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이권홍의 '중국, 중국인'(6) ... 중국사에 담긴 미스테리

중국이 제주로 밀려오고 있다. 한마디로 러시다. 마치 '문명의 충돌' 기세로 다가오는 분위기다. 동북아 한국과 중국의 인연은 깊고도 오래다. 하지만 지금의 중국은 과거의 안목으로 종결될 인상이 아니다.

<제이누리>가 중국 다시보기에 들어간다. 중국학자들 스스로가 진술한 저서를 정리한다. 그들이 스스로 역사 속 궁금한 것에 대해 해답을 찾아보고 정리한 책들이다. 『역사의 수수께끼』『영향 중국역사의 100사건』등이다.

 

중국을 알기 위해선 역사기록도 중요하지만 신화와 전설, 속설 등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정사에 기록된 것만 사실이라 받아들이는 것은 승자의 기록으로 진실이 묻힐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판단도 중요하지만 중화사상에 뿌리를 둔, 그렇기에 너무 과하다 싶은 순수 중국인 또는 중국학자들의 관점도 중요하다. 그래야 중국인들을 이해할 수 있다.
중국문학, 문화사 전문가인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가 이 작업을 맡았다. 그가 번역.정리한 내용으로 <중국, 중국인> 새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중국 원시사회의 씨족 묘지의 발굴 중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없는 뼈대가 자주 발견되었다. 어떤 손가락과 발가락은 묘에 함께 묻은 도기에 놓아 둔 것이 발굴되기도 했다. 연구를 통해 이런 특이한 현상은 시체 매장 후 동물에 의해 훼손되었거나 발굴할 때 고고학자들의 조심스럽지 못한 것 때문에 파손된 것이 아니었다. 바로 5000년 전 일찍이 유행했던 매장 풍속이었다. 고고학계에서는 이를 ‘할체장(割體葬)’라고 부른다.

 

무슨 이유로 ‘할체장’이라는 장의풍속이 생겨났을까? 학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여 일치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50년대 고고학자들이 섬서성 서안 반포유적을 발굴 할 때 유적의 묘지에서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없는 뼈대가 발굴되었다. 시체와 함께 묻은 도기사발이나 메운 흙에서 뼈대에서 떨어져나간 손가락이 발견되었다. 이것이 중국 신석기시대의 ‘할체장’의 무덤이다.

고고학자들은 이 현상을 중시했다. 계속 고고학 발굴이 진행되면서 동일한 원시사회 유적이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고 대부분 유적에서 이런 현상의 고분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임동(臨潼) 강채(姜寨), 감숙(甘肅) 영창(永昌) 원앙지(鴛鴦池), 청해(靑海) 낙도(樂都) 류만(柳灣), 하남(河南) 낙양(洛陽) 좌리(矬李), 흑룡강 밀산(密山) 신개류(新開流), 복건(福建) 민후현(閩侯顯) 석산(石山) 등 유적에서도 확실한 ‘할체장’ 현상이 발견되었다. 이처럼 이런 매장 풍속은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이런 매장 풍속이 공간적으로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간적인 거리도 길다. 지금까지 이런 특이한 매장 풍속을 가진 신석기시대 유적이 지속된 시간을 보면 적어도 2천년은 된다. 

 

사실 이런 특이한 매장 풍속은 중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민족학 조사 자료에 따르면 세계 모든 곳에서 이런 매장 풍속의 유풍이 발견된다. 사료에 따르면 오세아니아 태즈메이니아(Tasmania)사람들은 시신을 매장할 때 부락의 과부들은 머리에 회반죽을 바르고 얼굴에는 유지와 분탄을 바른 후 장례에서 조개껍데기로 자신의 신체를 베고 자신의 다리에 화상을 입히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무덤에 던지면서 죽은 자에 대한 깊은 애도를 표시한다.

장례에 있어 죽은 자의 자녀들은 자신의 이마를 베기도 한다. 만약 과부와 홀아비가 있으면 예리한 조개껍데기로 머리를 자른다. 이것은 일본 북부에 있는 아이누들이 하는 풍속이다. 미국 서부 초원의 크로족(Crows)은 장례에 참석한 같은 씨족의 성원들이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고 다리를 베고, 팔목을 찢고 두피를 찌르면서 모든 사람이 온몸을 피로 적신다. 이와 유사한 현상은 한둘이 아니다. 단지 이런 현상은 분명 죽은 자의 친족이 자신의 신체를 훼손시키면서 애도를 표시하는 것일 뿐 사자의 시체를 자르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할체장’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신석기시대 묘에서 발견된 ‘할체장’의 손가락이나 발가락, 심지어 다리뼈가 꼭 죽은 자 본인의 뼈대에서 잃어버린 부분이라고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는 학자들은 단지 죽은 자의 씨족 구성원 및 친족들이 시체의 손가락이나 발가락, 혹은 손발을 잘라 죽은 자의 영혼이 인간세상으로 내려와 ‘말썽’을 일으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상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많은 민속학자들이 조사한 자료가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 100년 동안 원시사회의 이런 장례 중 시체에 흠집을 내는 풍속은 줄곧 역사학자, 고고학자, 인류학자 및 민속학자들이 연구하는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학자들 간에 관점이 다르기는 하지만 공통으로 찬성하고 있는 것이 있다. 원시씨족사회의 사람들은 초자연적 힘을 믿었다는 것이다. ‘애니미즘’이나 ‘영혼불멸’의 관념이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존재했다는 점이다. 설령 형식이 다를지라도 제사를 지내면서 사람과 ‘귀신’ 간,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 작용을 할 것이라고 믿었다는 것이다. 죽은 자의 시신을 자르는 것이나 죽은 자의 친족들이 자신에게 흠집을 내는 ‘할체장’ 모두 ‘신’에 대한 경외로 말미암은 의식인 것이다.

 

현재 중국 고고학계에서는 원시사회의 ‘할체장’에 대해 3가지 관점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할체장’의 목적이 ‘영혼’의 ‘흉악한 귀신’이 되돌아와 친족을 위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죽은 자의 시신을 훼손한다고 보는 것이다. 죽은 씨족 구성원이나 친족을 매장할 때 계획적으로 시체의 일정한 부분을 분리하여 나누어 매장하거나 보존했다고 본다. 그러나 생전에 여러 가지 이유로 신체가 훼손되어 매장한 것까지 일률적으로 ‘할체장’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른 하나는 위 관점하고는 완전히 상반된다. ‘할체장’은 살아있는 자가 자신의 신체를 훼손시키면서 죽은 자를 제사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여러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제사를 지내면서 진정으로 죽은 자를 애도하는 것으로 죽은 자로 하여금 살아있는 자들의 사무치는 그리움을 표시하는 동시에 죽은 자와 산 자가 본질적으로 혈육 관계를 맺고 있음을 표현하는 것이라 본다. 또 하나는 그들도 역시 죽은 자의 영혼이 되돌아오는 것을 두려워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의식을 통해 불결한 것을 없애고 영혼이 애통하고 노여워하는 것을 완화시킴으로써 공포심을 없애는 것이라 본다. 그리고 죽은 자에게 산 자의 피를 나누어줌으로써 다른 세상으로 갈 때 힘과 지혜를 나누워 준다고 믿어서 행한 것이라 본다.

세 번째는 앞에서 얘기한 두 가지 방법을 종합한 관점이다. 수천 년 동안 유행한 ‘할체(割體)’는 시체를 훼손시키면서 ‘사악’함을 피하고 자신을 흠집 내면서 ‘제물’로 바친다고 보는 통합적 관점이다. 그들의 이런 관점은 지금까지 각지에서 발굴된 대부분의 자료로 보충된다. 이미 발굴된 유적 중 ‘할체장’은 시체를 분리하는 것과 산 자가 자신을 훼손시킨 두 가지 형태가 다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전 두 관점을 견지하고 있는 학자들은 동의하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도 이 특이한 매장풍속에 대해 일치된 관점을 도출해내지 못했다. 어쩌면 고고학 발굴이 더 진행되면서 새로운 증거가 나와야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국립 중국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신종문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는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추천 반대
추천
0명
0%
반대
0명
0%

총 0명 참여


배너

관련기사

더보기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제이누리 데스크칼럼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댓글


제이누리 칼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