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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파일럿 함씨, 네팔서 사고로 숨져 ··· 곡예비행 개척자 영면 소식에 애도물결

 

6년 전 제주에 정착한 국내 '곡예 글라이딩'의 개척자인 패러파일럿 함영민씨(43·제주시 조천읍 함덕리)가 8일 유명을 달리했다. 네팔에서 훈련도중 불의의 사고로 숨졌다.

 

국내 곡예비행(Aerobatic)의 1인자인 함씨는 지난달 15일 해외 전지훈련차 네팔 포카라로 떠났으나 끝내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전지훈련을 마치고 당초 내년 1월5일 귀국할 예정이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함 씨는 7일 오후 3~4시 사이(현지시간) 포카라 '사랑곶'에서 개인 비행에 나섰다가 해발 800m 지점에서 사고를 당했다. 이륙지점은 해발 1500m.

 

현재 함씨의 시신은 포카라 마니팔 병원에 안치됐으며, 유족들은 9일 현지로 떠나 시신을 수습한 뒤 오는 13일쯤 돌아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아직도 생소한 에어로배틱은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낙하하면서 공중에서 고난도의 기술을 연출하는 곡예비행을 일컫는 말이다. 지상 공중제비를 일컫는 애크로배틱(Acrobatic)에 공중을 뜻하는 접두어 ‘aero-’를 붙여 변형시킨 것이다.

 

함씨는 패러글라이딩 인구도 많지 않은 국내에서 에어로배틱에 몰두해 생사를 넘나드는 수련과정을 거치면서 개척자의 길을 걸어왔다.

 

1995년 원주 치악산에서 우연히 본 패러글라이딩 장면에 강렬한 인상을 받은 함씨는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창공에 첫 발을 내디뎠다. 택견과 합기도, 검술 등 격투기의 고수로서 당시 체육관을 7년이나 운영해 오던 그의 인생 진로는 이를 계기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패러글라이딩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장거리비행인 크로스컨트리를 경험한 뒤 함씨는 자신의 한계를 시험할 수 있는 `짜릿한' 것을 하고 싶어 곡예비행에 뛰어들었다. 당시 국내에는 체계적인 기술도 도입되지 않았고 코치도, 교본도 없는 곡예비행의 세계에 혼자 몰입, 외국 선수의 비디오테이프 등을 보며 독학하다가 죽을 고비를 넘기기를 여러 차례.

 

2002년엔 고난도 기술 중 하나로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헬리콥터'를 시도하다가 땅에 곤두박질해 갈비뼈가 부러지는가 하면 `텀블링' 기술을 시도하다가 낙하산이 펴지지 않아 물에 곧바로 추락, 발목 골절상을 입기도 했다.

 

 

함씨는 2005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위험하고 어렵지만 그만큼 도전하고 또 극복하고 싶은 욕망이 내 속에서 꿈틀거린다"면서 "새로운 기술을 시도하고 극복했을 때 온몸을 관통하는 짜릿한 쾌감, 하늘에서 그만큼 자유로워졌을 때, 살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야말로 표현하기 힘든 매력적인 순간"이라고 답했다.

그는 그러나 "공중에서 기술을 시도하는 찰나는 극도의 긴장 속에서 냉철한 판단과 결정을 연속으로 해야 하는 과정이며, 한순간 오판과 실수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한 바 있다.

 

함씨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산맥을 동서(총 2400km)로 횡단한 기록(X-히말라야)의 주인공이자 현재 이 분야 국가대표다. 강원도 평창이 고향이다.

 

그는 패러글라이딩을 가르치다 제주출신 여인을 인생의 반려자로 맞으면서 2007년 제주에 정착, 제주에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해왔다. 슬하에 외동딸을 두고 있다.

다음 포털 패러매니아(http://cafe.daum.net/paramania) 카페와 네이버 포털 패러매니아(http://cafe.naver.com/paramania)카페를 운영하며 에어로배틱 저변 확대에 힘써왔다.

 

 

카페에는 그가 네팔로 떠나기 직전 서우봉·월랑봉 등 제주의 산야와 들판을 오가며 푸른 바다 위에서 펼친 시원스런 비행장면들로 수놓아져 있다. 고인의 제주사랑과 제주동경이다.

 

그의 생사를 가른 포카라는 히말라야 설산 최고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페와 호수가 있고, 겨울철에도 안정적인 비행이 가능해 추운 유럽지역 선수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최고 경지를 꿈꿨던 고인은 이곳에서 집중적인 훈련을 소화할 예정이었다.

 

함씨의 사고소식이 알려지자 SNS와 각종 블로그·카페엔 진정한 '하늘의 사나이'였던 고인을 추모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조미정씨는 트위터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패러글라이딩을 타면서 느꼈던 희열과 감동을 전해 주시면서 반짝였던 미소와 눈빛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구모씨는 "올 봄엔 제주에서 꼭 하늘을 같이 날아보기로 약속했던 것이 마지막 인사가 됐다. 가장 멋진 사나이. 함영민씨의 평안을···"이라고 명복을 빌었다.

 

네이버의 또 다른 블로그에서 한 네트즌 역시 “한 사람의 뜨거운 삶이 수많은 이들의 고단한 일상에 두고 두고 맑은 하늘을 심어 놓은 것 같아 숙연해진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 사막레이스 그랜드슬램을 2회 달성한 오지여행 및 트레일, 오지레이스 전문가인 유지성씨는 그의 블로그에서 “네팔 떠나기 전에 뭔가 느낌이 이상하기에 100달러 부적을 손에 쥐어 주며 꼭 몸에 지니라 했다.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눈물이 계속 앞을 가린다. Good Bye My Friend”라고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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