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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세평] 권력분립 초월한 제주도의회의 강짜 유감 ... "헌법도 뭉갤 셈인가"

 

다시 시작됐다. 제주도정과 도의회가 추경예산을 통해 다시 부딪혔다.

일견 예상은 했었지만 추경예산에 대한 막판 타결을 기대했고 상황이 해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과는 지난해 말 의원예산 증액을 둘러싸고 보였던 시각 차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했다.

제주도의회는 2차 추경예산중 112억여원을 삭감했고 이를 대신해 340건에 달하는 새로운 사업으로 증액한 추경예산 수정안을 가결시켰다. 도지사는 증액한 부분에 대해 항목별 ‘부동의'가 아닌 전체에 대해 ‘부동의' 했다. 재조정한 수정안을 거부한 것이다.

 

예산안 가결 이후 김용구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은 그간의 협상과정을 설명하며 재의 없이 수용의사를 밝혔다. 다만 증액한 예산은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다시 제주도의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의회에서 증액한 사업을 집행하지 않으면 도민들의 크나 큰 저항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 때부터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기획조정실장이 만일 그것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면 그것을 사용할 수 있기는 한 것인가? 이경용 의회 예결위원장의 기자회견을 보고서는 의구심보다는 충격이 더 컸다.

이미 부동의한 상태에서 가결을 한 것이므로 부동의한 증액예산은 누구도 쓸 수 없다. 그게 법이다. 그런데 “이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도민의 저항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는 회견문을 이경용 위원장은 읽어 내려갔다. 순간 소위 ‘빵 터져 버렸다.’ 시민단체의 논평을 보고있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일련의 과정을 보고 있노라니 얼마 전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청와대의 압력에 못이겨 사퇴하면서 말한 내용이 생각났다. 그는 헌법 1조1항을 언급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살면서 민주공화국이라는 말을 현실정치와 연결시켜 생각해본 적이 없어 낯설었다.

 

수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만 대통령이 입법부인 여당의 원내 2인자를 몰아냈다는 사실 즉, 3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훼손했다는 의미에서는 큰 충격이었다.

 

권력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초등수준의 행동이었다는 평가였지만 대신 헌법이 우리에게 주는 가치를 되새기게 해주는 긍정적 효과도 있었다. 모든 법의 상위법이면서 민주주의라는 우리 사회의 가치체계를 규정하는 그런 법을 일반인들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란 흔치 않으니 말이다.

 

필자는 법에 대한 제대로 알지 못한다. 오히려 법에 대해 백지에 가깝다. 평생 살면서 법전을 마주한 적도 없거니와 그럴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왜 법타령인고 하니, 갑자기 궁금해져서다. 법에는 뭐라고 써있는지 말이다. 그래서 찾아 보기로 했다.

 

 

유승민 의원이 언급한 헌법을 보기로 했다.

 

누군가 헌정체제를 민주공화국으로 규정한 헌법에 예산에 대한 권력분립 내용이 있다는 귀띔을 해줬다.  헌법 54조 1항을 찾았다.  ‘국회는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확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는 57조를 봤더니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쓰여 있다.

쉽게 얘기하면 국회는 예산을 편성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국회에는 예산안에 대한 심의 확정 즉, 삭감해서 의결할 수 있는 권한은 있으되 예산을 편성하거나 집행하는 권한은 행정부의 권한이니 관여치 말라는 말이다. 3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고 상호 비판, 감시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게 헌법에 쓰여 있었구나. 처음 알았다. 무릎을 쳤다.

이번에는 지방자치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범위를 규정한 지방자치법 제9조 2항을 보니 지방자치의 사무를 예시하고 그 안에 예산의 편성 및 집행을 규정하고 있다. 지자체가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라고 되어있다.

반대로 지방의회의 의결사항을 찾아보니 39조에 있었다. 의결사항에 ‘예산의 심의 확정’ 이라고 헌법과 동일하게 명시되어 있었다.

 

다시 제127조 예산의 편성 및 의결에 대한 내용을 찾았다.

1항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회계연도마다 예산안을 편성하여… (중략)… 지방의회에 제출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다시 같은 조 3항이다.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동의 없이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로운 비용항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돼있다. 역시 헌법과 동일한 내용이다.

 

이번 추경예산안의 각 증액편성한 내용이 특혜성 예산이니 아니니를 따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법조문 몇 가지만 들쳐보고 내린 결론은 단순했다.

 

지자체장의 동의 없이는 증액은 불가능했다. 이미 부동의를 밝히는 순간 그것을 사용하겠다거나 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즉 의결을 하던 말던 그 증액된 내용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의의 대상이 될 수가 없거니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도의회가 이 같은 단순한 사실을 모를리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내년 예산에서 협상을 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있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의회가 증액예산을 사용하라고 기자회견을 하는 순간 오히려 지방자치법은 물론 헌법을 위반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는 점을 이해했어야 했다.

 

도민의 대의기관이라는 도의회에서 이미 초대 헌법에서부터 명기되어 있는 너무나 단순한 권력분립의 원칙을 무시한 채 “집행하지 않을 경우 도민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는 회견문을 읽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다.

그 순간 도의회는 도민들의 세금을 진실로 쌈짓돈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었다. 강짜를 부리거나 압박을 가하면 헌법에 규정된 내용과 절차는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아닌지 말이다.

 

도정과 도의회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렇다해도 상호협의만 하면 헌법도 의미 없는 무용지물이라는 생각은 받아 들일 수 없다. 이것은 단순한 예산삭감과 증액의 규모와 내용의 문제와는 별도로 우리 사회가 지켜온 민주주의라는 가치, 권력분립의 가치에 어긋나는 일이다.

 

물론 법조문 몇 가지 들춰봤다고 해서 필자의 말이 곧 진실일 수는 없다. 다른 논리와 해석이 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 뒷사정이야 무엇이든 최소한의 기본적인 원칙에서 의구심이 생긴다면 의회가 하는 일들에 대한 신뢰를 앞으로 어떻게 잡고 가려하는지 걱정이다.  내부적으로 합의를 했다고 해서 콩이 팥이 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의 원칙이 어디 가는 것은 더욱 아니다.

 

오늘은 필자도 이 말을 쓰고 싶어졌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주도는 아닌가?  [제이누리=이재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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