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발행인시평] 공익 안중에 없는 '꾼'들의 작태에 속지 말자

 

‘정치낭인’이란 말이 있다.

 

1895년 일본공사 미우라가 일본군대와 정치낭인들을 앞세워 대한제국 황궁을 습격하고 명성황후를 시해한 사건 이후 널리 알려진 말이다. ‘낭인(浪人)’이란 마땅한 일자리가 없거나 때를 만나지 못하여 놀고 있는 사람이다. 말 그대로 백수다.

 

정치판에서 이들은 한마디로 정치판을 유랑하는 인사들이다. 이 선거판 저 선거판을 기웃거린다. 지방선거든, 국회의원 총선이든, 대선이든 가리지 않는다. 어느 선거판이든 ‘이권’(利權)이 눈에 보이거나, 아니면 그 선거판에서 무언가 역할을 했을 때 지위 등의 자리를 보상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이 ‘정치낭인’들의 움직임은 민첩하고 부산하다.

 

특별한 신념이 있거나 아니면 공적인 목표를 갖고 선거에 임하는 것이 아니란 게 대체로 이들 정치낭인들의 공통된 특성이다. 물론 정치낭인들의 경우에도 두 부류가 있다. ‘정치브로커’ 역할을 하며 스스로의 안위를 보장받고 장차엔 ‘지위’까지 보상받을 것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적극적 낭인’이 있는 반면 원하지 않지만 몇 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단맛과 쓴맛을 보다보니 이력이 붙어 정치판이 아닌 경우 생존공간을 상실해버린 ‘소극적 낭인’도 있다.

 

문제는 이들의 움직임으로 인해 유권자의 눈과 귀가 멀고, 선거판이 혼탁해지며, ‘다수의 공익을 실현하는 대표자의 선출’이라는 선거의 공익적 기능이 소멸되는데 있다. 사적 이해추구와 사리사욕을 채우는 공간으로 변질되는 경우다. 실제 현실이 그렇게 돌변하는게 대다수다.

 

이 쯤에서 이 글을 읽던 이가 스스로를 지목하는 경우라고 판단돼 인상을 찌푸린다면 그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다. 어쩌다 그런 신세가 됐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라고 권하고도 싶다.

 

화제를 바꾼다.

 

‘완장’이란 작품이 있다. 소설과 드라마로 알려져 1980년대 깊이 각인된 작품이다.

 

작가 윤흥길이 1983년 발표한 소설로 그해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1986년 MBC TV에서 꽤 인기를 끌며 여운을 남겼던 <베스트극장>이란 프로그램에서 드라마로도 선을 보였다.

 

드라마·소설 줄거리를 다 기술할 수는 없을 터-. 다만 완장을 차며 권력행세를 하던 주인공 임종술을 향해 작부 부월이 던진 대사는 지금도 가슴팍을 후빈다.

 

완장의 맛에 푹 빠진 주인공은 먼저 이렇게 말한다.

 

“잘 간수하소, 자네도 한번 맛을 들인 담부터는 완장이란 것이 어떤 물건인지 알게 될 것이네. 완장이 없으면은 어떤 놈이 권력이 있는 놈이고, 어떤 놈이 권력이 없는 놈인지 사람들이 알아먹을 수가 있어야지. 그렇기 땜시 세상에서는 표시가 나라고 완장 같은 물건을 맨들어서 권력을 분간하게코롬 규칙을 정한다네. 똑같은 사람이면서 누가 누구 머리 우에 서고, 누가 누구한티 큰소리를 친다는 게 그렇게 떡 먹딧기 쉬운 노릇은 아니니.”

 

그런 그에게 주점 작부 부월은 완장의 허망함을 들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나도 알어! 눈에 뵈는 완장은 기중 벨 볼일 없는 하빠리들이나 차는 게여! 진짜배기 완장은 눈에 뵈지도 않어! 자기는 지서장이나 면장, 군수가 완장 차는 꼴 봤어? 완장 차고 댕기는 사장님이나 교수님 봤어? 권력 중에서도 아무 실속 없이 넘들이 흘린 뿌시레기나 주워 먹는 핫질 중에 핫질이 바로 완장인게여!”

 

소설은 한국전쟁 이후 타락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에 던지는 통쾌한 해학과 비판의 메시지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사실 역사를 통해 보면 다 알듯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때도 ‘완장’들은 그 역할을 충실히 했다. 교전이 한창이던 무렵 국토 곳곳에선 인민군이 내려오든, 국군이 내려오든 완장을 찬 이는 동일인인 경우가 많았다. 그 완장이 권력을 누렸고, 애꿎은 이들이 그들의 손가락질에 운명을 달리하고 총살형의 이슬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친일 앞잡이 노릇을 하다 해방이 돼 진정 우리의 나라가 다시 세워졌는데도 그 앞잡이들이 여전히 부귀영화를 누린 경우가 사실 ‘완장들의 생존사’다.

 

정치낭인들은 ‘완장’을 좋아한다. 무엇을 하기 위해 ‘완장’이 필요한 게 아니라 ‘완장’이 있어야 권력을 휘두를 수 있고 다른 이로부터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동물적 본능으로 안다. 덕을 쌓아야 존경을 받는다는 이치는 애시당초 그들의 머릿 속엔 휴지통에나 처박힐 헛소리다.

 

스스로는 부정할 터이지만 제주에도 ‘완장’을 좋아하는 ‘정치낭인’들이 꽤 많다. 여러 번의 선거를 취재하면서 여러 번 그들을 목격했다. 평소엔 조용히 움츠리고 있다가 선거철만 되면 어김 없이 ‘전문가’로 등장한다. 하지만 등판장소는 매번 뒤바뀐다. 추종하는 후보가 수시로 변하고, 선택한 정당도 언제나 변화무쌍하다.

 

오는 4·13 총선을 앞두고 소망이 있다. ‘완장’을 좋아하는 이런 ‘정치낭인’들이 이번 선거판에선 모두 패배했으면 좋겠다. 그들의 ‘잔꾀’가 우리 유권자들의 심사를 어지럽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의 사적 이익 추구보단 제주의 꿈과 미래를 충분히 검토해보는 ‘희망의 시간’이 이번 총선이기를 갈망한다.

 

결국 ‘완장’과 ‘정치낭인’에게 퇴장명령을 내릴 수 있는 이는 바로 우리 유권자뿐이다. 지금껏 진술한 잣대를 놓고 주변을 돌아보면 어렵지 않게 '정치낭인'과 '완장'들은 골라 낼 수 있다.

 

유권자는 물론 '진정한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이들의 혜안을 바란다. [양성철=제이누리 발행.편집인]
 

 

추천 반대
추천
0명
0%
반대
0명
0%

총 0명 참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제이누리 데스크칼럼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댓글


제이누리 칼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