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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번째 만장굴 입장객 "제주서 새 대한민국 봤다. 제주의 언덕 되겠다"

 

1990년대 초였다.

 

시끄러운 정국을 뒤로 하고 부산에서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가족들과 함께 한 제주여행이었다.

 

문재인! 그는 그 시절 “제주에 가면 꼭 한번 찾아가 봐야 할 곳”이라고 지인이 손꼽은 만장굴로 갔다. 뜻하지 않은 행운이 그를 반겼다.

 

그의 가족일행은 만장굴 개방 이래 누적관광객 500만명째의 주인공이 됐다. 화환이 목에 걸렸고, 기념품도 받았다.

 

 

 

그가 대권 첫수에 도전하던 2012년. 대선열기가 끓어오를 무렵 그는 ‘한반도의 뉴햄프셔’ 제주에서 불을 지피고자 12월7일 제주를 찾았다. 우선 찾아간 곳이 제주시 동문재래시장이었다. 3시간이 되지 않는 긴박한 일정이었지만 그는 유세현장에서 그의 ‘제주사랑’을 아낌없이 제주도민들에게 전했다.

 

500만번째 만장굴 입장객의 주인공이 된 사연을 소개하면서 그는 “제주에 올 때마다 늘 좋은 일이 생긴다. 제주는 저에게 행운을 안겨다 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물론 12월7일 제주행을 택하기 전날 그와 경쟁하던 그 시절 안철수 후보는 그에게 적극적 지원을 약속했고, 시민사회가 총망라된 국민연대도 출범했다. 그에겐 마치 ‘제주’가 ‘행운의 여신’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가 대권도전 재수에 나선 2017년! 그의 제주행은 녹록지 않았다. ‘대권풍향계이자 바로미터’인 제주에서 태풍을 만들어가고 싶었다. 그가 그 타이밍으로 잡은 건 제69주기 4·3추념식-.

 

하지만 당내 경선일정이 발목을 잡았다. 4·3추념식 당일 오후 2시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수도권·강원·제주 순회경선 때문이었다. 마지막 남은 순회경선 일정이었고, 그 경선결과에 따라 민주당 대권주자가 결정됐다. 물론 주자로 확정된 건 바로 그였다.

 

그는 지난 4월18일 오전 7시5분 제주에 도착했다. 곧바로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했다. 그가 남긴 방명록엔 "4.3 제주가 외롭지 않게 제주의 언덕이 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는 당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부르짖었다.

 

"제주에서 새 대한민국을 봤습니다. 더 큰 대한민국의 역사를 제주에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분열을 넘어 크게 하나되는 대한민국, 생각만해도 가슴이 뛰지 않습니까?"

 

그는 이어 "국책사업 추진과정에서 발생한 책임과 아픔도 책임지겠다. 해군이 강정마을에 청구한 구상금 소송을 철회하고 사법처리 대상자에 대해선 사면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당일의 또 다른 일화다.

 

그는 아무도 모르는 비공개 일정으로 이날 오전 동문시장 유세를 마친 후 김만덕 기념관을 찾았다. 세월호 유가족과 면담을 가졌다.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떠나는 찰나 김상훈 김만덕기념관장이 그에게 말했다. "제주는 4.3의 아픔도 있지만 의인 김만덕의 은혜로움도 있는 곳이다. 부디 성공하시라."

 

 

 

"저의 손을 꼭 잡더라구요. 한동안 말을 잊지 못하며 잠시 눈시울을 붉히는 그를 보고 저 역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김 관장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를 보내던 그 순간을 그렇게 똑똑히 기억했다.

 

“늘 제주에 미안함을 갖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그와 청와대에서 한 솥밥을 먹었던 박진우 전 청와대 행정관(현 경기대 교수)은 그렇게 말했다. 정부를 책임지는 입장에서 제주도민 이해와 지역주민의 고충을 잘 챙기지 못한 아쉬움이다.

 

“2012년 대선 때였죠. 민주통합당 경선 선대위가 발족하면서 제주선대위 격려차 제주에 왔었는데 해군기지와 영리병원 등 사안을 놓고 문 후보는 ‘원래 이럴 계획이 아니었는데 실행·추진과정에서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며 제주도민에게 늘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란 말을 두 번씩이나 참석한 당직자들에게 전했습니다.”

 

하지만 제주에 쏟은 열정과 자부도 있다.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치적 동반관계였던 2003년 10월 제주도는 눈물을 쏟았다. 1948년 벌어진 4·3사건의 굴레와 멍에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제주를 찾아 노 전 대통령은 “국가수반으로서 당시의 참혹한 실상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4·3유족들은 물론 다수의 도민들이 눈물을 쏟아냈다. 명예회복에 대한 감격이었다. 물론 그도 눈물이 많았다. 2012년 대선 후보 등록 직전 그는 제주시 조천읍 북촌 너분숭이 4·3기념관을 찾았다. 수 많은 희생자 위패를 보고선 그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쏟아냈다. <순이삼촌>의 저자 현기영 선생의 설명을 듣다 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해 손수건을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특전사로 군 복무시절 제주의 한라산 중턱을 누비며 고난의 전지훈련 과정을 거쳤다. 제주 서귀포에 친지가 있어 그는 틈 나면 훌쩍 서귀포로 달려간다. 하지만 언제나 혼자 움직인다. 그런 인연을 제주의 당직자들이 알라 치면 그냥 입을 다물었단다. 민주통합당의 대선후보가 된 뒤에도, 더민주당 대표 시절에도 그는 느닷없이 제주행을 택했고, 그리고 서귀포 강정마을로 달려갔다.

 

강정주민들은 “담담한 어조로 그러나 확신에 찬 눈빛으로 주민들의 말을 조심스레 경청해주던 그의 풍모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2012년 4월 총선에서 당선돼 국회의원 신분이던 5월에도 그는 홀연 단신으로 제주로 날아왔다. 그가 찾아간 곳은 비자림로 곁 사려니숲길이다. 탐방로를 걷던 다른 이들의 그를 알아보고 사진촬영을 제의하자 그는 흔쾌히 웃음으로 화답했다.

 

2012년 4월 총선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문재인은 ‘대통령 문재인’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권 재수생 생활 5년여만에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참여정부 시절 정치참여를 거부하던 ‘왕수석’이 그의 별칭이었지만 그는 저서 『운명』의 마지막 문장으로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 못하게 됐습니다”고 썼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회한이자 그가 다진 의지다.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했던 추억의 교과서엔 제주의 한 페이지가 기록돼 있다. 특별자치도 출범과 정부 차원의 4·3문제에 대한 공식사과 등 얽힌 실타래를 풀어냈던 주역인 그가 이젠 ‘새 시대를 여는 맏형’이 되겠다고 일어섰다.

 

 

 

지리한 갈등과 논쟁을 반복한 제주해군기지-. ‘정권교체와 나라다운 나라’를 염원한 제주도민 역시 이제 그가 풀어갈 ‘새 시대의 정치’를 기대하고 있다.

 

이젠 그가 제주에 행운을 가져다 줄 차례인가? 제주도민들의 기대 또한 크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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