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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시평] 의회 증액 관행 vs. 예산개혁 ... 생존 벼랑 몰린 제주도민

 

그는 말이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그 역시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내가 재임할 땐 그러지 않았는데 ···.”

 

지난해 말 우연히 전임 지사 중 한 사람과 점심 자리를 같이 했다. 화두는 연말 불거진 제주도정과 의회 간 ‘예산전쟁’이었다.

 

그와 필자 역시 도와 의회가 마치 힘겨루기라도 하듯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기싸움 하는 양상이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팽팽하던 기싸움은 연말을 지나 연초로 넘어가며 봄 눈 녹듯 사라질 것 같은 분위기였다.

 

우여곡절을 거쳐 ‘조기 추경’으로 가닥을 잡아가더니 시각차로 입씨름이 있는 듯 했지만 그래도 도정이 ‘응급복구’ 예산을 의회에 들이미는 데 까진 갔다.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돌연 ‘원희룡 지사의 중앙 인터넷언론 인터뷰 발언’이 의회의 심기를 건드렸다. ‘설 이전 예산통과’는 이렇게 물 건너갔다.

 

이해한다. 솔직히 필자가 봐도 원 지사의 발언은 거칠었다.

 

하지만 언론에 몸 담은 처지에서 <머니투데이> 기사를 찬찬히 훑어보면 원 지사의 의도는 의회에 대한 비방보단 자신의 개혁의지를 밝히는 게 더 포인트였다.

 

언론의 속성은 핵심을 축약한다. 모든 언어의 나열, 즉 워딩 그대로 다 담아내긴 어렵다. 그러다보니 원 지사의 뜻을 전달하려 했을 뿐 아마 멘트의 축약이 의회의 공분을 살 것이라고 <머니투데이>는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의회의 분노가 이해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의회의 권한이자 의무를 포기할 명분은 되지 않는다.

 

지난해 말 제주도의회는 1634억원이라는 사상 초유의 ‘예산 칼질’을 했다. ‘20억 의원 재량사업비’ 인정 여부를 놓고 다툼을 벌이더니 무더기 삭감이란 칼을 빼 들었고, 그 파장은 만만찮았다.

 

여러 법정 단체가 의회를 찾아가 “당장 사무실 운영도 못할 처지가 됐다”고 항의했고, 급기야 사회복지 단체 등은 직원 급료마저 못 줄 상황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그렇게 삭감된 예산이라 할 지라도 통과된 2015년 예산엔 382억원 규모의 의원별 사업비가 반영돼 있다. 추가 증액을 요청하다 도정과 갈등·파국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소리다.

 

사실 도정이 제출한 예산안에 대한 증액관행은 2010년 이전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있었다 하더라도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2010년 전임 우근민 도정이 들어선 뒤 의회의 증액 관행은 공식화됐다. 어찌 보면 집행부인 도정이 마치 선심 쓰듯 의회에 ‘도민의 혈세’를 선물로 안겨줬고, 그만큼 집행부의 예산편성의 치밀함도 부족했다. 적당히 서로 주고 받고 막판 예산 승인만 받으면 그만이었다.

 

2011년 예산에 의회에서 증액된 돈이 247억, 2012년 331억, 2013년 365억, 2014년 519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우근민 도정 4년간 의회에서 증액된 예산액이 무려 1462억원이다. 모두 집행부가 편성한 게 아니라 사실상 의회가 편성한 돈이다.

 

"도민의 손톱 밑 가시를 뽑듯 고충을 해결한 것"이란 의회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지난 4년여 간 예산철만 되면 의원들의 주가는 올라갔다. 결과적으로 권한이 따라 붙었고, 따지고 보면 예산심의권을 초월한 예산편성에 버금가는 권리였다. 

 

그 덕택(?)에 우근민 도정 이후인 2014년 제주도는 감사원 종합감사에서 “선심성 증액에 대해 집행부가 재의 요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적을 받았다.

 

설 명절 이전 1차 추경 예산의 의회 통과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도정은 “무더기 삭감 당한 민생예산을 응급복구하는 것이기에 다시 증액을 하려는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회에선 ‘도지사의 의회 경시·무시성 발언’을 추경예산 처리 불가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도민은 생존의 벼랑 끝에 몰려 있는데 이유야 어찌 됐든 도민은 현재 볼모다.

 

구성지 의장은 지난 임시회 폐회사를 빌어 “도지사의 저와 같은 이상한 말과 생각에 상관 말고 우리의 길을 가자”고 했다. 하지만 정작 그 도민은 다가올 설 명절에 찬 바람을 맞아야 한다.

 

원희룡 지사는 “예산개혁이 될 때까지 한다”며 강경하게 의회에 맞서고 있지만 그 개혁은 단박에 이뤄질 것 같지 않다. 원 지사의 말마따나 ‘관행의 벽’은 사실 퍽이나 두텁다.

 

의회에 부탁한다. 도정에 부탁한다. 이제 도민을 볼모의 처지에서 풀어달라. 그리고 기왕이면 서로 웃으면서 예산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추경예산안을 처리한다면 늦었더라도 제주도민들에게 그 이상의 설 선물은 없을 것 같다.

 

박수 받는 도정과 의정은 조금만 '감정'을 내려 놓으면 된다. 그 '감정' 때문에 도민들은 피눈물이 난다. [양성철=제이누리 발행·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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