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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덕정연가] 현창헌 박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구조부지실장
일본 대지진 당시 가장 바빴던 인물…카이스트 공학도에서 원전 안전 책임자까지

지난 3월11일 일본 대지진이 발생하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도 비상이 걸렸다.

 

가장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 대지진이 일어나 원전이 훼손되자 국내 원전에도 이목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원자력안전기술원 내 원전의 안전을 진단하는 구조부지실 직원들은 비상 소집됐고, 국내 각 지역의 원전에 대한 안전 진단이 긴급히 이뤄졌다.

 

다행히 국내 원전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정지되고 잇따라 폭발하면서 구조부지실의 긴장감은 3~4개월 동안 늦춰지지 않았다.

 

구조부지실을 책임지고 있는 부서장은 더욱 그러했다. 낮에 안전 점검하러 다니고, 밤에는 회의하고, 자료를 만들어 발표하고….

 

이렇게 3~4개월 동안 원전의 안전을 점검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인물, 대한민국의 원자력발전소 안전을 책임지는 그가 바로 제주인(濟州人) 현창헌 박사(52)다.

 

현 박사의 고향은 제주시 화북2동이다. 제주일도교와 제주중, 오현고를 거쳐 서울대 기계공학과와 동대학원 토목공학과를 졸업했다.

 

카이스트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토목공학 내진공학으로 박사학위를 갖고 있다.

 

현 박사가 근무하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대전 유성구에 있다. 우리나라 과학인재 양성소 카이스트(KAIST) 맞은 편 자리다.

 

구조부지실장이지만, 그의 사무공간은 넓은 사무실 한쪽 구석에 칸막이가 있는 1평 남짓한 자리가 전부다.  책상 2개에 책장이 고작이다.

 

 

-‘구조부지실’이라는 용어가 생소하다. 무엇을 담당하는 부서인가?

 

“‘구조부지실’이라는 명칭은 두 가지 단어가 합쳐진 것이다. 토목건축구조, 건물구조, 방파제구조 등의 ‘구조’라는 단어와 터를 뜻하는 ‘부지’라는 단어가 합쳐져 만들어진 것이다. 발전소를 건설할 때 그 땅이 문제가 있는지, 발전소 건물을 짓는데 문제가 발생하는지 여부에 대해 검토하는 부서다. 사실상 원전의 안전을 초기부터 진단하고 사후에도 진단과 감시를 하는 부서로 생각하면 된다”

 

-어렸을 때부터 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았나?

 

“어릴 때 꿈이 과학자였다. 하지만 집안에서는 법조계로 진출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난 항상 진로를 과학 분야로 집중했다. 대학진학부터는 과학보다는 공학 분야로 관심을 바꿨는데, 어렸을 때에는 과학이나 공학이 한 분야로 생각했었다. 큰 형이 물리학을 전공했는데 그 영향도 있었다. 큰 형은 그 뒤로 신학에 빠져서 신학대학 교수 겸 목사로 재직하고 있다. 스스로 평가를 하자면 부끄럽지만 고교 때까지 상위수준이었다.”

 

-과학 또는 공학 분야를 전공했는데, 왜 핵물리학(원자력) 분야에 근무하게 됐나?

 

“원래는 대학교 전공은 기계공학이었고, 대학원에서는 토목공학이었다. 토목공학은 사실 원자력과 물리학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이론적으로 많은 공부를 한다는 데가 기계공학과여서 그쪽으로 갔다. 진동공학에 관심이 있어서 토목공학에서는 내진공학을 하게 됐다. 사실 원자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원자력발전소는 진동에 민감해 발전소를 짓는 데에는 내진공학이 필수다. 일반 고층건물이나 다리에도 필요한데 내진공학이 가장 많이 필요한 곳이 바로 원자력 발전소다. 그래서 지진에 대한 안전성을 평가하는 분야로 진출하게 된 것이 지금 이 자리까지 온 것이다.”

 

-지난 3월11일 일본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무척 바빴을 것으로 보이는데

 

“3~4개월 동안 하루에 2~3시간 밖에 잠을 자지 못했다. 처음 지진해일(쓰나미)가 왔다는 소식에 우리도 비상이 걸렸다. 비상상황실에 모여 회의를 하는데, 갑자기 일본 현지에서 원전이 폭발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상상도 못했다.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큰 충격이었다.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밤에는 회의하고 낮에는 안전점검하고 발표자료 만드는 일이 계속됐다. 주로 연구원 비상상황실에서 근무했는데, 국내 원전을 점검하기 위해 조를 편성해 돌아다니기도 했다. 책임자이기 때문에 여기저기 다니지 못하고 고리 원전만 갔다 왔다. 대지진 후 현지에서 처음 원전사고가 발생됐다는 보고가 나오자 2~3일 동안은 언론 인터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국내 원전의 경우 매년 검사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가 터지고 나자 불안한 주민들을 달래기 위해 다시 한 번 설명회를 가졌다. 매년 수차례 설명해도 믿지 않으니 정말 아쉬웠다. 아쉬움 속에는 우리가 평소 제대로 홍보를 안 해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주민들도 약간의 실익을 챙기기 위해 주장한 것도 있었다. 전국 4개 원전 가운데 가장 안전하다고 해도 믿지 않았다. 주민들의 고성과 욕설도 나오는데, 정말 진땀을 뺐다.”

 

-국내 원전의 기술력과 향후 원전의 미래는 어떻게 보는가?

 

“우리나라 원전은 95%를 자립한다. 원자력이라는 게 한 나라 한 회사가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국가 전문기관을 묶어서 하는 것이어서 큰 문제가 안 된다. 안전을 빼면 원자력은 없다. 그만큼 여기 전문가들이 기술적으로도 높은 수준이고 고민도 많이 한다. 일과 후 스스로 공부하고 국제회의에서도 많이 배우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완전 폐쇄다, 10~20년 이내 중단한다는 곳도 있다. 안 짓겠다고 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지금 수준으로 그만큼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원천이 없다. 더 안할 수는 없다. 반대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대체에너지 개발에 투자를 많이 하면 많은 새로운 에너지가 개발될 것이라 말하는데, 그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물론 그 쪽도 투자를 해야 한다고 본다. 당분간 원자력은 계속 필요하다. 독일은 10~20년 내에 안하겠다고 하는데, 여러 나라가 비판적이다. 동구권이 원전 기술력이 떨어지는데 그 곳 원전에서 전기를 사오게 된다. 불안전한 원자력이 100km 이내에 있는데, 자기들이 좋은 기술력으로 안전하게 하는 것이 낫지 않나.”

 

그는 대한민국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을 책임지지만, 한편으로는 평범한 직장인이자 가장이다. 일본 대지진 이후 3~4개월 동안 집에도 제대로 못 들어갔지만, 남편과 아버지의 직업 특성을 알고 있는 가족들은 불평 한번 없었다.

 

-고향 제주는 자주 찾는가?

 

“작은 집에서 할아버지 제사를 지내기 때문에 내려간다. 벌초 때에는 당연히 내려가야 한다. 일부러라도 가려고 한다. 제주에서 학술회의가 열리면 꼭 간다. 내려갈 때 마다 친구들과 만나서 소주잔도 기울이고 싶지만, 연로하신 어머니 때문에 대부분 어머니와 보낸 뒤 바로 올라온다.”

 

-은퇴 후 계획은?

 

“여기 업무라는 것이 직접 계산하고 설계하는 것이 아니다. 남들이 제대로 하는가를 감시하는 기관이다. 자문회사 같은 곳에 들어가던지 아니면 직접 만들지 않을까 싶다. 가끔은 고향에 내려가서 농사나 지을까도 생각하기도 하지만, 자문회사 쪽이 가능성이 높다.”
 

 

-고향 후배들에게, 또는 고향 제주에서 과학기술 분야 일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하고픈 말은?

 

“과학기술은 즐겁지 않으면 하기가 힘들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분야는 진로가 충분치 않다. 즐겁게 할 생각이 없으면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 즐거워서 하는 것이 아니면 선택하지 않는 것이 낫다. 젊을 때에는 매력을 느끼기도 하지만, 자기만족으로 할 수 있는 그런 분야이기도 하다. 대단한 것을 발견하고 발명하지 않더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종사할 자신만 있으면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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