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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호의 제주풍향계(4) ... 붕어빵엔 붕어가 없다?

제주엔 정당(政黨)이 없다 ―.

 

이 말에 제주의 여당과 거대 야당은 발끈할 것이다. 자신들의 존재감을 깡그리 무시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끈하기에 앞서, 그들은 “우리 도당(道黨)에 정강(政綱)은 있는가?”라는 원초적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볼 것을 권유한다. 필자의 이런 권유에, 그들은 어쩌면 “도당에 무슨 정강이야!”라고 더욱 발끈할지도 모른다.

 

“도당에 무슨 놈의 정강이야!” ―. 이 말은 필자가 어느 정당에 몸 담고 있었던 십 수 년 전에도 들었던 말이다. ‘도지부(道支部)’가 ‘도당(道黨)’으로 바뀌고 얼마 있지 않아 개편대회가 열리도록 되어있었는데, 당시 대변인 노릇을 하면서 정책까지도 맡을 수밖에 없었던 필자가 대회에서 낭독될 결의문 초안을 작성했었다. 이 과정에서 도당위원장에 내정(?)된 인사와 실랑이가 있었다. 그 실랑이를 요약해서 옮기면 다음과 같다.

 

도당위원장 : 맨 마지막 항(項)에 이게 뭐예요?

 

필자 : 예, 도당에 독립적인 정강을 수립하겠다는 말입니다.

 

도당위원장 : 독립적인 정강? 그게 말이나 되는 얘긴가요.

 

필자 : 왜 말이 안 됩니까? 위원장님께서는 도지부의 명칭이 도당으로 바뀐 의미와 이유를 좀 더 깊이 생각하셔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독립적인 정강 수립’이 말이 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도당위원장 : (혼자 소리로)도당에 무슨 놈의 정강이야! ……

 

필자 : 도당의 정강은 중앙당의 정강에 반(反)하거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도당위원장 : 아무튼, 도당에 독립적 정강 수립은 안 돼요.

 

이런 실랑이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그 결의문 초안을 수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개편대회에서 제주도당에 독립적인 정강을 수립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그 결의문은 낭독되었다. 그 개편대회에 중앙당 지도부의 고위 인사 다수가 참석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니까 중앙당을 향하여 정강의 독립을 선언한 셈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제주도당 정강 및 정책 수립 위원회」를 구성하여 독립된 정강 및 정책을 수립하려는 필자의 야심찬 계획은 허공중에 날리는 외침에 불과하였다. 초기단계에서부터 단단한 벽에 부딪혀버린 것이다. 당직자들의 무관심과 도당위원장의 완고함 때문이었다.

 

 

십 수 년 전 도당으로의 명칭변경은 결코 간과해서는 아니 될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독립된 정당으로써의 역할과 기능의 부여’가 그 의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당’이 ‘도지부’ 시절처럼 중앙당의 연락사무소 역할을 하거나, ‘제주지역 여론동향 보고서’ 같은 문건을 올리기만 하고 태평스럽게 앉아 있다면, 그 도당은 선거철에만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선거용 정당’ 혹은 리모콘으로 작동하는 ‘로봇(Robot) 정당’ 이라는 오명(汚名)을 뒤집어써도 억울할 게 조금도 없다.

 

그렇다면, 제주지역의 두 정당들은 어떤가? 이 물음에 필자가 답한다면, “선거용 정당 혹은 로봇 정당은 차치하더라도 프랜차이즈(Franchise) 정당이라는 평가도 아깝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최소한 영업권과 이윤추구권이라는 독립권을 지니고 있는데 비하여, 제주지역의 두 도당은 임시직 여직원의 채용권한 이외에 독립적으로 휘두를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도당 관계자들이 임시직 여직원 인사권 이외의 권한을 가지려고 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당’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처럼 최소한의 독립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은 정당으로서의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

 

정당이 무엇인가는 정치학 원론까지 동원해 굳이 따져볼 것 까지는 없다. 국어사전의 풀이만으로 충분하다. ‘정당은 정치에 대한 이념이나 정책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조직하는 단체’로 국어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이 풀이에서 ‘이념이나 정책을 일치’시키려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것이 바로 ‘정강’이다.

 

‘정강’은 정치집단이 내세운 정책의 큰 줄기를 말한다. 정책의 채택, 그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강령이 ‘정강’에 의하여 행하여지는 것이다.

 

선거철이면 으레 현안으로 떠오르는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개편’ 문제는 제주도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어 있는 중대한 문제다. 초등학교 반장선거에서 나올 법한 ‘부반장을 여러 명 두고 역할을 맞기겠습니다.’ 하는 공약처럼 그런 사소한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리고 ‘중국자본의 제주지역 토지 및 경제 잠식’ 문제는 제주의 미래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중대하고 또 중대한 문제다.

 

그런데 두 도당은 이 논의의 장(場) 밖에 위치해 있다. 두 도당은 이 문제에 있어서 방관자이자 이방인이다. 왜 그럴까? 답은 간단하다. 정강이 없기 때문이다.

 

‘붕어빵엔 붕어가 없다’는 시쳇말이 있다. 겉과 속이 다른 이름뿐인 혹은 무늬뿐인 그 무엇을 비유하는 말이다.

 

제주의 두 정당엔 정강이 없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처럼 ―. 그러니 제주엔 정당이 없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닌 것이며, 두 도당이 발끈해 할 일도 아닌 것이다.

 

정경호는? = 도의원을 지냈고 정당의 대변인 노릇을 하면서도 ‘제주타임스’ 논설위원으로 활동했다. 더불어 제주의 여러 매체에 글을 썼다. 그래서인지 어느 전직 대학총장은 그를 두고 ‘정치인인지 문필가인지 헷갈린다’고 했다. 그는 4․3 연구가이다. 1990년대 초 ‘월간제주’에 1년 동안 4․3을 주제로 한 칼럼을 썼으며, 4․3특별법의 제안자이자 기초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6년 동안 대변인을 지내면서 제주정가에 대변인 문화를 착근(着根)시킨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6.4선거에선 신구범 캠프의 대변인을 맡아 정가논평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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