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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제주] ’제주 빅색소폰 동호회’ 길거리 공연 화제
해안도로 명물로 부상…회원들 "정신·육체 건강 도움"

 

 

매주 주말 제주시 도두동 해안도로를 걷다 만나는 색소폰 선율이 있다. 색소폰 연주자들이 '버스킹(Busking·길거리에서 공연하는 행위)'을 나선 것이다.

 

철썩거리는 파도소리와 어울려 거친 바닷바람에 퍼지는 강렬한 색소폰 선율에 삼삼오오 모여있는 관객들의 가슴을 울린다.

 

그런데 연주자들은 모두 점잖이 차려 입은 중년들이다. 젊은 음악인들이 많이 하는 ‘버스킹’을 40~60대 중년들이 나섰다. 공연이 흔치 않은 제주도에서 이례적인 풍경. 어느새 '해안도로 명물'로 떠올랐다.

 

중년의 색소폰 연주자들은 2009년 결성된 ‘제주 빅 색소폰 동호회’. 40대부터 60대까지 남녀 구성원들이 모인 순수한 음악 동아리다.

 

단순히 색소폰과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출발해 4년째 꾸준한 음악활동을 펼치고 있다.

 

“10여년 전 제주대 평생 교육원에서 ‘색소폰 레슨’ 강의를 들은 수강생들이 모여 결성한 동호회입니다. 30명 내외의 회원들이 양로원 등지에서 봉사활동을 위해 모였는데 최근에는 길거리 공연도 나섰죠. 악장을 맡은 박중필씨가 3년 전부터 혼자서 길거리 공연을 해오다가 올해부터 회원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길거리 공연 후 관객과 직접 소통하며 얻은 뿌듯함과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매주 주말마다 도두동 근처 해안도로에서 길거리 공연을 열고 있습니다.”

 

현재 구성원들은 오황영 회장을 중심으로 박찬억씨, 박승봉씨, 고창덕씨, 문상천씨, 김영중씨, 정태영씨, 임숙자씨, 박중필씨, 김종국씨, 강명수씨, 고승범씨, 조미자 씨 등 모두 26명이다.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 전 제주시 부시장, 병원장, 대형약국 대표, 대학교수, 경찰 공무원, 화가, 의사, 교사, 여성경제인 등 나름 리더급 인사들이 대다수다.

 

사회적으로 남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이들은 남모르는 정신적인 갈증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 갈증을  ‘색소폰’을 만나 풀더니 ‘풍요로운 중년시대’를 열었다.

 

“처음 공연을 나설 때는 쑥스러웠다. 그러나 색소폰을 사랑하고 음악을 아끼는 순수한 마음으로 공연하다 보니 관객과의 소통을 통해 느끼는 보람이 더욱 컸다. 나의 직업을 통해 남들에게 과시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인기나 돈을 위해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고민하지 않고 길거리 공연을 시작하게 됐다.”

 

 

 

심지어 색소폰 연주를 하며 오랜 지병까지 치료했다. 색소폰은 이 들에게 새 삶을 안겨줬다.

 

“회원들의 정신과 신체 건강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최근 중년의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건강한 취미를 갖게 되면서 긍정적인 사고를 가질 수 있게 됐다. 특히 기관지 확장증을 앓던 한 회원이 색소폰을 연주하면서 완쾌됐으며 심장이 좋지 않아 10분 이상 색소폰을 불지 못했던 한 회원은 2~3시간 공연도 거뜬히 해내고 있다. 음악이 빚어낸 기적이다.”

 

제주 빅색소폰 동호회 회칙에 ‘색소폰을 통해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는 글이 있다. 이들의 설립 목적과 존립의 이유를 정의하는 말이다.

 

그만큼 그들은 풍요를 만났다.

 

거리공연을 본 한 읍장이 동네 축제에 초대해 준 경우도 있었다. 어떨땐 동호회에 황당한 수입(?)도 생겼다. 거리공연을 지켜보던 한 초로의 신사가 감동적이라며 17만원의 공연비를 내고 간 것이다. 물론 음료수를 사와서 나눠주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어떤 중년의 관객은 연주 후에 다가와서 "남자가 남자에게 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오늘 깨닫게 됐다. 무척 감동스러운 연주였다"고 말한 뒤 홀연히 사라진 경우도 있었다. 음악으로 마음을 나눈 것이다.

 

남들은 중년 더러 인생 황혼기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을 보노라면 '삶다운 삶은 현재부터'란 생각이 든다.

 

색소폰을 사랑하며 음악을 즐기며 풍요로운 인생을 사는 멋진 중년들. 아마추어 밴드지만 음악을 진지하게 대하는 태도만큼은 프로 못지 않았다.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임숙자씨는 “늦게 시작한 음악이지만 열정 만큼은 프로 못지 않다. 음악 하나만 보고 뭉친 만큼 앞으로도 음악만을 위해 활동할 예정이다. 곧 우리 동호회가 제주도 문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동호회 회원들과 나눈 문답이다.

 

수많은 악기 중 색소폰을 선택한 이유는?

 

“색소폰은 음률와 리듬감이 뛰어난 악기다. 관악기 중에서도 배우기가 매우 쉬워서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막연하게 악기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서 강의를 수강하게 됐지만 배울수록 빠져들고 있다. 특히 색소폰의 떨림은 인간의 심장박동 수와 유사하다고 한다. 그래서 듣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잘 이끌어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얼마나 매력적인가.”

 

▶음악을 시작한 후 달라진 점은?

 

“동호회가 알려지면서 재미있는 섭외도 들어오고 있다. 최근 동호회 홈페이지에 결혼을 앞둔 신랑이 “가정형편이 어려워 결혼 이벤트를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결혼 축하 연주를 부탁한다”는 글을 올려 공연을 한 적이 있다. 신랑이 공연비를 담은 봉투를 내밀었지만 축의금으로 내고 왔다. 이같은 공연을 마치고 나면 마음속 한켠이 따뜻해진다. 이런 공연은 언제든지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

 

▶앞으로 계획은?

 

“색소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뭉친 동호회인 만큼 색소폰 연주를 오래도록 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최종 목표다. 이에 맞춰 거리공연도 유지할 수 있도록 계획 중이다. 이번 거리공연은 9월 말까지 예정돼 있다. 특히 올 11월29일(금요일)에 1년에 한번씩 여는 가족음악회를 개최한다. 색소폰도 공연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의 즐거움을 위해 온 열정을 다해 연습하고 있다.” [제이누리=이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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