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시평세평] 불통 보단 소통에 방점 ... 소신 실국장 전면 나서라

 

17일 열린 제주도와 시민단체 대표들과의 2차 정책간담회는 몇 가지 점에서 흥미롭다.

 

도정 국장들이 토론회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 오히려 화이팅이 넘치리라 예상된 시민단체에는 냉온의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번 토론회는 '열전'으로 갈 것이란 예측이 대세였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최근 주간정책회의에서 시민단체를 언급하며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 토론회가 시작되자 원 지사도 이 점을 의식한 듯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번 토론회는 대립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의견의 가치와 조화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 위한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열띤 논쟁을 전제로 한 인사말이다.

 

그리고는  "나는 당신의 견해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그러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목숨을 걸고 지키겠다"는 한 철학자의 말을 인용하며  심사숙고의 흔적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이후 원 지사는 2시간의 갑론을박 과정 내내 입을 닫았다.

 

1차 토론회 당시 모든 견해 노출과 공박이 시민단체와 원 지사 간 '주고 받기'였다는 점에 비하면 뜻밖이다.

도정 실.국장이 모두 나섰다. 토론주제였던 외국의료기관과 유원지개발 문제의 담당국장이었던 문화관광스포츠국장, 보건복지여성국장을 비롯해 기획조정실장, 자치행정국장, 특별자치제도추진단장이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했다. 게다가 정책기획관과 소통정책관까지 거들었다.

 

마치 작심하고 나왔거나 혹은 협의를 하고 나온 듯 결코 시민사회의 공세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이에 비해 시민단체들은 각자의 입장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하지만 차분하게 질문을 이어갔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만 마치 분위기를 좀 더 극적으로 몰고가려는 듯 발언수위를 높혔지만 다른 대표들은 그 논조를 거들지 않았다.

 

사안의 예민성을 간파하곤 있으나 감정적인 대응은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2시간 내내 원 지사가 보여준 침묵은 사실 어찌보면 당연한 모습이었는지 모른다. 다만 그동안 원지사가 보여준 자신감 넘치는 토론과 논리의 현란한 춤사위에 익숙해져 어색할 뿐이었다. 그 덕(?)에 국장들은 꿔다논 보릿자루 신세였다.  그 자리가 바뀐 것이다.

 

그 모습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작위적인 느낌은 있지만 결국 향후 도정이 어떻게 운영돼야야 하는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뜻밖의 장소에서 만난 소득이다. 또 하나의 '비정상의 정상화'인 셈이다.

 

반면, 이번 토론회는 도정의 소통 과정에서 빈 틈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동안 제주특별법 개정 추진과정은 수많은 의혹을 불러왔다. 무엇보다 서귀포 예래휴양형주거단지의 공사중단 사태를 되돌리기 위한 조치라는 의혹과 비판이 제기돼 왔다.

 

그 와중에 이중환 문화관광스포츠 국장은 "대법원 판결이 있는데 특별법을 개정하더라도 소급적용하는가"라는 질문에 "소급적용이 안된다. 제도개선을 하더라도 이후의 과정이 남아있다"고 답했다.

 

어찌보면 뜻밖의 질문이자 너무나 뻔한 답변이다. '법률 불소급의 원칙'이야 당연하지만 그동안 그 점에 대해 도에선 어떤 설명이 없었다. 의혹을 해소하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별법 개정이라는 틀 안에 어떤 내용을 개정해, 이를 앞으로 어떻게 추진하려는지 제대로 설명을 안했으니 시민단체 입장에서는 특별법 개정은 곧 '예래단지 공사재개와 개발 추진'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대법 판결 후 6개월이 지나서야 특별법 개정 추진 작업이 이뤄져도 예래단지 재개발 가능성과는 무관하다는 해명이 나온 것이다. 이게 바로 소통의 빈틈이다. 왜 그리 특별법 개정에 매달리는지 명확한 설명 또한 이루어 지지 않은 것이다.

 

소통은 아무리 많은 말로 이야기해도 결코 빠뜨려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 상대편에서 진짜 궁금해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 이해시켜야 한다. 소통이 자신의 입장이 이렇다고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그건 '통보'와 다름이 아니다.

 

시각 차가 있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결국 상대방이 듣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확인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소통에 실패한 것이다.

 

앞으로 도 국장들이 모든 정책의 전면에 서기를 기대한다. 소신 있는 국장들의 활약상을 기대하는 것도 그와 동일하다.

 

지휘본부가 전장의 맨 앞에서 전투를 하는 시대가 아니다.

 

상황이 발생했을때마다 지도자가 벙커에 들어가 앉기를 원하지 않지만 작전본부에서 전황을 파악해야지 계속 각개전투만 할 수 만은 없지 않은가.

 

작은 본보기지만 이런 모습이 더 자주 보여지기를 기대한다.  3차 간담회가 기다려지는 대목이다. [제이누리=이재근 선임기자]

 

추천 반대
추천
0명
0%
반대
0명
0%

총 0명 참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제이누리 데스크칼럼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댓글


제이누리 칼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