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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의 아!이어도(8) ... 다른 문화에 대한 관용과 존중 그리고 공존

이어도문화는 제주의 대표적인 문화 중 하나다. 그러나 제주사람들이 모두 이어도문화에 익숙한 것은 아니다. 이어도에 대하여 모르는 사람도 많고 이어도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구체적으로 이어도가 어떤 곳인지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많다.

 

이어도라는 지명의 유래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물속에 숨어 있는 바위’를 의미하는 ‘여(礖)’를 늘여서 발음하면서 이여도, 혹은 이어도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그러나 이어도를 기록한 한자어 표기를 보면 ‘멀리 떨어져 있는 허구의 섬’이라는 뜻에서 유래된 것이 더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이어도의 한자기록에서는 ‘여(礖)’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도의 뜻에 대한 정확한 해석을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 하다. 그러면 원형에 나타나는 이어도는 어디에 있으며 어떤 곳인가?

 

이어도에 대하여 언급된 가장 오래된 문헌은 아마도 이용호(李容鎬)의 ‘청용만고(聽舂漫稿)’일 것이다. 이용호(李容鎬)는 1897년 제주에 유배되어 머물렀는데 ‘방아 찧는 소리처럼 생각 내키는 대로 얽은 시문’이라는 뜻의 ‘청용만고(聽舂漫稿)’란 시문집을 남겼다.

 

그는 서문에서 제주사람들이 부르는 구슬픈 노래에 대하여 물어보았더니 사람들이 부르는 방아노래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청용만고의 서문에서 제주도가 옛날에는 오랑캐 원나라의 영토로 원나라에 조공으로 목축을 바치기 위하여 바다를 건너다가 사람들이 열에 서넛도 돌아오지 못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가족들이 떠나는 이들을 이여도(離汝島)에서 전송하며 노래를 부르며 결별하였으나 이여도가 지금의 어느 곳인지는 모르겠다고 기록하고 있다.

 


 

강봉옥(康奉玉)은 “제주도(濟州島)의 민요 50수(民謠 五十首), 맷돌 가는 여자들의 주고 밧는 노래”라는 문헌기록을 남기고 있다. 그는 1923년 2월 1일 발행한 ‘개벽(開闢)’ 제32호 부록에서 제주도의 민요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민요는 그 국민성의 표현된 꼿이라 함은 누구나 다 아는 바이외다. 딸하 민요의 가치가 어떠하다 함은 이제 새삼스럽게 말할 필요가 업겟습니다. 다못 한스러운 것은 우리 민족의 노래는 넘우나 황야에 버리워진 것 가튼 그것이외다. 이것은 濟州島의 主張女子들이 부르는 노래올시다. 노골적 단조로운 「리리크」로써 참으로 우리 민족이 인정에 줄이고 사랑의 동경에 심정의 샘(泉)이 넘처나는 설음이올시다. 적나라인 粗野의 인간의 신성한 美의 赤子입니다”라고 글을 시작하고 있다.

 

강봉옥의 글은 다카하시 도오루(高橋 亨)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강봉옥은 이허도에 대한 지리적 위치와 자연환경에 대하여 일부 설명하고 있다. 강봉옥(康奉玉)은 ‘이허도(離虛島)’는 전설의 섬이라고 설명하면서 제주도 서남쪽으로 풍선(風船)을 이용하여 4, 5일 가면 도착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글에서 강봉옥은 이허도의 환경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허도는 수평선과 같은 높이로 운무로 쌓여 있으며 사계절 모두 봄날 기후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카하시 도오루(高橋 亨)는 제주에서는 방아 찧는 노래에도 뱃노래에도 농가(農歌)에도 그 밖의 노래에도 노래의 첫 부분과 끝부분에 이여도야 이여도(또는 이허도라고도)하는 후렴이 붙어있으며 이허도(離
虛島)라고도 쓴다고 설명하였다. 그는 이허도가 공상 속의 섬이며 제주와 중국과의 중간쯤에 있다고 믿어지고 있으며 가는 배이건 오는 배이건 이 섬까지만 오면 우선 안심한다는 곳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는 떠나가는 배에 대해서는 이허도까지 무사하라고 비는 것이며 또 가서 돌아오지 않는 배가 있다면 최소한 이허도 까지만 돌아오면 이 재난은 면할 수 있었을 것을 하고 슬퍼하였다고 묘사하고 있다.

 

이어도에 관한 기록문헌에서 나타나는 이어도의 원형은 원나라의 조공과 관련되어 있으며 중국과 한국의 중간쯤에 이어도가 있다는 것이다. 강봉옥은 온화한 기후를 묘사하고 있고 이용호와 다카하시 도오루는 항해에서의 무사귀환을 비는 염원을 이어도와 연관시키고 있다. 민요에서 나타나는 이어도의 원형에서는 기록문헌에서 나타나는 성격과 더불어 더 구체적인 물질적 풍요에 대한 욕구가 나타나고 있다.

 

매슬로의 욕구단계설(Maslow's hierarchy of needs)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는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 needs), 안전욕구(safety needs), 사회적 욕구(social needs), 존경의 욕구(esteem needs), 자아실현의 욕구(self – actualization needs) 순으로 발전한다. 이어도원형은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 needs), 안전욕구(safety needs)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이어도문화를 형성한 주체들이 혹독한 자연환경과 사회적 환경에서 벗어나고픈 욕구를 이어도문화에 투영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어도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문자기록에 능통한 지배층이나 지식인들에게 이어도문화는 너무나 소박한 문화이기 때문이다. 이미 제주도는 이상향 이어도를 뛰어넘는 풍요를 누리고 있다.

 

이어도원형을 규명하고 이를 토대로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여러 세계처럼 이어도라는 이상향의 세계를 정교하게 발전시켜야 한다. 이러한 이상향의 세계를 정교화 하는 작업은 문학을 중심으로 한 예술가 집단들의 몫일 것이다. 이를 중심으로 이어도문화를 현실에 맞도록 재해석하고 이어도문화를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이어도전설에서 나타나는 이어도 평화사상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자연재해를 만난 사람에 대한 구호․구난, 타문화에 대한 관용과 존중 그리고 조화롭고 평화로운 공존이라는 평화사상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지금 제주는 급격한 인구이동에 직면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이 늘고 있고 이주민과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제주로 몰려오고 있다.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합치하는 사상일 것이다.

 

이어도 평화문화를 제주의 정신으로 발전․승화시킬 필요가 있다. 세계평화의 섬과 이어도평화문화 확산을 연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강병철은?
= 제주대에서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의체 구상과 실현 방안에 관한 연구 - ‘헬싱키 프로세스’의 함의와 ‘제주 프로세스’에의 적용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2년 『동북아 다자안보협의체를 위한 새로운 도전』을 발간하였고 “이어도 쟁점 및 해양주권 강화 방안 : 다층적 차원에서의 해법 모색”외에 다수의 논문이 있다. 소설가이기도 한 그는 국제펜투옥작가위원회 위원으로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해 우리나라에 소개하는 등 투옥작가들의 작품도 소개해왔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자 국제펜 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2013년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 돼 국제펜 투옥작가회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제주대 정치외교학과 강사와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이어도연구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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