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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세평] '오래된 미래' 생각 않는 유원지 ... 왜 싼값에 팔려하나?

 

제주를 창조한 설문대할망의 오줌 줄기 힘이 그리 셌던가? 그 힘으로 제주본섬에서 떨어져 나갔다는 소 형상의 우도(牛島).

설문대할망의 빨래판 역할을 했다는 우도는 이야기 만큼이나  신비한 느낌과  기대를 갖게 한다.

 

지금 그 섬에 가면 소가 물위에 떠서 허우적 대는 느낌을 받는다.

우도 관광객의 폭발적 증가세는 제주 관광객 증가세와 많이 닮았다. 공항 터미널의 분주함 만큼 성산항 터미널도 시장처럼 분주하기는 마찬가지다. 줄서기가 무섭게 도항선이 관광객과 차량을 우도로 실어 나른다.

제주시는 연초 올해 우도 방문객을 150만명으로 예상했다. 지난해는 132만명이었다. 하지만 시는 최근 예측치를 연말 200만명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미 150만명이 넘어버린 것이다. 이대로면 지난해 방문객의 2배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폭발적이다.

이를 반영하듯 우도는 도착 순간부터 다르다. 흡사 유원지를 떠올리게 된다. 곳곳에 4륜오토바이(ATV), 스쿠터, 3륜전기차, 자전거에 도항선을 타고 끊임없이 내리는 렌트카가 온 섬을 뒤덮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섬 구석구석을 누빈다.

'낭만과 힐링'의 이미지는 애시당초 없다. 제주의 오래전 한적한 풍경도 더이상은 안보인다. 도보여행자의 수는 급격히 줄었고, 막상 도보 여행객이라면 길을 걷다가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일이 일쑤다. 위험천만한 상황이 수 없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올레길이라 할 지라도 도심 한복판만큼의 주의를 요구한다.

 

섬 전역 해안선을 따라선 다양한 건축양식의 펜션과 식당 역시 줄을 이으며 관광객들에게 손짓한다. 흡사 '세계건축박물관'이나 다름 없다.

 

우도 올레길은 더 이상 섬을 편하게 느끼기 위한 여행자의 길이 아니다. 밭담사이로 안내하는 올레길은 이미 길의 기능을 잃었다. 풀과 잡목들이 훌쩍 키 높이로 우거져 아무리 봐도 길이라고 보기 어렵다. 올레꾼들이 걸었을 것이라는 흔적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이 그저 안내리본만 덩그랗다.

 

거미줄은 인적이 끊긴지 오래된 길임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더이상 올레길을 선택하기 보다는 넓게 난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

마을 안쪽길은 제주의 여느 마을과 같다. 하지만 그 많은 관광객 중 이 길을 지나는 사람들은 없다.  갑자기 마주친 할머니는 생뚱맞은 얼굴로 행인을 훑는다. "남들처럼 해안도로나 가쥬(가지). 뭐허젠(뭐하러) 이 안으로 들어와수과(들어왔습니까)?" 그 분이 보기엔 오히려 수상(?)한 사람인 것이다.

도로 곳곳에는 요란한 경적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4륜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속도를 못맞추는 다른 교통편을 압박하는 소리다. 대형버스는 관광객을 싣고 우도봉 주차장에 사람들을 풀어놓는다.

우도는 이미 바다 건너 일출봉과 같은 관광지가 됐다. 설악산안에 있는 신흥사와 흔들바위를 찾는 관광객들을 위한 설악동 유원지가 한반도의 남쪽에 또하나 만들어진 듯하다.

우도의 폭발적인 관광객 증가는 당연히 우도민들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관광객 증가로 도항선의 수입이 급증했고, 우도의 도항선사는 3개사로 늘었다. 언뜻봐도 과포화상태인 도항선 8척이 운영중이다.

궁금해서 물었다. "배 시간이 어떻게 되나요? 하루에 몇편이나 운항되나요?" 돌아온 답은 단순했다. "수시로 운항해요." 그때 그때의 필요에 따라 움직인단다.  이미 선박시간표라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이를 확인시켜주듯 도항선은 도무지 쉬지 않는다. 8척의 배가 2선석인 성산항을 취항하려면 오래 머물수 없을 터다.

 

우도는 한국관광공사가 한국인이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에 포함시킬 정도로 그야말로 관광명승지다. 이곳을 다녀간 이들은 이 선정에 의문을 갖지 않는다. 동서남북 섬의 어느 곳을 바라보더라도 주변경관, 바다, 산, 해녀로 대표되는 문화. 그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다.

 

그럼에도 우도는 자연의 풍요속에 관광이란 미명으로 난개발의 소용돌이에 빠져든 느낌이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다. 

우도의 경쟁력은  오토바이.스쿠터.렌트카의 굉음과 혼잡이 아니다. 그런 해안투어가 우도를 말하진 않는다. 그럴만한 장소는 제주 본섬에도 흔하다.

선착장의 대형버스에 승객을 잔뜩 싣고 우도봉 주차장에 관광객을 부린 후 관광코스를 찍고 떠나는 관광객 순회코스 중 하나-. 그리 된다면 우도의 미래는 없다.

틀에 박힌 관광모델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도시에서 비행기를 타고 다시 배를 타고 아름다운 우도를 찾았을 때 느끼는 감흥이 있어야 한다.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다수의 주민들이 이로 인해 경제적 이득을 보고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우도의 자연을 망가뜨리면서 얻는 이익이 지속될까? 

 

우도 방문객 200만시대가 희망보다 절망의 하향곡선을 보는 느낌이 든다. 많은 이와 의견을 나누다보니 혼자만의 생각도 아니었다.

 

차라리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우도를 기대해본다.

 

상황은 다르지만 헬레나 호지의  '오래된 미래(라다크에서 배운다)'를 떠올린다. 무분별한 개발을 통해 획일적이고 단일한 문화의 확산을 경험한 라다크-. 이를 다시 회복하기 위한 가능성과 방법을 논했던 미래를 우도에 적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자동차를 전면 차단하고 들어오기 불편한 섬으로 만들면 어떨까 싶다.  자동차를 실어야 도항선의 이익이 올라간다면  오히려 승선료를 올리면 안될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제주도에 남아있는 신비의 섬으로서 우도를 느껴야 곡선은 희망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모든 상품이 박리다매를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마진이 낮은 저가 상품을 양떼기로 파는 경제가  고품질 고가 상품으로 바뀌듯 관광상품도 품질을 달리해야 할 시점이다. 모든 게 고급인데 왜 굳이 헐값에 막 팔아제끼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불편함이 상품이 되고 개발되지 않는 것이 의미 있고 옛 것들이 새롭게 느껴지는 시대에 굳이 개발시대의 낡은 모델을 따라 갈 이유는 없다. 결과가 뻔한 길을 무엇하러 가는가?

 

우도가  옛 모습을 간직하지 못해 파괴되는 라다크의 길을 가지 않기를 바란다.

 

자신의 정체성을 고수하는 것이 더욱 가치있는 고급 상품이자 미래다. [제이누리=이재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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