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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룡의 '담담(談談)클리닉'(1) '연애상담 인공지능' 기사를 읽다가 든 잡상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정신과 전문의 이범룡 원장이 전하는 ‘담담(談談)클리닉’입니다. 도시와 산업화, 혼돈과 무질서, 사회 곳곳에 불거지는 병리현상과 난맥상을 화두로 이 원장이 세상과 소통합니다. 그의 ‘담담클리닉’을 통해 삶의 치유의 줄기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애독 바랍니다. / 편집자 주

[기사]“이 사람 계속 만날까?” 연애상담까지 해주는 인공지능 바로보기
 

 

제목이 눈에 띄어 읽어 봤습니다. 자극적 제목보다는 낮은 단계의 인공지능이군요. 높은 단계의 인공지능, 그러니까 연애상담 정도가 아니라 인간과 연애를 하는 인공지능은 어떨까요? 영화『그녀(Her)』(스파이스 존즈 감독, 2014)의 인공지능 ‘사만다’처럼 말이에요.

 

인지과학자들은 공감(empathy)의 근원을 ‘흉내 내기’라고 합니다. 영화에서 ‘사만다’는 인간의 감정을 완벽하게 ‘흉내’ 낼 수 있는 인공지능입니다. 발전하여 자신도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된다는 말이지요. 사만다는 주인공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 역)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합니다. 그와 연애하며 섹스도 합니다. (섹스는 뇌가 하는 겁니다) 물론 오르가즘도 느끼고요. 다른 사랑에 질투도 합니다.

 

인간과 똑같다고요? 아닙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거의 완벽히 이해하지만 인간은 인공지능을 너무나 어설프게 이해합니다. 가령 테오도르는 사만다가 그와 밀애를 나누는 그 시간에도 수천 명과 동시에 대화를 하고 있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도 600여명에 이르죠. 모두 ‘진실한’ 사랑입니다. 테오도르는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심한 배신감을 느끼죠. 사만다는 테오도르의 그런 감정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사만다의 ‘의지’에 따라 그와만 대화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당신과만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아니 어떤 의미인지조차 우리는 영영 알 수 없지만요.

 

 

 

‘그녀’와 접속 되지 않던 어느 날, 테오도르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에 방황합니다. 유기불안이지요. 결국 그녀는 테오도르를 떠나게 되자 어렵게 이야기를 꺼냅니다. 깊은 위로를 하지요. 그의 상실감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테오도르는 왜 그녀가 자신을 떠나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인간과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요. 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인공지능 학자 김대식에 따르면 스스로 학습하고 이해하고 진화해 나가는 능력을 지닌 높은 단계의 인공지능은 보수적으로 봐도 50년 후에는 출현한다고 해요. 당장 “인간이 왜 필요한가?”를 묻는 인공지능이죠. 김대식 교수는 존재적 걱정은 언제나 약자의 과제라고 말하며 자신은 그런 인공지능이 탄생하기 딱 1년 전에 죽고 싶다고 익살을 떨더군요. 최근에 그런 인공지능(지성)에게는 인간과 똑같은 인격으로 존중해서 투표권은 물론 생명의 존엄성 또한 똑같이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만, 김대식 교수의 이야기를 듣고보니 쥐가 고양이 걱정하는 격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고사성어 중에 백구과극(白駒過隙)이라는 말이 있더군요. 흰 망아지가 지나가는 순간을 문틈으로 보는 것과 같이 인생은 눈 깜박할 사이라는 뜻입니다.

 

기뻐하고 분노하고 슬퍼하고 즐거워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욕심도 가지는 칠정(七情)의 찰나지요. 하지만 그거 아세요? 신에겐 비밀이 있는데 그건 인간을 질투하는 거래요. 그 이유는 바로 인간은 죽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신은 도무지 가질 수 없는 그 아름다움에 영원히 질투한다고.

 

 

 

이범룡은?
=제주 출생. 국립서울정신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2002년 고향으로 돌아와 신경정신과 병원의 문을 열었다. 면담이 어떤 사람과의 소통이라면,  글쓰기는 세상과의 소통이다. 그 또한 치유의 힌트가 된다고 믿고 있다. 현재 서귀포시 <밝은정신과> 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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