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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 양육수기 공모전 당선작] 우수작-송미화씨 수기

"끝없는 벽의 끝을 타고 우리는 걷는다"

 

송미화(42·제주시 봉개동)

 

좌절!

 

그건 무얼의미하는걸까.

 

준수(자폐성발달장애1급)가 태어나서 20개월정도가 넘어서면서부터 그 말을 생각은 한 것 같다.

 

모든가족의 힘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 그렇지만 준수는 우리에게 좌절부터 안겨주었다.

 

3살 때부터 이어진 특수교육·모아프로그램·언어치료·작업치료·수치료·심리치료·심리운동치료·소리치료.

 

무언들 안해봤을까.

 

자폐…

 

스스로를 안으로 가둔 아이.

 

그 의미는 준수는 원하지 않아도 그걸 가둔 누군가가 있진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어린이집을 다니고…지금은 일반학교 도움실에 다니고 있는 준수.

 

결코 엄마를 부르지않는 준수. 물론 아빠도. 한 열번 사정해서 불러봐 불러봐해야 어쩔수 없이 한번 개미소리로 "엄마…"하는 준수.

 

우리집은 좀 다른집과 달라서 준수가 어릴 때 양육을 아빠가 전담하고 엄마인 나는 생활전선에 있었다.

 

6살때였던것 같다.

 

일터로 전화가 왔다. "너 당장 들어와! 안그러면 나 준수 죽이고 나도 죽어버릴지 몰라"

 

울기 직전의 아빠 목소리였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심장이 뛰어서 어찌 집에 왔는지도 몰랐다.

 

그때 준수는 대소변을 가리지못한 상태였다.

 

그날은 설사끼가 있었는지 아이를 변기에 앉혀놓고 잠깐 휴지 가지러 베란다에 나간 사이에 아이가 튀어나온 것이다.

 

쇼파에 갔다가 침대에 갔다가 안방에 펼쳐놓은 이불에서 뒹굴고.

 

결국 모두 면으로 된 이불이며 베개며 모든게 베란다에 나와 있었다.

 

그때 아빠 나이가 36살 이었다.

 

어찌보면 정말 한참 자신의 일을 찾아 꿈을 쫒을 나이 아니었을까싶다.

 

그 나이에 매일 3시간씩 치료를 받으러 다니며 차안에서 아이를 기다려줬던 아빠.

 

그 아빠가 안쓰러워서도 눈물이 나고.

 

그 이불을 치우고 빨면서 그냥 소리없이 눈물이 났다.

 

그날 처음으로 아빠가 준수를 때렸다. 때렸다고 했다. 등을 너무 세게 때려서 멍이 들 정도였다.

 

그 몸을 보고 또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던가.

 

그 계기를 기회로 준수는 그 다음날부터 대소변을 가렸다.(그때는 준수는 왜 맞았는지도 몰랐을거라 생각했었다)

 

물론 뒷처리는 지금도 못하지만 그정도만도 행복하다는 소리를 하루에 한번은 꼭 하는것 같다.

 

이런일이 어디 한두번이었던가. 퇴근할때마다 운전대에 앉아서 매일매일 울면서 들어오고, 나가면서 울고.

 

놀라는 장난감은 몰라라하고. 지금도 7년넘은 둥근 뚜껑을 돌리고 있는 준수.

 

아이를 키운다는건 나 스스로를 키운다는 생각을한다.

 

준수를 키우면서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정말 많은 얘기를 한다.

 

우리에게 이 아이가 없었다면...

 

정말 세상무서운 줄 모르고 살았을 것 같다.

 

물론 대부분의 말은 이 아이가 없었다면 우리의 삶은 좀더 평안하지 않았을까 하는 얘기가 주이기는 하다.

 

그러나 지금은 둘째(8개월)가 태어났고, 우린 그렇게 넷이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

 

학교 가면서 "규민아 갔다올께"라고 연습하는 준수.(우리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긴하지만...)

 

떨어진 장난감을 주어주는 준수.

 

공을 던져주는 준수.

 

준수 앞에 서있는 벽을 우리는 넷이서 같이 걷고 있다.

 

지금 열살인데 앞으로 얼마나 긴 벽이 우리 앞에 있을까. 그 끝없는 벽을 가면서…

 

부디 한번의 좌절 뒤에 아홉번의 희망을 생각하길 바란다.

 

 

동생 규민이에게 농담이지만 그러말을 한다. "공부같은 거 하지마. 그냥 평범하고 착하게 살면돼"

 

너무 똑똑해도 형때문에 힘들어할까봐. 그리고 혹시래도 무시할까봐.

 

우리의 아픈 손가락은 어쩔 수 없이 준수이기에 어릴 때부터 우린 그걸 자연스럽게 규민이가 받아들일 방법을 얘기 중이다.

 

끊임없이 형이랑 부딪치고. 다른 형아들과 (자폐형들과)부딪치고. 그 속에서 우리와 다른게 아니라 더딘거라는 걸 꼭 가르켜주고싶다.

 

훗날 혹시래도 엄마아빠가 너무 힘들어서 좌절하고 있을때 동생 규민이가 형을 얘기하면서 희망을 얘기하길...

 

지금도 준수는 옆에서 7년된 플라스틱을 돌리고 있다.

 

한때 그걸 막기위해 때려도 보고 없애도 보고. 다른 걸로 대체도 해보고.

 

지금은 준수가 좋아하면 굳이 남에게 피해가 되지않는다면 가족이 조금 더 참을 수 있다면 모든걸 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어떠한 교육 방법이 나은 지 다른 분들의 의견은 굳이 우리에게 필요하지않다.

 

우린 우리의 방법으로 준수의 벽을 따라 걷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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