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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세평] 강자에게 강한 언론, 약자에게 약한 언론 ... 쉽지 않은 언론의 길

 

고위직 공무원이 투신했다. 억울함을 호소했다.

"기자에게 폭행을 당했는데 권력이 돼 버린 언론에 의해 사실이 왜곡되고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며 몸을 던졌다.

 

다행히 생명은 건졌다. 이 내용대로라면 언론이 공무원을 밀어 떨어뜨린 셈이다.

많은 언론사들이 이 사실을 보도하며 19일 밤 발생한 폭행논란 사건의 진실규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폭행을 당했다는 공무원과 폭행의 가해자라는 기자의 상황 설명이 너무나 다르다. 그러다보니 마치 진실게임을 하는 듯하다.

 

사건 당일 밤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일은 중요하고 당연하다. 문제는 그날의 사건만으로 투신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사실 확인을 위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도 되기 전에 피해 당사자가 투신을 시도했다는 사실과 그가 남기려 했던 메시지가 더 관심이 간다.

사건은 사건대로 수사를 통해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투신사건의 주요 쟁점은 과연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얼마 만큼의 외압이 가해졌으며, 백 국장이 동료나 관계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나타난 언론매체가 얼마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는가 하는 점이다.

백 국장은 우선 메시지 곳곳에서 외압의 흔적을 노출했다. 메시지 첫 마디에서 "혼자 일을 처리하기에는 너무 버거웠습니다"라고 토로했다. 힘들었다는 표현을 압축적으로 제시했다.

그의 메시지 중에는 "사실관계를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만들어가는 OOO과 XXX(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의 결탁관계도 도 차원에서 꼭 파헤쳐 주십시오"라고 말한다. 언론이 사실관계를 유리한 쪽으로 유도해 가고 있다는 점을 제시한 것이다.

실제로 투신 전 다양한 형태로 사건을 마무리하거나 가해자 측에 유리하게 합의를 종용하는 압력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그로 인해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많은 언론매체가 권언유착을 통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며 비판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권력기관처럼 돌변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백 국장이 보낸 메시지는 언론과 기업체 간의 상호유착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그는 언론이 가진 힘을 이용해 기업체의 돈벌이에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을 매우 강하게 전달했다.

"행정조직사회에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워 공직사회는 물론 인사에 개입하고, 자기사람을 심어놓고 자신들이 추구하는 사업을 하는 집단 XX일보 OO물산 그 가운데 중추적인 일을 담당하는 OOO 그러한 쓰레기 같은 사람들은 없어져야 하며"라고 쓰고 있다.

언론이 권력화되어 도정 인사에 개입하고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는 행태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 점은 폭행사건의 진실 여부와는  별도로 새로운 문제제기다.

이같은 메시지로 인해 일부 SNS에서 해당 매체를 비판하는 내용이 떠돌자 해당 매체는 급기야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반응을 보였다.

24일 오전 이 매체는 "oo일보사는 23일 새벽부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제공되고 있는 본보와 관련된 허위사실에 대해 강력히 대처하기로 했다"고 운을 뗏다.

이어 " 백 모씨는 본보가 행정조직사회 인사 개입의혹 등 부당한 일을 하는 것처럼 표현해 주변에 보냈다"며 "본보는 백씨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밝혀드리는 것과 함께 본보와 행정조직사회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이를 부인했다.

해당언론은 이어 "본보는 이같은 허위사실을 퍼뜨리고 있는 유포자에 대해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다소 낯설지만 강경한 어조의 경고를 보냈다.

결국 폭행논란에 대한 부분은 어떻게든 수사과정을 지켜보면서 대응이 가능하지만 언론이 인사개입을 통해 행정조직에 부당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도내외의 이미지 실추라는 결과를 낳을 것이고, 이를 심각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언론이 성역 없이 취재하고 보도를 하다보면 그에 수반하는 권력은 어쩌면 불가피한 결과물인지도 모른다. 언론이 권력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이 아니다. 행정과 정치의 영역에서 자신들만 가지고 있는 정보를 꺼내 도민에게 알리고 그들의 치부를 끄집어내는 과정을 통해 언론매체에 자연스럽게 무게가 실리는 것이다.

 

결국 자연스런 이 현상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가 관건이다.

우선 언론의 힘은 기자 개인의 힘이 아니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이번 폭행 사건에서도 드러났듯 기자 자신이 권력을 소지한 듯한 행동을 했다면 그야말로 허상을 뒤집어 쓴 채 거울을 보는 것과 같다.

좋든 싫든 펜이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그 무기는 아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강력한 무기를 들었다해서 타인을 함부로 부리거나 마구 대해도 되는 권리를 준 것은  아니다.

이것은 언론매체 전체에도 해당된다. 기자 개인에게 권력을 부여한 것이 아니듯 언론사가 매체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자체가 권력기관이 아니라는 점이다.

언론사는 의도와 상관없이 기자 개인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부여받는다. 개인이 아닌 조직이 총체적으로 사회 곳곳에서 활약할 준비가 돼 있는 상황에서 행정부서나 일반인에게 언론매체는 권력기관과 진배 없거나 무소불위의 힘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언론매체가 사회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그 파급력은 사회 곳곳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기업과 함께 사업을 하려한다면 매체는 충분한 영향력을 미쳐 공정한 거래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공직사회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면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일 역시 가능하다.

이같은 영향력을 활용해 결국 얻어내려는 것이 언론 본래의 기능이 아니라 관련기업이나 오너의 이익을 확대재생산 할 경우 그 폐해는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지역에서는 가장 강력한 토호세력이 될 수 밖에 없다.

백 국장이 이번에 남긴 메시지는 그 점에서 언론이 가져야 할 자세와 방향에 대한 반성을 요구한다.

실제 그의 메시지가 구체적으로 어떤 사실을 뜻하든 그는 해당매체의 인사개입을 느꼈으며 기업의 이익만을 위해 사업을 추진하는 언론매체의 현 주소를 제시했다. 제주도내 언론의 현실은 그 메시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듯하다.

원자력의 사용여부에 따라 핵폭탄으로 혹은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듯 가장 무서운 무기라고 일컬어지는 펜도 마찬가지다. 펜을 부러뜨리고 권력과 사익의 수단으로 사용하고자 한다면 이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사익을 위한 더러운 도구로 쉽게 전락할 수 있다.

반면 권력을 견제하고 진실의 편에 서고자 한다면 그 펜은 도민을 보호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이자 동반자가 될 수 있다.

 

펜은 권력이 될 수도 있고 권력의 대항마가 될 수도 있다.

 

더불어 그렇게 진리처럼 알려지듯 '펜은 칼보다 강하다.' 하지만 그 펜이 칼을 만나서 강해야지 힘 없는 약자에게 강한 펜이라면 부러뜨려야 할 위험한 송곳에 불과하다.

 

그 선택은 아무리 이야기 해봐도 매체와 기자의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를 대중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래서 언론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제이누리=이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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