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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룡의 '담담(談談)클리닉'(10) 공황장애, 불안과 치료 의미

 

흔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혼란, 복잡한 감정을 두고 패닉(Panic) 상태라고 말한다. “그 소식 듣고 나 지금 완전 패닉이야.” 패닉의 어원은 그리스 신화에서 나왔다. 판(Pan)은 숲의 신이다. 전령의 신 헤르메스와 산양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외모는 산양을 닮아 무섭게 생겼고 판이 소리치면 알 수 없는 공포에 빠졌다. 올림포스 신들과 티탄 신들 사이에 일어났던 전쟁에서 판의 소리에 티탄 신들은 공포에 빠졌다. “티탄 족이 패닉(Panic) 상태에 빠졌다.”

 

“꼭 죽을 것 같았어요” H씨는 2주일 전 갑자기 숨이 잘 안 쉬어지고 어지러워 119를 통해 응급실에 갔다. 링거액과 함께 안정제 주사를 맞고 좋아졌다. 여러 내과 검사에서 아무 이상이 없었다. ‘과호흡 증후군’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 후 응급실에 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유사한 증상이 한 두 차례 있었다. 어제는 버스를 타고 가다 또 증상이 발생하려는 것 같아 바로 내렸다. 근처 벤치에서 숨을 천천히 쉬며 안정을 찾았다.

 

 

이런 병을 공황장애(Panic disorder)라고 한다. 공황은 패닉의 한국어 번역이다. 사회에서 말하는 패닉상태와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 공황장애는 불안장애의 한 종류로 분류하고 있으나 당사자가 느낄 때는 대게 심장병이라고 생각하여 심장클리닉을 먼저 찾는다. 어떤 조사에선 심장클리닉을 찾는 환자의 1/3이 공황장애라고 한다. 심장 포함 흉부 검사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

 

공황장애는 비교적 흔한 병이다. 개그맨 출신 MC 이경규 씨도 어느 한 TV 프로그램에서 자신도 공황장애로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상은 대게 죽을 것 같은 호흡곤란이지만 그 외에도 심한 가슴 두근거림, 흉부통증이나 조임, 어지러움, 구역질 등 여러 가지 증상이 동반된다. 정말로 죽을 것 같지만 다행히도 아직까지 공황장애로 죽은 사람은 없다. 증상은 약물로 잘 치료되고 근래에는 인지치료도 각광받고 있다. 인지치료는 광의의 정신치료에 속할 수 있겠지만 통상 말하는 정신치료와는 다르다.

 

엄밀한 의미에서 공황도 그렇고 불안 자체는 특정한 병이 아니라 증상이다. 이것은 독감 같은 어떤 원인에 의해 열(fever)이 오를 때 열 자체는 증상이지 병이 아닌 것과 같다. 신경정신학 역사에선 불안을 정신역동 원인에 따라 분류하려는 노력을 해 왔다. 그러다 점차 생물학 연구 결과가 수용되면서 최종 결과로 나타나는 증상을 질병 자체로 취급하는 경향이 생겼다. “불안은 원인이 무엇이던지 편도체(Amygdala)가 자극되어 생긴 반응이다.” 명쾌하지만 너무 가난하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다시피 술이나 담배 금단 증상으로 불안이 나타날 수 있고 심지어 공황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그것보다는 심리적 스트레스가 촉발원인이 된 경우가 훨씬 많다.

 

심리적 스트레스는 주관적 의미가 더 중요하다. ‘그 경험(사건)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실제로 불안하지만 뭘 불안 해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정신치료는 끈덕지게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통찰이나 해석은 여러 가지 가능성 중 어느 하나일 것이다. 때론 틀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치료가 되는가?

 

내 생각을 말해 보겠다. 치료는 통찰이나 해석 자체보다 그걸 끈덕지게 찾아가는 과정에서 생긴다. 더 도발적으로 말해본다면 정신치료 세팅 그 자체에서 생기는 것일 지도 모른다. 이렇게 말하는 난 아무래도 신비주의자 혐의를 벗어나긴 힘들 것 같다.

이범룡은?
=제주 출생. 국립서울정신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2002년 고향으로 돌아와 신경정신과 병원의 문을 열었다. 면담이 어떤 사람과의 소통이라면,  글쓰기는 세상과의 소통이다. 그 또한 치유의 힌트가 된다고 믿고 있다. 현재 서귀포시 <밝은정신과> 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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