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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길 Kim Chonkil...40년 AP통신 기자의 기록

한국전쟁 휴전협정 60주년이다.

한국전은 1950년 6월25일 발발, 53년 7월 27일 협정을 체결해 정전체제로 전환됐다. 1129일 동안 지속된 6·25전쟁은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과 함께 비무장지대와 군사분계선이 설치돼 숨을 돌렸다. 남·북한은 그후 60년 동안 휴전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휴전 후 많은 일들이 남과 북에서 일어났다.

 

포토저널리스트들은 그동안 남과 북, 그 중간 지점인 판문점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기록했다. 그리고 그 역사의 기록들을 펼쳐 보였다.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동강사진박물관을 비롯한 영월읍 일대에서 동강사진마을 운영위원회 주관으로 ‘2013 동강국제사진제’가 열리고 있다.

 

<제이누리>는 동강사진마을 운영위원회의 제공으로 휴전협정 60주년을 기념한 사진전 ‘기억과의 전쟁’을 참여 작가별로 연재한다. 제주를 여는 창! <제이누리>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독점 게재하는 사이버 전시회다. / 편집자 주

 

▶김천길(金千吉) Kim Chonkil 작가노트

 

나는 1950년 6.25전쟁 때 AP통신과 인연을 맺은 후 1987년 퇴직하기까지 40년 가까운 세월을 사진기자로 활동하며 한국 현대사를 기록했다.

 

힘든 일도 많았지만 일본 도쿄지사를 경유해 미국 뉴욕 본사로 송고한 사진들이 세계 유력 신문과 잡지 등에 게재되는 것을 보며 큰 보람을 느꼈다.

특히 일본 아사히, 요미우리, 산케이, 니케이, 마이니치 등 5대 일간지의 1면에 내가 송고한 AP사진이 게재되는 것을 회사에서는 ‘파이브 제로’라고 칭했다. ‘파이브 제로’를 한 날은 미국 본사와 일본 지사에서 축전이 왔고 나는 기자로서 자부심을 가지게 됐다.

 

이승만을 비롯해 윤보선,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등 역대 대통령을 취재했다. 김대중, 김영삼 대통령이 가택연금 상태에 있을 때는 매일 동교동과 상도동에 들러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정치적인 사건 외에도 한국의 문화와 다양한 사회현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도 했다.

 

군부독재시절 시위 취재를 하며 최루가스를 마셔야했고 시위대가 던진 돌에 맞아 팔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하지만 매순간 기자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현장을 기록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특종의 기쁨도 누렸지만 뼈저린 낙종의 아픔도 경험했다.

 

특히 1974년 8월 15일 광복 29주년 기념식은 지금도 잊지 못할 최악의 날이었다. 그날 박정희 대통령의 영부인인 육영수 여사가 문세광에게 저격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나는 그날 ‘광복절기념식에서 특별한 일이 일어나겠느냐’는 안일한 생각으로 집에서 기념식 중계방송을 보며 쉬고 있었다. 하지만 TV를 통해 총격 소리를 듣고 다급히 사무실로 나갔다. 본사에서 사진을 구하라는 독촉이 있었지만 당시 현장에는 사진기자가 없었다.

 

그러던 중 뉴스위크의 미국인 기자가 사무실로 뛰어 들어 오더니 “내가 뭔가를 찍었으니 빨리 현상해 달라”고 소리쳤다.

 

AP통신에는 계약사 특파원이 요청할 경우 협조하라는 규정이 있어 그가 건네는 필름을 받아 바로 현상, 인화 작업을 했다.

사진에는 문세광이 단상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나는 그 사진을 뉴욕으로 전송했다.

 

하지만 그 기자는 이 사진을 AP가 아닌 UPI에만 제공했다. 나는 본사로부터 크게 질책을 받아야 했다. 그 이후 나는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부지런히 현장을 뛰어다녔다.

 

현역에서 은퇴한 후 오랫동안 타지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AP완장을 차고 현장을 누비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아쉬운 점도 많지만 한 번도 사진기자로 살아온 인생을 후회한 적은 없다.

지난해부터 문화일보 기자로 있는 아들이 내가 취재한 사진에 글을 달아 ‘그때 그 시절’이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신문지면에 내 이름과 아들 이름이 나란히 올라가는 것을 보면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김천길(金千吉) Kim Chonkil은?

 

김천길(金千吉)은 1929년 일본 규슈에서 태어났다.

 

해방직후 한국으로 건너온 그는 1950년 6.25전쟁이 일어난 며칠 후 AP통신에서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미국에서 온 AP기자들의 취재를 돕다 AP에 정식 기자로 채용됐다.

 

AP통신 서울지국에서 40년 가까이 데스크와 기자의 역할을 해온 김천길은 6.25전쟁 직후 한국의 혼란상을 비롯해 이승만 대통령 하야, 4.19혁명, 5.16쿠데타, 6.3항쟁, 10월 유신, 10.26사건 이후 ‘서울의 봄’, 광주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남북대화 등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기록했다.

 

특히 5.16쿠데타 직후 박정희 장군과 차지철, 박종규 등 쿠데타 주역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의 지지 시가행진을 바라보는 장면은 그의 대표작이다.

1987년 AP통신을 퇴사한 김천길은 1988년 서울올림픽 때 미국 타임지 포토에디터로 활동했다. 1993년 미국 이민 길에 올라 현재 뉴욕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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