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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제주도정 최고책임자, 그의 취임 3주년 기자회견은 과연 기자회견?

지난 1일은 민선5기 우근민 제주도정이 출범한지 만 3년이 되는 날이다. 우 지사는 이날 오전 10시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취임 3년 성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했다.

 

<장면 1>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이날 오전 9시부터 가진 직원 정례조회에서 우수공무원에 대한 표창 수여 뒤 약 10여분 동안 제주도청 공무원들에게 ‘당부의 말’을 했다.

 

내용은 ▶최근 63년 만에 메이저대회 3연승을 한 골프선수 박인비가 IMF 외환위기 당시 자신이 만든 행사인 ‘제주도지사배 주니어 골프선수권대회’ 우승자라는 것 ▶민선 5기 도정 만 3년 동안 제주가 발전한 것은 공직자들의 노고가 있었다는 것 ▶자신의 공약사항인 행정시장 직선제 추진 지시 등이다.

 

이 내용은 모두 제주도청 기자실 모니터를 통해 방송이 됐다. 일부 기자들은 이 내용을 모니터 하며 기사화 했다.

 

<장면 2> 이어 오전 10시가 되기 직전 제주도청 기자실. 우근민 지사의 민선5기 제주도정 출범 3주년 기념 기자회견에 맞춰 도청 각 실·국·본부장들이 먼저 들어와 기자회견 장에 앉아 대기하고 있었다.

 

이어 약속된 시간. 우 지사는 기자실 오른쪽 문으로 들어오면서 간단히 인사만 한 뒤 곧바로 단상에 섰다.

 

그는 기자회견에 앞서 “언론인 여러분! 3년 동안 여러 가지로 협조를 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우선 좋은 기사를 쓸 때는 고마웠고, 또 채찍을 하는 기사 써 주실 때는 공무원들과 다시 한 번 의논을 하면서 더 한 번씩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분량이 좀 많은데요. 이해주시기 바랍니다”며 미리 준비한 ‘민선5기 제주도정 출범 3주년에 즈음하여 도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회견문을 읽기 시작했다.

 

“존경하는 120만 내·외 도민 여러분… (중략) …도민 여러분께서 함께 힘을 모아 주신다면 정말 큰 힘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 지사는 무려 42분 동안 쉬지도 않고 준비한 글을 읽어 내려갔다. 그 분량은 A4용지 총 29페이지. 글자 수만 1만1300여자 였다.

 

 

<장면 3>우 지사는 준비한 문안을 다 읽은 뒤 “질문은 오찬 간담회에서 하자”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기자들이 “카메라도 있는데 질문을 받으셔야 한다”며 "조금만이라도 하자"고 극구 요구하자 마지못해 “질문을 하라”고 했다. 하지만 이미 단상 곁으로 비켜 서 '공식성'은 오그라들었다.

 

이에 기자들이 “단상에 서서 질문을 받아 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우 지사는 마지못해 단상에 섰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한 여(女)기자를 지목하며 “자! 저기 질문하세요”라고 했다. 이에 해당 기자는 “질문할게 없다”고 하자 “그럼 누가 질문 할 것이냐”고 했다.

 

모 방송사 PD가 “행정시장 직선제가 내년 선거에 가능하느냐”고 묻자 “그거는 하기 나름입니다. 시기 문제는 여러 가지 문제가 되는 부분도 있지만, 이게 빨리 의회와 제주도민들의 뜻이 모아지면 원 포인트 국회도 여러 가지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시기가 되냐 안 되냐 하는 것은 딱 단언하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저는 저가 공약한 것은 가급적 지키려는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뭔가 쫓기듯이 다급히 “자! 그 다음”하면서 특정 기자를 가리켰다. 지목을 받은 기자는 “얼마 전 김태환 전 지사가 와서 우근민 지사 3년 동안 특별자치도가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우 지사는 “그건 그분한테 물어보세요. 자 끝내겠습니다. 그런 질문에 대답의 가치가 없기 때문에”라며 웃으며 급마무리하고는 기자실을 곧바로 빠져 나갔다.

 

질문과 답변에 걸린 시간은 1분 30초가 전부였다.

 

한 번도 쉬지 않고 3년 간의 자신의 업적(?)을 빼곡히 적은 원고를 읽고 내려간 시간은 42분. 그러나 정작 도민들이 궁금해 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질문과 답변 모두 합쳐서 1분 30초였다.

 

제주도의 도정 최고 책임자는 기자실에 머문 약 50여분 동안 과연 무엇을 남겼을까? '4.3 폭도' '간첩기자' 등 폭언 파문을 몰고 온 지난 5월29일의 오찬간담회 50분이 다시 기억나는 건 무슨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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