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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철의 그리스 신화이야기 (7)] 음악과 의술도 관장하는 다재다능한 신

 신화는 신화만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를 대변한다. 인류가 걸어온 문명사적 궤적을 담아낸 것이 곧 신화다. 서양문명의 시금석이자 금자탑이기도 한 그리스 신화가 말하는 그 문명사적 궤적을 오랜 기간 통찰해 온 김승철 원장의 시각으로 풀어본다. 그는 로마제국 이전 시대인 헬레니즘사를 파헤친 역사서를 써낸 의사로 유명한 인물이다. 난해한 의학서적이 아닌 유럽의 고대역사를 정통 사학자의 수준으로 집필한 게 바로 그다. 로마 역사에 흥미를 느껴 그 시대를 파고들다 국내에 변변한 연구서가 없자 아예 그동안 그가 탐독했던 자료를 묶어 책으로 펼쳐냈다. 그가 <그리스신화 이야기>를 제주의 독자들에게 풀어낸다./ 편집자 주

다음은 올림푸스 2세대 신 중에서 아폴론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아폴론의 태양의 신, 음악의 신, 의술의 신이다. 남매인 달의 신 아르테미스와 함께 델로스 섬에서 태어났다. 이들의 부친은 제우스이고 모친은 레토이다. 헤라는 레토가 임신한 아이들은 자신이 낳은 자식들인 헤파이스토스나 아레스보다 더 훌륭한 신이 될 것에 더욱 분개하였다.

 

레토가 임신한 아이들은 태양의 신 아폴론과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였기 때문이다. 헤라가 질투하여 레토가 해산을 하도록 땅을 내주면 그 곳을 불모지로 만들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자 레토가 해산할 곳을 찾지 못하여 방랑을 하였다. 레토는 자신이 낳을 자식이 헤라보다 위대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해산을 허락한 땅에게 영광을 줄 것이라고 하였다.

 

많은 땅들이 레토보다는 헤라가 무서웠기 때문에 레토의 제안을 거절하였다. 그러나 델로스라는 섬이 레토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델로스는 워낙이 황무지인데다가 떠다니는 섬이어서 헤라가 저주를 내린다할 지라도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이었다. 레토가 델로스 섬을 해산할 장소로 정하여 해산을 하려 하였지만 헤라는 끝내 레토를 방해하였다. 헤라는 해산의 신인 에일레이티이아가 해산하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은 것이다. 그러나 제우스가 개입하여 레토는 가까스로 출산을 하였다.

 

 

왼쪽 사진은 쌍둥이를 해산하는 레토를 그린 그림이다. 오른쪽은 리라를 연주하는 아폴론이다.

 

아폴론은 델로스 섬에서 태어나자마자 북극인 히페르보이에로 갔다. 거기서 며칠 만에 성장을 마치고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는 세상의 중심인 델포이로 가서 어지러운 그 곳을 평정하려 하였다.

 

아폴론이 델포이에 갈 즈음에는 피톤이라는 왕뱀이 그 곳을 지키고 있었고 안정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아폴론은 피톤을 죽이고 세상의 중심인 델포이를 안정화시켰다.

 

델포이 신전은 다른 말로 아폴론 신전이라고도 하는데 아폴론이 새로운 주인이 되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아폴론은 자신이 갖고 있던 커다란 화살을 쏘아서 왕뱀을 죽였다. 물론 그가 사용한 활도 크고 멋있는 것이었다. 왕뱀을 죽인 직후 의기양양해 있던 아폴론에게 사랑의 신인 에로스가 자그마한 활통과 화살을 메고는 조그만 활을 들고 나타났다. 아폴론은 기고만장해서 에로스를 놀려댔다. 활을 가지고 다니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하는 투로. 화가 난 에로스가 아폴론에게 작은 금화살을 쏘았다.

 

금화살을 맞은 사람이나 신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때마침 강의 신 페네이오스의 딸 다프네가 금화살을 맞은 아폴론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아폴론은 다프네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고 그녀에게 구애를 하였다. 그러나 에로스는 다프네에게 납화살을 쏘아버렸다. 납화살을 맞은 사람이나 신은 처음 본 사람을 미워하고 절대 사랑하지 않게 된다. 납화살을 맞은 다프네는 아폴론을 보자 그를 미워하고 피하게 되었다.

 

 

 

윗 그림은 아폴론이 다프네를 쫓아가자 다프네가 부친 페네이오스에게 기도를 하여 자신이 월계수로 변하는 장면을 묘사하였다. 양손에서 월계수 가지와 잎이 나오고 있다. 왼쪽 다리에서는 뿌리가 나오면서 땅을 파고들어가고 있다. 페네이오스는 안타까워 하면서 다프네를 받치고 있다. 아래 조각 사진은 베르니니의 조각인데 쫓기는 다프네의 양손에서 월계수 잎이 나오고 양쪽 다리가 뿌리가 되는 모습을 형상화 하였다.

 

다음 슬라이드의 왼쪽 사진에서도 다프네의 머리채를 잡는 아폴론이 우악스럽게 표현되고 있다. 오른쪽 사진에서는 발버둥치는 다프네를 달래려고 하는듯한 몸짓의 아폴론과 그 왼쪽의 비탄에 빠진 페네이오스가 묘사되고 있다.

 

다프네가 월계수로 변하기 전까지 그리스인들은 운동 경기에서 우승하였을 때 떡갈나무 잎으로 만든 관을 씌워 주었었는데 다프네가 월계수로 변한 이후에는 아폴론의 명령으로 우승자에게 월계수로 만든 관을 씌워주는 전통이 생겼다. 현대에도 마라톤 우승자에게 월계관을 씌워주는 관행이 있어서 이봉주 선수가 월계관을 쓰고 있다. 월계관을 쓴 이봉주 선수는 이런 신화를 알고 있을까?

 

마라톤이란 경기가 생기게 된 계기에 대해 잠깐 이야기하고자 한다. 영화 중에 <300>이란 영화가 있다.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가 그리스를 정복하기 위해 일으킨 3차 그리스-페르시아 전쟁에서 BC480년의 테르모필라이 전투를 묘사한 영화이다. 영화에서는 테르모필라이에서 스파르타 병사 300여명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렸고 페르시아군을 막아내지는 못했지만 페르시아군의 진격을 상당히 지연시킴으로써 그리스 연합군이 페르시아를 패퇴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내용이다.

 

이 전투가 있기 10년 전에 마라톤 평야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이를 마라톤 전투라 한다. 일설에는 전투에서 승리했다는 소식을 페이디피데스라는 병사가 뛰어서 아테네에 전했다고 한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마라톤에서 대규모의 페르시아군을 맞이한 아테네 측이 스파르타에 구원병을 요청하기 위해 페이디피데스를 스파르타로 보냈는데 그가 200 Km나 되는 거리는 이틀에 완주해서 도움을 청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관습에 젖은 스파르타가 구원병을 보내지 않았고 아테네 단독으로 페르시아군을 물리쳤다고 한다. 경위야 어쨌든 마라톤 전투이세 아테네가 스파르타를 물리친 것을 계기로 마라톤이란 경기가 생겨난 것 같다. 한편으로는 무슨 나라가 말 한필 쥐어주지 못하고 사람을 뛰게 만드나 그 만큼 경제력이 없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전투에서 이기기는 하였지만 전령에게 말 한필 쥐어주지 못한 열악했던 국력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슬라이드에서 왼쪽 그림은 아폴론이 코로니스를 하늘에서 활로 쏘아 죽이는 장면이다. 오른쪽은 둘 사이에 태어난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이다. 아폴론이 다프네를 사랑하다 실패한 이후에 또 다른 여인을 사랑하게 되었는데 바로 코로니스이다. 아폴론과 코로니스는 서로를 너무 사랑하였다. 그러다가 코로니스가 임신까지 하였다. 그러나 아폴론은 너무나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항상 코로니스 곁에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하얀 까마귀에게 코로니스를 잘 돌보라고 하였다.

 

그리고 코로니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자신에게 즉각 보고하라고 하였다. 아폴론이 떠난 뒤 코로니스는 외로웠지만 잘 버텨내었다, 뱃속의 아이를 생각하면서. 그러나 너무나 아름다운 코로니스를 좋아하게 된 동네 총각이 하나 있었다. 그는 코로니스에게 열렬한 구애를 하였고 코로니스는 오지 않는 아폴론을 제쳐두고 총각과 사랑을 하게 되었다.

 

아폴론의 부하 흰색 까마귀는 그 사실을 아폴론에게 보고 하였다. 몹시 화가 난 아폴론은 활을 들고 갔고 하늘에서 화살을 쏘아 코로니스를 죽여 버렸다. 난 이 대목에서 코로니스를 비난해야 할 지 아폴론을 비난해야 할 지 항상 생각하게 된다. 그래도 코로니스를 이해하는 쪽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와일까. 어쨌든 코로니스는 애인이자 뱃속 아기 아빠의 손에 죽어갔다. 격정과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손으로 사랑하는 코로니스를 죽인 아폴론은 나중에서야 후회를 하게 되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코로니스는 죽은 상태였다. 그러나 코로니스의 뱃속에는 아이가 있었다. 아폴론은 그 아이마저 죽일 수 없다는 일념으로 아이를 꺼내 키웠는데 이 아이가 바로 의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이다. 아폴론은 태양의 신이기도 하고 예언의 신, 예술의 신이도 하지만 의술의 신인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아들 아스클레피오스를 의술의 신으로 만들었다. 코로니스의 죽음에 매우 슬퍼하던 아폴론은 그 책임을 다른 이에게 돌렸다. 바로 자신의 부하였던 흰색 까마귀이다.

 

흰색 까마귀가 고자질만 하지 않았어도 코로니스가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신도 사고에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분노한 아폴론은 흰색 까마귀에게 강렬한 태양의 열을 가했다. 그러자 흰색 까마귀의 털이 타 버렸고, 그 이후로 까마귀의 색은 검정색으로 변했다고 한다.

 

아스클레피오스의 의술은 너무나 뛰어났다. 심지어는 죽은 사람까지도 살려내었다. 그러자 죽어야 할 사람들이 죽지 않았고 이는 지하 세계가 점점 텅텅 비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지하 세계의 신인 하데스가 노발대발 하였다. 아스클레피오스 때문에 자신의 세계가 너무나 열악해진 것이다. 하데스는 지상의 일에 함부로 간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신들의 제왕인 제우스를 찾아가 아스클레피오스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였다.

 

제우스가 보기에도 섭리에 어긋날 정도의 의술을 가진 아스클레피오스는 신들이 정한 위계질서를 파괴하는 사람이었다. 제우스는 아스클레피오스를 제거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제우스는 퀴클롭스가 만들어준 번개를 이용하여 아스클레피오스를 죽이고 말았다. 아스클레피오스의 부친은 누구인가. 태양의 신 아폴론이다. 아폴론은 제우스가 자신의 아들을 죽인 것에 대해 매우 슬퍼하고 분노를 느꼈다. 그러나 제우스가 누구인가. 바로 아폴론의 부친이자 신들의 제왕이다.

 

아폴론은 제 아무리 자신의 아들 아스클레피오스가 제우스에게 죽임을 당했다 하더라도 함부로 제우스에게 화를 내거나 복수를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반항의 방법이 퀴클롭스를 죽인 것이다. 제우스가 아스클레피오스를 죽이는데 사용했던 번개를 만들어준 장본인이 퀴클롭스였다. 아폴론은 그 퀴클롭스를 죽인 것이다. 그 사실을 안 제우스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태양의 신이고 자신의 아들이지만 감히 아폴론이 제우스 자신에게 반항을 한 것이다. 그러나 제우스는 태양의 신을 제거할 수는 없었고 귀양이라는 처벌만을 내렸다.

 

왼쪽 슬라이드는 그리스의 지도를 표시한 것이다. 테살리아 지방이 있다. 오른쪽은 아폴론이 양과 소를 돌보는 일을 하는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전면 왼쪽에 붉은 옷을 입은 자가 아폴론인데 양과 소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 오른쪽 뒤쪽에는 서 있는 어린 아이인 듯한 자가 있는데 이이가 전령의 신 헤르메스이다. 제우스가 아폴론에게 당분간 테살리아 지방에 있는 아드메토스 왕의 양들을 돌보라고 명령하였다.

 

태양의 신 아폴론, 의술의 신 아폴론이 제우스의 명령으로 양치기 일을 하게 된 것이다. 그 일을 만족해하고 열심히 할 아폴론이 아니었다. 그림에서 아폴론은 소와 양을 돌보는 일에는 무관심해 보인다. 뒤쪽에 서 있는 헤르메스는 그 틈을 이용하여 소와 양을 훔치고 있다. 헤르메스가 이런 행동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나중에 헤르메스 편에서 자세히 이야기 하겠다. 간략히 이야기 하면 아르카디아 지역에서 제우스와 마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헤르메스는 스스로 신이 되기 위해 번제를 지내야 했다.

 

그러나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었던 그는 아폴론이 일하는 테살리아까지 기어가서는 그곳에 있던 소와 양으로 번제를 지내려했던 것이다. 훔치는데 성공한 헤르메스는 태어난 곳으로 소와 양을 몰고 갔다. 동굴 입구에 다다랐는데 커다란 거북이 한 마리가 있었다. 그는 거북이를 잡아 소와 양들과 함께 동굴 깊숙한 곳에 가서 신들에게 제사를 지낸 뒤 스스로 신이 되었다. 헤르메스는 부산물인 창자를 말리고 다듬어서 거북이의 등껍질에 그것을 붙였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리라이다. 소와 양을 잃어버린 아폴론은 헤르메스를 찾아갔다.

 

그리고는 왜 그랬냐고 따졌지만 헤르메스는 버젓이 신이 되기 위해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하였다. 대신 자신이 애써 만든 리라를 아폴론에게 건네주면서 화를 풀라고 하였다. 리라를 본 아폴론은 만족해하면서 헤르메스를 용서해 주었다. 리라를 받은 아폴론은 음악의 신 반열에도 오르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을 어쩌면 제우스가 자신의 아들 헤르메스를 신으로 만들기 위해 조작한 것일 수도 있다. 헤르메스야말로 제우스의 가장 충실한 부하였기 때문이다.<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승철은? = 제주에서 태어나 오현고를 졸업했다. 고교졸업 후 서울대 의과대학을 나와 서울대병원에서 영상의학을 전공했다. 단국대와 성균관대 의과대학에서 조교수를 역임하다 현재 속초에서 서울영상의학과 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과거부터 줄곧 서양사와 그리스 신화에 관심을 두다가 요즘은 규명되지 않은 고대와 중세사 간 역사의 간극에 대해 공부 중이다. 저서로는 전공서적인 『소아방사선 진단학』(대한교과서)이 있고 의학 논문을 여러 편 썼다. 헬레니즘사를 다룬 <지중해 삼국지>란 인문학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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