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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곤 교사의 우리말 톺아보기(41)] 생강나무 꽃의 강원도 방언

 

“…그리고 뭣에 떠다 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강원도가 기차역 이름까지 바꿔가며 자랑하는 1930년대 소설가 김유정이 자기 고향을 무대로 쓴 단편소설 ‘동백꽃’의 한 부분입니다.

 

우리는 보통 ‘동백꽃’ 하면 따뜻한 남녘 바닷가에 무리 지어 늘어선, 큰키나무에 가득 피어나다 못해 땅바닥까지 흐드러지게 뒤덮는 빠알간 동백꽃을 연상하지만, 이 이야기에 나오는 동백꽃은 노랗습니다. 색깔만 노란 것이 아니라 향기까지도 알싸합니다.

 

네, 김유정의 ‘동백꽃’은 흔히들 보아 온, 꽃잎이 빨갛고 꽃술이 노란 남쪽의 동백꽃과는 전혀 다른 꽃입니다. 이 꽃은 강원도나 경기도의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떨기나무인 생강나무의 꽃입니다. 막 겨울이 지나고 제법 햇살이 따스해지는 3월 중순쯤이면 잎보다도 먼저 피어나는 꽃, 진달래나 벚꽃보다도 먼저 야트막한 동네 뒷산을 군데군데 노랗게 물들이는 흔하디흔한 꽃이지요.

 

그 잎이나 줄기를 살짝 문질러 냄새를 맡아 보면 생강 내가 난다 하여 생강나무라고 합니다. 그런데 강원도에서는 가을에 검게 익는 이 나무 열매를 짜서 머릿기름으로 썼기에 남쪽의 동백나무와 용도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이름까지 똑같이 부른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동백꽃'이란 생강나무 꽃의 강원도 방언인 셈이지요.

 

거의 비슷한 때, '동백꽃'과 거의 같은 모양 같은 색으로 공원이나 마을 주변을 노랗게 물들이는 꽃나무가 또 있습니다. 바로 산수유 꽃입니다. 가을에 빨갛게 익은 손가락 마디만 한 열매를 말려 약으로 쓰는 산수유나무는 중국 원산으로, 산에서 저절로 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사람이 일부러 심은 것입니다.

 

두 가지 꽃나무를 구별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대개는 자라는 장소만 보아도 알 수 있지만, 줄기가 비교적 매끈하면 생강나무, 껍질이 지저분하게 벗겨졌으면 산수유나무입니다. 또, 나뭇가지에 꽃이 다닥다닥 붙어 피면 생강나무, 꽃대 끝에서 꽃이 피면 산수유나무입니다.

 

참, 흘러간 노래 ‘소양강 처녀’의 가사에도 생강나무 꽃이 틀림없을 ‘동백꽃’이 나옵니다. 2절 첫머리를 “동백꽃 피고 지는 계절이 오면 돌아와 주신다고 맹세하고 떠나셨죠.”로 시작하지요. [김효곤/ 서울 둔촌고등학교 교사]

 

☞김효곤은?
=연세대 국문과를 나와 35년여 고교 국어교사를 하고 있다. 청년기 교사시절엔 전교조신문(현 교육희망)의 기자생활도 했다. 월간 <우리교육> 기자와 출판부장, <교육희망> 교열부장도 맡았었다. 1989년 이후 민주언론운동협의회가 주최하는 대학언론 강좌를 비롯해 전국 여러 대학 학보사와 교지 편집위원회, 한겨레문화센터, 여러 신문사 등에서 대학생·기자·일반인을 상대로 우리말과 글쓰기를 강의했다. <전교조신문>, <우리교육>, <독서평설>, <빨간펜> 등 정기간행물에 우리말 바로쓰기, 글쓰기, 논술 강좌 등을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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