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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구의 정치광고이야기(1)

미국에서는 공화당 전당대회가 한창이다. 각 후보를 지지하는 선거인단 확보를 위해 50개 주 등을 순회하며 6월말까지 대장정을 펼치게 된다. 이미 치러진 아이오와(Iowa)주 코커스와 뉴햄프셔(New Hampshire)주, 사우스 캐롤라이나(South Carolina) 프라이머리에서 각기 다른 후보자가 득표 1위를 함으로써 앞으로 남은 일정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4월 총선과 12월 대통령 선거, 그리고 각 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임진년 1년은 ‘닥치고 정치,’ 그 운명이다. 선거의 계절에 TV 정치광고 이야기를 주섬주섬 담아본다.

 

 텔레비전 정치광고는 선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초다. 미국 대통령 선거의 경우, 후보자의 선거자금 가운데 70~80%를 정치광고에 쏟아 붓는다. 정치광고에 수백만 달러를 들일 만큼 선거판도에 파괴력이 있을까 하는 물음에는 “No”다. 후보자의 상품적 가치가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데 정치광고가 깐느(Cannes) 광고영화제 황금사자상 감이라고 해서 선거결과가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30초란 짧은 틀 안에 후보자 자신의 공약을 정갈하게 정리하고, 쏟아내고 싶은 얘기를 의도대로 다 할 수 있는 미디어 수단이 있다면 그 자체가 후보자에게는 매력 덩어리다. 이게 정치광고다.

 

 뉴스는 편집권의 견해가 절대적이다. 편집자가 생각하는 헤드라인은 후보자의 것과는 판이하기 십상이다. 텔레비전 합동토론회는 그야말로 오일시장 좌판의 풍경이다. 얼굴 붉히지 않고 편안하게 단편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을 내레이팅 할 수 있는 그 달콤함. 정치광고가 줄 수 있는 맛이다.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에 텔레비전 정치광고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92년 제14대 대통령 선거에서 부터다. 당시 정치광고를 분석해 보면 최초라는 의미 외에는 제작기법이나 완성도가 다소 떨어진다. 21세기 정보혁명시대에 구석기시대의 유물을 발굴하는 그 느낌이랄까. 여하튼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는 “신한국 창조,” 김대중 민주당 후보는 “금요일엔 바꿉시다.” 통일국민당 정주영 후보는 “경제대통령, 통일대통령”을 주요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선거결과는 독자가 더 잘 알고 있을 터이니 92년 선거 얘기는 여기서 갈음하자.

 

 그 후 세 번의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정치광고는 여러 가지 면에서 진화를 거듭한다. 제작기법에서는 드라마 형식 등의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고, 광고형식의 장점을 잘 살린 정치광고들도 볼 수 있게 된다. 

 

 오늘은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의 마음을 한 치 동요하게 했다고 추정되는, 아니면 살짝 건드렸다고 판단되는 정치광고 다섯 편을 보여주고자 한다. 유권자 마음을 움직인 <TOP 5> 정치 광고다. 미리 말해두지만 정치 광고를 보는 데 독자 여러분의 정치색은 잠시 거두어두자. 특히 특정 정치인 얼굴만 보면 혈압이 높아지는 분들은 여기서 읽기를 멈추고, 사봉낙조를 보며 큰 호흡을 하시라.

 

 철저히 주관적으로 골랐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 마음을 훔친 텔레비전 정치 광고를 감상해 보자.

 

 다섯 번째부터 역순으로 간단한 평을 단다.

 

  다섯 번째. 아버지와 아들 편=김대중 후보 1997년 대통령 선거

 

   

  1997년 대통령 선거의 이슈는 IMF 그리고 경제다. 자연스럽게 정치 광고의 주된 테마는 경제 극복과 IMF 였다. 이 광고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는 사뭇 비장하다.

 

 “아버지: 진짜 망한 게냐?

 

 아들: 죄송해요.

 

 아버지: 전혀 희망이 없다는 게냐?

 

 아들: (고개를 떨구며) 예....

 

 중략..

 

 아버지: 내 자식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또 해먹겠다고...뻔뻔한 사람들 이번에는 용서 할 수 없다..“

 

 드라마 기법을 도입한 이 광고는 나라부도로 졸지에 파산하고 실업자가 된 많은 유권자들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 선거결과는 김대중 후보의 당선이다.  

 

  네 번째. 인간 이회창 편=이회창 후보 2002년 대통령 선거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말한다. 97년 대통령 선거에서 떨어진 후 다시 재수를 하고 있다고. 지난 5년 동안 서민의 삶과 아픔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고.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성격이 대쪽 같아 다가서기 힘들 것 같은 그에 대한 선입견은 이 광고를 접하면 다소 수그러들기 쉬울 것 같다. 선거결과는 이회창 후보의 재차 낙선이다.    

 

 세 번째. 행복을 꿈꾸는 소년 편=정동영 후보 2007년 대통령 선거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노인폄하라는 아픈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몇 해 전 “어르신들은 투표 안 하고 집에 쉬셔도 괜찮습니다”라고 말한 인터뷰 동영상이 공개 되고 이로 인해 총선 낙선의 곤욕을 한 차례 치룬 바 있었다. 이러한 점을 의식한 듯 정동영 후보의 ‘행복을 꿈꾸는 소년’ 편에서는 어머니를 말하고 있다. 어머니의 재봉틀 소리와 함께 꿈을 키운 소년. 고향 땅에 잠들어 누워 계신 어머니를 부를 때면 목이 메어 잠시 말문이 닫힌다.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로 이어지는 아나운서의 내레이터는 모두에게 행복을 줄 것 같다. 선거결과는 정동영 후보의 낙선.   

 

 두 번째. 욕쟁이 할머니 편=이명박 후보 2007년 대통령 선거

 

   

  이른 아침 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은 바로 국밥집이다. 현실에 부대껴 쓰라린 속을 달래고 맘껏 배를 채울 수 있는 곳이 바로 국밥집이다. “오밤중에 왠 일이여···이명박은 배고픕니다. 누구나 열심히 땀 흘리면 성공할 수 있는 시대. 국민 성공시대를 열기 위해 이명박은 밥 먹는 시간도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국밥집 주인 욕쟁이 할머니가 투덜거리는 현실에서도 경제 하나는 살려줬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선거결과는 이명박 후보 당선이다. 

 

 첫 번째. 편지 편=노무현 후보 2002년 대통령 선거 

 

   

  2002년 대통령 선거일 전 날인 12월 18일 한번 방영된 정치 광고다. 선거결과에 대한 자신감과 여유가 묻어난다. Amzaing Grace를 배경음악으로 노무현 후보는 편지를 읽는다. “오늘 밤이 지나면 우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납니다. 성별, 학력 지역의 차별 없이 모두가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세상. 어느 꿈은 이미 현실이 되었고, 어느 꿈은 땀을 더 쏟아야 할 것입니다.” “정치가 혐오스럽다고 외면하지 말고, 여러분의 힘으로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자”는 노무현 후보의 차분한 편지읽기는 사뭇 감동이상이다. “이회창, 권영길 후보님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끝맺음은 위트를 넘어서 승리를 예고하는 것 같기도 하다. 선거결과는 노무현 후보의 당선이다.

 

☞강형구는? =제주출생. 한국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에서 잠시 일하다 미국으로 떠나 아이오와 주립대에서 커뮤니케이션학 석사, 플로리다대에서 커뮤니케이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 BK 연구교수, KAIST 대우교수를 거쳐 현재 미국 앨라배마대학에서 광고홍보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정치광고, 정치적 소비자 운동, 소셜네트워크 이용행위 등을 전공·연구한다. <Journal of Communication> 등에 20여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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