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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세평] 우리 청문회의 역사적 오해 ... 미국 청문회의 자부

 

요며칠 사이 제주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일은 단연 제주시장 내정자 인사청문회다. 25년 전 음주운전 여부를 비롯한 여타 이슈를 둘러싼 도의원들과 내정자 사이의 논박을 보면서 인사청문회의 원래 취지를 생각한다.

 

그동안 국내에선 수없이 많은 인사청문회가 이루어졌다. 2002년부터 국무총리 인사청문회가 진행됐고 2006년부터는 장관을 대상으로 그 범위가 확대됐다. 이로 인해 인사청문회는 각 정권의 인재풀을 검증하는 관문이 됐다.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 받은 후보들도 있지만 예상치 않은 암초를 만나 평생 쌓아올린 인생의 흠결이 철저히 까발려지면서 치명적인 도덕적 결함을 안고 쓸쓸히 퇴장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더욱이 우리는 검증과정을 통과하지 못해 사의를 표명한 국무총리를 재임명하는 보기 드문 경험을 하기도 했다.

 

문제는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나면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행태다. 인사청문회의 과도함과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점이다.

 

우리보다 인사청문회가 발달한 미국의 경우 인사청문회 과정은 더욱 치열하고 혹독한 것으로 유명하다. 100여년이 넘는 청문회의 역사를 통해 정권이 바뀌면 총 6000여개에 달하는 자리가 청문회를 통해 인사를 검증할 수 있고, 장.차관 등 중요인사  600여명이 철저한 조사와 검증을 거친다. 인사가 세계 최강국 미국을 만든다는 생각에 근거한 것이라 보여진다.

 

그러나 미국의 인사청문회가 우리와 같이 이렇게 갑론을박하며 내정자를 인격적으로 몰아부치는 경우는 결코 보지 못했다.

 

 

한자어로 청문회는 聽聞會라고 쓴다. '듣는 모임'이라는 뜻이다. 영어로 쓰면 그 의미는 더욱 명확하다. 단순히 'hearing' 이라고 쓴다. 이 말대로라면 우리가 알고 있는 청문회와는 확연히 다른 부분이 있다.

인사청문회는 지명된 내정자가 그 자리에 맞는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혹은 조사내용에 대한 검증을 위해 내정자로부터 충분한 소명을 듣고 이를 판단하는 자리다.

 

그런데 이번 제주시장 내정자 청문회를 보고 있노라면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당사자에게는 끊임없이 질문자의 입장이 옳으니 이를 수긍하라는 윽박이나 고성은 오갔지만 그 반대로 내정자의 말과 소명은 도무지 찬찬히 들어볼 수가 없었다. 계속해서 사과하고 솔직히 고백하라는 다그치기였다.

 

순간 시장 내정자가 아닌 사건 피의자가 오버랩되는 상황이 떠올랐다. 마치 취조를 당하는 느낌이었다.

 

이같은 청문회 풍경은 국내 청문회 역사에서 비롯한 오해에 근거한 듯 싶다.

 

국내에서 청문회가 처음 언론에 등장한 것은 1988년 11월 진행된 제5공화국 비리와 일해재단 관련 청문회다. 이 청문회는 여야의 타협이기도 했지만 1987년 6월 항쟁과 대통령 직선제 쟁취로 5공화국을 무력화시킨, 달리 말하면 5공화국에 대한 국민적 심판과 유사한 의미를 지닌 청문회이기도 했다.

 

이 청문회는 80년대 5공화국 시절 갖지 못했던 정권에 대한 공식적인 공격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일방적인 호통과 고함이 청문회장을 채웠다. 이 청문회에서 대한민국 사회는 노무현이라는 청문회 스타를 발굴해 냈고 후일 그가 대통령까지 되는 발판을 마련한 계기 역시 그 청문회였다.

 

이 때문인지 이후 다른 청문회든, 인사청문회든 보여지는 행태는 늘 유사하다. '청문'이라는 본연의 의미를 따라 충실히 듣는 자리라기 보다는 한 명을 앉혀놓고 질문자의 주의.주장만 있을 뿐 답변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이는 행태다. 주객이 전도됐다는 의미다.

 

누가 그 자리에 적합한 인사인가는 나중의 문제다. 도덕적으로 혹은 능력면에서 부적합한 인사일 수도 있고 억울하게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허나 이를 검증하는 과정이 초법적이거나 인격적인 부분마저 무시해서는 안된다.

 

제주도내에서 처음 시작된 제주시장 및 기관장의 인사청문회가 1988년 청문회의 답습이 돼야 할 이유는 없다. 더욱이 제주시장 등에 대한 청문회는 법과 제도로 규정된 바도 없다.

 

청문회는 내정자의  자질은 물론 업무수행 능력을 검증하는 자리여야 한다. 내정자가 어떤 인생을 살았든 그가 쌓아올린 인생역정 자체가 잘못됐다는 식으로 접근할 일은 아니다. 더구나 인사청문회가 청문회 스타를 만들기 위한 자리가 돼서는 안된다. 엄연히 주인공은 청문장에 앉은 대상자다.

 

앞으로도 제주시장을 비롯해 5개 기관장에 대한 추가 인사청문회가 예정되어 있다. 누구이든 제주도를 대표하는 인사가 될 것이고, 또 제주도의 발전을 위해 충분히 능력을 발휘하는 인재가 나와야 한다.

'Hearing'이라는 청문회 본연의 의미에 충실할 때다. [이재근=제이누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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