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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회] 내가 걸어온 길, 걸어갈 길을 몇 백 년의 시차를 두고 듣다

 

조선시대에 와서는 1대 여의손(呂義孫) 목사부터 286명이 제주목사로 부임했다. 그중 문씨 성을 가진 목사는 두 분이다. 세조 때인 1465년에 부임한 문여량(文如良)과 중종 때인 1517년에 부임한 문계창(文繼昌)이다.

 

제주목사를 거쳐 직제학과 한성판윤에 이른 문여량이, 1466년 3월 행호군(行護軍)으로 제수되어 제주를 떠나니, 세상 사람들이 명환(名宦)이라 칭했다. 조선왕조실록은 1465년 9월 “제주 삼읍에서 호패를 내주는 일과 고을에 소속된 관창노비와 보충군들을 처리하지 않는다면 누락되니, 입회하는 법관과 경차관을 시켜 대장 2통을 작성하여 각각 1통씩은 그 고을에 보관하고, 관청노비 1통은 도관에, 보충군대장 1통은 병조에 보내어, 뒷날에 근거로 삼을 수 있도록 지시한 내용을 문여량 목사가 잘 이행했다.”라고 전한다.

 

다음은 문계창 목사에 대해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이다. 제주목사는 왜적을 막기 위해 무재(武才)가 있는 문신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자, 직급에 구애받지 말고 널리 후보자를 선택하라는 중 종의 특명이 내려졌다.

 

당시 거창현감으로 있던 문계창은 당상관 에 훨씬 미치지 못했지만, 일찍이 왜구를 물리친 공이 있다 하여 성 희안의 천거로 파격적인 대우를 받아 제주목사로 발탁되었다. 하지만 관문을 출입하여 권문에 아부한 허물이 있다하여 대간의 강경한 탄핵을 받아 임명된지 한 달 만에 제주목사에서 체직되고 말았다.

 

무재는 있지만 몸가짐이 근실하지 못하다고 탄핵된 문계창 목사는, 관풍안(觀風案: 역대 제주 관리들의 이름과 동정을 기록한 서책) 등에 이름이 없는 것으로 보아 제주목사로 발령되었으나 부 임하지 아니한 듯하다.

 

한편, 문계창 목사는 제주 부임 전 제주의 흉년을 걱정하여 미곡 을 비롯한 양식을 제주도민 구제를 위해 전라도에 요청한 기록이 왕조실록에 실려 있기도 하다. 다음은 왕조실록의 한 대목이다.

 

제주목사 문계창이 아뢰기를, ‘본주는 수년간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먹을 것이 없다 하오니, 전라도 미곡을 운반해서 구제하기를 청합 니다. 또 본주는 비록 학교가 설치되었으나 서책이 오래되어서 떨어졌다 하오니, 효경•소학•사서를 가지고 가서 가르치게 해주시기를 청합니다. 또 본주 민간에는 질병이 많다 하오니, 당약재를 가지고 가서 구료하기를 청합니다.’ 하니 왕이 그렇게 시행하도록 하명했다.

 

후손인 나는 2명의 제주목사에게서도 배우고 깨치는 교훈이 있다고 여겨진다. 전자는 선정을 했을뿐만 아니라 매사에 기록을 남기는 목민관다움으로 명환이란 칭호를 얻었고, 후자는 문무를 겸비하면서도 권문을 넘나드는 몸가짐으로 오명을 남겼다.

 

그들이 시차를 두고 몇 백 년 전에 걸어간 길들은, 요사이 흔히 우리가 만나는 길들이다. 내가 걸어온 길은 어떠했으며, 걸어갈 길은 어떠한 곳인지를 새삼 앞에 소개한 제주목사에게서 다시 듣는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문영택은?
= 4.3 유족인 부모를 두고 부산 영도에서 태어났다. 구좌중앙초·제주제일중·제주제일고·공주사범대·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프랑스어교육 전공)을 졸업했다. 고산상고(현 한국뷰티고), 제주일고, 제주중앙여고, 서귀포여고, 서귀포고, 애월고 등 교사를 역임했다. 제주도교육청, 탐라교육원, 제주시교육청 파견교사, 교육연구사, 장학사, 교육연구관, 장학관, 중문고 교감, 한림공고 교장, 우도초·중 교장,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 등을 지냈다. '한수풀역사순례길' 개장을 선도 했고, 순례길 안내서를 발간·보급했다. 1997년 자유문학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 수필집 《무화과 모정》, 《탐라로 떠나는 역사문화기행》을 펴냈다. 2016년 '제주 정체성 교육에 앞장 서는 섬마을 교장선생님' 공적으로 스승의 날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지난 2월 40여년 몸담았던 교직생활을 떠나 향토해설사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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