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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철의 그리스 신화이야기 (6)] 제우스 머리를 가르고 태어난 여신

 신화는 신화만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를 대변한다. 인류가 걸어온 문명사적 궤적을 담아낸 것이 곧 신화다. 서양문명의 시금석이자 금자탑이기도 한 그리스 신화가 말하는 그 문명사적 궤적을 오랜 기간 통찰해 온 김승철 원장의 시각으로 풀어본다. 그는 로마제국 이전 시대인 헬레니즘사를 파헤친 역사서를 써낸 의사로 유명한 인물이다. 난해한 의학서적이 아닌 유럽의 고대역사를 정통 사학자의 수준으로 집필한 게 바로 그다. 로마 역사에 흥미를 느껴 그 시대를 파고들다 국내에 변변한 연구서가 없자 아예 그동안 그가 탐독했던 자료를 묶어 책으로 펼쳐냈다. 그가 <그리스신화 이야기>를 제주의 독자들에게 풀어낸다./ 편집자 주

 

 

이제까지는 올림푸스 12신 중에서 1세대 신인 제우스, 헤라, 포세이돈, 데메테르에 대해 이야기 하였다. 이제부터는 2세대 신인 아테나, 아폴론, 아르테미스, 디오니소스, 헤르메스, 헤파이스토스, 아레스 그리고 아프로디테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한다.

 

이들 중 아테나에 대해 이야기 하도록 한다. 아테나는 제우스와 메티스가 결혼하여 낳은 딸이다. 메티스는 앞서 이야기한 대로 크로노스에게 토하게 하는 약을 먹여서 크로노스로 하여금 제우스의 형제를 토하게 한 지혜를 가르쳐준 여신이다.

 

그러나 그녀가 임신을 하자 제우스는 그녀로부터 태어난 아들이 제우스 자신을 내쫓는다는 예언을 믿고 그녀를 작게 만들어서 통째로 삼켜 버린다. 그러나 아테나는 무럭무럭 자랐고 만삭이 되었을 때 제우스의 머리까지 올라와서는 태어날 준비를 하였다.

 

그러자 제우스는 머리가 터질 듯이 아파왔다. 제우스는 아들이자 대장장이 신인 헤파이스토스를 불러 자신의 머리를 도끼로 가르라고 하였다. 헤파이스토스가 그 명령대로 제우스의 머리를 가르자 제우스의 머리에서는 투구를 쓴 아테나가 태어났다. 다행히 아테나는 아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제우스의 각별한 사랑을 받았다.

 

 

원래 아테나를 모시는 사람들인 현재의 튀니지의 트리토니아에서 모시는 신이었는데 그리스에 영입된 신이다. 아마도 트리토니아에 살던 사람들이 그리스로 일부 이주하면서 아테나 여신이란 상징을 데리고 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테나는 전쟁의 여신, 지혜의 여신이자 베짜기의 여신이다.

 

아테나를 상징하는 것은 투구와 방패인 아이기스이다. 아이기스에는 원래 아테나의 어린 시절 친구이자 아테나의 실수로 사망한 팔라스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나중에 페르세우스가 아이기스에 메두사의 머리를 붙이게 된다.

 

아테나와 관련된 첫 번째 이야기는 팔라디온이다. 팔라디온은 트로이 성에 있는 아테나 여신의 동상이다. 그리스인들이 트로이를 점령하지 못하고 전쟁이 지지부진해지자 그리스인들이 신탁을 물었다. 신탁 중에는 트로이 성 안에 있는 아테나 여신상을 훔쳐 오라는 것이 있었다. 이 역할은 오디세우스가 맡고 성공적으로 팔라디온을 훔쳐온다. 물론 이것만으로 전쟁이 끝나지는 않았다.

 

또 다른 이야기는 페르세우스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페르세우스 편에서 자세히 이야기 하겠지만 페르세우스는 어머니를 도우려다가 메두사의 머리를 잘라오겠다는 약속을 얼떨결에 하게 되었다. 페르세우스는 아테나 여신에게 도움을 청하였고 아테나는 메두사의 머리를 자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서 자신이 갖고 있던 방패인 아이기스도 빌려 주었다.

 

페르세우스는 우여곡절 끝에 메두사의 머리를 잘랐고, 아테네에 대한 보답으로 메두사의 머리를 아이기스에 붙여서 돌려주었다. 메두사의 머리를 보는 사람은 모두 돌로 변하게 된다. 따라서 메두사의 머리를 붙인 아테나는 최강의 여신이 될 수 있었다.

 

 

아테나를 상징하는 동물은 올빼미이다. 서양 사람들에게 올빼미는 지혜를 뜻한다. 전쟁의 여신이기도 하지만 지혜의 여신이이기도 한 아테나에게 어울리는 동물이다. 독일의 철할자 헤겔은 아테나의 올빼미는 황혼녘이 돼서야 날갯짓을 한다고 하였다. 즉 나이가 든 황혼이 돼서야 지혜가 제대로 생긴다는 뜻이다.

 

아테나와 헤파이스토스가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아테나가 전쟁을 치르고 난 뒤 갖고 있던 무기를 수선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대장장이 신인 헤파이스토스를 찾아가 수선을 맡겼다. 헤파이스토스는 아테나를 보자마자 그녀의 미와 지성에 감탄을 하였고 곧 구애를 하였다.

 

아테나의 눈에 헤파이스토스는 만족할 만한 신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녀는 아프로디테와는 달리 이성간의 사랑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에 아테나는 헤파이스토스의 구애를 거절하였다. 그러나 헤파이스토스는 욕정을 이기지 못하고 사정을 하였고 정액이 아테나의 허벅지에 묻었다. 아테나는 매우 불쾌하여 갖고 있던 양털로 허벅지에 묻은 정액을 닦고는 자리를 떠났다.

 

 

그런데 양털에 묻어 있던 헤파이스토스의 정액에서 생명이 태어났는데 상반신은 인간이고 하반신은 뱀인 에리크토니오스가 태어났다. 에리크토니오스는 나중에 아테네인들의 조상이 되었다. 지금도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 가면 파르테논 신전 옆에 에리크토니오스를 기리는 에리크토니온이란 신전이 있다.

 

아테네인들이 자신들을 보호해 줄 신을 찾고 있었다. 물망에 오른 신으로는 아테나 여신과 포세이돈이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맘에 드는 선물을 주는 신을 수호신으로 삼겠다고 하였다. 포세이돈은 삼지창을 들고 땅을 쳤다. 그의 삼지창이 닿는 곳마다 샘이 솟았다. 사람들은 열광하였다. 아테나는 올리브 나무를 선물하였다. 사람들은 토론 끝에 올리브 나무가 더 유용할 것으로 생각하여 아테나를 자신들의 수호신으로 삼았다. 그래서 도시 이름이 아테네가 되었다.

 

아테나는 전쟁의 신, 지혜의 신이기도 했지만 베 짜기의 여신이기도 했다. 아라크네라는 여인이 있었다. 이 여인은 베를 너무 잘 짰기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칭찬이 자자했다. 그 칭찬이 아라크네를 오만하게 만들었다. 아라크네는 자신의 베 짜는 솜씨가 아테나보다 더 낫다고 자랑하고 다녔다. 이 소식을 들은 아테나가 노파로 변하고는 아라크네에게 나타나서 자중하기를 충고하였다.

 

그러나 아라크네는 노파로 변한 아테나의 충고를 무시하고 심지어는 여신을 모독하기까지 하였다. 노파로 변한 아테나는 화가 나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서는 아라크네를 꾸짖었다. 왼쪽 사진에서 투구를 쓴 여신이 노파에서 바로 아테나로 변신한 모습이다. 그리고 아라크네를 꾸짖는 장면을 묘사했다.

 

 

아라크네는 당황하였지만 솜씨를 서로 겨루어 볼 것을 제안하였다. 아테나는 화가 나기도 했고 아라크네의 실력이 궁금하기도 하여 서로 누가 베짜기를 잘 하는 지 겨루기로 하였다. 오른쪽 그림은 아라크네가 베짜기를 하는 모습이다. 투구를 쓴 아테나가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

 

아테네는 아라크네가 천에 넣는 수를 보니 솜씨가 이만저만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수를 자세히 보니 아라크네는 아테네가 존경하는 신들의 제왕인 제우스를 모욕하는 내용의 수를 넣고 있었다. 내용은 제우스가 레다와 바람피우는 장면이었다. 제우스와 레다의 이야기는 나중에 트로이 전쟁에서 이야기 하겠지만 잠깐 하자면 이렇다.

 

스파르타의 왕은 틴다레오스였고 왕비는 정숙한 레다였다. 제우스는 왕비 레다를 사랑하게 되어 끊임없이 구애를 하였지만 정숙한 부인 레다는 제우스의 구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레다는 백조를 좋아하는 여인이었는데 이를 착안한 제우스는 백조로 변신하여 레다에게 접근하였다.

 

그리고는 사랑을 나누었다. 레다는 두 개의 알을 배었는데 하나에서는 클리타임네스트라와 헬레네가 나왔고, 또 하나의 알에서는 카스토르와 풀룩스 형제가 나왔다. 클리타임네스트라는 나중에 아가멤논의 아내가 되고, 헬레네는 파리스를 좇아 토로이로 갔다가 전쟁의 불씨가 된다. 아라크네가 수놓은 무늬는 제우스가 백조로 변하여 레다를 유혹하는 장면이었다. 이를 본 아테나는 불같이 화를 내고는 아라크네를 벌을 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두 그림은 아테나가 아라크네에게 벌을 주는 장면이다. 윗 그림에서는 아라크네의 손에 실이 보인다. 아래 사진에서는 아라크네가 거미로 변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즉 아테나는 아라크네를 거미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아라크네는 평생 실을 짓는 벌을 받게 되었다. 아라크(Arach)는 거미라는 뜻이고 거미학은 (arachnology)이다.

 

아테나는 판관의 역할도 하였다. 대표적인 예가 어머니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죽인 오레스테스를 심판한 일이고 또 하나는 포세이돈과 아레스를 법정에 세원 재판한 일이다. 전자는 나중에 이야기하고 후자를 이야기 한다. 아레스에게는 딸이 있었다.

 

어느 날 포세이돈의 아들이 아레스의 딸을 강간하였다. 화가 난 아레스는 포세이돈의 아들을 죽여 버렸다. 그러나포세이돈이 다시 복수의 칼을 갈아서 포세이돈과 아레스 사이에는 신들의 전쟁이 벌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되면 무시무시한 재앙이 벌어질 터였다. 그래서 아테나가 중재를 위해 판관으로 나섰다. 재판을 벌인 곳이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아레이오스 파고스였다.

 

아레이오스는 아레스라는 뜻이고 파고스는 언덕이란 뜻이다. 즉 아레스를 재판한 언덕이란 뜻이다. 현대에도 그리스 대법원의 다른 이름이 아레이오스 파고스이다. 아테나가 아레이오스 파고스에서 포세이돈과 아레스를 재판을 하였고, 그 결과 둘은 화해를 하였다. 신들이 재판에 회부되는 일은 없다. 그러나 전쟁의 신 아레스만이 재판에 회부되었다. 개인적으로 전쟁을 일으키는 전쟁광들은 초강대국의 통치자라 할지라도 모두 아레이오스 파고스에 세워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 사진은 아크로폴스에 있는 아레이오스 파고스를 촬영한 사진이다. 뒤쪽 정상에는 파르테논 신전이 있다.

 

 

아테나에 관계된 다른 이야기가 파르테논 신전이다. 파르테노스는 처녀라는 뜻이기 때문에 파르테논 신전이라 하면 처녀인 아테나를 기리는 신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승철은? = 제주에서 태어나 오현고를 졸업했다. 고교졸업 후 서울대 의과대학을 나와 서울대병원에서 영상의학을 전공했다. 단국대와 성균관대 의과대학에서 조교수를 역임하다 현재 속초에서 서울영상의학과 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과거부터 줄곧 서양사와 그리스 신화에 관심을 두다가 요즘은 규명되지 않은 고대와 중세사 간 역사의 간극에 대해 공부 중이다. 저서로는 전공서적인 『소아방사선 진단학』(대한교과서)이 있고 의학 논문을 여러 편 썼다. 헬레니즘사를 다룬 <지중해 삼국지>란 인문학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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