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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룡의 '담담(談談)클리닉'(2) 진정한 선물이란 존재하는가?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정신과 전문의 이범룡 원장이 전하는 ‘담담(談談)클리닉’입니다. 도시와 산업화, 혼돈과 무질서, 사회 곳곳에 불거지는 병리현상과 난맥상을 화두로 이 원장이 세상과 소통합니다. 그의 ‘담담클리닉’을 통해 삶의 치유의 줄기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애독 바랍니다. / 편집자 주

 

 

월간 <인물과 사상, 10월호>에 서울아산병원 김병수 정신과 임상 부교수가 쓴 「진정한 의미의 선물이 존재할 수 있을까?」를 읽었습니다.

 

“세상사람 중 1퍼센트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는다. 또 나머지 1퍼센트는 어떻게든 자물쇠를 열어서 남의 것을 훔친다. 나머지 98퍼센트는 ​조건이 제대로 갖추어진 동안에만 정직한 사람으로 남는다. 이 사람들은 강한 유혹을 받으면 얼마든지 정직하지 않은 쪽으로 바뀐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 1930 - 2004)의 주장이라고 합니다.

 

김병수는 데리다의 주장을 들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비록 김영란법 아니라 더 강력한 법이 있어도 정말 악한 1%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자기 이익을 위해 부정을 저지르겠지만, 김병수 자신을 포함하여 98퍼센트에 속하는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검게 변해버리는 것을 막아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실험 결과도 제시했습니다.

 

미국 베일러의과대학의 신경과학 교실은 피험자에게 A 갤러리와 B 갤러리에서 출품한 미술 작품에 대한 선호도를 평가하게 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어떤 피험자에게는 ‘당신의 실험 참가 보수는 A 갤러리에서 지급할 예정입니다’라고 알려주고, 어떤 피험자에게는 ‘당신의 실험 참가 보수는 B 갤러리가 지급할 예정입니다’라고 미리 알려 주는 거지요. 각각의 미술품 위에는 어느 갤러리에서 출품한 것인지 알아차릴 수 있는 선명한 로고가 붙어 있었지요.

 

실험 결과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피험자 대부분은 자신에게 보수를 제공하는 갤러리에서 나온 그림에 더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나중에 그 분들에게 물어보았죠. 어떤 갤러리에서 보수를 지급하느냐가 당신의 미학적 판단에 영향을 주었냐고요. 한결같이 “전혀요.” 순수하게 어떤 그림이 더 좋으니까 좋다고 한 거지 도대체 사람을 어떻게 보고! 암요.

 

같은 실험에서 피험자를 MRI 기계에 넣고 미술품을 보여주면서 대뇌 활동도를 스캔해 보았습니다. 역시 자신을 후원한 갤러리의 로고가 있는 그림을 보여주었을 때 쾌감 중추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 난 이 그림이 좋아.” 의식적으로는 후원을 받은 것과 의사 결정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했지만, 그들의 뇌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하더군요.

 

 

만약 피험자들에게 어느 갤러리에서 실험 참가 보수를 줄 거라는 정보를 주지 않았을 때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요? 김병수는 선물은 대가없이 주고받는 것이고, 뇌물은 대가를 전제하는 거라고 합니다. 실험 참가 보수는 피험자가 어디서든 마땅히 받아야 할 돈인데도 불구하고 피험자(피험자의 뇌)들은 선물이 아니라 뇌물로 인식한 겁니다. A 갤러리에서 지급한다고? 그럼 나도 대가를 줘야지. "이 그림이 더 좋군요.“ 

 

이처럼 철학적으로나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순수한 의미의 선물이란 애당초 현실 세계에선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인간 사회엔 그 시대를 관통하는 상식(常識)이란 게 있습니다.

 

김영란법은 공직, 교육계, 병원급 의료기관, 언론 등에 한정해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영향력이 큰 분야이기 때문일 겁니다. 저 역시 상상할 수 있는 어떤 경우는 너무 엄격한 적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점차 디테일한 적용에도 사회적 콘센서스가 생기고 더치페이 문화도 적절하고 합당한 자리를 잡아갈 거라고 기대합니다. 그리고 시대의 상식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범룡은?
=제주 출생. 국립서울정신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2002년 고향으로 돌아와 신경정신과 병원의 문을 열었다. 면담이 어떤 사람과의 소통이라면,  글쓰기는 세상과의 소통이다. 그 또한 치유의 힌트가 된다고 믿고 있다. 현재 서귀포시 <밝은정신과> 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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