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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시평] 표류하는 '협치호 제주' ... 기싸움과 난타전, 그리고 쌈짓돈

바야흐로 ‘협치’(協治) 전성시대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미 ‘인플레이션’ 상황으로 치달았다.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이 출범하면서 핵심가치로 내세운 ‘협치’는 ‘협치정책실’이란 도정의 새 조직 등장과 더불어 그동안의 민선 1~5기 제주자치 시스템과 다른 ‘새로운 현상’이 등장할 것이란 예고였다.

 

하지만 원희룡 도정 출범 100일을 지나 ‘협치’는 제주사회 곳곳에서 도전을 받고 있다.

 

‘협치정책실’은 등장도 하기 전에 ‘옥상옥’(屋上屋)이란 비판을 받았다. 도정을 비판하는 측은 “이것이 협치냐”고 따지고 있고, 심지어 도의회 마저도 의원당 20억원의 재량사업비를 요구하며 ‘협치 예산’이란 간판을 들이댔다.

 

원 도정이 이를 거부하자 의회는 “협치가 아닌 무단통치”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협치(協治, governance)는 정치학·행정학에서 거론되는 용어지만 사실 생소한 용어다. 통치(統治, government)와 대비되는 낱말이다. 간단히 설명하기 어렵지만 수직적 상명하달식의 통치보다 권력이 분산된 형태의 정치를 뜻한다. ‘협력형 통치‘의 약자이기도 하다. 민주적이고 참여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말하기도 한다.

 

 

학자들은 이 용어를 놓고 협치라는 번역어 대신 ‘거버넌스’란 용어를 그대로 쓰자는 경우도 있다. ‘협치’, ‘공치’ 또는 ‘국정관리’로 다양하게 번역돼 용어상 혼란을 주다보니 최근엔 그냥 ‘거버넌스’라고 표기하는 경우가 더 많다. 물론 1989년 세계은행(IBRD)이 각국의 거버넌스 변수를 평가한 이후 이 용어 사용이 늘어났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에서 협치 혹은 거버넌스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 건 노무현 정부 때 일이다. 권력 분산이 주요 치적 중 하나였고, 그래선지 노무현 정부에서 ‘협치’는 정책용어로 곧잘 등장했다.

 

요즘엔 더 정확한 용어 정립 차원에서 ‘협력 거버넌스’(collaborative governance)란 말이 나온다.

 

학계에선 그 ‘협치’를 놓고 일반적인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첫째, 협치는 공공기관에 의해 발의된다. 둘째, 협치 참여자는 공공기관 외에 비정부(NGO) 행위자들도 포함될 수 있다. 셋째, 참여자들은 정책결정이나 공공관리에 직접 참여한다. 넷째, 협치는 공식적으로 조직화되고 집합적으로 활동한다. 다섯째, 협치는 동의가 실제로 달성되지 못할 지라도 합의에 의한 결정을 목표로 한다. 여섯째, 협력의 초점은 공공정책이나 공공관리다.

 

눈에 꽂히는 부분이 있다. 동의는 아니더라도 합의를 목표로 한다는 것과 협력의 초점은 공공정책과 공공관리라는 것이다.

 

원희룡 도정 출범 후 관계법에 없는 제주시장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협치’를 간판으로 내세워 권한을 내려놓은 예였다. 하지만 어찌보면 기괴한 청문회였다. 인사청문회 대상자가 공모·심사과정을 거친 후보인 경우는 국내·외 어디에도 유례가 없다. 그 후보는 청문과정에서 적나라하게 개인신상이 노출되고 공박을 당해 의회로부터 ‘부적격’ 딱지를 달고 자진사퇴했다.

 

14일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긴박한 난타전을 벌였다.

 

구성지 의장이 직접 나서 기자회견을 통해 “지사 중심의 예산편성을 개혁하고 예산 협치시대를 열라”며 포문을 열었다. 사실상 의원 41명 1인당 재량사업비 20억원, 즉 전체 820억원의 ‘의원 쌈짓돈’을 인정하란 요구였다. 곧바로 제주도는 박영부 기획조정실장의 입을 빌어 “의회가 예산편성과 심의권을 동시에 행사하겠다는 모순”이라고 맞받았다.

 

그러자 도의회는 이날 오후 “원 도정이 협치가 아닌 무단통치를 선택했다”고 반격했다. 그러자 제주도정 내 일각에선 “흡사 무장강도의 행태를 보는 것 같다”는 반발이 나왔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협치를 하자고 손을 내밀었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란 격은 맞는 것 같다. 엄연한 권력분립이 우리의 헌법기조인데 유독 제주도는 의원내각제로 간 듯한 느낌이다. 공공정책과 공공관리가 협력의 초점이라기 보단 ‘지위를 인정하고 전리품을 내놓으라’는 기싸움의 성격이 더 강해 보인다.

 

망망대해에 선 ‘제주호’가 추진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협치’ 동력이 다시 힘을 얻을지 아니면 폐기수순으로 갈지 갈림길에 섰다.

 

하기야 아무리 좋은 물건일지언정 작동법을 몰라 아우성만 있다면 무슨 쓸모가 있을까? 결국 활용하지 못하는 이들의 책임이다. [양성철=발행·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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