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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인턴수업 총정리, 수압과 산소 부족으로 인한 두통 … 피할수 없는 잠수병

 

 

4개월의 인턴십 기간 동안 소라는 물론 전복, 오분작, 문어, 보말 등 해녀들이 잡는 물건들을 거의 다 섭렵해 보았다. 전복은 비교적 평평한 바위의 옆면에 돌처럼 붙어 있다. 넓적하게 생긴 발로 밤이면 날아다닐 정도로 재빠르게 움직여 다닌다.

 

그래서 해녀들은 전복을 발견하면 단숨에 떼어내려다 물숨을 먹기도 한다. 전복 물질 중에 사고사가 많은 것은, 그만큼 전복이 귀한 때문이기도 하다. 소라가 드넓게 퍼져서 바다를 지키는 병정들이라면, 전복은 아마도 그들의 장군이랄 수 있을 게다.

 

오분작들은 마치 자기들끼리 동네를 이루듯이 일정 지역에 옹기종기 모여서 살아간다. 어떤 지역의 크고 작은 돌들을 들춰보면 그 밑에 오분작이 문패처럼 붙어 있다. 오분작 마을, 그들의 바당인 셈이다. 문어도 유달리 많이 보이는 바다의 지경이 따로 있다.

 

녀석은 8개의 팔다리를 마음대로 휘저으면서 바다의 경계를 제멋대로 넘나든다. 하지만 많이 잡히는 바다가 특별히 있고 보면, 문어들도 동네를 형성해서 살아가는 게 분명하다. 보말은 썰물 때는 바위 밑에 들어가서 단단히 숨어 있다가, 밀물이 되면 일제히 나와서 행진하듯 돌아다닌다. 부지런히 주우면 용돈벌이가 되므로 보말 바당은 주로 할망해녀들의 몫이다.

 

보목바다는 물질구역이 동부, 중부, 서부로 3분할되어 있다. 어촌계는 하나지만 해녀들은 거주지에 따라 별도로 물질한다. 공동물질을 하는 날은 시간을 정해서 일제히 물에 든다. 4∼5일의 공동물질이 끝나면 해녀들이 잡은 소라를 수협직원이 수매해 간다. 무게를 다는 동안 어촌계 간사가 해녀별로 전표를 작성한다.

 

번번이 중부에서 1등이 나오는 걸 보면, 섶섬 덕택에 바다가 비옥하고 여의 효과가 크지 않은가 싶다. 나의 집은 중부에 속하지만, 물질은 멘토가 속한 동부에서 이뤄졌다. 멘토가 잡은 소라를 옮기는 나를 보며, 해녀들이 걸걸한 목소리로 멘토에게 묻는다.

 

“선생질은 잘 됨서? 이 학생은 어떵 물질이 되크라?” “게매마씸(글쎄요). 욕심이 이시난 열심히 허당 보민 중군은 햄직 허우다만은(욕심이 있으니까 열심히 하다 보면 중군은 할 것 같습니다만)....”살짜기 내려가는 멘토의 말끝에, 소라 망사리를 붙잡은 내 손이 들썩 하고 올라간다. ‘게무로사(아무런들) 삼춘들만큼은 못해도 물질사 못헙니까게. 해녀학교를 나와신디 마씸!’하며 수협 직원이 눈치 빠르게 거든다. 그의 재치가 가슴 따뜻하게 고맙다.

 

마지막 수업이 끝나던 날, 멘토가 아쉬운 듯 나지막이 뇌까렸다. ‘이제는 우리영 물질해도 되키여만은....’ 어느새 타이레놀을 먹기 시작한 내 머리 속으로 뜨거운 바람이 ‘후끈’ 거리며 스쳐 지나갔다. 가끔씩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오는 게, 이제는 체질도 해녀삼춘들을 닮아가는 듯하다.

 

머리를 짓누르는 수압과 산소 부족에 기인한 두통, 이 잠수병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이 직업병을 감수하고서라도, 나는 다만 해녀이고 싶다. 과연 보목동 해녀 삼춘들, 어촌계원 모두가 나를 흔쾌히 받아줄 것인가?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허정옥은?
= 서귀포시 대포동이 고향이다. 대학 진학을 위해 뭍으로 나가 부산대학교 상과대학에서 회계학을 공부하고 경영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 미국 볼티모어시에 있는 University of Baltimore에서 MBA를 취득했다 주택은행과 동남은행에서 일하면서 부경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이수했고, 서귀포에 탐라대학이 생기면서 귀향, 경영학과에서 마케팅을 가르치면서 서귀포 시민대학장, 평생교육원장,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2006년부터 3년간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의 대표이사 사장과 제주컨벤션뷰로(JCVB)의 이사장 직을 수행했다. 현재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서비스 마케팅과 컨벤션 경영을 가르치고 있다. 한수풀해녀학교 2기를 수료, 다시 시작하는 해녀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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