녁, 3ㆍ1절 관련, 국민 관심이 쏠리는 횃불행진을 준비하느라 여념 없는데 맥 떨어진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유 열사의 신장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2007년 지정된 표준영정과 모든 동상들이 장신설에 따라 제작됐는데, 단신설이 맞는다면 향후 모두 바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영정 제작자인 충남대 윤여환 교수는 제작기록에서 “영정자세는 유관순 열사와 같은 신장(170cm)의 여학생에게 다시 고증받은 복식을 착용케 해 제작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현재 유 열사 키에 대해 명확히 증언해 줄 사람은 없다. 직접 대면했던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 유 열사의 형제ㆍ친척, 이화학당 동료, 아우내 시위 참가자, 서대문감옥 수감자들. 그들이 유 열사를 회고하는 증언이 1960,70년대 신문ㆍ잡지에 실렸으나 아무도 키를 언급하진 않았다.
 

오직 수형기록표뿐이다. 그런데 기록자는 ‘매정하게’ 숫자를 휘갈겨 썼다. 그 바람에 ‘5척(尺) 6촌(寸) 0분(分)’이냐,‘5척(尺) 0촌(寸) 0분(分)’이냐 엇갈리고 있다.‘1척=30.3cm, 1척=10촌’축척 기준에 의하면 전자는 169.68㎝, 후자는 151.5㎝로 무려 18cm 차이가 난다.
 
현 상황에서 유 열사 키는 확실한 논증이 나오기까지 논란 상태로 남겨둘 수밖에 없다. 소모적인 논쟁으로 치닫지 말자는 얘기다. 자칫하면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했던 유 열사의 애국혼과 치열했던 삶에 누를 끼칠 수 있다. 그는 키가 작든 크든 3ㆍ1운동의 상징적 존재로서 역사적 위상은 퇴색되지 않는다.

 


조한필은?=충남 천안 출생. 고려대 사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고대사를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편집부·전국부·섹션미디어팀 기자를 지냈다. 현재는 충청타임즈 부국장 겸 천안·아산 주재기자로 활동하면서 공주대 문화재보존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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