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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아라리오뮤지엄서 '실연박물관' 국내 첫 선 … 실연·이별 사연 한 자리

 

 

"7년간 지프를 타고 다니면서 아들 딸 낳고 잘 살았는데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남편의 체취와 흔적이 남아 있어 차마 버릴 수 없었던 이 자동차를 기증합니다."

한 여성이 지프 승용차를 한 박물관에 기증했다. 이 차는 ‘아빠차를 부탁해’라는 제목으로 작품이 됐다.

실연의 아픔과 이별의 슬픔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한자리에 모이니 예술로 재탄생했다. 제주에 등장한 '실연박물관' 이야기다. 

'실연에 관한 박물관(이하 실연박물관)'이 5일 제주시 건입동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Ⅱ에서 문을 열었다. 국내 처음이다.

 

이날 개관식에는 실연박물관의 공동 디렉터인 그루비시치와 비스티카가 참석,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이 숨어 있는 모텔을 리모델링한 전시공간에 기증품들이 놓여 의미가 남다르다”며 “이별의 아픔을 관객들과 공유함으로써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희망의 공감대를 형성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라리오뮤지엄은 본 전시를 위해 올해 2월 14일부터 3월 14일까지 한달 간 내국인들의 실연과 이별에 관한 사연과 물품 100여점을 기증받았다.

실연박물관은 누구나 살면서 겪을 수 밖에 없는 이미 끝나버린 관계들에 대한 '아카이브'이자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열린' 전시다.

전시는 철저한 익명으로 이뤄진다. 관람객은 누가 기증했는지는 몰라도 이야기들에 함께 울고 웃으며 가슴이 때로 먹먹해 진다.

 

 


제주 4·3사건 당시 끌려간 남편에게 아내가 건네준 빵 한 조각, 아픈 애견의 꼬리를 집어 넣기 위해 구멍을 낸 기저귀, 생일날 연인에게서 받은 감동의 반찬통,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야 내 지난 사랑이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요”라는 애틋한 사연을 적은 러브레터 등이 전시장에 나왔다.

 

기존 실연박물관이 그래왔던 것처럼 가장 가까운 인간관계에서부터, 고향, 계층, 지역, 반려동물, 혹은 나 자신과의 이별에 이르기까지 실연의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류정화 아라리오뮤지엄 부디렉터는 "한국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일상의 편린들이 많은 사람의 공감을 받는 희망, 생명력, 용기, 영감, 치유가 될 것"이라며 "올 봄 제주에서 벌어질 가장 개인적이고도 가장 세계적인 경험들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를 마친 후 기증받은 물품과 사연은 크로아티아 상설박물관의 컬렉션으로 영구 소장된다.

 

실연박물관은 2006년 크로아티아의 두 아티스트 올링카 비스티카(Olinka Vistica)와 드라젠 그루비시치(Drazen Grubisic)에 의해 'Museum of Broken Relationships'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첫 선을보였다. 현재 실연박물관의 공동 디렉터인 비스티카와 그루비시치는 과거 연인 사이다.

 

이 두 사람이 헤어진 이후 함께 소유했던 처치 곤란한 물건들을 정리하고자 시작했던 것이 실연박물관의 시초다.

 

실연박물관은 파리, 런던, 샌프란시스코, 베를린, 싱가포르, 대만, 브뤼셀, 바젤 등 세계 22개국 35개 도시에서 순회전시를 가졌다. 현재 1000여점이 넘는 물품과 사연을 소장하고 있다. 2010년에는 자그레브에 상설 박물관을 열었다. [제이누리=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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