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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완의 시론담론] 99가지의 상황적인 변수가 따르는 골프

 

 

“우승을 도와 준 것은 캐디 덕분입니다” 올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에서 절묘한 뒤집기로 첫 우승을 거둔 박성현은 의외로 캐디에게 먼저 감사를 표현했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모여 각자의 개인적인 기량에 따라 우승이 결정되는 여자골프대회에서 박 선수는 자신의 실력보다 새로 파트너를 맺은 외국인 캐디에게 감사함를 표시한 것.

 

‘특급 신인’ 박성현(24·KEB하나금융그룹)이 올해 미국에 진출,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컵을 번쩍 들어 올려 단숨에 세계여자골프랭킹 11위에서 5위로 껑충 뛰었다.

 

올해 미국 시즌에 참여, 5번째 도전해 이룬 쾌거다. 지난 7월17일,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파72·6732야드)에서 시작된 72년 전통의 US여자오픈 챔피언십(총상금 500만 달러)의 4라운드 최종 경기 18번홀(파5)에서 박 선수의 우승이 결정됐다.

 

그녀에겐 우승 직전에 위기가 있었다. 챔피언조 앞 조에서 경기를 갖던중 세 번째 친 볼이 그린을 넘어가 버렸기 때문. 그는 당시 2타 앞선 상황이지만 다른 선수들에게서 버디나 이글이 나오면 연장으로 가거나 우승에서 멀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뒤 팀에는 중국의 펑샨샨와 아마추어 최강 선수인 최혜진(부산 학산여고 3)이 막판 추격을 하고 있었다. 이 때 박성현은 캐디의 여유있는 조언으로 마음을 안정시켜 절묘한 어프로치 샷으로 볼을 핀에 붙인 뒤 파로 잘 막아 냈기에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다.

 

그녀는 대회 첫날 공동 58위였다가 3라운드에서 순위를 끌어올린 뒤 4타 차를 극복하고 짜릿한 역전승을 달성했고,  최종일 5타를 줄여 합계 11언더파 277타(73-70-67-67)로 ‘메이저 퀸’에 올랐다.

 

경기 후 박성현은 “마지막 홀에서 세 번째 친 볼이 그린을 넘어간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면서 “아직도 우승이 믿기지 않는다. 얼떨떨하다. 1, 2라운드 경기에서 우승권에서 멀어져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좋은 기록 세우는 것을 목표로 경기에 임했다. 3, 4라운드에서 집중력을 발휘했고, 새로운 캐디가 큰 도움이 됐다. 정말 기쁘다”고 했다.

 

그녀는 ‘우승보다 좋은 기록을 남기겠다’는 생각으로 캐디와 줄곧 한타 한타 의논하면서 여유 있는 골프를 즐겼다. 이날 2번 홀에서 중거리 버디 퍼팅을 잡아내며 5번 홀과 8번 홀도 버디를 추가했다. 그러나 9번 홀(파4)에서는 세컨 샷의 미스로 파온에 실패하면서 보기를 범하기도 했다.

 

후반전 들어 12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낸 그는 15번 홀(5)에서 버디를 추가한데 이어 가장 까다로운 17번 홀(4)에서 완벽한 티샷에다 세컨드 샷을 핀에 붙이며 ‘천금의 버디’로 ‘우승쐐기’를 박았다. 특히 18번 홀(5)에서 파온을 하지 못하고도 기분 좋게 파세이브로 우승했다.

 

박 선수가 우승 인터뷰에서 왜 캐디에게 감사를 표시했을까? 그녀의 캐디는 데이비드 존스다. 존스는 18번 홀(파5)에서 박성현의 세 번째 볼이 그린을 넘어가자 박 선수가 잠시 고민에 빠진 것을 보았다.

 

그는 먼저 박성현의 마음을 잡아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여기고 ‘항상 연습하던 거니까 평소 하던 대로 하라’고 주문. 이에 박 선수는 강한 어프로치 칩샷으로 공을 핀에 붙여 파를 잡아낼 수 있었다.

 

 

 

존스는 누구인가? 2013년부터 2년간 최나연 선수의 캐디로 한국선수들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15년부터 전인지(23)의 백을 매고 호흡을 맞추었다. 그는 지난해 LPGA투어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전인지 선수와 72홀 메이저대회 최소타 우승을 이끌었다.

 

또 박성현과 인연을 맺었던 칸은 박세리(40)를 비롯해 박지은(38), 폴라 크리머(33·미국) 등과 함께 수많은 우승을 일궈낸 베테랑 캐디다. 박성현 선수는 ‘캐디 맞교환’ 후 첫 경기에서 우승한 것이다. 박 선수도 유명 캐디 콜린 칸과 지난 5월 헤어졌다. “공격적인 내 플레이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올 시즌 준우승만 4번 한 전인지 선수는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하자 분위기 반전을 위해 3년 가까이 함께 했던 캐디 데이비드 존스와 이별했다. 이후 박성현은 전인지의 캐디였던 존스와, 전인지는 박성현의 캐디였던 칸과 손을 잡았던 것.

 

왜 캐디가 중요한 것일까? 골프를 잘 모르는 사람은 캐디가 가방이나 매고 가는 사람쯤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메이저대회의 우승은 선수뿐 아니라 캐디도 울고 웃는다.

 

그녀는 올해 미국에 처음 진출해 US여자오픈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화려한 신고식’을 했으나 ‘8등신 미녀’로 알려진 전인지(23)는 공동 15위에 그쳤다. 골프는 전적으로 선수의 몫이지만 손발이 맞는 선수와 캐디에 따라 경기력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캐디란 단어는 어디서 나왔을까? 과거 프랑스 왕족들이 골프를 칠 때 골프클럽을 젊은 장교들에게 옮기도록 했다. 그 ‘젊은 장교’에 해당하는 프랑스어가 카데(cadet)다. 캐디는 이 단어에서 유래했다. 캐디는 플레이의 보조자 역할이 일반적인 개념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대회의 규모가 커지고 많아지자 프로골퍼들의 백을 매는 전문캐디가 등장했다. 이들은 대회가 열리는 코스의 지형과 벙커, 해저드 위치, 페어웨이 상태, 그린스피드, 핀 위치 등등 골프코스에 관해 엄청난 연구를 하고 코스공략법을 짠다.

 

전문캐디들은 선수의 기술에 문제가 생기면 이 것도 바로잡는 조언 역할도 한다. 프로백을 매는 캐디에 따라 코스공략과 플레이어 기술, 선수의 멘탈에까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선수와 스폰서 후원업체가 신중하게 캐디를 고른다.

 

또 박성현의 우승에는 메인스폰서인 넵스와 결별하고 KEB하나금융그룹과 계약을 맺은 것도 큰 힘이 됐다. 그녀는 모든 선수들이 이상으로 여긴 올 뉴 M1 드라이브와 클럽 대신 필자도 즐겨 쓰는 테일러메이드로 바꿨다.

 

이에 박선수의 드라이브 기록은 평균 비거리(272.75야드,세계 6위)와 그린적중률 74.78%(12위), 그린적중 시 홀당 평균퍼팅 수 1.75개(8위), 평균타수 69.12타(2위) 등으로 향상됐다.

 

이처럼 골프는 99가지의 상황적인 변수가 따른다. ‘경영의 귀재라 불리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도 ‘골프와 자식은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골프대회의 우승은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제이누리=김선완 객원논설위원]

 

김선완은?=영남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정치부·사회부 기자 생활을 거쳐 현재 에듀라인(주) 대표이사. 한국리더십센터 영남교육원장을 맡고 있다. 경북외국어대 통상경영학부와 경북과학대학 경영학과에서 교수 생활을 하기도 했다. 사단법인 산학연구원 이사 및 부원장, 대구·경북 지방자치학회 연구위원으로 활동중이다. ‘마케팅의 이론과 실제’, ‘판매관리의 현대적 이해와 해석’, ‘리더와 리더십’ 등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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