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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자급자족에서 자본주의로 전환…자본증가·축적으로 법인회사 설립 촉진

 

1910년부터 1945년까지의 36년간 제주도내에 설립된 법인회사 수는 52개 이다. 1920년대에는 8개 회사에 불과하였으나 1930년대에는 18개 회사, 1940년대 23개 회사로 회사설립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법인회사 설립주체의 국적별로 한국인 30개 회사, 일본인 18개 회사, 한일합자 4개 회사이며 그 중에 34개 법인회사는 제주도민이 직접 설립하거나 경영에 참여했던 회사들이다.

 

이를 회사형태별로 보면 주식회사 43개, 합자회사 4개, 합명회사 4개, 유한회사 1개로 주식회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1930년 초 7개의 주식회사가 설립되었는데 이 중 일본인 회사는 3개 사, 한국인 회사는 4개 사가 설립되었다.

 

한국인이 기업경영에 참가한 제주미유조합(1919년)은 자본금이 1만5천3백원으로 다른 법인기업에 비해 자본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매출액은 6만원으로 제주전기주식회사(3만원), 제주주조주식회사(3만원)에 비해 2배 정도 많다.

 

1930년 말에 이르러 제주지역에 13개의 주식회사가 설립되었다. 이 중 일본인 회사는 1개 사에 지나지 않았으며 3개의 한일합자회사가 존재하였고 나머지 9개의 회사는 오로지 제주자본에 의해 설립된 제주인 회사들이다.

 

1개 사의 일본인 회사도 상공업에 관계되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 한립읍에 설립되었던 수산회사인 제주어업주식회사이다. 이 점에 비추어 보면 일제 강점기 제주도 법인회사에 있어 일본인 비중은 그리 크지 않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제주도민자본의 공동투자를 통하여 주식회사를 설립하려는 노력은 계속되어 일제시기 다수의 법인회사가 설립되었다. 제주도민들 가운데 유력자본가들은 자체적으로 회사를 설립하여 일본인이 설립한 회사와 경쟁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제주도민의 중심이 된 회사설립은 식민지체제 하에서 일제의 식민지 시장경제체제에 편입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제주도민들의 자본력을 결합하여 주체적인 도민자본을 형성하였고 근대 자본가 계층이 형성되어 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일제 강점기 제주지역 법인회사 들은 대부분 독립적이고 일인 자본에 비해 생산이나 수익성면에서 경쟁력 우위에 있었다. 이는 육지 논농사 지대에 비해 제주지역은 토지자본의 축적은 미미하지만 제주도민의 도일(渡日), 해녀출가(出嫁), 상품작물과 환금작물의 재배확산에 따른 제주농가의 현금보유량이 확대되었고 농업생산력 증대에 의해 농업자본이 형성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1911년 1월 ‘조선회사령’이 공포되면서 한국인에 의한 회사설립은 상당히 억제되었다. 그러나 1920년 4월 <조선회사령>이 폐지됨으로써 한국인에 의한 회사설립은 크게 증가하였다.

 

제주지역에는 1920년 초부터 근대기업으로 진출하면서 회사설립이 활발히 촉진되었다. 제주도 법인회사 설립은 각 산업분야에 걸쳐 확대되었는데 1934년까지는 1, 2개 사의 설립에 그쳤으나, 1935년부터는 그 추세가 증가하여 동년에는 총 5개 사(자본금 총액 140,000원)가 설립되었다.

 

1936년에는 3개 사(자본금 총액 372,500원) 등으로 점차 그 규모가 감소하다가, 1937년의 1개 사(자본금 총액 20,000원)를 최저점으로 이후 다시 신설회사 및 자본금 총액이 점차 상승하고 있다. 회사설립이 가장 많았던 때는 1940년대 초반이다. 이 시기 5개년 동안에 설립된 회사 수는 22개 사였고 이에 투입된 자본금 총액은 1,951,000원으로 일제강점기 전 기간 동안 제주도에 설립된 법인 회사수 및 자본금 총액의 각각 42.3%와 57.4%에 이른다.

 

제주도 법인회사들의 자본규모별 현황을 보면 자본금 총액이 1만 원 이하 회사 수는 5개 사로 전체 회사의 9.6%, 자본금 1만 원 이상~5만 원 이하 회사는 15개 사로 전체 회사의 28.8%이다. 또한 5만 원 이상~10만 원 이하 회사는 9개 사로 전체의 17.3%에 달하여 당시 자본금 10만 원 이하 영세 법인회사는 29개 사로서 전체 법인회사 수의 55.8%이다.

 

자본금이 10만 원 이상 회사는 5개 사인데 이 중에 2개 사 만이 30만 원 이상 자본금을 소유하였다. 당시 법인회사의 소멸형태를 보면 해산이 12개 사, 합병 1개 사, 상호변경 6개 사인데 이 중에 법인회사 상호가 변경되어 자본금이 불명확한 회사 수도 6개 사, 법인회사 자본금을 파악하지 못한 회사도 2개사이다.

 

일제 강점기에 설립된 법인회사의 산업별 현황을 살펴보면, 제조업에 16개 사, 운수업에 16개 사가 진출하여 각각 전체의 30.7%를 점하고 있으며 그 외에 상업에 전체의 15.3%에 해당하는 8개 사가 진출하였고 양조업 7개 사, 수산업 3개 사, 전기업 1개 사, 기타 영화, 연극 1개 사 등이다.

 

이상의 결과를 놓고 보면, 전체 법인회사 수와 자본금 총액에서 차지하는 산업별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부분은 수산업, 양조업, 전기업, 상업인데 그 중에서도 수산업과 전기업에 대한 비중이 비교적 낮다.

 

당시 제주지역의 양조회사들은 주로 소주, 탁주와 같은 조선주를 주로 생산하였다. 그 이유는 이 제품 원료가 당시 농가에서 생산되는 고구마 등 농산물로서 원료조달이 용이하였을 뿐만 아니라 소비 면에서도 제주시장에 있어서 가장 유리한 부의 축적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 제주지역 법인회사들의 생산전략을 살펴보면 가장 특징적인 것이 품목의 다양화이다. 구한말과 식민지 초기 죽제품, 조선모자, 탕건, 양태와 같은 전통 가내수공업이 퇴조하고, 수입대체 혹은 도내 자급화 경향을 보여주는 양말, 양화, 양복, 농기구, 이외에 과자, 청량음료에 이르기까지 도내 소비행태의 변화에 따른 일용품 등의 제품생산이 다양해진다.

 

또한 일제의 전쟁수행에 필요한 각종 군수물자 조달을 위한 자원생산에도 많은 비중을 가지게 된다. 이를 종합해 보면 일제하 제주도 법인회사들은 ‘상품경제화의 진전’과 ‘자급화’의 두 축 속에서, 군수물자의 조달이라는 일제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생산 활동을 부흥시켜 왔다고 여겨진다.

 

일제하 제주도 법인회사들은 보편적 과정으로서 ‘상품경제화의 진전’ 과 수입 대체적 성격을 지닌 ‘자급화’의 두 가지 측면을 모두 지닌 채, ‘상품화’와 ‘자급화’의 모순․길항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일제 강점기 제주경제는 많은 경제적 변동을 경험하였고 이 과정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경제적 성과를 거두었다. 이 계기가 된 것은 교통의 발달과 해녀노동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1922년 일본과의 직항로 개설로 제주도 인구 1/4 이상이 도일하여 식민지 노동시장에 참여하여 소득을 벌어들이게 되었다. 이러한 도일 제주도민의 송금액과 해녀들의 도일로 인한 송금액을 합친 통화량은 당시 제주경제 전체통화량의 1/3에 달했다.

 

이와 함께 1930년대 제주도 농촌의 농업생산량 증가도 제주경제 기반형성에 한몫하였다. 고구마, 제충국, 박하 등 환금작물의 재배가 증가하고 기존 곡물작물의 품종 개량 등을 통하여 생산량이 늘어나 1930년대에 이르면 제주도 농촌은 기존 자급자족적 생산방식에서 벗어나 시장의존적인 자본주의적 농업생산으로 전환하게 된다.

 

이상의 요인으로 인해 제주도 사회에 현금보유와 저축이 늘어나고 그 이전에 찾아볼 수 없었던 근대적 자본축적이 이루어 졌다. 이와 같은 자본증가 및 축적은 제주지역 법인회사의 설립을 촉진시켰고 이는 제주도민의 구매력 향상과 소비행태의 변화, 시장거래의 증가 등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진관훈은?

 

= 서귀포 출생. 제주대 사범대를 나왔으나 교단에 서지 않고 동국대에서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에서 사회복지학 박사(2011) 학위를 받았다. 제주도 경제특보에 이어 지금은 지역산업육성 및 기업지원 전담기관인 제주테크노파크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겸임교수로 대학, 대학원에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국제자유도시의 경제학』(2004),『사회적 자본과 복지거버넌스』 (2013) 등이 있으며『문화콘텐츠기술과 제주관광산업의 융복합화연구』(2010),『제주형 첨단제조업 발굴 및 산업별 육성전략연구』(2013),『제주자원기반 융복합산업화 기획연구』(2011) 등 보고서와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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