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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시평] 이기승 전 제주시장 내정자 검증 단상 ... 앞으로의 청문회도?

글을 쓸 때마다 고민을 거듭한다. 혹이라도 서투른 표현 하나가 애매한 이를 다치게 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괜한 오해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다. 사실과 판단을 전하려 할 뿐인데 ‘유·불리’와 ‘편’의 문제로 해석하는 이들이 있기에 괜히 온갖 공상을 거듭하게 된다.

 

그러다 결론을 내렸다. 혹이라도 의도하지도 않았고, 생각조차 않았던 방향으로 흐르더라도 “언론 본연의 소명은 입을 다무는 게 아니라 말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6일 이기승 제주시장 내정자에 대한 제주도의회의 인사청문회를 보고 든 생각이다. 7일 그가 사퇴했기에 이젠 전 내정자라 씀이 맞다.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 그동안의 논란을 보면 ‘진실의 윤곽’은 이미 다 밝혀진 것이나 진 배 없었다. 언론에서 나온 얘기와 법원 판결문, 의회에서 불거져 나온 얘기를 종합해 사실관계로 정리해보면 이렇다.

 

이기승 제주시장 전 내정자는 24년여 전 연합통신 기자이던 시절인 1990년 2월7일 밤 차량을 몰고 제주시 이도동 부근 도로를 지나가다 무단횡단하던 행인을 쳤고, 피해자는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당시 운전자였던 그는 운전 직전 술을 마셨다. 하지만 경찰의 음주운전 측정 결과 법률상 처벌을 요하는 ‘의미 있는 음주운전’ 수치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 “제삿집으로 가고자 이전 회식장소에서 음주를 자제했고 회식 뒤 사무실에 들러 잔무를 처리하고 나섰다”는 이 내정자의 발언과 당시 판결문 기록을 볼 때 음주의 정도는 경미했다. 법원이 ‘음주운전’에 대해선 사고와의 영향·인과성을 인정하지 않아 1심 판결에서 35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검찰이 그래도 ‘주취운전’이라고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법원은 2심 판결에서도 검찰의 항소를 기각, ‘사망교통사고’만 인정하고 벌금 처분을 확정했다.

 

다만 인사청문회에서 새로이 밝혀진 사실은 당시 피해자가 사망자 1명에 더해 부상자 1명이 더 있었다는 점이다.

 

어떤 감정도 개입시키지 않고 사실관계만을 정리해보면 이런 내용으로 요약된다.

 

논란은 당시 사고의 본질과 다르게 ‘강조점’을 달리 둔 일부 언론의 보도로 촉발됐다. 이 시장 내정자가 원희룡 지사의 낙점을 받자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언론은 그의 ‘음주 사망교통사고’ 전력을 보도했다. 친절하게 ‘음주운전’이 갖는 불법성·비도덕성·폭력성을 상세히 기술했다. 불의의 사고보단 ‘음주운전’으로 야기한 사고의 ‘고의성’을 부각, 그의 ‘시장 부적격성’을 강조했다. 더불어 이 전 내정자가 간 회식자리 성격과 이 내정자와 무관하게 이후로 이어진 술자리까지 제보 등을 근거로 묘사했다. ‘감정’과 ‘의도’가 개입된 보도의 성격이 강했다.

 

그런 보도로 이 시장 내정자는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낸 범죄자인 것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며 다른 언론으로 전파되고 잇따른 후속보도가 지속됐다.

 

더욱이 청문회 전 모방송은 “당시 운전 중에 안개가 끼어 시야가 흐릿했다”는 24년 여 전 이 전 내정자의 기억을 두고 “그 시절 기상대 자료를 살펴본 결과 비가 오지 않았고 시정거리와 시야가 좋았다”며 또 다른 ‘거짓말’ 논란을 제기했다.

 

쾌청한 날씨는 언제나 제주도 전역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인가? 아무리 면적이 작기로 서니 ‘국지성 돌풍’이나 ‘국지성 소나기’도 없이 비는 반드시 제주도 전역에 동시에 오는가? 제주시 도심권이 쾌청한 날 평화로를 지나는 차량은 자욱한 안갯속을 헤매고 있는 경우가 없던가?

 

하지만 이 내정자는 6일 인사청문회에서 사실을 인정했고 “모두가 자신의 불찰이자 과오”라고 시인, “평생의 업으로 안고 살고자 한다”며 용서를 구했다.

 

그러나 의회의 인사청문회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솔직히 청문과정을 지켜보며 도가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4년여 전 당시 판결기록을 아직 시장으로 임명되지 않은 ‘개인 이기승’에게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개인 이기승’은 이미 시장공모에 응모하며 어렵사리 제주지검과 국가기록원에 물어 판결문을 구했지만 온전치 못한 판결문을 구할 수 밖에 없었다. 전산화되기 이전 자료란 이유를 들어 국가기록원은 불성실하게 추린 자료를 ‘개인 이기승’에게 보냈고, 온전치 못한 판결문을 제출하는 걸 머뭇거린 것 때문에 의회의 ‘은폐’ 의혹을 받았다.

 

그러나 ‘법적 기관’인 의회는 어렵지 않게 온전한 판결문을 구해 ‘개인 이기승’보다 한 수 위 능력을 뽐냈다. 그 잘못이 진정 이기승 전 내정자에게 있을까?

 

한술 더 떠 이 전 내정자에게 요구한 의회 인사청문위원들의 자료제출 목록을 보면 어안이 벙벙해진다. 그의 모든 금융기관 금융거래기록과 최근 3개월간의 신용카드 사용내역까지 제출하라고 했다. 그리고 그런 기록을 토대로 인사청문회에서 “씀씀이가 헤프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한 금융기관만 이용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닌 일반인으로선 여러 은행을 찾아 금융기록 자료를 찾아내느라 맥이 다 풀릴 노릇이었다. 더욱이 카드사용내역까지 제출하란 부분에 이르면 입을 다물 수 밖에 없다. 가족카드여서 본인 만이 아닌 아내와 자녀의 사용내역이 포함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그래도였다. 물론 사생활은 다 까발리란 요구다. 개인정보보호법 등 법률은 애초 안중에도 없다.

 

 

제주도의회는 ‘초헌법’ 기관인가?

 

이런 게 인사청문회고, 이런 게 인사청문 대상자에 대한 언론의 보도방식인가? 진정 이게 맞는 것인지, 이게 옳은 것인지, 이게 상식에 부합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상대가 적극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위치란 점을 이용한 ‘갑’의 횡포는 이제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 ‘힘에 기반한 욕보이기’가 임명을 앞둔 제주도 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 과정이라면 제주도가 원하는 인재는 공직사회에 발을 들여놓을 수도 없거니와 그런 인재가 제주에서 일할 리도 만무다.

 

'시정공백’을 메울 적격자로 이제 존경받는 ‘성직자’를 찾아야 하는가? 줄줄이 인사청문장에 나가야 할 향후 제주도 산하 공기업 수장 후보들은 또 어떤 이들이어야 하는가?

 

법과 규정에서 정하지 않고 도지사와 의회의 정치적 타협으로 출발한 청문회의 문제점이 이제 나타나기 시작했다.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되돌아볼 시점이다. [제이누리=양성철 발행·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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