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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제주시청 앞 촛불, 그리고 준엄한 역사의 명령

 

지난 12일 오후 7시 제주시청 어울림 광장 일대. 2000여명의 인파가 빼곡히 자리를 잡았다. 손에 쥔 건 모두가 촛불.

 

‘박근혜 정권 퇴진·하야’를 요구하는 손팻말을 든 이들의 얼굴에 비장감이 흘렀다. 특정 정파도, 여느 노동운동 세력도 아니었다. 어린이 손을 잡고 현장을 찾은 부부, “답답한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는 청년, “내가 지난 선거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너무도 후회한다”는 한 60대 노인, 교복을 입고 나온 중·고생들.

 

남녀노소 각양각색이었지만 그들의 외침은 모두 하나였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발언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자유발언에 나선 한 고등학생은 “어렵게 꽃피운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을 되찾아야 한다”며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시각 서울 광화문에서도 소식이 들려왔다. 몰려든 인파는 100만. 여러 미디어들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최대 인파’라고 뉴스를 쏟아냈다. 박종철·이한열 두 대학생의 비통한 죽음과 맞물려 정권말기 폭정의 끝을 향해가던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인파에 밀리지 않는 행렬인데다 2000년 광우병 70만 촛불시위 인파는 한참을 앞질렀다.

 

이런 숫자는 당연히 통계적인 수치만을 전달하지 않는다.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국민들의 열망이 어느 정도인지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촛불은 2002년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효순·미선양을 추모하기 위해 비폭력 평화시위의 형태로 처음 타올랐다. 첫 촛불집회였다. 그리고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를 거치며 점차 문화제 형식으로 자리 잡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2일 촛불집회의 현장은 서울도, 제주도 마찬가지였다. 형식은 평화였고, 주장은 강력했다. 순수한 국민의 마음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이었다. 국정농단 사태를 지켜보는 분노감을 축제로 승화시켰고, 주장은 강력했지만 ‘국격’을 훼손시킨 대통령과 달리 시민들은 성숙했다. 마치 민주주의를 애도한 한바탕 씻김굿이라고나 할까?

 

성숙한 시민의식과 달리 눈을 돌리면 정권을 쥔 이들의 탐욕을 마주하게 된다. 결단을 내리지 않고 있는 대통령,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수사로 일관하는 검찰로 국민들의 피로감도 가중되고 있다.

 

‘내가 이러려고 대한민국 국민이 됐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는 풍자가 SNS 상에서 회자되고 있다. ‘촛불의 노래’는 지금 그렇게 가녀린 목소리가 아니다. 준엄한 역사의 명령이 이제 청와대를 응시하고 있다. [제이누리=이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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