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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필의 세상훑기(29) ... 거품은 빠져도 진실은 존재한다

천안의 읍면동 사무소에서 이색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천안시와 유관순 열사 기념사업회가 유 열사의 3·1운동 만세시위 내용을 뺀 고교 한국사 교과서 시정 요구를 하고 나섰다.

 

그 역사 현장이던 천안에선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순국일(28일)이 다가와 서명 열기는 더 뜨겁다.

 

교과서 진보-보수 논쟁이 유 열사에게 옮겨 붙은 양상이다. 한 보수 언론이 지난달 말 8종의 검정 교과서 중 4종에 유 열사 내용이 빠졌다며 불을 지폈다. 최근 한 교수는 학술모임에서 “해방 후 친일파가 유관순을 영웅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해 논란을 부채질했다. 그 배경으로 2009년 정모씨 논문 ‘3·1운동의 표상 유관순의 발굴’이 거론했다.

논문은 유 열사가 해방 후 갑자기 부상한 것은 친일 행적이 있는 이화여고 인사들이 면죄부를 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부각시켰다고 주장한다. "1947년 만들어진 기념사업회도 우익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그들이 자신의 과오를 정화하고 정치적·도덕적 권위를 갖기 위해 유관순을 발굴해 냈다"는 것이다.

틀린 말이 아닐 수 있다. ‘양친이 피살된 이화여학생의 체포’로 당시 미주 교포신문에 보도됐지만. 일제강점기 널리 알려진 인물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지금껏 나온 유관순 전기와 영화가 밑도 끝도 없이 만들어진 것인가. 정치가는 항시 역사를 이용하는 집단으로 유관순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은 엄연히 존재한다.

 

3·1운동은 식민지화된 지 9년 만에 일어났다. 1차 대전 후 식민지 상황 종식에 대한 기대가 계기가 됐다. 종교계 지도자 33인에 의한 독립선언이 만세시위로 전국에 들불처럼 번졌다. 많은 사람이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그들은 일본 압제에서 벗어나 어떤 국가 탄생을 원했을까. 봉건국가 대한제국의 부활은 아니었다. 곧바로 상하이에 ‘제국(帝國)’이 아닌 ‘대한민국(民國)’임시정부가 구성됐다. 3·1운동의 역사적 의미는 여기에 있다.

7000여 명 동포가 살해당했고, 5만여 명이 옥에 갇히고, 많은 이가 고문을 당했다. 그중에 유관순과 그의 부모가 있었다. 부모는 시위 현장에서 즉사했다. 이를 목격한 유 열사는 헌병주재소에서 소장 멱살을 쥐고 흔들었다. 삼촌 유중무(46세)는 “때려죽이겠다”며 달려들었다. 조인원(56세)은 상의를 벗고 소총을 잡았다. 이들 세 명은 시위자 중 최고형을 받았다.

 

유 열사는 운(運)이 좋았다. 이화학당 은사였던 박인덕을 형무소에서 만났다. 또 김성수(동아일보 사장, 부통령 역임)의 부인과도 같이 수감생활을 했다. 그들은 살아남아 유 열사를 추억했다. 미군정 경무국장 조병옥도 아우내시위를 주도한 아버지(조인원)을 기리기 위해 유 열사 추모사업에 동참했다.

이렇게 애국처녀 유관순은 탄생했다. 이후 유 열사는 재판정에 의자를 던져 7년형을 선고받고, 옥중 투쟁 끝에 사지가 절단돼 무참하게 죽었다고 부풀려졌다.

거품빼기 작업이 10여 년 간 진행됐다. 아우내시위는 유 열사 혼자 주도한 게 아니었다. 16세 앳된 소녀도 아니었다. 나이가 두 살 높여졌다. 7년형이 아니라 1심 선고량(5년형)이 줄어 최종 3년형이 됐다. 순국 후 가족에게 넘겨진 시신도 사지 절단 상태는 아니었다.

유 열사가 어떻게 탄생했든 그는 우리에게 조상의 뜨거운 독립정신을 일깨우는 존재다. 돌을 맞아야 할 대상이 결코 아니다. 전태일 열사가 70년대 산업화의 아픈 역사를 일깨우듯.

 

☞조한필은?=충남 천안 출생. 고려대 사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고대사를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편집부·전국부·섹션미디어팀 기자를 지냈다. 현재는 충청타임스 부국장 겸 천안·아산 주재기자로 활동하면서 공주대 문화재보존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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