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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시평] 낡은 시각, 편협과 편견의 굴레에서 벗어나자

 

세계가 만 39세 프랑스 청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제25대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Emmanuel Jean-Michel Frédéric Macron)이다. 단 1석도 보유하지 못한 신생 정당을 이끌고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는 등 파죽지세다. 신생정당 ‘전진하는 공화국’ (la republique en marce)은 이로써 프랑스 최대정당으로 돌변했고, 프랑스는 지금 ‘리셋 프랑스’(Reset France) 열풍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손마디가 하얗게 질리도록 악수를 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파리로 불러놓고는 면전에서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한 용기백배 신임 프랑스 대통령이다.

 

39살 최연소 대통령의 ‘스트롱맨 조련사’ 광경은 ‘위대한 프랑스’를 갈망해 온 프랑스인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국제무대에서 보여준 당당함과 강력한 개혁의지가 이번 총선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참신한 그의 인물발굴도 총선승리 요인이다. 신당 공천자의 절반을 여성으로 채우고 천재 수학자와 여성 투우사 등 이색경력의 신인들을 이번 총선에 대거 출전시켰다. ‘새정치’를 바라는 유권자의 열망을 간파한 것이다.

 

대선에 이은 총선 압승으로 마크롱은 의회 권력까지 장악해 개혁을 밀어붙일 수 있는 탄탄대로를 확보했다. 제2차 대전 후 프랑스를 이끌었던 ‘레지스탕스’ 출신 샤를 드골 이후 최고의 국정 장악력을 쥐게 됐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우리 역시 세계가 주목할 일을 저질렀다. 지난해 10월 이후 수개월에 걸쳐 온 국민이 손에 쥔 ‘촛불’은 사실 ‘혁명’이나 다름 없었다. “민주주의란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하였건만 그렇지 않았다. 현직 대통령의 탄핵 국회의결과 헌법재판소 판결, 그리고 사법처리로 이어지도록 만든 원동력이었다. 물론 지금 문재인 정부의 탄생을 만들어낸 가장 큰 동력은 바로 국민이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금과옥조처럼 새길 일임을 실감하는 장면이었다.

 

출범 한달여를 맞는 문재인 정부가 개혁과 인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참신한 인물들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부당한 지시에 굴복하지 않았던 대령출신 여성이 국가보훈처장에, 유엔(UN)이란 세계적 외교현장에서 역량을 뽐냈던 비(非)고시 출신이 외교장관에, 검사의 몫으로 여겨졌던 청와대 민정수석과 법무장관에 학자출신을 내정하는 등 파격이 차고 넘친다. 하지만 뜯어보면 그건 파격이 아니다. 각종 연고관계와 지역안배, 출신성분 등을 놓고 저울질하던 이른바 신라시대 ‘육두품’(六頭品) 제도나 다름 없던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려놓는 조치였다.

 

그런 시도들에 대해 국회 인사청문회 정국은 난망이다. 한자어로 청문회는 聽聞會라고 쓴다. '듣는 모임'이다. 영어로 쓰면 그 의미는 더욱 명확하다. 단순히 'hearing'이라고 쓴다. 인사청문회는 지명된 내정자가 그 자리에 맞는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혹은 조사내용에 대한 검증을 위해 내정자로부터 충분한 소명을 듣고 이를 판단하는 자리다.

 

반면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볼라치면 한마디로 가관이다. 여·야당이 공격과 방어의 진용을 갖추고, 공격하는 쪽은 끊임없이 고성과 윽박으로 일관했다. 장관 내정자는 마치 죄인의 입장에서 취조를 당하듯 그저 낮은 자세로 쩔쩔 매기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한바탕 ‘TV쇼’를 하고 나선 또 ‘물밑 거래’가 펼쳐진다. 추경예산안 처리와 맞물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고 식으로 협상을 하는 격이다. 오죽하면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마치 시장판에서 거래를 하는 것 같다”는 공박을 하는 것일까?

 

내년 6월13일 민선 7기 지방선거를 치른다. 꼭 1년이 남았다. 그래선지 제주도내 언론에 유력 후보들에 대한 가상의 시나리오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그 이면엔 전국상황과는 다른 여·야 구도와 도무지 ‘지사감’이라고 볼 수 없는 이들의 ‘권력욕’이 도사리고 있는 걸 느낀다. 한마디로 제주의 미래를 위한 가치와 철학의 고민은 없이 오로지 ‘권력’이 목표인 이들의 쟁패전이 될 것 같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사회당과 국민전선으로 대변되는 프랑스의 보수·진보 구도는 마크롱의 ‘전진하는 공화국’이란 신생정당의 등장으로 사실상 궤멸위기다. 제2차 세계대전이 몰고 온 냉전의 시대가 갔고, 좌·우파로 구분되던 냉전 이데올로기가 종말을 고했다는 의미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그가 80%를 웃도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촛불혁명’은 좌파의 논리도, 진보의 논리도, 호남의 이해관계도 대변한 게 아니다. ‘나라다운 나라’를 외치며 대한민국의 새로운 전진을 요구한 국민의 목소리가 바로 촛불이었다. 그렇기에 이제 더 이상 영·호남 패권주의에 휘둘릴 이유도 없고, 무작정 보수와 진보를 외치는 정파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이유도 없다. 낡은 시대의 유물과 기준으로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재단할 이유는 이제 사라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럴진대 제주는 아직도 과거에 머물고 있다. 그리 큰 땅인지 여전히 제주도내 특정 지역과의 연고관계를 묶어 정무부지사의 인선을 바라보는 시각이 있고, 이를 근거로 내년 지사선거의 역학관계를 따진다. 특정 친·인척 관계란 공동체에 매몰된 ‘궨당’정서에 빠져 예단하는 시각이 판을 친다. 여기에 더해 제주에서 호가호위했던 ‘적폐세력’들은 다시 선거를 앞두고 재기를 꿈꾸거나 더 기승을 부릴 태세다.

 

케케묵은 과거의 눈으로 미래를 볼 수 있을까? 유권자의 눈이 그 것에 머무른다면 결국 우리가 고를 지도자 중엔 ‘미래형’이 없다. 세계가 변하고, 나라가 변하고 있다. 이젠 제주가 변할 차례다. [제이누리=양성철 발행·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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