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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폭염 속 '복도 시험'...얼룩진 땀과 가슴에 박힌 서러움은 누가?

 

 

2010년부터 2013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제주가 4년 연속 학력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자랑스러운 성적이다. 수도권 아이들에 비해 열악한 교육환경인데도 4년 연속 1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제주도 교육자들도 "제주도 교육은 전국 최고"라며 자랑한다.

 

그러나 '학력 최고'에 비해 억눌린 '인권하락' 현장도 있다. 11일 기자의 귀를 의심케 하는 놀라운 제보가 하나 들어왔다.

 

내용은 이렇다. 최근 제주도내 중학교가 1학기 기말시험을 치르고 있는데 일부 학생들이 교실 밖 복도에서 시험을 치루고 있다는 것이다. "푹푹 찌는 무더위에 비지땀을 흘리며 시험을 본다"는 것이다. 80년대 이전 교육현장의 모습이었다.

 

왜 에어컨이 있는 교실을 두고 학생들은 복도로 쫓겨나야 했을까? 더구나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그 아이들은 선풍기 하나 없이 푹푹찌는 복도에서 왜 시험을 쳐야 했을까? 사실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확인차 인근 중학교로 취재를 나갔다.

 

사실이었다. 학교에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학생들을 복도에 한 줄로 책상을 세워놓고 시험보고 있었다. 심지어 복도에 줄을 서지 못한 아이는 그 복도에서 마저 밀려나 계단 근처 구석에 홀로 앉아 시험을 보고 있었다.

 

창밖에는 뙤약볕이 쏟아지고 있었으며, 아이들은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시험문제를 풀고 있었다. 반면 교실에는 시원하게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고사현장이었다.

 

자초지종을 묻자 교장의 목소리는 높았다. "문제가 되는가"라며 그는 되레 기자를 향해 폭언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는 "시험기간 동안 한 학생당 단 2시간만 복도에서 시험을 보고 있다. 로테이션으로 한다. 문제될 것이 무엇이냐"고 하더니 급기야 "제보한 학부모가 누구냐. 그 학부모는 우리학교에 아이를 보낼 자격이 없는 학부모다. 그 학부모 가만히 두지 않겠다.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에게 학생들은 부정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은 '잠재적 범죄자'일 뿐이었다. 그는 "컨닝 등의 부정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 한 학급에 40명이 있다. 비좁게 앉으면 컨닝이 발생할 수 있다"며 언성을 높였다. 그리고 그는 한달여 전 막말파문을 몰고 온 우근민 지사의 막말 퍼레이드를 보듯 기자와 제보를 한 학부모를 향해 거의 욕설에 가까운 말을 쏟아냈다.

 

학생들의 반응은 안타까웠다. 그들은 힘없는 학생이었다. 그저 "선생님의 지시에 따를 수 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그저 체념하듯 고개를 떨굴 뿐이었다. 

 

관리.감독해야하는 교육당국 역시 "뚜렷한 대책이 없다"며 해결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벼랑에 내몰린 건 학생들일 뿐이었다.

 

양성언 교육감은 최근 취임 3주년을 맞아 다양한 성과를 발표했다. '미래사회를 주도할 창의적인 인재 육성'의 지표와 '세계로 도약하는 으뜸 제주 교육'의 비전, '글로벌 제주, 교육의 힘으로' 등의 슬로건을 구현하는 주요한 사업 성과 등을 뽐냈다.

 

문제가 된 중학교 교장은 기자에게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며 엄포를 놓았다. 학교에 무단침입했다는 이유를 댔다. 학생들을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한다는 그에게 되묻고 싶다. '커닝할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이 그 시험을 치르며 얼룩진 땀은, 가슴에 박힌 서러움은 어디에 호소해야 하는가?

 

부디 우리 학생들이 '미래사회를 주도하고, 세계로 도약하는 으뜸 제주'의 동량으로 자라주길 기대한다. 부디 과거의 타성에 젖어 '창의성'을 몰각하고 구시대의 작태에 매몰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 본보기는 스승이다. [제이누리=이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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