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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다움'과 제주의 삶, 제주는 살 맛나는 땅인가?[발행인시평] 한 여름의 추억으로 되새기는 '인구열풍 제주'
양성철 발행.편집인  |  j1950@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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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8.08  17: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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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성철/ 발행.편집인
살다보면 아리송할 때가 있다. “세상은 점점 살기 좋아진다”고 하건만 “그게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더러 있다.

완연한 여름이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 계절은 사실 젊음의 계절이다. 산과 바다로, 그리고 들판으로 내달려야 더위로 시달린 몸이 기운을 차리게 된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렇게 자연의 에너지를 만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젠 아스라이 오래 된 과거다. 제주시 탑동 해안을 거닐며 이 여름 상념에 잠겨 본다. 대규모 콘크리트 덩어리로 매립한 이 해안은 사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먹돌’ 해안이었다. 영겁의 세월을 견디며 매끈하게 다듬어진 먹돌이 해안 곳곳을 가득 메우고 있었던 빼어난 경관이 자리했던 곳이 지금 탑동해안이다. 보말과 소라도 손쉽게 내 손으로 들어왔고, 아마 그 시절 집집마마 마치 전리품처럼 소라껍질 크기를 들이대며 한 여름철 입맛을 달래주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나 그 ‘먹돌해안’은 1980년대 후반 매립의 ‘대역사’(大役事)로 콘크리트 덩어리 밑으로 파묻혔다. 이젠 그저 추억일 뿐이다.

   
 
갓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가족과 함께 무더위를 피해 비양도로 간 적이 있다. 코흘리개가 처음 가 본 섬땅이었다. 물론 그 코흘리개는 스스로가 섬에 사는 줄 몰랐다. 살고 있는 땅이 뭍이고, 육지이고, 대륙인 줄 알았기에 비양도행 뱃길은 섬땅으로 간 첫 배편여행이었다. 그곳에서 아버님이 바다로 뛰어들어 잡아 온 우럭맛을 잊을 수 없다. 작살에 꽂혀 잡혀 온 우럭을 아버님의 벗들과 둘러 앉아 꼬치구이처럼 불을 피워 익혀가며 먹은 그 맛이 몹시 그립다. 손과 입에 숯검댕이를 묻혀가면서도 그게 그렇게 맛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런 행동을 하면 수산업법 위반이다. 작살어로는 금지 행위다.

그래도 초등 고학년이 될 무렵 ‘남자’란 이유로 벌초길에 처음 나섰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버스를 타고 지금의 정실마을 근처에서 내렸다. 제주교도소가 있는 근방에서 내려 무작정 길을 걷고 또 걸었다. 열안지오름 정상부에 모신 증조모의 선산을 벌초하고자 그저 아버님의 뒤를 따랐다. 그 길에서 수도 없이 많은 아름다운 장면을 만났다. 조그만 개울에서 노닐던, 기억하기에 너무도 작았던 개구리를 만난 신기함과 곳곳에서 만난 방목중인 소·말 무리에 지금의 아프리카 초원이 떠올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 벌초길은 어느덧 주변에 골프장이 들어서며 갈 수 없는 길로 변했다. 그래도 그 후 중산간으로 새로운 길이 뚫려 좀 편해지는가 싶더니 최근엔 한 개발사업자가 떡하니 푯말을 꽂고 갔다. “개발사업 부지이기에 분묘주는 연락바람!.”

대학생이 되고 나서야 비행기를 처음 타봤다. 예약과 발권이 마치 외국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었지만 제주국제공항 터미널에서 항공기를 이용하는 건 별다른 일이 없는 한 쉬운 일이었다. 심지어 아무런 예약도 없이 그냥 공항을 찾아가도 표 한 장 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 비행기 좌석을 예약할라 치면 PC에 30분여를 쪼그리고 앉아야 겨우 시간대와 날짜를 맞출 수 있다. 물론 관광성수기가 아니어도 언제나 그렇다. 더욱이 제주공항 터미널로 가면 언제나 연일 북새통이다. 우물쭈물하다간 자칫 예약된 항공편을 놓칠 가능성도 높다. 사실 뭍으로 다녀올 일이 있으면 불편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뭍생활을 하다 20여년 전 제주에 파견근무로 내려와 ‘마이카’족이 됐다. 처음 내 승용차가 생겼다는 기쁨도 물론이거니와 제주의 해안 일주도로와 남북으로 관통하는 5·16도로를 내달리는 드라이브의 상쾌함은 지금도 싱그럽다. 물론 그 시절 서울에서 너무도 싫었던 ‘택시잡기 경쟁’은 제주에선 남의 나라 소리였다. 방향과 무관하게 어느 곳에서 타든 그저 목적지만 알려주면 씽씽 달려주는 택시가 더없이 자유롭고, 평화로운 제주를 상징했다. 하지만 요즘은 각종 콜택시에 ‘카카오택시’까지 등장했지만 길거리에서 그냥 택시를 얻어 타는 것도 힘들다. ‘콜택시’를 불러도 돌아오는 답은 “배차 차량이 없다”는 메시지다. 더욱이 출·퇴근길은 마치 과거 서울에서 만났던 교통지옥 풍경이 따로 없을 정도다. 65만여 인구에 45만대가 넘는 차량이 제주도내 곳곳 도로를 질주하고 있으니 상전벽해다.

한 여름 몸을 담그던 용천수가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제주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만 기억하는 공간이다. 바닷가 곳곳에 자리한 용천수탕은 한 여름철 온 몸이 오그라들게 만드는 피서지였다. 하지만 중산간 개발 탓인지 몇몇 해안지대의 용천수탕은 이미 말라버리거나 아니면 그저 졸졸 흘리는 물줄기에 불과하다. 게다가 예전엔 망설임 없이 몸을 담글 수 있던 그 용천수탕이 이젠 돈을 쥐어줘야만 이용할 수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무언가 야박하다는 느낌과 제주의 자연이 준 선물이 일부의 소유물로 전락하고 있는 것 같아 좀 씁쓸하기도 하다.

   
 
오늘도 신제주 거리를 걸으며 무수히 쏟아지는 ‘외국어 공세’에 시달린다. 곳곳에서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건만 ‘제주의 말과 글’은 도무지 찾아보기 어렵다. 어쩌다 ‘제주어(語)’가 쓰여진 간판을 만난다 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영락 없이 ‘제주말’을 상품화 한 뭍지방 사람들의 상술(商術)인 경우다. 그래도 고마움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저 발음대로만 쓰면 된다고 생각하거나 아예 어법도 맞지 않는, 존재하지도 않는 제주말 나열인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리고 귓전으로 들리는 소리는 기묘한 외국어다. 차이가 있다면 1980·90년대 들리던 일본어가 지금은 중국어다.

제주시 도심 곳곳에 높디 높은 고층 아파트들이 쭉쭉 들어서고 있다. 최근 제주에 부는 ‘제주이민’ 열풍에 힘입어 연초부터 ‘제주행 인구러시’와 ‘부동산값 고공행진’이 연일 제주발 뉴스를 채우고 있다. 어느새 ‘신구간’이란 제주의 전래이사철 풍습은 사라진지 오래고, 그 이사철에 맞춰 그저 제주에서나 보여지던 풍습인 ‘집중적인 집들이’ 행렬도 이젠 가뭇가뭇하다. 물론 도심지 아파트에 속속 둥지를 트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기존 제주에서 만나던 이들이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제주시 도심권 대단지 아파트를 ‘웃돈’을 주고서라도 더 선호한다는 소문이 실감나는 현장이다. 어느덧 그 아파트를 팔아 다른 지역 이주를 저울질하던 ‘기존 제주인’들은 턱없이 치솟은 집값·땅값에 도무지 어쩔줄 모르고 헤매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제주의 변화가 실감나는 여름이다. 이곳 저곳에서 달라진 모습이 시리도록 가슴 한구석으로 파고든다. ‘제주다움’과 ‘제주적’인 것에 그리도 자부했건만 이젠 알 수 없는 위기로 소스라치게 놀란다.

제주는 과연 ‘살기 좋은 섬’으로 진화하고 있는가? 묻고 또 물어보지만 어쩐지 내 ‘삶의 질’은 점점 피폐해져만 가고 있다. 그 답을 알 듯도 하지만 도무지 혼자서 구호로만 외칠 일이 아니기에 답답하기만 하다.

이 제주의 아이들은 앞으로 어떤 미래를 맞이할까? 그래도 애비노릇은 해야 하는데 솔직히 걱정이다. '오래된 미래'(Ancient Futures)는 그래서 떠오르는 표현이다. [제이누리=양성철 발행·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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