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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시평] 헌정유린.파괴 속에 불거지는 민낯 "학습과 성찰의 기회"

 

TV를 거의 매일 본다. 한달여 뉴스를 보는 재미로 살고 있다. 재미가 넘친다. 뉴스가 이렇게 흥미진진할 줄 몰랐다. 매일 새로운 뉴스가 터지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드라마나 개그 프로그램은 볼 이유가 사라졌다. 지금 당장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 더 재미있고, 더 흥미진진한데 굳이 가상의 허구를 다루는 ‘픽션’의 세계에 눈을 돌릴 이유가 없다.

 

소설이나 드라마·영화보다 더 재미있는 이 현실이 심장이 터질 정도로 가슴이 아프다. 솟구치는 분노를 참을 길이 없다. 여론조사 기법상 ‘무의미’나 다름 없는 고작 5%의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그보다 더 ‘유의미’한 단단한 90%의 ‘부정평가’에 눈을 돌리게 만든다. 그만큼 어느 누구와도 화제를 떠올리면 이 시대를 원망하고, 이 암울한 현실에 비통의 울분을 보이지 않는 이가 없다. 하물며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주변 인물들마저 분노의 목소리를 보태고 있다.

 

꼭 1년 전인 지난해 11월 개봉한 영화 ‘내부자들’을 보며 언론에 종사해온 지난 날을 주마등처럼 떠올린 적이 있다. 25년여 언론인 생활을 하며 영화 ‘내부자들’은 그동안 목도한 현실세계의 일상을 여지 없이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일반인들은 “설마···”할 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조금이라도 진실의 문턱에 다가가 본 적이 있는 경험으로선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질 노릇이었다. 실제 그런 상황에 맞닥뜨리고 수모를 겪은 적도 있다.

 

권력에 부역하거나 앞잡이 노릇을 하며 ‘권력의 실세’로 군림하는 언론인은 지금도 우리의 언론 영역에서 위세를 부리고 있고, 검찰권력을 등에 업어 호의호식하는 ‘정치검사’도 사실 널려 있다. 요즘 수시로 뉴스에 이름을 오르내리는 그 검사가 제주지검에 평검사로 부임했을 당시 보여줬던 그 뻣뻣하고 느글거렸던 눈빛의 이유를 지금은 조금 알 듯 하다. 물론 언론과 검찰권력의 양날을 기술적으로 지배하는 정치권력도 있고, 국회라는 공간을 빌어 요리조리 줄타기를 잘하는 ‘의원님’들도 있다. 살벌하지만 그래도 이면에 감춰진 그 ‘완장들의 전쟁’이 요즘 적나라한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볼수록 가관이다.

 

헌정유린·파괴의 현장이 드러나고 있는 요즘 우리 국민들은 기대하지 않았던 ‘공부’의 기회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의 ‘헌법’에 대한 풍부한 학습기회를 얻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성과로 얻어낸, 5년 단임 대통령 직선제가 골자였던 그 헌법은 사실 기억 속에서 가물가물해져가는 상황이었다. 그럴진대 현직 대통령이 만들어낸 이 돌발사태로 탄핵소추의 발의와 의결, 헌법재판소의 권능, 총리의 권한, 대통령의 불소추권 등을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전국민이 헌법이 말하고 있는 ‘국민주권’에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가 아니라 이제 헌법학자들끼리 해석이 분분한 쟁점문제까지 샅샅이 살펴보는 상황이 됐다. 그렇지 않아도 이제 개헌을 해야 할 때란 점에 공감하는 이가 많았는데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어떻게 가야할 지를 성찰해 볼 수 있는 이런 좋은 기회를 우리의 대통령이 마련해줬다.

 

 

게다가 우리 국민들은 미용·피부에 좋은 주사제가 그리 많은지도 처음 알게 됐다. 감초주사에 마늘주사, 태반주사, 백옥주사, 신데렐라 주사 등의 주사제 이름을 만나다 보니 우리나라 부유층의 실태를 대통령의 이름으로 만나는 영광(?)을 얻었다. 여기에 더불어 비아그라까지 대통령 경호실을 통해 청와대에 반입된 뉴스에 이르니 이젠 아연실색이다. "역시 청와대는 청와대다”란 분노가 또 나온다. 이미 '최순실'이란 이름의 대리처방은 뉴스가 아닌 상황이다.

 

그들의 권력농단과 전횡이란 ‘막장 드라마’가 이제 종말을 향하고 있다. 그들의 방패로 여겼던 최재경 민정수석과 김현웅 법무장관의 사의 소식이 23일 아침부터 모든 미디어를 장식하고 있다.

 

검찰수사결과 발표를 향해 “상상과 추측으로 지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이라던 그들의 철옹성이 ‘진짜 사상누각’이란 사실이 서서히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고 대통령의 호위무사는 말했지만 보란 듯 민심으로 타오르는 촛불은 이제 100만을 넘어 횃불로 변해갈 태세다.

 

보수와 진보, 좌·우, 지역간 분열과 균열로 일관하던 대한민국이 한 길로 힘이 모아지고 있다.

 

그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참 고마운 대통령이다.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하나의 기운으로 통합시킨 역사적 대통령으로 ‘대한민국 국사 교과서’에 길이 남을 것 같다. 향후 TV드라마와 영화의 좋은 소재가 될 것 같다. 감사드린다. 그러니 이제 그만 내려오시라. [양성철=제이누리 발행·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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