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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세평]'기자' 직업 되돌아보게 해줘 감사 ... 다양성 사고의 계기도

 

기자의 공무원 폭행사건이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와 해당 언론사의 사과문 발표로 잠잠해 지는가 싶었다.

그런데 지난 주말 해당기자의 명예훼손 고소 소식이 전해졌다. 다시한번 이 사건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기자의 소양에 대한 부분은 물론이거니와 기업체의 무분별한 이윤추구가 빚어낼 수 있는 결과, 그리고 언론사의 제 역할, 사건에 대한 물타기와  염치 등 많은 단어를 떠올리며  제주 사회의 현 주소에 대해 되새기게 한다.

 

무지에도 불구하고 성경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기독교인들에게는 너무나 흔한 구절이겠지만 굳이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자주 듣는 구절이 있다.

 

마태복음 7장 3절부터 5절.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보라! 네 눈 속에 들보가 있는데 어찌하여 형제에게 말하기를 나로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게 하라 하겠느냐. 외식하는 자여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어라 그 후에야 밝히 보고 형제의 눈 속에서 티를 빼리라"

 

그리고는 12절에 이르러 결론을 낸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아주 당연한 구절이지만  언론이라는 직업 특성상 도무지 현실적이지 않은 구절이기도 하다. 형제의 눈속에 있는 티를 빼기 위해 매일같이 '으악을 지르는' 일에 매진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자신의 눈속에 들보가 있음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남의 눈에 작은 티끌은 잘 보이고 자신의 눈속에 있는 크고 두꺼운 목재인 들보(plank)를 무시하기 일쑤다.

 

한 술 더 떠서  욕심보따리를 걸쳐 매고는 온갖 이권을 윽박질러 그 보따리에 담는 경우도 엄존한다.

 

이 경우 기자와 언론사의 그 행위는 구걸인 것일까 아니면 강탈일까. 주는 입장에서는 행정절차를  거친 합법적 과정일텐데 말이다.

 

언론이라는 이름으로 받는 이권은 사실 언뜻 보면 자발적인 증여와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그 본질은 강탈에 가깝다.

 

강탈행위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자의 소양에 대해 수많은 언급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언론사와 기자가 일심동체가 되어 강탈의 구조를 짜고 활용한다면 그것은 치명적이다 못해 더러운 무기가 된다. 누군가 투신까지 감내할 정도로 말이다.

 

다시 명예훼손이라는 이름으로 색깔마저 희석시키고자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상황에 대한 분석보다는  감정적 판단을 유보하기가 쉽지 않다. 일반적 상식선에서 판단 기준을 달리하지 않고는 수긍하기 어려운 경우다.

 

문득  이번 사건을 보며 오히려 많은 면에서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제주도와 언론사, 그리고 기자들은 역으로 이번 사태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흔히 불교에서  말하듯 다른 기자와 언론사들에게 부처 역할을 해주었으니 말이다. 깨달음을 주는 계기를 마련해 준 셈이다.

 

그 일이 옳지 않음을 이를 통해 알게 됐고, 그 일을 한 인물이 내가 아니었음을 감사할 수 있게 됐다.

 

기자가 가진 힘이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 지를 보여주어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게 해 주었으니 그 또한 감사할 일이다.

 

행정시의 수장을 움직이고, 전 도지사를 움직일 수 있을 만큼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힘의 크기를 가늠케 해 주었으니 감사할 일이다.

 

상대의 티끌을 드러내는 일이 내 눈의 들보를 더 크게 만들 수 있음을 알게 해 주었으니  감사해야 할 일이다.

 

수사결과에 상관 없이 명예훼손이라는 새로운 길을 생각케 해주었으니 세상 일의 다양한 선택 가능성과 내 상식의 협소함을 알게 해주어 역시 감사한 마음이다.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은 사건이기는 하지만 이쯤에서 기자라는 직업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준 해당 기자와 그 매체, 그리고 공무원에게 다시 한번 감사할 일이다.

 

자성하는 만큼 기자들에게 타인의 눈에 있는 티끌이 잘 보인다는 것을 알게 돼 감사한다.

 

이런 일이 나중이 아니고 지금, 다른 지역이 아닌 제주에서 일어나 감사한 마음이다.[제이누리=이재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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