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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칼럼] 도민과 다른 그의 '정치적 타이밍', 그의 '마지막'

가관(可觀)이다. 참으로 볼만하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눈을 뜨고 볼 수가 없다. 선거판이 이렇게 간다면, 이게 민주주의라면 솔직히 부정하고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민의(民意)를 왜곡하는 것이고, 민주적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것이다.

 

제주도 인구는 60만이다. 성인이자 유권자 수로 보면 40만 쯤 된다. 그런데 최근 집계된 새누리당·민주당 두당의 당원수를 합치면 10만명이나 된다. 새누리가 6만5000명, 민주가 3만3000여명이다. 도민 4명 중 한 명이 두 당의 당원이라는 소리다.

 

이 정도로 우리 제주가 정치의식이 높은 지 몰랐다. 우리나라 인구 5000만을 놓고 대비해 보면 1250만명이 정당원이란 비례가 나온다. 전국 통계가 그 수준이 아닌데 제주도가 유독 이러니 한 마디로 대단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 속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니 어안이 벙벙해진다.

 

두 당의 당원은 최근 3만여명이 불었다. 그것도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경우는 2만여명에 이른다. 그 가운데서도 현직 우근민 도지사를 지원하는 측으로 분류된 경우가 1만7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관측된다. 새누리당 도당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2000~3000명씩 뭉텅이로 3~4차례에 걸쳐 도당에 입당 원서가 단계적으로 접수됐다.

 

그러는 사이 <제이누리>엔 제보가 쏟아졌다. 제주도 산하 모 기관에 다니는 자식을 둔 부모가 주변 인사들에게 입당원서를 받으러 다녔다. “혹이라도 내 자녀가 직장에서 불이익을 당하면 안 되기에 엄마인 자신이라도 나섰다”는 입당권유를 하며 한풀이를 했다. 모 사회단체 회원은 “단체 차원에서 1000명을 할당 받았다”고 말하며 주변 인사들에게 새누리당 입당을 간곡히 부탁했다. 입당원서를 들고 다니는 이들의 위세에 눌려 모 금융기관 직원 역시 “하는 수 없이 응했다. 주변 직원들도 어쩔 수 없이 써줄 수 밖에 없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무슨 공산독재도, 유신독재도 이렇게까진 하지 않을 것 같다”며 “제주의 정치판이 미쳐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고서도 그는 “우리 은행명이나 내 이름이 알려지면 절대 안된다. 솔직히 그들이 무섭다”고 말했다.

 

1만7000여명의 입당원서를 받아든 새누리당 도당이 막상 당원입력에 들어가자 ‘유령인’도 속출했다. 이름과 주민번호가 맞지 않은 경우에, 정작 입력을 마치고 당 대표 명의로 ‘입당을 환영한다’는 문자메시지가 날아가자 ‘명의를 도용 당했다’, ‘난 그런 사실이 없다’는 항의도 쏟아졌다. 접수된 입당원서의 30~40%에 이른다고 한다. 한 방송사에선 또 “당비마저 선납, 대납하기로 하고 당원을 모았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젔는지는 웬만한 사람은 다 안다. 내년 6·4지방선거를 앞둔 사전 포석이다. 본선을 앞둔 4월 경 정당 후보를 확정짓는 경선에 임하려는 지사 출마자들의 사전 승부수다. 미리 자기 사람을 ‘알박기’하고,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그렇게 보면 그런 경선에서 어느 누가 특정 정당의 후보로 확정된다 하더라도 그건 민심(民心)도 당심(黨心)도 아니다. ‘패거리 작당’의 결론에 불과하다는 건 누구나 예견할 수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실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그걸 주도하는 건 우근민 지사 측이다. 이미 수개월 전부터 무소속 우 지사의 ‘1만명 동반 새누리 입당설’이 흘러 나왔고, 결과는 그 예상을 넘어 지난달 말 1만7000명 입당으로 가시화됐다. 수 많은 인사를 꾸리고 동원해 입당 시킨 뒤 본인은 지난 5일 새누리 중앙당과 도당에 입당원서를 제출, 마무리 방점을 찍었다.

 

우 지사는 22년 전인 1991년 관선 지사로 제주도에 부임, 1993년 말까지 두 번 관선 지사로 일했다. 그리고 1995년 6·27 민선 1기 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전신이자 당시 집권여당인 민자당 후보로 나와 무소속 신구범 후보에게 패했다. 절치부심한 그는 1998년 다시 집권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로 말을 갈아 타고 당선했다. 2002년에도 역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나와 재선에 성공했다. 성추행 논란이 불거지고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는 도중이던 2004년 그는 다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으로 직행했다. 열린우리당으로 입당하면서 그는 “정치는 타이밍이다”란 명언을 남겼다.

 

하지만 그는 그해 4월 선거법 위반이 대법원에서 확정, 지사직에서 낙마했다. 그리고 6년 뒤인 2010년 지방선거에서 그는 화려하게 재기했다. 그의 정치적 행보로 놓고 보면 그는 여당을 선택해야 하지만 이미 한나라당은 현명관 후보를 확정지었고, 그는 “나의 정치적 뿌리는 민주당”이라면서 민주당에 복당, 민주당 후보로 나서는 듯 했다. 그러나 그는 다시 성희롱 전력이 문제가 돼 ‘공천 부적격’ 판정을 받았고 결국 탈당, 무소속으로 나와 역시 금품살포 사건으로 공천이 취소되자 탈당, 무소속으로 나온 현명관 후보에 맞서 승리했다. 그 시절 그가 기자회견장에서 눈물을 흘리며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말한 걸 대부분의 도민들은 다 안다.

 

이제 그가 생각하는 ‘정치적 타이밍’이 도래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이 마지막”이란 2010년의 눈물의 호소는 우리가 생각하는 ‘마지막 선거 도전’이 아닌 것 같다. 물론 그럴 거라고 알고 있었다. 2010년 6월 그가 당선자 시절 도지사직 인수위에서 그를 인터뷰 할 때도 그는 말했다. ‘마지막’의 진의를 묻자 그는 “내가 군인출신으로서 언제나 전장에 나갈 때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전력을 다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가 내년 선거판에 올인하는 동안 7일 재선충 고사목 제거작업 지원에 나섰던 제주시청 한 공무원은 쓰러지는 나무를 피하지 못해 두개골이 골절되는 중상을 당했다. 그의 측근들이 새누리당 입당원서 수집에 열을 올리던 지난 달 11일에도 재선충 고사목 제거 지원에 나섰던 사회단체 회원이 쓰러지는 소나무에 맞아 척추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안타까운 우리 제주도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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