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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도관광객 1천만 명 시대가 보여주듯 제주관광은 양적인 면에서는 이론의 여지없이 커다란 성장을 하였다. 하지만 양적인 성장세를 지속시키고 나아가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입이 필요하다. 제주관광의 약점이라 지적받는 보여주던 관광에서 이제는 즐기게 하고, 느끼게 하고, 사게 하는 관광의 다양성을 갖추어야 한다.

 

관광은 이성이 아니고 감성이다. 똑같은 호텔에서 묻고,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저마다 느끼는 만족감은 전혀 다를 수 있다. 소위 칠성급 럭셔리 호텔에 묵은 사람 보다 한적한 시골의 초가에 묵은 사람이 더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는 것도 관광이다. 그런 이유로 잘 나가는 선진관광지들의 공통점은 사람들의 감성에 어필하는 관광마케팅을 잘한다는 것이다.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영화 ‘로마의 휴일’ 하면 떠오르는 곳이 바로 로마의 대표적 관광지인 트레비분수이다. 유적으로서의 트레비분수의 가치도 충분하지만 더욱 매력적인 것은 트레비분수의 감성 자극이다. 오른손으로 왼쪽 어깨 너머로 세 개의 동전을 던지면 순서에 따라 ‘로마로 다시 돌아온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한다’는 비이성적인 이야기가 분수의 마법인 듯 관광객들을 불러 모은다. 그리고 일평균 3천유로(약 410만원)의 동전이 매일 수거되어 로마의 문화재 복원 및 보호기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본 벳푸의 카마도지옥이라는 온천에 가면 ‘마시면 10년 젊어지는 온천물’이 있다. 이성과 과학으로 판단한다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관광객들은 온천물을 마시며 젊어진다는 환상에 잠시나마 행복해진다. 하코네의 ‘먹으면 7년 더 오래 사는 검은 달걀’의 사례도 마찬가지이다. 젊어지고 싶고 오래살고 싶은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해서 특별하지 않은 달걀을 5배 이상의 특별한 가격으로 팔고 있다. 10년 젊어지고, 7년 더 오래 산다는 것이 관광객들의 이성이 아닌 감성에 어필한 것이다.

 

일본 고치는 특별한 자원도 산업도 없는 가난한 소도시이다. 중앙무대에서 밀려난 이류마들의 경기가 펼쳐지는 조그만 경마장이 전부인데, 이류마 경기에서도 매일 꼴찌만 하는 ‘하루우라라’라는 말이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꼴찌 말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고, 하루우라라가 출전하지 않으면 손님이 없어 경마장은 흥행을 위해 꼴찌 말을 극진히 대접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하루우라라는 113연패라는 믿기 힘든 성적을 남기고 2004년 은퇴하였지만 캐릭터 상품, 행운의 부적, 영화 등으로 상품화되면서 막대한 수입을 올린 고치 최고의 관광상품이었다.

 

 

 


북마리아나 제도의 작은 섬 사이판의 사례는 더욱 흥미롭다. 사이판의 북쪽 끝에 위치한 ‘만세절벽(영문명으로는 반자이 클리프)’은 2차 대전에 패망한 일본군과 그 가족들이 몸을 던진 절벽이다. 하지만 만세절벽을 찾은 관광객들은 역사적 사실 보다 영화 ‘빠삐용’에서 주인공이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그 명장면을 촬영한 절벽으로 알고 즐거워한다. 실제로 사이판의 일부 가이드들은 관광객들에게 빠삐용을 들먹이며 호기심을 자극시킨다. 그런데 영화 빠삐용은 실제로는 호주의 ‘갭 팍(Gab park)’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하지만 관광객 어느 누구도 헛소문의 진원지를 따지려고 하지 않고, 가이드를 비난하지도 않는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가면 사막 골프장이 있다. 이것 역시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어느 누가 돈을 내고 모래바닥에서 벙커샷만 하고 올 것인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겠지만 실제로는 예약이 밀릴 정도로 인기가 좋다. 이처럼 관광은 상식과 이성 때로는 과학을 넘어서 특별함을 갈망하는 관광객들의 감성에 큰 영향을 받는 것이다. 관광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감성마케팅이 아주 중요한 것임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관광에 있어 감성마케팅은 이성과 과학적 사실과는 상관없이 관광객의 가려운 곳을 찾아내고 긁어주는 것만으로 훌륭해진다. / 신동일(제주발전연구원 연구위원/관광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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