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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주년 연속기획: 자! 이제는] 후진 선거풍토 바꿔야 선진 리더 나온다(1)

 

 

2014년 6.4 지방선거가 7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선거는 제주의 새 시대,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는 의견이 높습니다. 하지만 우리 제주의 선거문화, 풍토는 여전히 과거에 안주하고 있습니다. 혈연.학연.지연의 굴레에 갇혀 있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구태정치와 편싸움 논리만 춤을 추고 있습니다. <제이누리>가 창간 2주년 특별기획으로 새로운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우리 선거문화의 과제를 연속 시리즈로 진단했습니다. 편집자 주

 

 

 

 

출마선언 후보 24시, “정책구상은 뒷전 그저 만남 또 만남”

 

지난달 28일 오전 11시 제주시내 모고교 운동장. 총동문의 날 행사가 열린 이 곳엔 수십개의 천막과 함께 1천여명에 가까운 이 학교 동문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한낮 막걸리와 맥주를 주고 받으며 동문들 간 화합을 화제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을 무렵 곳곳 천막을 돌며 악수를 청하는 이가 들렀다.

 

마뜩치 않은 얼굴표정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기다렸다는 듯 손을 내밀었다. 천막을 돌던 이는 내년 지방선거 출마가 예상되는 한 후보다. 물론 이 학교의 동문이기도 하다. ‘화이팅’ 소리와 함께 정담이 흐르자 그는 시간에 쫓기듯 다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가 자리를 뜨자 이번엔 또 다른 후보가 천막 곳곳을 돌며 손을 내밀었다. “어! 우리 동문도 아닌데···”란 소리가 나왔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저 얼굴을 뵈고 인사를 드리려 했다”며 그는 너스레를 떨었다. 물론 현장을 지키던 이들 모두 그저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였다.

 

행사가 끝날 때까지 이 학교 운동장엔 내년 지사·도의원·교육감 선거 출마가 예상되는 웬만한 후보들은 거의 모두 현장을 찾아 참가자들과 악수를 청했다.

 

이달 초 제주대병원의 한 장례식장. 제주사회에선 유력자의 빈소가 차려졌다. 물론 예상대로 내년 선거출마가 예상되던 이들은 거의 총출동하는 분위기였다.

 

물론 고인의 영면을 위한 빈소의 성격이어서 소리는 낮았지만 빈소를 지키던 이들은 모든 후보군들이 들릴 때마다 반색하는 눈치였다.

 

발 닳도록 다니다 보면 “지금 내가 뭐하는 거지?”

 

조문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장레식장을 빠져나오는 한 후보에게 이유를 물었다. “몰라서 묻는가요?” 그의 답은 이랬다.

 

 

“제주에서 경조사 현장, 특히 장례빈소는 꼭 찾아가봐야 할 공간입니다. 선거에 득이 된다기보단 더 정확히 말하면 그런 장소를 찾아가 보지 않으면 이곳저곳에서 ‘도대체 뭐하고 있는거냐’고 타박이 나옵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의 경우 내년 지방선거가 9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9월은 매일매일 끼니를 때우는 곳이 제주시내 곳곳 장례식장이 되다시피 했다.

 

지난 12일 오후 9시 제주시 모 병원의 다른 장례식장. 문상객이 두런 두런 앉은 자리에서 50대 한 문상객이 소리를 질렀다. “아니 정치를 한다면서 이런 곳에 와서 문상도 하지 않는다고?”. 그는 성을 내더니 이내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여기는 꼭 와보셔야 한다. 지지자가 많다”며 그는 목에 힘을 주고 말했다. 주변에선 그에게 “대단하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마치 권력자라도 되듯 우쭐한 얼굴표정이었다.

 

그러나 어쩌나? 정책 아이디어 말해봐야 소귀에 경 읽기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밝힌 뒤 하루에도 4~5곳의 장례식장 빈소를 찾아다니고 있다는 다른 후보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솔직히 힘겹습니다. 발이 닳도록 장례식장에 얼굴을 보이고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다보면 무안한 경우를 겪기도 합니다. 어떨 땐 내가 지금 뭐하는 건지 자괴감이 들 때도 있습니다. 이 시간에 제주의 미래를 고민하는 정책개발과 문제의 현장을 찾아 확인하는 등 발품을 팔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득표에 도움이 안되더라구요. 표를 얻어야기에 어쩔 수가 없어요.”

 

 

빈소에서 만난 유권자들의 반응도 선거입후보자들의 생각을 뒷받침했다. 김모(54)씨는 “장례를 치르는 상주 등의 입장에선 현직 지사를 비롯 출마후보자 등의 유력인사가 찾아오면 가문의 위신은 물론 위세를 과시할 수 있는 입장이니 당연히 고마워할 수 밖에 없다”며 “솔직히 제주도내 유권자 중에서 출마 후보들의 면면과 정책이 투표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 지 잘 모르겠다. 그보단 이런 경조사 현장을 찾아준 인연이나 친밀도가 막상 투표할 때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게 제주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한 후보의 선거를 돕는 참모격인 이가 넌지시 말을 건넸다. “선거가 8개월여 남은 상황에서 후보가 생각하는 정책구상은 말을 꺼내봐야 득이 될게 없습니다. 아무리 떠들어도 그건 ‘소귀에 경 읽기’를 한 정도만이 아니라 괜한 논란만을 낳아 난처한 상황으로 이어집니다. 그보단 얼굴이나 꾸준히 알리는게 낫죠.”

 

제주에선 정치신인 격에 해당하는 그 후보의 참모는 ‘악순환’이란 말로 이야기를 서둘러 매듭지었다. [제이누리=양성철.김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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