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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18) ... 중국사에 담긴 미스테리

중국이 제주로 밀려오고 있다. 한마디로 러시다. 마치 '문명의 충돌' 기세로 다가오는 분위기다. 동북아 한국과 중국의 인연은 깊고도 오래다. 하지만 지금의 중국은 과거의 안목으로 종결될 인상이 아니다.

<제이누리>가 중국 다시보기에 들어간다. 중국학자들 스스로가 진술한 저서를 정리한다. 그들이 스스로 역사 속 궁금한 것에 대해 해답을 찾아보고 정리한 책들이다. 『역사의 수수께끼』『영향 중국역사의 100사건』등이다.

중국을 알기 위해선 역사기록도 중요하지만 신화와 전설, 속설 등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정사에 기록된 것만 사실이라 받아들이는 것은 승자의 기록으로 진실이 묻힐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판단도 중요하지만 중화사상에 뿌리를 둔, 그렇기에 너무 과하다 싶은 순수 중국인 또는 중국학자들의 관점도 중요하다. 그래야 중국인들을 이해할 수 있다.

 

중국문학, 문화사 전문가인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가 이 <중국, 중국인> 연재 작업을 맡았다. / 편집자 주

 

지금으로부터 3000여 년 전에 촉(蜀)나라 지역의 선민(先民)들이 예술적 가치가 높은 청동 조형 예술품을 창조해 냈다. 이는 1986년 삼성퇴(三星堆) 문화 유적에서 대량의 청동 조각들이 출토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출토된 문물 중에는 인물 조각, 사람머리 조각, 사람 가면 등이 있는데 표정이 각기 다르고 정교하며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는 고도의 예술 수준과 청동기 생산 기술이 발달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삼성퇴는 시기적으로 가장 앞서며 가장 방대한 촉나라 지역의 유적이다.

 

1986년 8월 사천(四川)성 광한(廣漢)시 삼성퇴(三星堆)에서 고성(古城)이 발굴되었다. 측량에 따르면 그 고성의 면적이 12평방킬로미터에 달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5000에서 3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추론한다. 이른바 ‘장강문명의 원류’인 것이다.

현재까지 특이한 형상을 가지고 있으면서 희귀한 1700여 유물이 발굴되었다. 청동기, 옥기, 칠기, 도기, 그리고 80여 개의 상아, 당시 화폐였던 조개와 동전 4600여 개를 포함한다. 삼성퇴에서 출토된 진귀한 문물은 세상을 놀라게 했다.

특히 특이한 신수(神樹)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청동 인물상은 세상 사람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이것들은 무엇을 위해 만들었던 것일까? 이것들의 고대인들의 어떤 관념의 표현일까? 비길 데 없는 가치를 지닌 보물들은 신비한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이러한 진귀한 유물들은 아주 오랜 옛날 사천지역에 휘황찬란한 고대 문명국가가 존재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무슨 이유로 땅속으로 사라졌는지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청동 인두상은 삼성퇴에서 출토된 문물 중 가장 대표적이며 우수한 작품이다. 85개가 출토되었는데 대부분 진짜 사람 머리와 크기가 비슷하다. 청동인물들은 모양이 제각각이고 서로 다른 표정을 짓고 있어 진시황의 병마용에 뒤지지 않는다.

어떤 인두상은 섬세하고 윤곽이 부드러운 것이 젊은 여자처럼 보인다. 눈은 크고 눈썹은 가늘면서 반반하고 코는 우뚝 솟아있으며 입은 굳게 다물고 있다. 아래턱은 매끄럽고 표정은 온화하면서 고요하다. 얼굴 근육이 보일 듯 또렷하여 사실적으로 보인다. 고대에 청동으로 이렇게까지 표현해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또 다른 인두상은 앞의 여인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눈은 비슷하지만 코는 더 우뚝한 것이 서양인처럼 보인다. 광대뼈가 돌출돼 있으며 입술은 크지 않으면서 꼭 다물고 있다. 약간 마른 모양으로 생각에 잠겨있는 듯한 표정이 어떤 위기에도 차분히 대처할 기세다. 이는 나이가 좀 있는 중년남자로 판단된다.

 

또 다른 하나도 표정이 생동감이 있으나 일반인하고 다르게 변발한 머리채를 두른 듯한 테를 두르고 있다. 산민(山民)이 아닌가하고 추측한다. 약간 돌출한 큰 눈을 낮게 드리우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성심으로 기도를 드리는 것이 아니었겠는가하고 추측한다. 

 

이 세 청동 인두상 중 하나는 젊은 여인이고 하나는 성실한 농민이나 목축민이며 다른 하나는 장년이 아니겠는가 보고 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그들의 사회에서 노동을 담당하는 중심 역할을 하면서 사람들의 존중은 받은 부류였을 것이라 본다. 그래서 인두상을 제작하였고 형태도 비교적 크며 조각도 세밀할 뿐만 아니라 얼굴 표정도 자신에 차있는 것이라 추론한다.

반면 다음과 같은 인물상도 출토되었다.

 

 

 

이 인물상들은 어떤 사람일까? 앞에 기술한 인물들보다는 낮은 계급의 인물이라 본다. 어쩌면 시종이나 노예가 아닐까? 왜냐하면 이 인물들은 크기가 조금 작고 꿇어 앉아 있거나 시봉하는 자세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상성퇴 유적이 있었던 고대 문명 왕국의 사회를 엿볼 수 있다. 분명 이미 계급사회에 진입해 있었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비의 구분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황하문명이든 장강문명이든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사람들은 모두 확실한 계급이 존재하는 노예제 사회였던 것이다.

 

그런데 학자들이 고민하는 것은 이들의 인물상이 중원문명이나 현 중국인들의 모습하고는 다르다는 데에 있다. 일반적으로 큰 눈과 높은 코, 넓은 입술을 가지고 있는 청동 인물상을 유럽인이나 서남아시아 사람들로 보고 이전에 사천지역에 옮겨와 살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이 청동인들의 모습은 현지의 사천사람들하고는 너무 차이가 나는 것을 보면 무리한 주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심지어 인류에게 이런 형상이 있을 수 없는 것으로 외계인의 모양을 본뜬 것이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럴까? 아무튼 이런 주장들이 나오는 것은 청동인물들의 얼굴 모습이 현대 중국인과 너무 다르다는 것에 기인한다. 그래서 고대 삼성퇴에 살았던 사람들이 마음속에 그리던 ‘신의 얼굴’이라 하기도 하는 것이고.

 

이외에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유물이 하나 있다. 바로 신수(神樹)다. 

 

높이 3.96미터 1개와 높이 1.95미터 1개가 발굴되었다. 이 신수도 청동으로 주조되었고 상중하 3층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층마다 9개의 가지가 달려 있다. 각 가지에는 새들이 앉아 있다.

 

이 새들은 굽은 부리에 머리에는 화관이 있고 눈은 하늘을 응시하면서 자그마한 날개를 펴고 기다란 꼬리를 치켜세워 곧 창공을 향해 날려고 하는 모양을 하고 있다.

 

신수의 기반에는 반 ‘S’형의 발 3개가 원반위에 놓여 있고 각각 아름다운 도안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발 옆에는 무사와 같은 모양의 소인들이 서 있다. 신수에는 용이 아래로 내려오는 용도 있다.

 

이것들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고고학자들의 판단에 따르면 옛 촉나라 지방에 살고 있었던 선민들의 우주관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옛 촉 지방 선민들은 선조의 유훈과 자신들이 세계를 관찰한 것을 근거로 하여 천신(天神)이 가장 위대하고 가장 숭고하며 이해할 수 없다고 여겼다고 본다.

그래서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홍수나 가뭄, 풍재, 지진, 화산 폭발 등 천재지변이 모두 천신이 인류에게 내리는 정벌이라 보았다. 동시에 이렇듯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 천신이 사는 곳은 인류가 사는 곳보다 강대하고 광명하며 행복하고 아름다운 곳으로 여겨 천신이 살고 있는 곳으로 가려는 마음을 표현하였다고 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늘로 오를 것인가? 커다란 나무면 되는 것이다. 나무를 올라가면 천신이 사는 곳으로 갈 수 있다는 것. 이게 옛 촉 지방 선민들의 생각이었을 것으로 추론한다. 커다란 나무를 만들어 성심으로 천신에게 기도를 드리고 제사를 드리면 나무에 신의 기운이 깃들게 되고 사람들이 그것을 타고 하늘로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 청동 신수는 현대인들도 제조하기 힘들다고 한다. 그만큼 4, 5천 년 전의 사천지역 선민들이 청동을 주조하는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올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삼성퇴에서 출토된 유물의 수량이나 질을 보면 삼성퇴 고대 왕국은 신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존재한 문명이었다. 이미 4000여 년 전의 문명인데도 청동예술이 어떻게 이런 수준에 오를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들은 과연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갔는지 하는 문제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19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중국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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